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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천무제 1권
잠룡출도(潛龍出道)
북천무제 1권(1화)
작가서문(1)
안녕하세요. 임광호입니다.
첫 작품으로 여러분께 처음 인사를 드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렇게 두 번째 작품으로 또다시 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이번 작품은 ‘포졸’이라는 직업을 가진 주인공이 조선의 감옥에서 탈출한 아홉 명의 죄수들을 잡기 위해 중원으로 가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집필한 것입니다.
주인공은 ‘홍단야’라는 이름을 가진 한 명뿐이지만 수많은 신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죄인들에게는 저승사자와도 같은 ‘탈혼삭(奪魂索)’, 바람과도 같은 ‘풍객(風客)’, 불의(不義)를 보면 참지 못하는 ‘낭혼검객(狼魂劍客)’, 환자들에게는 있어 구세주와 같은 ‘역천마수(逆天魔手)’, 그 밖의 다른 신분들…….
이 모든 것들이 주인공의 신분입니다.
한 명의 주인공이 여러 신분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는 것이 이번 작품의 특징입니다.
어떤 때는 풍객이 되어, 어떤 때는 낭혼검객이 되어…….
여러분도 주인공, 홍단야와 함께 각각 다른 색을 가진 인물들이 되어 여행에 동참해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제 인생에 많은 힘이 되어 준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고개 숙이며, 마지막으로 부족한 글을 출판하게 도움을 주신 뿔 미디어의 지 실장님과 그 밖의 관계자 여러분, 그리고 많은 조언을 해 주신 선배 작가 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임광호 배상
“탐화견(貪花犬) 이호, 마창(魔槍) 구양포, 산신(山神) 묵개, 배덕검(倍德劍) 이량, 파산권(破山拳) 육양소, 색접(色蝶) 양소희, 패력웅(覇力熊) 우용택, 살인도(殺人刀) 임광호, 혈선(血仙)……. 이것들의 목을 가져오면 되는 건가?
제1장 포졸출도(捕卒出道)(1)
거대한 탁자를 중심으로 둘러앉은 열 명의 얼굴 모두에 근심이 서려 있다.
한 명, 한 명이 조선이라는 나라의 장군의 위치에서 권력의 정점을 누리는 그들의 얼굴에 근심이 서린다는 것 자체가 괴이한 일이었다.
그들 중 가장 상석에 앉아 눈을 감고 있는 장군의 정체는 바로 대장군 조준이었다. 이성계를 도와 조선을 건국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그의 권력은 나는 새도 떨어트린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지그시 눈을 감고 있던 조준이 눈을 뜨며 입을 열었다.
“내가 이렇게 그대들은 모이라고 한 것은 한 가지 이유 때문이오.”
쩌렁쩌렁한 조준의 목소리에 아홉 명의 장군들이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아홉 명의 장군들을 모두 소집한 것도 모자라 저런 분위기라니?
설사 반역이 일어났다 해도 눈 깜짝하지 않을 사람이 바로 조준이었다.
굳은 표정의 대장군들을 주시하던 조준이 말을 이었다.
“……지하 뇌옥의 죄인들이 탈옥했소이다.”
잠시간의 침묵. 아홉 명의 장군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조준을 바라봤다. 마치 듣지 못했으니 다시 한 번 더 말해 달라는 듯한 표정이었다.
“지하 뇌옥의 죄인들이 탈옥을 했다고 했소.”
이번에는 제대로 이해를 한 것인지 조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장군들이 눈을 부릅떴다. 몇 명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기까지 했다.
“그, 그게 사실이오?”
“미친…….”
“이럴 수가!”
각자의 말은 달랐지만 뜻하는 바는 하나였다.
믿기 힘들다는 것.
하나같이 같은 모습으로 허둥거리는 장군들의 모습에 조준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 또한 오늘 아침에 이 소식을 들었소. 그리고 그 때문에 그대들을 소집한 것이고.”
“어, 언제 탈출했다고 합니까?”
한 장군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늦어도 오 일 전이오. 오 일에 한 번씩 배급하는 식사를 주기 위해 들렀던 행자승이 오늘 아침에 비어 있는 지하 뇌옥을 봤다고 하오.”
“허허.”
조준을 향해 물었던 장군이 허탈한 웃음을 흘리며 의자에 앉았다. 나머지 장군들 또한 다를 바 없는 표정으로 허탈함을 흘릴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 허연 수염을 가슴까지 늘어트린 장군이 벌떡 일어나 조준을 향해 소리쳤다.
“며, 몇 명! 몇 명이 탈옥했다고 합니까!”
“아홉 명이오.”
“억!”
조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질문을 한 장군이 뒷머리를 부여잡고 털썩 주저앉았다.
말이 아홉이지 아홉 명이라면 지하 뇌옥에 있던 모든 죄인들이 아닌가.
“당장 추적대를 소집해서 추적을 해야 합니다!”
“추적대라면 이미 소집을 해서 보냈소이다.”
“그럼 이미 끝난 일 아닙니까?”
“큭. 끝난 일이라…….”
안도의 표정을 흘리는 한 장군을 향해 조소를 날린 조준이 말을 이었다.
“오늘 이차 추적대가 고깃덩어리로 변한 일차 추적대를 백두산 중턱에서 발견했소이다. 놈들은 교묘하게 길목 중간 중간에 한 명씩 남아 추적대를 상대하기로 한 것 같소이다.”
“허……!”
장군들이 탄성을 흘렸다.
지하 뇌옥이란 세간의 이목을 피해 봉악사(封惡寺)라는 사찰의 지하에 만들어 놓은 감옥으로, 장군들의 목숨을 위협하거나 나라를 혼란에 빠트리게 할 정도의 힘을 가진 죄인들을 가둔 곳이었다. 그들 개개인의 힘으로 따지자면 절정에 이른 무공을 가진 조준 또한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그들 아홉 명이 힘을 합해 궁의 담을 넘는다면 왕 또한 안전을 장담하지 못했다.
아무리 조선 왕실에 고수들이 많고 숨겨진 실력자들이 많다지만 그들 아홉 명 모두는 일당백, 아니 일당천의 실력을 가진 마왕(魔王)들이었다.
“그들의, 그들의 목적지는 어디입니까?”
가족들의 안위를 걱정하는지, 백두산 근처에 본가를 둔 최렴 장군이 부르르 떨며 물었다.
조준이 답했다.
“지금 그들의 움직임으로 보건대 아마 백두산을 넘어 명나라로 가려는 듯하오.”
“명나라?”
“그렇소. 오랑캐 놈들의 나라 말이오.”
“서, 설마 하늘을 날고 땅을 부순다는 무지막지한 무림인이라는 놈들이 산다는 곳 말이오?”
“그렇소.”
조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장군들이 탄식을 흘렸다.
자신들 또한 조선에서 알아주는 무인들이지만 풍문에 떠도는 명에 사는 무림인들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 발의 피였다. 그나마 조선 출신의 무인 몇 명이 건너가 명성을 떨치며 조선의 자존심을 살려 주고 있었다.
“무림인이라면…… 위대한 대명나라의 황제마저도 손대지 못하는 자들 아니오.”
한 장군의 말에 조준이 혀를 차며 말을 그를 흘겨봤다.
‘쯔쯧. 한 나라의 장군이라는 놈이!’
지금은 비록 조선이 저 오랑캐 놈들에게 도움을 받고 있지만 그들 또한 언젠가는 칼을 쑤셔 박아야 할 적들이다. 저 오랑캐 놈들을 처리해야 북쪽으로, 저 멀리 북쪽으로 뻗어 나가 조선의 위상을 널리 떨칠 수 있다. 비록 지금은 나라가 어수선해 때가 아니지만 나라가 안정을 되찾는다면 그깟 오랑캐 놈들 따위야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조준의 눈에 오랑캐 황제를 위대하다고 칭송하는 장군이 곱게 보일 리 만무했다.
가볍게 인상을 찌푸린 조준이 말을 이었다.
“어쨌든, 내가 상감께도 말씀을 드릴 테지만 일단은 우리가 아는 고수들 중 몇 명을 보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이렇게 그대들을 소집했소. 추천할 만한 고수가 있다면 추천해 보시오. 특별한 사정을 가진 이가 아니라면 한번 힘을 써 보겠소.”
조선 최고 권력자인 조준이 힘을 쓴다면 지금이야말로 단숨에 권력을 휘어잡을 수 있는 기회였다.
“제 아들을 추천하겠습니다. 낙영검법(落榮劍法)을 구성(成)가량 성취했습니다. 게다가 머리 또한 좋아 이번 반역도를 몰아내는 일에 큰 공을 세운 아이입니다.”
“제 아들은 황가창법(黃家槍法)을 육성가량 성취했습니다. 하지만 보법에 뛰어난 재능을 보여 아들의 스승 또한 칭찬이 자자한 아이입니다.”
“제 사촌 동생은 폭풍검(暴風劍)이라는 별호를 가지고 있는데…….”
한 장군이 자신의 아들을 추천하자 너도 나도 자신의 아들이나 인척들을 추천해 댔다.
하나같이 눈을 까뒤집으며 주변 인물의 칭찬을 쏟아 붓는 장군들의 모습에 조준의 얼굴이 처참하게 구겨졌다. 언제 지하 뇌옥의 죄수들이 돌아올지도 모르는데 저따위 공 세우기에 급급한 모습들이라니.
물론 놈들이 바보가 아님에야 도망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복수를 하겠다고 찾아오지는 않겠지만 언젠가는 복수를 위해 올 것이 분명했다. 놈들의 손에 당하지 않으려면 하루 빨리 고수를 파견해 놈들을 먼저 처리해야 했다. 마음 같아서는 자신이 직접 가고 싶었지만 지금은 나라가 혼란스러워 한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었다.
“아홉 명의 죄인들 모두 나를 상회하는 실력을 가진 놈들이오. 죽을 수도 있소. 아니, 백에 구십은 죽을 것이오. 이 점을 유의하고 추천을 해 주길 바라오.”
“…….”
조준의 말에 좌중이 싸늘히 내려앉았다.
확실히 지하 뇌옥의 죄인들이라면 조준에 버금가는 실력자가 아닌 이상에야 백에 구십은, 아니 구십구는 죽임을 당할 것이 분명했다.
“험험. 제 아들은 사실 몹쓸 병에 걸려서…….”
“제 아들도…….”
“제 사촌 동생은 사이비 도사와 싸우다 중상을 입어서……. 허헛.”
뒤늦은 장군들의 수습에 조준의 얼굴이 다시 한 번 구겨졌다.
“허헛. 진정 조선에 죄인들을 잡을 만한 고수는 없는 것이오?”
“잘 찾아본다면…….”
“그러니까 어디서!”
조준의 호통에 말을 꺼낸 장군이 움찔하며 몸을 추슬렀다.
조선 팔도 각 명산에 숨어 있는 고수들 중 조준보다 강한 실력자가 없을 리 없겠지만 문제는 그들이 대체 어디 있냐는 것이었다.
“저…… 그놈을 한번 보내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놈?”
조심스레 입을 연 장군은 조준이 관심을 보이자 힘을 얻어 말을 이었다.
“예. 세간에서 탈혼삭(奪魂索)이라 불리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여기저기에서 장군들이 들고 일어났다.
“절대 안 됩니다! 그놈이 어떤 놈인데!”
“나 또한 동감이오. 절대 불가하오.”
하지만 조준은 달랐다. 탈혼삭이라는 별호는 자신 또한 익히 들어 본 별호였고 별호의 주인과도 아는 사이였다. 비록 악연이지만.
혼을 빼앗는 밧줄이라. 오라, 다른 말로 포승(捕繩)을 귀신같이 다뤄 붙은 별호였다.
“하지만 놈은…….”
“그만.”
단박에 말을 자른 조준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탈혼삭을 추천한 장군을 바라봤다.
“계속 해 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