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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인생 1권(2화)
1장 세상에 믿을 놈이 있냐?(2)


윤재는 집에 구석구석을 뒤져 마침내 원하던 것을 찾게 되었다.
“여기 있다. 하하하, 역시 나는 천재라니까.”
윤재는 집에 있는 자신의 물건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주 뿌듯했는지 기쁜 얼굴로 자화자찬을 하고 있었다.
윤재가 찾은 것은 녹을 제거하는 광약이었다.
물론 광약과 함께 보관하던 천도 있었고 말이다.
윤재는 광약을 천에 묻히고는 빠르게 물건들을 닦기 시작했다.
집에 두더라도 어느 정도는 깨끗하게 보관을 하려는 마음에서였다.
천에 약을 묻혀 천천히 닦기 시작하자 골동품에 묻어 있던 녹들이 사라지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광이 났다.
처음과는 몰라보게 달라진 골동품의 모습에 윤재는 신기한 눈빛을 띠었다.
“이거, 진짜 골동품 아냐?”
윤재는 너무도 달라진 모습에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머리를 흔들고 말았다.
길거리에서 노인이 파는 물건이 값나가는 골동품이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어째서 사 가지를 않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윤재는 골동품이 아니라도 이제는 자신의 물건이라는 생각이들어 열심히 닦았다.
사실 당장 할 일이 없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솔직히 물건이 자신의 마음에 쏙 들었다.
이상하게도 할아버지에게 산 물건들에서 눈을 뗄 수가 없는 윤재였다.
한참의 시간을 투자하여 물건들을 모두 닦은 윤재는 아주 흡족한 미소를 지을 수가 있었다.
“하하하, 이거, 닦아 놓고 보니 광이 번쩍번쩍해 눈이 부시네.”
윤재는 광이 나는 물건들을 보며 기분이 좋은지 입가에 연신 미소를 짓고 있었다.
윤재는 비록 고아지만 혼자서 독학을 할 정도로 지독한 근성이 있었다.
하여 어지간한 대학물을 먹은 놈보다도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비록 기회가 없어 그 지식을 아직도 머릿속에만 간직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윤재가 세상을 살면서 가장 욕심을 낸 것은 돈이었지만 나중에 자식에게 무식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나름 혼자 열심히 노력을 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윤재는 그렇게 물건을 닦으며 시간을 보냈지만, 오늘은 왠지 술을 마시지 않아도 푹 잠을 잘 수가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윤재가 기분 좋게 잠자리에 들어 잠을 자고 있을 때였다.
화첩에서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갑자기 진한 향기가 방 안을 채우면서 화첩 안에 있는 노인의 얼굴에 미소가 그려졌다.
“허허허, 이제야 비로소 이천 년의 약속을 이행할 수가 있게 되었구나.”
화첩의 노인은 이상한 소리를 하며 윤재를 향해 손을 한 번 휘저었다.
그런데 방 안을 가득 채운 향기가 윤재의 머릿속으로 스며들 듯이 사라져 갔다.
향기가 사라지면 사라질수록 화첩의 노인이 희미하게 변해 가는 것이 조금 이상하기는 했지만, 윤재에게 해가 되는 일은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이윽고 모든 향기가 윤재의 머릿속으로 사라지자 화첩 속 노인의 모습도 함께 사리지고 없었다.
덩그러니 연못만 남겨진 화첩.
노인이 사용하던 담뱃대마저 확실히 화첩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윤재의 머릿속으로 스며든 향기가 앞으로 어떤 작용을 할지는 모르지만, 기이한 현상은 그렇게 모두 끝이 났다.

아침이 되자 윤재는 아주 개운한 기분으로 잠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아웅, 오늘은 이상하게 몸이 가뿐하게 느껴지네.”
사실 윤재는 아침이 세상에서 제일 싫었다.
일어날 때마다 몸이 뻐근하게 느껴져서였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도 그런 느낌이 하나도 들지 않고 개운한 기분만이 느껴졌다.
조금 이상하게 느낀 윤재였지만 이내 잊어버리고 말았다.
몸이라는 것이 개운할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즐겁게 세면을 하고 식사를 마친 윤재는 책상을 보다가 한 가지 이상한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어? 화첩 안에 있던 노인이 어디로 갔지?”
윤재는 화첩 안에 있던 노인이 사라진 것을 보게 되자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처음부터 없던 것처럼 노인의 모습만 사라졌기 때문이다.
분명히 어제까지만 해도 화첩 안에는 노인의 모습이 있었는데, 자고 일어나니 깜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윤재는 도대체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이 되었다.
“이거,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윤재는 황당할 수밖에 없는 일을 겪으며 얼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 정신을 차린 윤재는 다시 한 번 화첩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하지만 노인의 모습이 사라지고 없다는 것을 다시 확인할 뿐이었다.
그런 사실에 조금은 무섭기도 했다.
누구라도 이런 일을 당하게 되면 지금 윤재와 같은 얼굴을 하게 될 것이 분명했다.
윤재는 일단 화첩을 덮어 서랍에 넣었다.
탁!
“휴우, 어디 가서 이런 일이 생겼다고 하면 아마도 나를 정신병자라고 하겠지?”
윤재는 자신이 당한 일을 생각하며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말을 한다고 해서 누가 믿을 그런 일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윤재는 오랜만에 느낀 개운함마저 잊을 정도로 생각에 깊이 빠졌다.
자고 일어나니 이상한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생각을 정리한 윤재는 우선 그동안 꺼놓았던 휴대폰을 다시 켰다.
휴대폰의 전원이 들어오자 그동안 받지 않은 문자들이 들어오며 계속해서 알람 소리가 들렸다.
띠리링!
띠리링!
무슨 스팸 메일도 아니고, 휴대폰에는 엄청난 문자가 와 있었다.
윤재는 한참 동안 휴대폰에 있는 문자를 확인하였다.
그런데 그중 한 개만이 윤재의 눈에 가득 들어찼다.

윤재야, 정말 미안하다. 하지만 이 돈이 없으면 그녀를 살릴 수가 없어서 그랬다. 나중에 반드시 갚을게.

자신에게 사기를 쳐 돈을 몽땅 가지고 달아난 친구의 문자였다.
같은 고아원에서 함께 자란 유일한 친구였고, 지금까지 가족이라고 생각하며 함께 살아온 놈이었다.
한데 문자를 보니 애인 때문에 자신을 배신했음을 알게 된 것이다.
“이 개자식이 여자 때문에 나를 배신하였다는 말이지? 차라리 나를 설득해서 돈을 가지고 갔으면 이렇게 마음이 아프지는 않지. 나쁜 놈 같으니라고.”
윤재는 친구인 김성우를 생각하자 열불이 났다.
고아원에 있을 때는 서로 수없이 싸우기도 한 성우였다.
그 당시에는 친구라는 생각보다 고아원에 서열을 정하기 위해 싸웠지만, 윤재가 고아원을 나오면서 둘은 오히려 더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나중에는 정말 가족과 같은 사이를 자랑할 정도였다.
둘 다 고아이기 때문에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강했고, 시간이 지나면서는 진짜로 가족처럼 지내게 되었다.
한데 윤재로서는 그랬던 성우가 자신을 속이고 돈을 가지고 갈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윤재와 성우는 감추는 것이 없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기에 통장의 비번도 서로 알고 있었다.
윤재는 성우가 갑자기 돈을 가지고 사라지는 바람에 그동안 친근하게 행동했던 것이 모두 돈을 가지고 가기 위한 수작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들자 더욱 화가 나서 미친 듯이 술을 마셨던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믿을 수 있던 친구가 이제는 세상에서 가장 믿을 수 없는 사람으로 변해 버렸고, 그 덕분에 자신은 일도 하지 못하고 이렇게 매일매일을 술 마시고 한탄하며 지내게 되었던 것이다.
드드드드.
한참을 성우에 대한 생각을 하던 윤재는 갑자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야, 너 왜 전화기는 꺼놓고 있는 거냐?
전화기 안에서 들리는 목소리를 들으니 자신과 함께 일을 하던 목수 형님이었다.
원래는 아저씨라고 해야 하는 게 당연한 나이였지만, 죽어도 형님이라 불러야 한다고 우겨서 결국 형님으로 부르게 된 분이었다.
“죄송합니다. 그동안 일이 좀 있어서 그렇게 되었습니다.”
―일은 무슨. 너 지금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일은 무슨 일이야, 인마!
목수형님은 한성재라고 하는 분으로, 나이도 조금 있으면 오십대를 바라보고 계시는 분이었다.
윤재가 고아라는 소리를 듣고는 그동안 알게 모르게 많은 도움을 주었던 고마운 분들 중 한 명이었다.
“그냥 안 좋은 일이 있어 그런 것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그런데 무슨 일이세요?”
윤재의 목소리가 조금 잦아들자 성재도 이상함을 느꼈는지 목소리가 점점 작아져 갔다.
―이번에 한옥을 지으려고 하는데, 함께 가자. 일당도 제법 많이 주는 곳이라 좋아.
윤재는 고아원을 나와 많은 일을 했지만 가장 자신의 적성에 맞는 것이 바로 목수일이었다.
결국 윤재는 목수일을 제대로 배우게 되었고, 지금은 제법 잘하기 때문에 기술자로 대접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성우에게 날아온 문자를 보아 기분은 별로였지만, 오랜만에 연락을 한 성재의 마음 때문에 거절을 하지 못하고 결국 허락하는 윤재였다.
“언제 가면 돼요?”
―이번 주 안에 가게 될 거다. 그러니 준비 잘해 놓고 전화기 꺼놓지 마라.
“알았어요. 갈 때 연락을 주세요.”
―그래. 그런데 너 괜찮냐? 목소리를 들어 보니 그리 좋지 않은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예. 이제 조금 안정을 찾았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윤재는 성재가 자신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기에 안심을 시켜 드리기 위해 그렇게 말을 하였다.
하지만 성재도 하루 이틀 겪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 윤재의 상태가 많이 안 좋다는 것 정도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다만, 본인이 괜찮다고 하고 있으니 그냥 모르는 척 넘어가기로 하였다.
―그래. 좋지 않은 일이 생겨도 마음 변하지 말고 열심히 살자. 그래야 나중에 복도 생긴다고 하니 말이다.
윤재는 성재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희미하게 입가에 미소를 지을 수가 있었다.
언제나 자신에게 힘을 주시는 고마운 분이 바로 성재였기 때문이다.
“알았어요. 그리고 고맙습니다.”
윤재는 그렇게 전화를 마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