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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배신자들에게 균형의 추가 기울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서 숨은 배신자들이 음모를 꾸며 양지에 드러난 교황청의 힘을 약화시켰기 때문이다.
결국 교황청으로서는 존립의 위기에 처하는 것이 운명인 듯했다.
한데 그러던 중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들의 힘이 둘로 갈라지고 말았다.
교황청이 보기에는 아마도 승리를 앞두고 그들 내부에서 파벌이 형성되어 파벌 싸움을 벌이다 갈라진 것이라 판단되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존립의 위기에 처해 있던 로마 교황청에겐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일단 적이 둘로 늘어나기는 하였지만, 오히려 세력이 약화된 것이라 한숨 돌릴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로마 교황청은 한 가지 소득을 더 얻게 되었는데, 배신자들이 지닌 신의 파편을 습득하게 된 것이다.
이후 13과 요원들은 배신자들과 같은 힘을 사용하며 주저 없이 상대를 응징해 나가는 중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100년 만에 배신자들의 움직임이 다시 포착된 것이다.
“첫 번째 배신자들이라…….”
에스테반 추기경은 무언가를 떠올리며 낮게 중얼거렸다.
겉보기에 30대 정도로 보이는 에스테반 추기경은 사실 이 자리에 있는 다른 두 추기경보다 최소 100살은 더 많았다.
13과의 수장인 밀로아 추기경이나 정보를 책임지는 콘스타노 추기경이 수도원에 들어왔을 당시에도 그는 이곳 13과의 추기경으로 있었던 것이다.
그가 이렇게 젊게 보이는 이유는 13과의 조직원들과 같은 맥락이었다.
그 역시 신의 파편으로 힘을 행사하는 존재인 것이다.
대적하는 이들을 처단하기 위해 신의 검이자 방패가 된 13과.
그 조직원들과 같은 존재가 바로 에스테반 추기경인 것이었다.
일반인인 밀로아 추기경이 수장의 자리를, 콘스타노 추기경이 대외적 정보 취합과 지원을 담당한다면, 에스테반 추기경은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적들을 처단하는 이들의 정점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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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그노아 마피아 조직원들은 미래건설이 진행 중인 군 기지 건설 현장을 확보하라는 보스의 지시에 따라 자신들이 가진 역량을 총동원하였다.
그래서 상대를 확인하지도 않고 마치 군과 전쟁이라도 할 정도의 물자를 잔뜩 가져오게 되었다.
로켓 런처에 구형이긴 하지만 파워 슈트까지 착용한 조직원들이 200명 가까이 동원되었다는 것은 실상 미래건설 현장에 아무도 살려 두지 않겠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시베리아 주둔군 사령관의 묵인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군사 기지를 건설하고 있는 현장이다 보니 밖으로 이야기가 새어 나가서는 절대 안 되었다.
그랬기에 무지막지한 무력을 투입해 남아 있는 모든 사람들을 제거할 작정인 것이었다.
그런 목적으로 움직이는 이그노아 마피아들은 D―2 대전차 로켓을 주저 없이 발사하였다.
처음 발사된 미사일은 백호 PMC의 용병들이 근무를 서고 있는 초소를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남은 3기의 미사일은 벽을 향해 순차적으로 발사되었다.
아무리 고강도로 보완된 벽이라 해도 3기의 신형 대전차 미사일이 한 곳을 집중하여 충격을 주니 여지없이 파괴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이그니아 마피아 조직원들은 구형의 휴대 미사일을 쏟아부어 파괴된 벽에 더욱 구멍을 넓혔다.
“미사일이 날아옵니다!”
승균의 외침에 4초소 안에 있던 용병들은 일제히 밖으로 뛰쳐나갔다.
이미 경계를 통해 상대가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 파악했기에 이들의 행동은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덕분에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미사일의 공격으로 초소는 초토화되고 말았다.
“각자 위치 잡고 대응하기 바란다. 통제실, 여기는 4초소. 적들로부터 미사일 공격을 받아 4초소는 파괴되었습니다. 지금부터 저희 인원은 적을 맞이해 대응을 하겠으니 지원 바랍니다.”
4초소장 동철은 용병들에게 재빨리 대응 지시를 내리고 자신은 메뉴얼대로 통제실에 보고를 하였다.

이들이 이렇게 보고와 대응을 준비할 때, 이그노아 마피아의 행동대장 셰브첸코 역시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뭘 꾸물거리고 있어! 어서 안으로 들어가 모두 없애 버려!”
그러자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마피아들이 틈이 벌어진 담으로 일제히 뛰어갔다.
그렇지만 이들은 얼마 뛰지 못하고 바닥에 엎드릴 수밖에 없었다.
탕! 탕! 탕!
슝! 슝!
백호 PMC의 용병들이 자리를 잡고 총을 쏘아대기 시작한 것이었다.
한데 총에 맞은 조직원들이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는 모습에 용병들은 곧장 에너지 충격탄으로 바꿔 발사를 하였다.
그러자 파워 슈트를 착용한 마피아들도 몸을 숨길 수밖에 없었다.
사실 무기 발달사를 살펴보면 반복의 역사라 할 수 있었다.
창이 융성하면 그 창을 막기 위해 방패가 발달을 하였고, 또 방패가 막강해지면 다시 방패를 뚫기 위해 창이 날카로워지는 것이 반복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반복이 이어지면서 인류의 과학이 발달을 하게 되었다.
원시시대의 인류가 돌칼이나 돌창이 만든 이후 이러한 역사는 계속 반복이 되어 이어져 왔다.
돌칼과 돌창을 막기 위해 나무 방패를 만들어 내었고, 세월이 지나 청동기가 들어서면서 청동제 칼이나 창이 나오자 같은 청동으로 방패를 만들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철기시대로 넘어가고 같은 경과가 이어지고, 철기의 무기로는 같은 재질의 방패를 뚫을 수 없다는 생각에 보다 강력한 무기인 화약이 등장했다.
즉, 총기가 나온 것이었다.
결국 창과 방패의 승부는 총의 등장과 함께 공격 무기인 창의 승리로 끝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것이 또 그렇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총을 충분히 막아 낼만한 방패가 나왔는데, 그것이 바로 파워 슈트였다.
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보다 강력해진 방어력으로 인해 화약 무기인 총으로는 더 이상 방패인 파워 슈트를 뚫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총기를 연구하는 개발자들은 어떻게 하면 파워 슈트를 뚫을 수 있는지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다.
그러던 중 에너지가 떨어지면 파워 슈트의 방어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동안 아무리 연구를 하여도 파워 슈트의 방어력을 넘지 못하던 무기 개발자들은 그제야 파워 슈트에 대한 대응의 실마리를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보다 혁신적인 연구를 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일명 에너지 무기인 레이저였다.
하지만 레이저 무기는 무기 자체보다 보조하기 위한 부속 부품이 너무 엄청났고, 또 비용이 너무 들어가 파워 슈트의 경쟁 대상에서 제외가 되었다.
그러던 중 독일의 과학자인 칼 토마스에 의해 새로운 형태의 무기가 개발되었다.
그것은 바로 자기장으로 에너지를 감싸며 발사하는 무기였는데, 그 무기에 적중된 파워 슈트는 일시적으로 기능이 정지되었던 것이다.
즉, 다시 말해 엄청난 고(高)에너지를 발사하여 일시적으로 파워 슈트에 과부하를 걸어 에너지 공급을 중단시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연구를 통해 에너지 탄에 맞은 파워 슈트의 배터리가 상당량 감소를 한다는 것이 발견되어 많은 무기 개발자들이 앞 다투어 그와 비슷한 무기를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해서 나온 무기가 바로 에너지 충격탄, 일명 충격탄이라 불리는 무기였다.
탄환을 발사하는 것이 아닌, 고에너지를 자기장으로 감싸 레일을 통해 발사하는, 일종의 레일 건인 셈이었다.
그리고 지금 백호 PMC의 용병들이 사용하는 것은 그렇게 개발된 무기들 중 베스트라 불리는 물건 중 하나였다.
바로 대한민국 육군이 보유한 복합 소총으로, 제식명 K―21이라 불리는 총기였다.
파워 슈트를 상대할 에너지탄 발사가 가능한 이 복합 소총으로 무장한 백호 PMC의 용병들의 공격 때문에 이그노아 마피아들은 뛰어가다 말고 바닥에 업드린 것이다.
이미 몇 명은 충격탄으로 인해 자신들을 보호하던 파워 슈트의 기능이 정지된 줄 모르고 계속 뛰어가다 일반 총탄의 맞아 쓰러졌다.
비록 파워 슈트가 기능이 정지되긴 했지만 그래도 기본 방어력이 있기에 복합 소총에서 발사된 총알이 부상을 입히는 정도에서 멈춘 것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 점이 마피아들에게는 더 큰 공포심을 심어 주게 되었다.
“으윽! 살려 줘! 나 좀 살려 줘!”
여기저기에 쓰러진 마피아들이 질러대는 비명성이 동료들에게 더욱 현실감을 느끼게 해 준 것이다.
그로 인해 백호 PMC 용병들의 위력을 더욱 절감하게 되어 두려움에 떨게 되었다.
사실 대한민국은 통일이 된 이후에도 징집제를 계속해서 유지하였다.
그것은 대한민국이 처한 지정학적 요인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북쪽과 서쪽으로는 고구려가 자신들의 역사라며 동북공정을 획책하는 중국이 있고, 남쪽과 동쪽으로는 영원한 라이벌이자 멀고도 가까운 일본이 있었다.
그리고 21세기에 들어서며 많이 가까워지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옛 영광을 꿈꾸는 육군 강국 러시아가 북동쪽에 위치해 있고, 동맹이라는 불리지만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저지르는 미국이 저 멀리 동쪽에 위치하고 있어 대한민국은 통일이 되고 나서도 계속해서 징집제를 고수하며 병력을 운용하였다.
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이유는 모병제보다 쉽게 병력을 모을 수 있다는 것과 적은 비용으로 대량의 병력을 운용할 수가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와 함께 정책을 결정하는 자들의 자질도 한 요인이라 할 수 있었다.
어차피 상위 1%에 들어가는 그들은 어떻게든 징집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수단이 있기에 군을 모집하는 것에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여하튼 그런 징집제로 인해 대한민국 출신 용병들은 모두 2년 이상의 군 경력이 있기에 사격술이 여타 국가의 용병들보다 정확했다.
그리고 옛부터 한민족은 쏘는 것 하나는 아주 기가 막히게 잘하는 민족이었기에 백호 PMC의 용병들은 이그노아 마피아들을 상대로 적은 숫자임에도 불구하고 잘 막아 내고 있었다.
치직!
―상황을 보고하기 바란다. 다시 한 번 반복한다. 현 상황을 보고하기 바란다.
그때, 4초소를 중심으로 한창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동철의 무전기로 무전이 날아왔다.
“현재 4초소 앞 40m 지점에서 교착 상태를 이룬 채 적과 격전을 벌이고 있는 중입니다. 하지만 적들이 파워 슈트로 짐작되는 무장을 하고 있기에 20분 이상 잡아 둘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20분을 막지 못한다니?
“저희 초소에 보관 중인 충격탄의 잔량이 얼마 없어 더 이상 저지를 하기 어렵습니다.”
파워 슈트라는 물건을 막기 위해서는 충격탄이 절실하지만, 일개 초소에 많은 양의 충격탄을 쌓아 놓는 것은 사실 낭비나 다름없었다.
아무리 비상시라 해도 20곳이나 되는 초소에 정도 이상의 충격탄을 보유하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적이 파워 슈트라는 장비를 보유할 줄 어떻게 알고 이를 준비한다는 것인가.
솔직히 지금 이들이 이곳에 충격탄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것이 적이 파워 슈트를 장비하고 있는 것보다 더욱 놀라운 일이었다.
백호 PMC의 책임자인 김정민이 혹시나 하는 생각에 충격탄을 초소에 지급을 하였기에 그나마 지금 용병들이 파워 슈트를 착용하고 침투하려는 마피아 조직원들을 막아 낼 수가 있는 것이었다.
김정민 팀장은 박명수 전무가 시베리아 주둔군 사령관인 알렉세이에게 보호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청하였을 때, 단호하게 거절한 그의 태도에서 무언가 불안감을 느꼈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최악의 상황에 대처를 한다는 마음으로 용병들에게 충격탄을 지급했던 것인데, 그 판단은 무척이나 옳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