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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인생 1권



대박인생 1권(1화)
1장 세상에 믿을 놈이 있냐?(1)


날씨도 화창한 오후.
거리에는 많은 사람들이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려는지 분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윤재는 창을 통해 밖을 보면서 수많은 인간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는 중이었다.
“저 많은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 것일까? 나처럼 힘들게 사는 사람이 있을까?”
윤재는 거리를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며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도 있을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윤재는 천애고아로 십 년 전에 고아원을 나온 몸이었다.
비록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지만 온갖 노동을 하며 돈을 벌기 위해 안 해 본 일이 없을 정도였다.
그렇게 악착같이 돈을 벌기 위해 갖은 고생을 하였지만, 불과 일주일 전에 같은 고아원 출신의 친구에게 사기를 당하고 말았다.
결국 지금 이렇게 처량하게 창을 보며 혼자 술을 마시고 있었다.
이제 윤재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지금 살고 있는 전셋집이 유일하게 남아 있는 재산이었다.
비록 얼마 되지 않는 돈이지만 말이다.
하도 부지런하게 일하는 모습에 주변의 사람들이 윤재를 도와주어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전세로 얻게 된 것이다.
물론 전세금이 바로 오백만 원밖에 되지 않는, 작은 집이었다.
윤재는 처음에는 전세라는 말에 고민을 하였다.
하지만 오백만 원이라는 말에 윤재도 군말없이 바로 계약을 하게 되었을 정도로 파격적인 조건이라 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건물이 좋은 곳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윤재가 생활을 하는 데에는 그리 불편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아늑함마저 느껴지는 곳이었기에 두말없이 계약을 한 것이었다.
“개자식이 그 돈이 어떤 돈인데 나에게 사기를 치냐?”
고아원 출신이라 사회에서 그리 좋은 대접을 받지는 못했기에 정말 눈물을 머금고 돈을 벌었다.
한데 유일하게 친구로 지내던 놈이 그런 자신에게 사기를 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윤재는 혼자 술을 마시며 울분을 풀려고 하였다.
하지만 술을 마신다고 해서 기분이 전환되지는 않았다.
화가 나서 마시게 된 술이지만 결국 윤재도 사람이기 때문에 술기운에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술에는 장사가 없다.
그 말이 몸소 실천하는 윤재였다.
지금 윤재는 사기를 당한 돈 때문에 화가 났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보다 더 중요한 친구를 함께 잃었기 때문에 정신적인 타격이 더 심했다.
거친 세상을 살면서 유일하게 친구라고 믿었던 놈에게 배신을 당하였기 때문이다.
덕분에 정신적인 충격이 심해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그런데다 며칠을 이렇게 술만 마시고 있는 중이었으니 말이다.
윤재는 친구에게 정말 자신의 온 마음을 주면서 살아 왔다.
고아인 탓에 세상에서 가족이라고는 유일하게 친구밖에는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그 가족이 자신을 배신하게 되었으니 그 마음이야 오죽하겠는가.
기절하듯 쓰러진 윤재는 그대로 잠이 들었고, 집 안에는 술 냄새만 진동하고 있었다.
다음 날.
“끄응!”
잠에서 깨어난 윤재는 머리를 흔들며 힘겹게 눈을 떴다.
“이런 어제 내가 술을 이기지 못하고 잠이 든 모양이네. 이거, 아침에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마음먹고는 왜 오후만 되면 참지를 못하는지 모르겠다.”
윤재는 아침에 일어나서는 절대 이제부터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해 놓고는 오후가 되면 다시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 술을 찾는 일상을 계속 반복하고 있었다.
오늘도 윤재는 간단하게 라면을 끓여 먹고는 집을 나섰다.
요즘은 심란한 마음 때문에 일을 하려 해도 손에 잡히지를 않아 그만둔 상태였다.
밖에 나가 봐도 그리 갈 만한 곳은 없었지만, 그래도 집 안에만 있으니 답답한 기분이 들어 오랜만에 집을 나선 참이었다.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오늘은 책이라도 사서 보아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윤재는 사기를 당해 많은 돈을 잃었지만, 그래도 십여만 원 정도는 수중에 남아 있었다.
먹을 식량도 아직은 충분히 있었기 때문에 당분간은 일을 좀 쉬면서 마음을 정리하려는 것이다.
거리로 나와 정처없이 한참 동안 걷기만 하던 윤재의 눈에 길거리에서 고물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물건들을 파는 노인이 보였다.
노인의 얼굴을 보니 아직 끼니도 제대로 먹지 못한 듯했다.
아마도 진열을 한 물건들을 하나도 팔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였다.
그런 모습을 보니 왠지 불쌍한 마음이 드는 윤재였다.
“할아버지, 여기 있는 이거는 얼마나 해요?”
윤재는 자신이 천애고아로 자랐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독거노인이나 이렇게 물건을 팔기 위해 나와 있는 행색이 초라한 분들을 보면 마음이 아파 그냥 지나치지를 못했다.
“그쪽에 있는 것은 모두 천 원이고, 여기 있는 것은 조금 비싸.”
노인이 비싸다고 한 물건은 윤재가 보기에는 거의 고물이나 마찬가지인 물건이었다.
무슨 골동품도 아니면서 녹이 잔뜩 슬어 있는 것도 있고, 알 수 없는 한자로 쓰여져 있는 책도 있었다.
윤재는 우선 호주머니에 있는 돈이 얼마나 되는지를 확인해 보았다.
달랑 이만 원.
그래도 최소한 만 원어치는 사 주어야 할아버지가 식사를 할 수가 있을 거라 판단되어 눈에 보이는 대로 골랐다.
그러다가 문득 오천 원짜리가 가격표가 붙은 곳에 있는 한 권의 화첩이 눈에 띄었다.
윤재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이끌려 화첩을 집어 들었다.
“할아버지, 여기 천 원짜리 다섯 개하고 오천 원짜리 한 개요.”
윤재는 그렇게 만 원을 노인에게 건네며 자신이 고른 물건을 보여 드렸다.
노인은 그런 윤재를 묘한 시선으로 살피다가 이내 만 원짜리 지폐를 보고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했다.
“허허허, 고맙네. 덕분에 아주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어.”
윤재는 할아버지의 기분 좋은 너스레에 자신이 아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기분을 전환하기 위해 나온 것이지만 그래도 좋은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들자 윤재는 기분이 한결 나아졌기 때문이다.
“할아버지, 늦었지만 점심 식사 맛있게 드시고 수고하세요.”
윤재는 인사를 하고는 자리를 떠났다.
그런 윤재를 보며 묘한 미소를 짓고 있는 노인.
물론 윤재는 돌아서서 가고 있으니 노인의 미소를 보지 못했지만 말이다.
물건을 사고 나니 더 이상 길을 걷는 것도 뭐해서 윤재는 집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자신이 산 물건들이 비록 하찮게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불쌍한 노인에게 돈을 주고 산 물건이라 하나도 버리지 않고 집으로 가지고 왔다.
왠지 힘겹게 주워 모았을 노인의 모습이 떠오르자 차마 버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윤재는 노인에게 구입한 물건들을 자신의 책상 위에 올려 두고 바로 식사 준비를 했다.
“반찬은 있는 것을 대충 먹고 밥만 하면 되겠네.”
윤재는 쌀을 씻고 바로 밥을 하기 시작했다.
밥이 다 되려면 시간이 좀 걸리기 때문에 문득 책상 위에 있는 물건들을 보게 되었다.
“이거는 무엇에 쓰는 물건이지?”
윤재가 보기에는 하나는 골동품으로 보이는 연적이었고, 다른 물건은 무슨 장신구처럼 보였다.
그리고 가장 비싸게 돈을 주고 산 화첩을 펼치니 갑자기 기이한 향이 나기 시작했다.
“으응? 이게 무슨 냄새지?”
윤재는 기이한 향에 신경이 쓰여 화첩을 보다 자세히 살펴보았다.
화첩에는 한 노인이 담뱃대를 문 채 연못을 바라보고 있는 그림이 담겨 있었는데, 누가 그렸는지 정말 현실감이 있어 보였다.
“와우, 누가 그렸는지는 모르지만 정말 잘 그린 것 같다.”
그림에 대하여 하나도 모르는 윤재가 보아도 잘 그린 것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였기에 절로 감탄이 터져 나왔다.
그런데 화첩 속의 노인이 갑자기 빙그레 웃는 것이 아닌가.
“으헥! 이게 뭐야?”
윤재는 눈을 비비고 다시 화첩을 살펴보았지만, 자신이 잘못 본 것으로 알게 되었다.
화첩의 그림은 처음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윤재는 화첩이 그대로인 모습에 확실히 자신이 잘못 본 것임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그럼 그렇지. 그림이 웃는다는 것이 말이 되는 상황이냐? 내가 그동안 술을 마시는 바람에 몸이 허약하게 변해서 그런 모양이다.”
윤재는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는 오늘부터는 진짜로 술을 마시지 않아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윤재는 화첩을 펴서 그대로 책상에 진열을 해 두었다.
자신의 눈으로 보기에도 아주 잘 그려진 그림이었기에 그냥 덮어 주고 싶지가 않아서였다.
화첩을 책상에 진열하자 밥통에서 밥이 다 되었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윤재는 냉큼 밥이 있는 곳으로 갔다.
반찬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김치만 있어도 밥을 먹을 수 있는 식성을 가진 윤재였기에 맛나게 식사를 할 수가 있었다.
식사를 마친 윤재는 설거지마저 끝내고 나서는 다시 책상으로 향했다.
“우리 집에 광나게 하는 것이 있었나?”
하도 골동품이라 좀 닦아 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그냥 버리자니 돈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