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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술사 1권(24화)
10. 이제 시작이다(2)


“복원!”

풀을 베는 장검
공격력:5―7 내구도:20/20
사용 제한:레벨 5 이상
옵션:힘 +3

“…….”
레온은 고개를 돌려 마차 밖을 바라보았다. 마차가 달리는 평원에는 잡초들이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복원 장소에 영향을 받은 것인가?”
공격력이 비록 초보자용 장검보다 낮지만 힘 스탯이 붙어 쓸 만한 장검인데 이름이 이 따위라 팔릴지가 의문이었다.
“… 버핏에게 팔아야겠구나.”
“미스터 카드리안, 저를 불렀나요?”
‘짜식이 귀가 상당히 밝은 편이군.’
“아니야, 버핏.”
레온은 다시 조수석으로 넘어와 밀짚모자를 얼굴에 덮었다.
지금 그의 머리에는 복원술로 재구성된 장검들을 어떻게 하면 버핏에게 비싸게 팔아넘길지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 차 있었다.

레온은 버핏과 헤어지면서 복원술로 변형시킨 4개의 초보자용 장검과 4개의 단검, 그리고 수련자의 장창까지 포함하여 70실버에 팔아 버렸다.
행운의 장검은 행운 +5 옵션이 아까워 하나를 가지고 있기로 했다.
그리고 1개의 단검은 자신이 복원술을 배워왔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여야 하기에 챙겨 두었다.
흙빛 장검과 수련자의 장창을 제외하고는 다 계륵 같은 옵션이 붙어 버려 그렇게 큰돈은 받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원가가 20실버도 안 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2배 이상을 남겨 먹은 수익성이 대단한 장사였다.
“복원술이라는 것이 해체하기 전의 아이템의 성능에서 그렇게 많이 벗어나지는 않는구나. 그렇다면 애초에 성능이 좋은 무기들을 사서 복원술을 사용하면 더 수익이 커질 거야.”
복원술을 9번 사용하면서 알게 된 사실도 있었다.
레온의 머리는 복원술을 이용해서 최대한 많은 돈을 벌기 위한 아이디어가 소용돌이쳤다.
“스킬은 해체 스킬과 수리 스킬, 그리고 복원 스킬을 올리고 스탯은 행운과 지혜를 중점으로 올려야 해.”
복원술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던 머리와는 달리 바쁘게 움직인 다리는 어느새 그를 라돈의 대장간으로 인도했다.

라돈의 불타는 대장간

퀘스트 완료 시간을 9일 앞두고 라돈의 대장간에 드디어 도착했다.
“여어∼ 이거 반갑네요. 이름이 스팽글이었군요!”
깜짝!
레온의 목소리를 들은 무기 상점의 점원이 깜짝 놀라 얼른 고개를 돌렸다.
예전에 라돈을 만나러 왔을 때 자신을 어중이떠중이로 생각하며 쫓아내려 했던 그 점원이었다.
그런데 그의 조끼에 명찰이 붙어 있어 예전에 몰랐던 이름을 알 수가 있었다.
“너무 그렇게 놀라지 마세요, 스팽글 씨. 나는 그저 라돈 영감님을 만나러 왔을 뿐이니까요.”
“그, 그러시군요. 들어가서 알려 드리고 오겠습니다.”
점원이 점장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속닥거리더니 점장이 고개를 끄덕이자 대장간으로 향하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 사이 레온은 무기 상점의 근거리용 무기를 살펴보았다.
“오∼이거 괜찮은데? 이 검으로 복원술을 쓰면 이익이 많아지겠어. 응? 이것도 괜찮은데?”
레온은 복원술을 사용하여 개조할 무기들을 이리저리 찾아보았다.
그러는 사이 점원이 다가왔다.
“명장님께서 들어오라십니다.”
“앞장서시죠.”
레온은 스팽글이라는 점원의 안내를 받아 대장간 안으로 들어갔다.
대장간 안에는 여전히 많은 장인들이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대장장이들이 복원술사를 질투하게 될 거라 했었나? 어디 가서 대장장이 앞에서는 직업을 밝히지 않아야겠어. 그들이 무기를 팔지 않으면 복원술을 쓸 수가 없으니.’
하지만 이곳 대장간의 총 책임자인, 라돈에게는 밝혀야 할 터였다.
그에게 퀘스트를 보고를 해야 퀘스트가 완료가 되니 말이다.
“쳇, 그러고 보면 라돈 대장간과는 거래가 힘들어질 수도 있겠는데?”
“네?”
“아닙니다, 스팽글 씨. 계속 가시죠.”
“네… 네.”
그들은 대장간을 나와 정원을 지나 라돈이 머무는 조그만 건물로 들어섰다.
똑똑똑.
“마스터 님. 레온 님을 모시고 왔습니다.”
“들이게.”
끼익.
스팽글이 비켜서자 그에게 썩소를 날려 준 레온은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으로 들어가자 라돈이 처음 만났을 때와는 다르게 잘 정돈된 책상 앞에 뒷짐을 지고 서 있었다.
“일은… 어떻게 되었나?”
라돈이 떨리는 음성으로 물어 왔다.
레온은 그의 표정에서 자신이 이어받지 못한 복원술사의 유지를 타인인 레온이 물려받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읽어 내었다.
‘재밌는 사람이다.’
“메드킨트 님의 유적에서…….”
레온은 일부러 뜸을 들였다.
“유적에서, 유적까지 간 것인가? 유적을 찾은 것인가?”
흥분한 라돈의 얼굴을 향해 피식 웃어 보인 레온은 주머니에서 해체된 단검의 재료들을 꺼내어 양손에 쥐었다.
“복원!”
―재료가 해체하기 전의 성질로 재구성되어 복원됩니다.

증명의 단검
공격력:5―7 내구도:25/25
사용 제한:레벨 5 이상
옵션:공격 시에 10% 확률로 치명적인 공격을 가함

라돈은 하늘빛 빛무리에 휩싸이며 단검으로 돌아간 재료들을 바라보며 허무한 듯 중얼거렸다.
“복원술을…배운 게로구만…….”
띠링!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대장장이 라돈의 의뢰
뉴 필모어 성의 가장 뛰어난 대장장이 라돈은 일족의 보물이라 할 수 있는 유실된 유물이 대현자이자 마법사 한스킨스의 손에 들어가자 복원술사의 유적을 찾아 메드킨트의 명맥을 이으려고 합니다. 이에 파라곤 산에 파견된 카드리안은 당당히 메드킨트의 유적에서 복원술을 배워와 퀘스트를 완료합니다.
라돈은 일족의 유지를 이은 당신에게 고마워하며 또 시기하게 될 것입니다.
사용 제한:캐릭터가 사망한 기록이 없을 것, 직업이 없을 것, 해체, 수리, 도구재료감별 스킬을 보유하고 있을 것
보상:히든클래스 [복원술사]로 전직, 명성 +500, 라돈의 붉은 망치, 알 수 없는 지도, 대장장이 라돈의 신뢰, 전 스탯 +5
난이도:전직 퀘스트

“약속을 했으니 줘야겠지, 이것을 받게나.”
―퀘스트에 대한 보상으로 라돈의 붉은 망치를 받았습니다.
―알 수 없는 지도를 받았습니다.
―명성이 500 올라갑니다.
―모든 스탯이 5 상승합니다.
―대장장이 라돈이 당신을 신뢰합니다.
―직업의 특성상 대장장이 라돈이 당신을 시기합니다.
―라돈의 불타는 대장간에서 당신에게 물건을 팔지 않습니다.
‘헐.’
사람을 신뢰하면서 시기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살리에르가 모차르트를 사랑하면서 시기한 것과도 같은 것일까?
“나중에… 나중에 천공의 돌을 나에게 보여 줄 수 있겠나?”
천공의 돌이라 하면 한스킨스가 가지고 있는 유물에 있던 구슬 모양의 회색 돌이었다.
“그러겠습니다.”
“그래, 고맙구만. 이걸 가지고 한스킨스에게 가게나.”
레온은 라돈이 주는 동그랗게 잘라진 붉은 종이를 받아 들었다.
“이제부터 자네에게는 우리가 만든 물건들은 팔지 않겠네. 자네의 손에 들어간다면 우리의 노력과 땀이 들어간 물건들이 전혀 새로운 것으로 변하게 되겠지? 나는 그런 것을 원치 않는다네. 하지만 물건을 수리하고 싶을 때는 도와줄 터이니 너무 서운해하지 말게나. 이건 한 사람의 장인으로서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야.”
레온도 그의 말에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장간이 여기만 있는 것도 아니고, 아직 스킬레벨이 1이긴 하지만 나도 대장기술을 가지고 있는데 뭘.’
“알겠습니다. 기회가 닿는다면 다음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멀리 나가지 않겠네.”
레온은 그렇게 들어온 지 5분도 되지 않아 라돈의 방을 나가 버렸다.
끼익, 탁.
“허어∼안타깝기 그지없구나. 어찌하여 메드킨트 님은 우리 일족이 아닌 타인에게 복원술사의 유지를 물려준 것인가? 복원술만 배웠다면 나는 최고의 장인, 장인 위의 장인이 될 수 있었을 터인데!”
라돈은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
“오늘은 끊었던 술을 한잔해야 하겠어.”
사실은 자신이 성공하지 못한 복원술의 습득을 레온도 실패하길 바랐던 라돈이었다.

라돈의 대장간을 나온 레온이 가장 먼저 한 일은 퀘스트의 보상품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라돈의 붉은 망치!”

라돈의 붉은 망치
뉴 필모어 성의 뛰어난 대장장이 명장인 라돈이 대장장이 명인들을 위해 만든 수리 도구.
공격력:12―30 내구도:100/100
사용 제한:레벨 30 이상, 힘 50 이상, 대장기술 스킬이 있을 것
옵션:힘 +10, 체력 +7
대장기술, 수리 스킬의 효과가 5% 증가한다.
등급:E

“좋구나!”
수리도구 치고는 공격력이 뛰어난 편이었고 내구도는 무려 100이나 되었다, 게다가…….
“E등급 수리 도구! 비싸게 팔리겠지?”
레온을 기쁘게 하는 것은 노멀 아이템이 아니라 등급을 가진 마법 아이템이라는 것이었다.
병장기가 아닌 수리 도구라 비싸게 팔리지는 않아도 최하 10만 원 이상은 받을 수 있으리라.
이어서 알 수 없는 지도를 확인해 보았지만 지도는 이름대로 정말 알아볼 수가 없었다.
“뭐야? 지명이 하나도 나와 있질 않잖아? 보물지도인가? 여기 X로 표시한 곳을 찾아가라는?”
레온은 이해할 수 없는 지도와 망치를 주머니에 집어넣고 마법사의 탑으로 향했다.
“한스킨스 영감탱이! 이번에는 긴장하는 게 좋을 거야. 나도 예전처럼 허접이 아니니 말이야.”
레온은 커다란 키에 배꼽 아래로 흘러내린 흰 수염을 고아하게 기른 것과는 어울리지 않은 그의 성격을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이제는 전직도 하고 뛰어난 공격 스킬도 생겨 능력치가 대폭 상승한 레온이었기에 예전처럼 무력하게 당하지만은 않으리라.
“그 복원술사의 유물이라는 쓰레기도, 결국은 내 것이 될 거야.”
레온은 보무도 당당하게 마법사의 탑 앞에 들어섰다.
근사하게 구름이 깔린 돌계단을 지나 3미터 높이의 거대한 문 앞에 멈춰 섰다.
“누구인가?”
약간은 날카로우면서 쉬어 있는 노인의 목소리, 문짝에 입이 생기며 레온에게 물어 왔다.
“저는 일전에도 왔었던 레온 카드리안입니다. 한스킨스 님을 만나러 왔습니다.”
“한스킨스?”
연이어 커다란 눈이 생겨나며 노인의 얼굴이 완성되었다.
“네, 한스킨스입니다.”
“한스킨스라는 애송이가 수십 년 전에 들어왔었지. 기다려라, 남자여.”
그 말을 남기고 문짝에 생긴 눈과 입이 사라졌다.
“어떻게 멘트가 그대로지? 문짝이라 인공지능이 따로 없고 특정 단어에만 반응하게 되어 있는 건가?”
하긴 자신이 게임 개발자라도 쓸데없는 부분은 일일이 인공지능 기능을 부여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게임의 모든 NPC에게 고도의 인공지능을 부여하게 되면 아무리 좋다는 현대의 슈퍼 양자 컴퓨터라도 과부하가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끼기긱.
“들어가라, 남자여.”
레온이 게임의 기술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을 때 문이 열렸다.
문에 생겨난 눈은 여전히 문 안으로 들어가는 레온을 좇았다.
레온은 어두운 공간 속에서 빛나는 병아리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한참을 기다려도 병아리는 나타나지 않았다.
“뭐야 그새 닭이 되서 한스킨스 영감이 후라이드 치킨을…….”
“물어보는 말 이외에는 말을 하지 마라, 삐약.”
그때 이전에 봤을 때와 같이 노란색 빛무리에 휩싸인 병아리가 어둠을 뚫고 날아왔다.
‘이 자식 이거, 어디서 숨어서 내가 말하기를 기다렸다가 나타난 것 같은데?’
스윽.
레온은 전에 한스킨스의 방에 자신을 내동댕이쳤던 전과도 있고 하여 이 시건방진 병아리를 때려잡아야겠다는 생각에 하지즈의 창을 들어올렸다.
움찔.
그러자 레온에게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병아리가 그에게로 곧장 날아오다가 주춤거렸다.
“삐약삐약삐약.”
그러면서 자신은 한낱 연약한 병아리일 뿐이라는 듯 귀여운 표정으로 울어 댔다.
‘그래, 여기서 이 병아리를 죽여 버린다면 한스킨스에게 트집을 잡힐지도 몰라.’
레온은 다음에 건방진 병아리를 손보기로 하고 창을 내렸다.
“어, 어서 다리를 붙잡아라. 삐약삐약.”
그러자 병아리가 얼굴에 굵은 땀 한 방울을 매달고 레온에게로 날아왔다.
‘이거 완전 만화 캐릭터가 따로 없구나, 어린애들이 좋아하겠어.’
레온은 병아리의 긴장한 모습에 실소를 머금고 병아리의 다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삐약삐약삐약!!”
병아리가 깜짝 놀라 소리를 질러 대며 그에게서 살짝 떨어졌다.
“나는 아직 먹을 때가 없다. 삐약삐약.”
“뭐야? 쫄지 마라, 다리 잡으라기에 잡으려고 그런 거야. 누가 잡아먹는데?”
이번에는 병아리가 두 줄기 땀방울을 이마에 매단 채로 인상을 잔뜩 쓰고 레온 근처에 다가왔다.
움찔거리며 날아오는 모양새가 완전히 겁을 먹은 듯했다.
‘이놈이 왜이래? 전에는 완전 건방지게 굴더니.’
레온은 병아리의 반응에 고개를 갸웃하며 병아리의 작은 다리를 꽉 붙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