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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인생 1권(3화)
1장 세상에 믿을 놈이 있냐?(3)


성재로 인해 잠시 친구에 대한 생각에서 벗어났지만, 그래도 아직 완전히 마음을 정리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한참 동안 성우의 문자를 바라보던 윤재는 어느 정도 마음을 정리하였는지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너도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 나에게 그런 짓을 하였겠지. 하지만 나중에 나를 만나게 되면 절대로 그냥 두지는 않을 거다. 나를 배신하여 마음을 아프게 했는데 그냥 넘어가면 나만 손해니 말이다.”
윤재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마음을 정리하였다.
그러자 윤재는 조금은 마음이 개운해지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오늘따라 이상하게 아침부터 몸과 마음이 개운했음을 떠올리자 윤재는 즐거운 마음이 되었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되었다.
성재가 언제 연락을 할지는 모르지만, 한옥을 지으려면 분명히 지방으로 가게 될 테니 어느 정도는 준비를 해 두어야 했다.
이내 작은 가방을 찾아 옷과 세면도구를 챙겨 두는 윤재였다.
자신의 연장은 다른 가방에 보관하고 있지만, 옷과 다른 물건은 따로 준비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인테리어 목수 생활을 하면서 많은 연장들을 가지게 된 윤재는 이제는 혼자서도 충분히 작업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연장들이 갖추고 있었다.
다만 아직 면허증이 없어 연장들을 모두 가지고 가지 못할 뿐이었다.
또한 윤재에게 운전을 배우라고 권하는 형님들이 많았지만 당시에는 운전이 그렇게 필요하다고 느껴지지가 않아 배우지 않았는데, 지금은 운전을 배워 둘 것을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오늘 그냥 운전학원에 접수나 할까? 아니지. 돈이 얼마나 있는지 먼저 확인을 해 보고 가자.”
윤재는 앞으로의 계획을 위해 바로 통장에 남아 있는 돈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아직 집에 컴퓨터가 없는 윤재는 핸드폰으로 잔액을 확인하였다.
핸드폰만 있으면 폰뱅킹으로 부칠 수가 있기에 굳이 컴퓨터를 장만할 생각을 하지 않는 윤재였다.
사실 노가다를 하면 컴퓨터를 할 시간이 별로 없기도 했고 말이다.
지방으로 가는 일이 자주 생겨 집에 올 시간도 없는데 컴퓨터가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말이다.
그렇다고 윤재가 컴맹인 것은 아니었다.
컴맹을 탈출하게 된 것은 사실 친구인 성우 때문이었다.
성우는 컴퓨터에 대해 아주 도사라 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지간한 사람보다는 더 잘 알고 있을 정도였다.
해서 처음에 윤재가 컴퓨터를 할 줄 모른다는 사실에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직접 컴퓨터에 대해 알려 주었다.
그 덕분에 윤재가 어느 정도는 컴퓨터에 대해 익숙하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그 덕분에 피시방에서 죽돌이라는 소문을 들었지만 말이다.
어쨌든 윤재는 핸드폰으로 잔액을 확인해 보았다.
십오만 원.
돈이 많이 모자라 결국 운전학원을 접수하는 것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아유, 이 개자식. 돈만 생각하면 열불이 나네. 정말.”
윤재는 잔액을 확인하고 나자 다시금 성우에게 화가 났다.
하지만 어차피 돌이킬 수 없는 일이기에 이내 마음을 차분하게 진정시키고는 다시 운전을 배울 방법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운전을 배우려면 다른 분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민재 형님은 빼고, 종혁이 아저씨에게 연락을 할까?”
윤재는 자신을 귀여워해 주시는 분들을 떠올리며 운전을 배울 방법을 생각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결정을 내렸는지 한 분의 이름을 생각하며 전화를 들었다.
때르릉.
핸드폰에서 울리는 소리를 들으니 역시 나이를 드신 분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완전 구닥다리 벨소리였기 때문이다.
―여보세요?
“예, 저 윤재입니다.”
―어? 네가 어쩐 일로 전화를 다 하고 그러냐?
“저…… 부탁을 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 이렇게 전화를 드렸습니다.”
부탁이라는 윤재의 말에 무슨 소리인지를 이해를 하지 못하겠다는 상대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이거, 세상이 변했냐? 네가 갑자기 부탁을 하고 말이다.
윤재는 그동안 살아오면서 누구에게도 부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상대에게 신세를 지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라 그동안 누구에게도 부탁을 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꼭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연락을 하게 된 것이다.
“예, 사실은 운전을 좀 배웠으면 해서 연락을 드렸습니다.”
―아니, 그렇게 운전을 배우라고 할 때는 안 하겠다고 하지 않았냐?
“예,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후회가 되네요. 이제부터는 열심히 운전을 배우려고요. 그러니 저에게 운전 좀 알려 주세요.”
지금 윤재가 전화를 걸고 있는 상대는 허종혁이라는 분으로, 목공 계통에서 제법 오래 생활을 하였던 분이다.
윤재도 목수일은 거의 이분에게 배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으니 말이다.
―오늘은 일을 하지 않냐?
“예. 지방에 한옥을 지으러 가야 하는데, 잠시 시간이 남네요.”
―그럼 나도 오늘은 한가하니 이쪽으로 와라. 우리 집 근처에 운전을 하기 좋은 장소가 있으니 말이다.
학원이 아닌 개인에게 운전 교습을 받으려 하니 장소도 문제였다.
하지만 종혁이 살고 있는 파주는 경찰의 단속을 피할 수 있는 장소가 많아 윤재가 배우기에는 그리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었다.
우선은 빈터가 많아서 운전을 하기에도 적당하였고 말이다.
“예, 지금 바로 갈게요. 감사합니다, 아저씨.”
―그래, 최대한 빨리 와라.
“예, 바로 갈게요.”
윤재는 대답을 하고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갈아입고는 집을 나섰다.
개인적으로 이번 주는 시간이 좀 있는데다 자신은 손재주가 있어 운전도 금방 배울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들어서였다.

종혁의 집에 도착한 윤재는 함께 운전을 할 수 있는 장소로 이동을 하였다.
“자, 여기는 아무도 오지 않는 장소이니 운전을 해도 문제가 되지 않을 거다. 그런데 너 운전을 해 본 적은 있냐?”
“전에 해 보라고 해서 몇 번 해 봤지만, 솔직히 아직은 자신이 없네요.”
“내 차가 오토니 너도 2종 오토로 따면 되겠다. 무슨 영업을 할 것도 아니니 말이다.”
윤재도 승용차만 있어도 되기 때문에 종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껏 차라는 것이 윤재에게 크게 필요하지 않아서이기도 했지만, 솔직히 자신이 차를 가지고 영업을 할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다.
“저도 1종은 필기시험이 어려워서 딸 생각이 없어요.”
“에라, 젊은놈이 어렵기는 뭐가 어렵냐.”
종혁은 장난으로 머리를 때리는 시늉을 하자 윤재도 바로 피하면서 웃었다.
이제는 단련이 되어 종혁이 손만 들어도 자동으로 몸을 피하게끔 적응했기 때문이다.
“우선 차를 한 번 몰아보고 이야기를 하자.”
“예, 아저씨.”
윤재는 운전에 필요한 지식은 가지고 있지만 아직 몸으로 실천을 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하여 종혁이 하는 이야기를 유심히 잘 들었다.
가장 초보적인 이야기가 윤재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한참 동안 설명을 들은 윤재가 마침내 차의 운전석에 앉게 되었다.
물론 옆에는 종혁이 자리를 하였고 말이다.
“출발하자.”
“예.”
윤재는 가볍게 시동을 걸고는 천천히 차를 출발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처음에는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타 보니 그리 어렵지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장 중요한 발의 감각이 이상하게도 윤재에게는 생생하게 느껴지고 있어서였다.
종혁은 윤재가 처음하는 운전치고는 상당히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옆에서 감탄을 하였다.
“호오, 제법 하는군그래.”
하지만 윤재는 종혁이 하는 말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운전에만 신경을 썼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자 윤재의 운전 실력은 종혁이 생각하기에도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로 능숙해졌다.
이 정도의 실력이라면 어디가서 초보라는 딱지는 떼고 다닐 수 있을 것 같았다.
“너, 솔직히 이야기해라. 어디서 운전을 배운 것이냐?”
종혁의 입장에는 3시간 만에 이렇게 운전을 배운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았기 때문에 하는 말이었다.
사실 윤재는 종혁의 말대로 두 번인가 운전을 해 본 적이 있었다.
한데 그 당시에는 시동을 꺼뜨리고는 해서 창피한 마음에 금방 그만두었던 기억이 났다.
‘이상하네? 그때는 시동도 꺼지고 해서 다시는 운전을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발의 감각이 느껴지니 시동도 꺼지지 않고 금방 배울 수가 있네?’
윤재가 혼자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뒤통수에 불이 났다.
퍽!
“아이고, 아파라.”
종혁은 자신이 말을 씹으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잠시 얼이 빠져 있는 윤재를 보고는 바로 뒤통수에 자비(?)의 손길을 대주었다.
“어른이 말씀하시는데 감히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거냐?”
종혁의 말에 윤재는 자신이 실수를 하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죄송합니다. 저도 갑자기 운전을 잘하게 된 것이 신기해서요.”
윤재가 그렇게 말을 하니 종혁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알게 된 지가 제법 오래되어 어느 정도는 성격을 파악하고 있어 윤재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종혁이었다.
“흠, 처음 하는 운전치고는 정말 잘했다. 그나저나 너, 바로 면허 시험을 보는 것이 좋겠다. 운전이라는 것이 손에 익었을 때 신청해서 따는 것이 좋으니 말이다.”
“예, 그렇게 할게요.”
윤재도 내일 바로 면허 시험을 신청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학원에 가지 않아도 되니 그냥 바로 신청을 해서 면허를 딸 생각이었다.
윤재는 그렇게 운전 연습을 마치고는 종혁과 함께 가볍게 술을 한잔했다.
“자, 받아라.”
“아니, 아저씨는 대낮에도 술을 마시세요?”
“인마, 진정한 노가다는 밤낮을 가리지 않는 거야. 그냥 한 잔만 받아.”
윤재는 종혁이 하는 말에 그저 속으로 웃기만 했다.
진정한 노가다라는 말을 참으로 오랜만에 들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