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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론 전기 1권 (25화)
제10장 수련의 마무리 (4)


“그리고 이번 수도로 가는 길에 기사들을 모두 데리고 갈 생각이니 그렇게 알고 준비를 해 주게.”
“기사들을 모두 데리고 가면 몬스터는 어찌 처리를 하시려고 하십니까?”
“몬스터는 예비 기사들에게 처치를 하라고 하게. 이번 수도행은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일이니 최대한 병력을 데리고 가야 한다네.”
버몬 백작의 말에 엔더슨 단장도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는 더 이상 말을 하지는 않고 있었다.
하지만 엔더슨 단장은 머릿속으로 영지의 치안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버몬 백작의 영지가 몬스터의 침입이 가장 많은 곳이라는 것을 모르는 귀족이 없을 정도로, 가장 침입을 잦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기사들이 없어도 당분간은 몬스터의 침입이 없겠지만 그래도 예비 기사들만 두고 가기에는 불안하니 다른 방도를 찾아야겠다.’
엔더슨 단장은 귀족이지만 영지를 사랑하고 있었고 그 영지민들도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였다.
그래서 영지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인물이었기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그러고 있을 때 카이론이 들어오고 있었다.
“제가 늦은 것 같습니다. 백작님.”
“아니요. 늦은 것은 아니니 식사를 합시다.”
“맞습니다. 카이론 경이 늦은 것은 아니니 그런 말씀하지 마십시오.”
카이론은 어제와 다르게 대하는 두 사람을 보고 조금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카이론은 아침이라 간단하게 먹고 싶었는데 나오는 것이 아침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과했다.
“백작님, 아침으로 먹기에는 조금 과한 것 같습니다.”
“내일은 수도로 가기 때문에 오늘은 조금 풍족하게 준비를 하라고 지시를 하였소. 카이론 경.”
버몬 백작은 카이론을 보며 변명을 하고 있었지만 사실 피터슨 후작의 말을 듣고는 최대한 식사에 만전을 기하고 있었다.
제국의 식사는 어떤지 몰라도 자신으로서는 최선을 다해 대접을 하고 있었다.
“감사하게 먹겠습니다.”
“자, 모두 듭시다.”
버몬 백작과 엔더슨 단장도 아침을 이렇게 푸짐하게 먹은 지가 오래되었기에 간만에 먹는 푸짐한 식사에 매우 만족하고 있었다.
세 사람은 푸짐한 식사를 마치고 거실에서 차를 마시며 속을 달래고 있었다.
아침부터 고기를 먹어서 그런지 속이 약간 거북함을 느껴서였다.
“카이론 경, 내일이면 이제 수도로 가게 되었는데 준비는 하셨는지요?”
“저야 준비를 할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그냥 빈 몸으로 가면 되는 것을요.”
“하하하. 카이론 경은 정말 귀족으로서 배울 점이 많은 분 같습니다.”
엔더슨 단장은 카이론의 소탈한 모습이 정말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저에게 배울 점이 있다는 소리는 처음 듣는군요. 이런 모습을 배우면 모두 거지처럼 살아야 하는데 다음부터는 그런 소리는 절대하지 마십시오.”
카이론은 약간 농담을 섞어 가며 대답을 하는 바람에 바로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하하하, 카이론 경은 농담도 재미있게 하시는 구료.”
“하하하, 그렇습니다. 영주님.”
버몬 백작과 엔더슨 단장이 크게 웃자 카이론도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오늘 아침은 무슨 일이 있는지는 몰라도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둔한 사람이 아니었기에 카이론도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갑자기 저러는 것을 보니 나에게 무슨 부탁을 할 것이 있는 것 같은데 말을 하지 않네?’
카이론은 갑자기 친절하게 대하는 것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였다.
카이론의 생각이 끝나자마자 버몬 백작의 입이 열리기 시작하였다.
“카이론 경, 사실 이번에 수도로 가는 길이 위험할 수도 있어서 개인적으로 우리 일행의 안전을 카이론 경에게 부탁을 하고 싶소.”
버몬 백작은 카이론이 마스터의 경지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하는 말이었다.
카이론은 수도로 가는 길이 왜 위험한지를 알지 못하였지만 자신과 같이 가는 일행이 위험에 처해지는 것을 원하지는 않기에 바로 대답을 해 주었다.
“저와 함께 가는 동안은 최선을 다해 도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카이론이 아무리 마스터라고 하지만 많은 사람을 모두 보호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최대한 도움을 준다는 것으로 말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버몬 백작은 그런 카이론의 말이 아주 마음에 들어 했다.
“고맙소. 아직 기사단의 실력이 많이 부족하여…… 이런 부탁을 드려야 하는 내 처지를 이해해 주시기 바라오.”
“아닙니다. 백작님의 기사들도 충분히 강해지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카이론의 경지에 비해 약한 것이지 엔터 왕국의 기사들끼리 비교하면 그리 약하지 않는 기사단이었다. 그럼에도 카이론이 있기에 그리 말을 하고 있는 버몬 백작이었다.
카이론이 아직 왕국의 사정에 대해 모르고 있어서 하는 말이었다.
버몬 백작의 기사단에는 아직 초급의 실력자들이 많아 많은 시간을 수련해야 하는 기사들이 있었기에 카이론이 보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해 보였다.
“오늘은 최대한 쉬도록 하시오. 내일 일찍 출발을 할 것이니 말이요.”
“알겠습니다. 이렇게 배려를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백작님.”
“아니요. 이렇게 알게 된 것도 인연이니 앞으로 잘 지내봅시다. 카이론 경.”
“그렇게 하지요.”
카이론은 웃으며 대답을 해 주었지만 속으로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갑자기 이러는 이유가 무엇일까?’
갑자기 더욱 친절해지는 버몬 백작을 보며 카이론은 조금 수상한 기분이 들었다.
지구에 있을 때도 이런 기분을 느꼈기에 가지는 생각이었다.
지구에서는 친절하게 대하는 것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었고 그 친절로 인해 자신이 본 피해가 엄청났기에 지금 버몬 백작의 친절에도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카이론이었다.

* * *

수도에 있는 피터슨 후작은 지금 국왕파의 귀족들과 긴급회의를 하고 있었다.
“후작 각하, 제국의 게이하르 후작가라면 제국에서도 가장 강력한 세력을 가지고 있는 귀족가 아닙니까?”
“그렇소. 하지만 아직까지 가문의 진정한 후계자가 나타나지 않아 그동안 정계에도 참여를 하지 않고 있는 가문이오.”
“후작 각하, 그러면 이번에 그 가문의 진정한 후계자가 우리 왕국에 와 있다는 말입니까?”
“나는 그렇게 들었소. 아직 확인을 하지는 않았지만 버몬 백작은 눈썰미가 있는 사람이니 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오.”
피터슨 후작은 카이론이 자신의 왕국에 와 있다는 것은 분명히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사실 카이론이 이 왕국에 온 것을 잘 이용하기만 하면 분명히 기회이기는 하지만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상대의 기분이 상하게 되면 이는 오히려 역효과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최대한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하고 상대의 의중도 알아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후작 각하, 제국의 후계자가 온다는 것이 우리에게는 기회이기는 하지만 오히려 우리가 피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나도 알고 있소. 그 후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지금 수련을 위해 우리 왕국에 와 있다고 하였소. 그리고 중요한 것은 그 후계자가의 실력이 이미 소드 마스터의 경지라는 것이오.”
피터슨 후작의 발언에 모여 있던 귀족들의 얼굴에는 놀람이 생기고 있었다.
소드 마스터라는 경지는 그리 쉽게 말을 할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헉! 소드 마스터라고요?”
“역시 제국의 후작가를 이을 사람이라 무언가 다르군요.”
귀족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지만 역시 제국이라는 것에는 공통적으로 느끼는 모양이었다.
피터슨 후작은 그런 귀족들을 보며 속으로 답답함을 느꼈다.
자신은 엔터 왕국이 제국의 그림자가 없이 커나 갈 수 있는 나라로 만들고 싶었는데 국왕파의 귀족들도 제국의 힘을 인정하고 있으니 이를 극복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서였다.
‘휴우, 저들을 데리고 왕국을 강하게 만들 수 있을지가 걱정되는구나.’
피터슨 후작이 그런 걱정을 하고 있는지를 모르는 귀족들은 소란스럽게 카이론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주변이 너무 소란스러워지자 피터슨 후작이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조용히 하시오. 지금 떠들고자 이리 모인 것이 아니지 않소.”
피터슨 후작의 말에 귀족들은 모두 입을 닫고 말았다.
귀족들이 조용해지자 피터슨 후작이 다시 입을 열었다.
“모두 이번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을 해 보시고 의논하도록 합시다.”
“후작 각하, 헤밀톤 공작이 이번 정보에 대해 모르고 있다면 우리에게도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헤밀톤 공작도 제국의 후작가가 개입되었다면 함부로 행동을 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알고 있소. 헤밀톤 공작도 제국이 개입이 되었다고 하면 움직이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말이오. 하지만 그뿐이지 않소. 우리에게 다른 대책이 없다면 결국 같은 것이니 말이오.”
피터슨 후작은 카이론이 수도에 나타나면 최대한 카이론에게 도움을 받아서 이득을 보려고 하고 있었다.
카이론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을 받게 되면 그에 따른 보상을 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제국의 후작가를 이을 사람이니 보통의 물건으로는 눈에 차지도 않을 것이니 왕국의 입장에서는 막대한 재물이 나가게 되기 때문이다.
“후작 각하, 수도로 온다고 하였으니 아직은 시간이 있으니 시간을 두고 생각을 해 보시지요.”
“그렇게 합시다. 모두 좋은 방법을 생각하고 내일 만나도록 합시다. 나는 국왕 폐하께 가서 보고를 드리도록 하겠소.”
“국왕 폐하께는 아직 보고를 하지 않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아니오, 아무리 작은 일에도 국왕 폐하와 함께 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유리하기 때문이오.”
피터슨 후작의 말에 귀족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국왕이 자신들을 밀어주고 있다는 인식을 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귀족파에게는 그리 좋은 이야기가 아니겠지만 말이다.
헤밀톤 공작도 왕국이 망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다만 귀족의 권리를 더 많이 챙기려고 하고 있기 때문에 사사건건 국왕과 대립을 하고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국왕이 현명한 사람이라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다.
역대 국왕들 중에 지금 국왕이 가장 현명한 사람이었고 이는 왕국민들도 인정을 하고 있는 일이었다.
그러니 헤밀톤 공작이 강력한 세력을 가지고 있지만 감히 반란을 꿈꾸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헤밀톤 공작은 국왕을 인정하지만 국왕의 힘이 커지는 것은 절대 반대를 하고 있는 인물이었다.
국왕파의 귀족들이 모여 비밀리에 회의를 한 사실이 헤밀톤 공작의 귀에도 들렸다.
이미 국왕파의 귀족들 중에 헤밀톤 공작에게 포섭된 인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공작 전하, 헤모시 제국의 후작 가문의 후계자가 지금 버몬 백작과 함께 수도로 이동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니, 제국의 후작가의 후계자가 무엇이 부족하여 이런 작은 왕국에 와 있다는 말인가?”
헤밀톤 공작은 보고를 하는 사람을 보고 화가 난 얼굴을 하며 묻고 있었다.
“아직 정확한 것은 모르지만 후계자는 지금 수련을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 수련을 마무리하기 위해 우리 왕국에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국의 후계자들이 수련을 위해 여행을 한다는 말이 모두 사실이었군. 하지만 하필이면 우리 왕국에 와 있냐는 것이고 국왕파의 귀족과 함께 수도로 온다는 것이 아무래도 수상하단 말이야.”
“공작 전하, 제국이 개입을 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운 상황이니 차라리 어쌔신을 보내 없애 버리는 것이 어떻습니까?”
“제국의 후계자를 죽이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 것인지는 생각하고 하는 말인가?”
헤밀톤 공작이 화를 버럭 냈다.
제국의 귀족이, 그것도 고위 귀족의 후계자가 자신의 왕국에서 어쌔신의 공격을 받았다면 이는 왕국의 존망이 걸리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엔터 왕국의 국력은 제국의 일개 후작가의 힘보다 약하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제국이 강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죄송합니다. 저의 생각이 짧았습니다. 공작 전하.”
“되었네. 자네는 정보부를 이용해서 그자가 왜 국왕파의 버몬 백작과 함께 오는지에 알아보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공작 전하.”
대답을 한 귀족은 빠르게 나가고 있었다.
헤밀톤 공작은 작은 왕국이지만 자신도 왕국의 귀족이라는 것을 잊지는 않고 있는 귀족이었다.
다만 귀족이 국왕보다 강한 세력을 가지고 있어야 국왕이 귀족들을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는 요상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고 자신이 밀고 있는 이왕자가 국왕이 되어야 자신의 입지가 더욱 강해지기 때문에 피터슨 후작과는 대립을 하고 있는 입장이었다.


<『카이론 전기』 제2권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