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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론 전기 1



카이론 전기 1권 (1화)
제1장 새로운 인생 (1)


경상남도에 위치한 지리산의 이름도 모르는 한 계곡에는 초라하지만 사람이 거주할 수 있게 만들어진 막사가 있었다.
지리산은 예로부터 많은 선인들이 도를 닦고 심신을 수련하기 위하여 은거를 하던 곳이라 아직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많았다.
그런 깊은 산속에 거주하는 사람이라고 하면 아마도 보통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막사의 우측에는 계곡물이 흐르고 있었고, 그 계곡 위에 있는 작은 폭포가 주변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하였다.
산의 운치가 있는 이런 장소에 살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지만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온 범법자 아니면 도를 닦는 사람일 것이다.
“푸하!”
계곡의 폭포 밑에는 작은 소가 있는데 지금 그 소에서 사람의 머리가 보이고 있었다.
무더운 여름 날씨라 그런지 시원하게 수영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정말 덥기는 덥네. 이렇게 물속에 있으면 더위를 모르겠는데 나가기만 하면 땀이 흐르니 아직 수련이 부족한 것 같아.”
무슨 수련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30도가 웃도는 이 더위에 땀이 나는 것이 정상이건만 이 남자는 요상한 말을 하고 있었다.
눈으로 보기에 그리 나이가 많아 보이지는 않았고 목소리도 대충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는 누가 보아도 건장해 보이는 그런 모습이었다.
얼굴은 아직 면도를 하지 않아 정확하게는 알 수가 없었지만 대략 그 정도의 나이로 보였다.
“휴우, 여기에 온 지도 벌써 삼 년이 돼 가는구나. 그런데 아직도 스승님의 유언을 이루지 못하고 있으니…… 에효!”
사내는 한숨을 쉬면서 무언가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한숨을 쉰 사람은 강이룡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33세의 남자였고, 지금 그의 스승인 무연 스님의 유언을 지키기 위하여 수련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강이룡이 무연 스님과 인연을 맺은 것은 그의 나이 26세 때였다.
그 당시 강이룡은 암이라는 병에 걸려 삶의 희망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병원에 가서 수술을 할 돈도 없을 정도로 가난한 삶을 살고 있던 이룡에게는 암이라는 병을 극복할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그나마 아직은 초기라 수술만 하면 살 수가 있다고 하였지만 돈도 없고 고아 출신이라 도움을 줄 지인이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삶을 비관하여 죽으려고 지리산에 왔고, 우연히 길을 잃고 헤매다가 무연 스님이 거주하는 암자에 도착하였다.
“허허, 이 깊은 산속에 손님이 찾아올 때도 있다니 어찌 되었던 안으로 드시게.”
강이룡은 죽으려고 산에 왔지만 막상 산속에서 길을 잃자 죽으려는 마음은 사라지고 두려움이 생겨 다급히 걸음을 재촉하여 도착하게 된 것이었지만…….
암자를 발견하고 무작정 오게 되었는데 안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니 얼마나 반가운지 눈물이 날 정도였다.
“저기, 제가 길을 잃어 여기에 오게 되었습니다. 스님.”
“허허허, 이 산속을 헤매는 사람이 있다니…….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났으면 여기도 찾지 못했을 것이네. 일단 안으로 드시게. 보기에도 허기가 진 것 같은데, 먹을 것을 줄 터이니 잠시 기다리게.”
무연 스님은 강이룡이 매우 배가 고픈 상태라는 것을 알았는지 바로 먹을 것을 준비하러 갔고, 이룡은 스님의 말에 죄송한 기분이 들었지만 우선은 배고픔을 면하고 싶은 마음이 먼저였기에 암자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암자 안에서 기다리고 있는 이룡에게 간단하지만 나물과 밥이 수북하게 차려진 밥상을 가지고 오던 무연 스님의 눈에 이룡의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다.
“자, 우선 이거라도 드시고 기운을 차리시게.”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스님.”
이룡은 스님이 차려 준 밥상을 정신없이 먹기 시작하였다.
그런 이룡을 인자한 미소를 지으면서 바라보고 있는 무연 스님이었다.
그렇게 암자에서 혼자 거주를 하는 무연 스님과의 만남은 강이룡의 삶에 희망을 주는 운명적인 일이었다.
밥을 맛있게 먹은 이룡은 무연 스님을 보고 감사의 인사를 하였다.
“스님, 정말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그래, 길을 잃었다고 하나 여기는 산행을 하는 길이 아닌데 무슨 사연이라도 있는 것인가?”
무연 스님은 이룡이 이곳에 오게 된 것에는 사연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말하였다.
이룡은 처음 보는 스님이지만 이상하게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시는 것 때문에 자신의 사정을 모두 말하기 시작하였다
이룡의 모든 사연을 들은 스님은 한참을 생각하는 것 같더니 드디어 입을 열기 시작하였다.
“그대가 가지고 있는 병을 치료할 돈도 없고, 죽기 위해 이곳으로 온 것이지만 이렇게 나와 인연을 맺게 되었으니 여기서 생활을 하면서 병을 치료해 보는 것은 어떤가?”
이룡은 스님의 말에 깜짝 놀라고 있었다.
고아인 자신을 이곳에서 있게 해 준다고 하고 또 병도 치료할 수 있다는 말에 눈에서 눈물이 나오고 있었다.
지금까지 자신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느낀 것은 사회는 매우 냉정하고, 고아인 자신에게 도움을 주려고 하는 사람은 눈을 씻고 보아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런 자신에게 이런 조건 없는 도움을 주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 해도 이룡에게는 고마웠던 것이다.
물론 자신의 병을 치료한다는 말은 믿어지지 않았지만 말이다.
“스님, 정말 고맙습니다. 저도 여기서 생활을 하겠습니다. 제가 병에 걸려 언제 죽을 지는 모르지만 죽기 전까지는 스님과 같이 있고 싶습니다.”
“허허. 젊은 사람이 죽을 생각을 하면 안 되지. 여기에 있으면서 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아보도록 하세나.”
이룡은 어차피 갈 데도 없었기에 무연 스님과 같이 생활을 하게 되었고, 무연 스님의 배려로 산에서 나는 나물과 약초를 캐는 방법을 배웠고 그 약초를 먹으면서 자신의 병을 치료하기 시작하였다.
물론 민간요법과 무연 스님이 알고 있는 지식에 의한 것이지만 이룡의 입장에서는 그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한 상황이었다.
그렇게 일 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자 무연 스님이 이룡을 불러 말을 하고 있었다.
“용아, 이제부터 너도 몸을 수련하면서 치료를 하는 것이 좋겠다.”
“여기에 와서 어느 정도 건강도 찾은 것 같으니 그렇게 하겠습니다. 스님.”
“그래, 내가 아는 것은 우리 선조들이 배웠던 것이고 너에게도 도움이 되는 것이니 몸을 생각해서 열심히 수련을 하도록 해라. 다만, 한 가지 나에게 배운 것은 일인전승이니 절대 다른 사람에게 전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지켜 주기 바란다. 알겠지?”
이룡은 일인전승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는 몰랐지만 절대 다른 사람에게 전수하지 말라는 말은 알아듣고 바로 대답을 하였다.
“알겠습니다. 스님.”
그날부터 이룡은 무연 스님에게 선조들의 무예를 배우게 되었다.
이룡은 무연 스님의 자세한 설명에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무연 스님도 이룡의 자질이 매우 좋다는 것에 흡족해했다.
이룡이 암에 걸려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해 그렇지 사실 이룡도 엄청난 자질을 가지고 있었다.
뛰어난 머리와 타고난 몸을 가지고 있었지만 고아라는 신분 때문에 남들에게 이용만 당하며 살아오다 보니 어두운 생활을 하게 되었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니 몸이 견디지 못하게 되어 얻은 병이었다. 그러나 지난 일 년 동안 무연 스님의 보살핌으로 병에 차도가 보이고 있었고 이제 몸도 정상적으로 돌아오고 있으니 그의 뛰어난 능력이 나타나고 있었다.
“챠앗!”
허공을 박차면서 발길질을 하는 이룡의 모습에서는 예전의 어설픈 동작은 보이지 않고 있었다.
이곳에 온 지가 어느덧 삼 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그동안 이룡은 자신의 병을 말끔히 치료하게 되었다.
무연 스님의 노고가 없었으면 절대 이루어지지 않았을 정도로 많은 도움을 받아 결국 삼 년이 지나 이룡은 자신의 병을 치료하게 되었다.
“스승님이 기다리시니 어서 가 보아야겠다.”
이룡은 급하게 암자로 향했다.
암자에는 무연 스님이 자리에 누워 있었다.
이제 나이가 있으니 더 이상 몸이 버티지를 못하는 것이었다.
무연 스님의 나이 벌써 백 살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도 이제 죽을 날이 가까웠구나. 용이에게 그나마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전수하고 가는 것이니 마음이 편안하구나.”
무연 스님은 고대 무예를 전수 받은 유일한 사람이었고 자신의 후계자를 찾지 못해 혼자 죽을 생각을 하고 이곳으로 왔지만 인연의 끈은 이룡을 만나게 해 주어 지금 매우 기쁜 마음으로 죽을 수가 있었다.
“스승님, 저 왔습니다.”
이룡은 급하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용아, 나도 이제 가야 할 시간이 된 것 같구나. 이제부터 내가 하는 말을 명심하도록 하여라.”
“흑흑흑. 스…… 스승님, 돌아가시면 안 됩니다. 저는 어떻게 하라고요.”
“이런 네놈의 나이가 적지 않은데 아직도 철부지처럼 울고 있는 것이냐?”
“끄윽! 스승님…….”
“나의 말을 잘 듣도록 하여라. 지금 익히고 있는 고대 무예는 일인전승의 무예이니 절대로 아무에게나 전수를 해서는 안 된다. 만약에 전수를 하려면 반드시 그 사람의 심성을 확인하고 전하도록 해라. 그리고 아직까지 내가 가 보지 못한 길을 너는 가기를 바란다. 이는 나의 마지막 부탁이다. 알겠느냐?”
“예, 스승님.”
이룡은 눈물이 나오는 것을 참으면서 대답을 하였다.
자신도 스승이 얼마 견디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스승에게 받은 은혜가 너무나도 커서 이렇게 떠나시게 할 수가 없었다. 때문에 그동안 온 산을 뒤지고 다니며 산삼을 찾았지만 아직도 그런 행운은 찾아오지 않았던 것이다.
이룡이 스승인 무연 스님에게 들은 말은 그날 들은 말이 마지막이었다.
스승님이 돌아가시고 이룡은 더 이상 암자에서 생활을 하기 싫어 자신만의 움집을 지어 생활을 하기로 하였고, 지금의 자리를 터전으로 삼은 것이다.
“휴우, 언제까지 수련을 해야 스승님이 원하시는 경지에 도달을 할 수가 있을까?”
이룡은 스승인 무연 스님을 생각하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자신에게는 제이의 인생을 살게 해 주신 고마운 분이자 아버지 같은 분이었다.
이룡은 폭포의 밑으로 가서 심법을 운영하기 시작하였다.
이룡이 익힌 심법은 천왕심법으로, 고대 치우 가의 정통 무예였다.
치우 가의 무예는 고대부터 이어져 오는 것이었지만 고대의 멸망으로 인하여 일인전승의 무예로 바뀌게 되었고, 외부에서는 아는 사람이 없었다.
이룡은 치우 가의 무예인 천왕심법, 천왕검법, 천왕권법, 천왕신법, 보법 등을 익히면서 진심으로 위대한 가문이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말로만 듣던 무협지의 일이 실지로 있다는 것을 알고 처음에는 놀라 자빠지는 줄 알았지만 정신을 차리고 수련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수련을 마친 이룡은 폭포에서 나왔다.
“오늘은 어제 가 보았던 곳을 다시 가 보도록 하자. 아무래도 거기가 수상하단 말이야.”
이룡은 어제 약초를 캐기 위해 갔던 절벽을 생각하고 있었다.
어제 그곳을 찾았지만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절벽을 내려가지는 못했다. 오늘은 충분히 준비를 하였으니 내려가 볼 생각이었다.
스승이 죽고 산삼에 한이 맺힌 이룡은 반드시 산삼을 찾으려고 하였고 지리산의 구석구석을 뒤지고 다녔지만 아직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제 발견한 절벽 밑이 아무래도 산삼이 있을 것 같아 내려가려고 하는 중이었다.
이룡의 어깨에는 밧줄 대용인 칡넝쿨을 꼬아 만든 줄이 얹혀 있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내려가고도 남겠지?”
이룡은 자신이 준비를 한 물건들을 보고 입가에 만족한 미소를 짓더니 빠르게 절벽을 향해 갔다.
어제 본 절벽에서 요상한 기운이 넘쳐흐르는 것을 보아 산삼이 분명히 그곳에 있을 것이라 확신하였다.
이룡이 준비물을 들고 나타난 곳은 눈으로 보기에도 상당한 낭떠러지였다.
이룡은 익숙한 솜씨로 주변에 있는 나무에 넝쿨을 묶기 시작하였다.
잠시 후에 모든 준비를 마친 이룡은 한두 번 넝쿨을 당겨서 확인을 하고는 이내 넝쿨을 잡고 절벽을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산삼아, 내가 간다. 기다리고 있어라.”
이룡은 이번에는 확실히 산삼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밑으로 내려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