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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 더 하이브리드 1권
목차
프롤로그
1. 이혼
2. 홀로서기
3. 사고
4. 용병 지원
5. 승균의 첫 임무
6. 인연
7. 습격
8. 괴물(怪物)
9. 경천동지(驚天動地)
10. 죽음, 그리고…….
/(1)/
프롤로그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도시의 외진 곳.
온갖 생활의 배설물들이 쏟아진 황폐한 폐품 더미 근처, 비를 피하는 한 인영이 있었다.
그의 몰골은 오물에 뒤덮여 너무도 지저분해 보였다.
어딘가 부자연스럽게 기대어 누워 있는 사내.
그는 어디서 상처를 입었는지 옆구리에서 붉은 피를 흘려 내고 있었다.
“헉헉헉! 으, 이대로 죽을 수는 없는데…… 승연아, 승연아! 헉! 헉!”
남자는 무엇이 그리 억울한지, 아니, 무엇이 그리 안타까운지 허공에 손을 들어 휘저으며 누군가를 애타게 찾았다.
그때, 주변의 고물 더미에서 작은 움직임이 보였다.
그것의 정체는 구형 휴봇이었다.
인류는 눈부신 발전과 함께 자신들을 보조할 도구를 끊임없이 연구했다.
21세기 초, 간단한 단말기 원격 조종으로 집 안의 모든 시스템을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 홈 시스템이 개발되었고, 그로부터 몇 년이 흘러 기술이 업그레이드되면서 인간의 삶을 도와주는 휴봇이 등장했다.
일일이 명령을 입력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인공 지능이 알아서 적절한 판단을 하여 모든 일을 대행해 주는 가정용 로봇이 나온 것이었다.
휴봇의 등장은 가히 충격적이라 할 만했다.
투박하고 흉하게 생긴 산업용 로봇이 아닌, 친근감이 느껴지는 작고 귀여운 둥근 모양의 로봇이 등장을 한 것이었다.
거기에 휴봇은 고전 SF 영화에 나오는 귀여운 로봇처럼 간단한 음향을 내며 기분도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급속한 발전은 재앙마저 불러왔다.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자연이 파괴되고 지구가 병들어가자 마치 복수인 양 대변혁이 이루어졌다.
지각이 갑작스레 융기하거나 침강하는 한편, 소행성들이 지구로 진입하여 각종 재난을 일으킨 것이었다.
그와 함께 지진해일, 즉 쓰나미가 해안가를 덮치고 북극과 남극의 빙하가 녹아 해수의 온도가 낮아지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졌다.
결국 바다의 대류 현상이 정지되어 각종 어종이 멸종하고, 자연 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져 내렸다.
이는 생태계 먹이사슬의 가장 꼭대기에 위치한 인류에게도 엄청난 변화를 촉구하였다.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동식물은 그 생을 마감했고, 또 70억이 넘어가던 인류 역시도 그 수가 1/3 수준으로 줄어들고 말았다.
이후 인류의 문명 수준은 이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둔화되고 말았다.
대변혁의 시기에 거의 대부분의 도시들이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몇몇 도시가 명맥을 유지하며 지구의 문명을 발전시키고는 있지만, 예전과 같은 편의성을 찾기란 무척이나 어려웠다.
당연히 인간의 사회 체제도 변화가 이루어졌다.
살아남은 이들은 쓸 만한 물건들을 확보하기 위해 폭력 행사를 주저하지 않았고, 법보다는 폭력과 무력이 우선시되는 시대가 도래하였다.
황폐한 폐품 더미 속에서 죽어가고 있는 남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가족의 안위를 위해 용병으로 활동하다가 부상을 당하자 미련 없이 버려진 것이다.
초라한 몰골의 사내, 승균도 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버려진 것은 어쩔 수 없는 판단에 의한 사실이라는 것을.
용병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빠른 판단이 필수였다.
승균은 지금 극심한 고통에 당장에라도 숨이 멎을 듯했다.
하지만 이대로 의식의 끈을 놓아 버릴 수는 없었다.
자신이 이혼을 하고 단둘이 되었음에도 의젓함을 잃지 않은 어린 아들이 죽어가는 이 순간에도 눈에 밟혔기 때문이다.
사실 승균은 재벌 가문에서 태어나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았다.
그러다 아내를 만나 첫눈에 반해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강행하였다.
그로 인해 아버지와 의절을 하고 어려운 삶을 살았지만, 그래도 좋았다.
아내를 통해 이전에는 느끼지 못한 행복을 누린 것이다.
그러한 행복은 결혼 1년 후 아들, 승연이 태어나자 절정에 달했다.
사이가 틀어진 아버지 역시 귀여운 손자를 보여 주면 기뻐할 것이라 여겼다.
그런 기대감으로 아들을 데리고 찾아갔지만, 아버지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문전박대를 당하였다.
그 이후, 승균은 다시는 아버지를 찾지 않았다.
하지만 불행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너무나 사랑하는 아내, 수연에게 믿어지지 않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청천벼락과도 같은 이혼 통보.
큰 상심에 빠진 승균은 굳은 결심을 깨고 다시금 아버지를 찾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아버지를 보지는 못했다.
승균에게 남은 길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어린 아들을 부양하기 위해 민간 군사 기업(PMC)에 지원하여 용병이 되었다.
그중에서도 힘들고 위험한, 국외의 일을 전담하는 용병이 된 것이었다.
처음에는 안전한 국내의 일을 하려고 하였지만, 보수가 너무도 형편없었다.
하여 승균은 어린 승연을 탁아소에 맡기고 국외의 현장으로 지원한 것이었다.
하지만 용병이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이렇게 허무하게 삶의 최후를 맞이하게 되었다.
자신의 죽음은 억울하지 않지만 홀로 남겨질 아들이 눈에 밟혀 눈을 감을 수가 없었다.
그런 차에 자신의 휴봇, 노아가 옆에 나타났다.
의도치 않게 속아서 구입한 노아.
엄마가 없는 승연에게 친구가 되어 줄 휴봇이 자신의 마지막을 지키고 있는 것이었다.
“노아야, 너를 내 아들에게 보여 주고 싶었는데, 이제는 그럴 수 없을 것 같구나. 하∼ 이것이 내 마지막인 것 같구나.”
승균은 자신의 삶이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것을 느꼈다.
힘없이 들어 올려지는 손.
승균의 떨리는 손이 노아라 불린 휴봇을 쓰다듬었다.
삐빅! 삐빅!
노아는 승균의 슬픈 눈빛을 특유의 소리와 함께 가만히 주시하였다.
지켜보는 이 하나 없는 황폐한 자리.
휴봇 노아만이 지켜보는 가운데 승균은 생을 마감하였다.
1. 이혼
강남의 한 커피숍.
두 남녀가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남자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오만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반면, 그와 마주한 여성은 너무도 차가운 표정으로 입을 열고 있었다.
“그동안 나도 참을 만큼 참았어. 당신이 내게 잘해 준 것은 알겠는데, 더 이상 나는 이런 생활을 하고 싶지 않아. 그러니 우리 이혼해.”
승균은 지금 수연이 하는 이야기가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하나의 단어만이 맴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혼해…… 이혼해…… 이혼해…….’
“내 말 듣고 있는 거야? 이혼하자고.”
수연은 아무런 반응도 없는 승균의 태도에 화를 냈다.
하지만 그럼에도 승균의 태도는 변함이 없었다.
한참 동안 반응이 없던 승균의 입에서 마침내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럼 승연이는 어떻게 하려고…… 수연아, 내가 좀 더 노력을 해 볼게. 좀 참아 보면 안 되겠니?”
“아니, 나도 더 이상은 버티질 못하겠어. 내가 그동안 당신을 너무 힘들게 한 것 같아. 그러니 우리 이만 끝내. 당신도 나 때문에 집안과 의절하다시피 하며 살았잖아. 그러니 모든 것을 되돌린다 생각하고 정리를 하자고.”
승균은 지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서로를 아끼며 잘 버텨 오지 않았는가.
그로서는 갑자기 차가운 모습을 보이는 아내가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목차
프롤로그
1. 이혼
2. 홀로서기
3. 사고
4. 용병 지원
5. 승균의 첫 임무
6. 인연
7. 습격
8. 괴물(怪物)
9. 경천동지(驚天動地)
10. 죽음, 그리고…….
/(1)/
프롤로그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도시의 외진 곳.
온갖 생활의 배설물들이 쏟아진 황폐한 폐품 더미 근처, 비를 피하는 한 인영이 있었다.
그의 몰골은 오물에 뒤덮여 너무도 지저분해 보였다.
어딘가 부자연스럽게 기대어 누워 있는 사내.
그는 어디서 상처를 입었는지 옆구리에서 붉은 피를 흘려 내고 있었다.
“헉헉헉! 으, 이대로 죽을 수는 없는데…… 승연아, 승연아! 헉! 헉!”
남자는 무엇이 그리 억울한지, 아니, 무엇이 그리 안타까운지 허공에 손을 들어 휘저으며 누군가를 애타게 찾았다.
그때, 주변의 고물 더미에서 작은 움직임이 보였다.
그것의 정체는 구형 휴봇이었다.
인류는 눈부신 발전과 함께 자신들을 보조할 도구를 끊임없이 연구했다.
21세기 초, 간단한 단말기 원격 조종으로 집 안의 모든 시스템을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 홈 시스템이 개발되었고, 그로부터 몇 년이 흘러 기술이 업그레이드되면서 인간의 삶을 도와주는 휴봇이 등장했다.
일일이 명령을 입력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인공 지능이 알아서 적절한 판단을 하여 모든 일을 대행해 주는 가정용 로봇이 나온 것이었다.
휴봇의 등장은 가히 충격적이라 할 만했다.
투박하고 흉하게 생긴 산업용 로봇이 아닌, 친근감이 느껴지는 작고 귀여운 둥근 모양의 로봇이 등장을 한 것이었다.
거기에 휴봇은 고전 SF 영화에 나오는 귀여운 로봇처럼 간단한 음향을 내며 기분도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급속한 발전은 재앙마저 불러왔다.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자연이 파괴되고 지구가 병들어가자 마치 복수인 양 대변혁이 이루어졌다.
지각이 갑작스레 융기하거나 침강하는 한편, 소행성들이 지구로 진입하여 각종 재난을 일으킨 것이었다.
그와 함께 지진해일, 즉 쓰나미가 해안가를 덮치고 북극과 남극의 빙하가 녹아 해수의 온도가 낮아지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졌다.
결국 바다의 대류 현상이 정지되어 각종 어종이 멸종하고, 자연 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져 내렸다.
이는 생태계 먹이사슬의 가장 꼭대기에 위치한 인류에게도 엄청난 변화를 촉구하였다.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동식물은 그 생을 마감했고, 또 70억이 넘어가던 인류 역시도 그 수가 1/3 수준으로 줄어들고 말았다.
이후 인류의 문명 수준은 이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둔화되고 말았다.
대변혁의 시기에 거의 대부분의 도시들이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몇몇 도시가 명맥을 유지하며 지구의 문명을 발전시키고는 있지만, 예전과 같은 편의성을 찾기란 무척이나 어려웠다.
당연히 인간의 사회 체제도 변화가 이루어졌다.
살아남은 이들은 쓸 만한 물건들을 확보하기 위해 폭력 행사를 주저하지 않았고, 법보다는 폭력과 무력이 우선시되는 시대가 도래하였다.
황폐한 폐품 더미 속에서 죽어가고 있는 남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가족의 안위를 위해 용병으로 활동하다가 부상을 당하자 미련 없이 버려진 것이다.
초라한 몰골의 사내, 승균도 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버려진 것은 어쩔 수 없는 판단에 의한 사실이라는 것을.
용병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빠른 판단이 필수였다.
승균은 지금 극심한 고통에 당장에라도 숨이 멎을 듯했다.
하지만 이대로 의식의 끈을 놓아 버릴 수는 없었다.
자신이 이혼을 하고 단둘이 되었음에도 의젓함을 잃지 않은 어린 아들이 죽어가는 이 순간에도 눈에 밟혔기 때문이다.
사실 승균은 재벌 가문에서 태어나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았다.
그러다 아내를 만나 첫눈에 반해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강행하였다.
그로 인해 아버지와 의절을 하고 어려운 삶을 살았지만, 그래도 좋았다.
아내를 통해 이전에는 느끼지 못한 행복을 누린 것이다.
그러한 행복은 결혼 1년 후 아들, 승연이 태어나자 절정에 달했다.
사이가 틀어진 아버지 역시 귀여운 손자를 보여 주면 기뻐할 것이라 여겼다.
그런 기대감으로 아들을 데리고 찾아갔지만, 아버지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문전박대를 당하였다.
그 이후, 승균은 다시는 아버지를 찾지 않았다.
하지만 불행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너무나 사랑하는 아내, 수연에게 믿어지지 않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청천벼락과도 같은 이혼 통보.
큰 상심에 빠진 승균은 굳은 결심을 깨고 다시금 아버지를 찾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아버지를 보지는 못했다.
승균에게 남은 길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어린 아들을 부양하기 위해 민간 군사 기업(PMC)에 지원하여 용병이 되었다.
그중에서도 힘들고 위험한, 국외의 일을 전담하는 용병이 된 것이었다.
처음에는 안전한 국내의 일을 하려고 하였지만, 보수가 너무도 형편없었다.
하여 승균은 어린 승연을 탁아소에 맡기고 국외의 현장으로 지원한 것이었다.
하지만 용병이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이렇게 허무하게 삶의 최후를 맞이하게 되었다.
자신의 죽음은 억울하지 않지만 홀로 남겨질 아들이 눈에 밟혀 눈을 감을 수가 없었다.
그런 차에 자신의 휴봇, 노아가 옆에 나타났다.
의도치 않게 속아서 구입한 노아.
엄마가 없는 승연에게 친구가 되어 줄 휴봇이 자신의 마지막을 지키고 있는 것이었다.
“노아야, 너를 내 아들에게 보여 주고 싶었는데, 이제는 그럴 수 없을 것 같구나. 하∼ 이것이 내 마지막인 것 같구나.”
승균은 자신의 삶이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것을 느꼈다.
힘없이 들어 올려지는 손.
승균의 떨리는 손이 노아라 불린 휴봇을 쓰다듬었다.
삐빅! 삐빅!
노아는 승균의 슬픈 눈빛을 특유의 소리와 함께 가만히 주시하였다.
지켜보는 이 하나 없는 황폐한 자리.
휴봇 노아만이 지켜보는 가운데 승균은 생을 마감하였다.
1. 이혼
강남의 한 커피숍.
두 남녀가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남자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오만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반면, 그와 마주한 여성은 너무도 차가운 표정으로 입을 열고 있었다.
“그동안 나도 참을 만큼 참았어. 당신이 내게 잘해 준 것은 알겠는데, 더 이상 나는 이런 생활을 하고 싶지 않아. 그러니 우리 이혼해.”
승균은 지금 수연이 하는 이야기가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하나의 단어만이 맴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혼해…… 이혼해…… 이혼해…….’
“내 말 듣고 있는 거야? 이혼하자고.”
수연은 아무런 반응도 없는 승균의 태도에 화를 냈다.
하지만 그럼에도 승균의 태도는 변함이 없었다.
한참 동안 반응이 없던 승균의 입에서 마침내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럼 승연이는 어떻게 하려고…… 수연아, 내가 좀 더 노력을 해 볼게. 좀 참아 보면 안 되겠니?”
“아니, 나도 더 이상은 버티질 못하겠어. 내가 그동안 당신을 너무 힘들게 한 것 같아. 그러니 우리 이만 끝내. 당신도 나 때문에 집안과 의절하다시피 하며 살았잖아. 그러니 모든 것을 되돌린다 생각하고 정리를 하자고.”
승균은 지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서로를 아끼며 잘 버텨 오지 않았는가.
그로서는 갑자기 차가운 모습을 보이는 아내가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