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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렌 1권
묘인족으로 다시 태어나다
카이렌 1권(1화)
제1장 묘인족으로 다시 태어나다(1)
작가서문
안녕하세요. 불초소생 셀링이 여러분께 인사드립니다.
문뜩 뒤돌아보니 온라인에서 ‘셀링’이라는 이름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지도 벌써 반년이 다 되어 가네요.
처음에는 그냥 취미 삼아 가볍게 연재를 하기 시작했는데 어느덧 출판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먼저 제 부족한 글을 출판해 주신 뿔미디어 여러분께 심심한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카이렌! 처음에는 조금 즉흥적인 이유에서 시작한 글입니다.
모 만화를 읽다가 주인공의 성격이 너무 한심해서 ‘에잇! 답답해!’라며 만화책을 덮어 버린 일이 있었습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남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는 성격, 조금 제멋대로인 주인공을 그려 보면 재미있겠다 싶어서 구상하기 시작한 글이 바로 카이렌입니다.
솔직히 카이렌은 언제나 제멋대로이고 자기중심적인 인물입니다. 흔히 말하는 막나가는 성격에 남의 시선이나 평가 따윈 개의치도 않습니다. 분명 제 성격과도 정반대의 인물입니다.
그렇기에 더욱 호감이 가는 주인공이 바로 카이렌입니다.
현실에서 제가 하지 못하는 말과 행동을 대신해 줄 수 있는 인물이라고 할까요?
어쨌든 카이렌은 제 첫 출간작이기도 합니다. 아직 부족한 점은 많지만 부디 여러분께서 재미있게 즐겨 주셨으면 합니다.
과분하나마 여러분께서 제 글을 읽으신 후 ‘재미있었다!’ 이 한 마디를 하시기만을 고대합니다.
마지막으로 독자 여러분께서 앞으로 하시려는 일이 모두 성취되길 기원합니다. 여러분의 앞길에 행운만이 가득하길.
감사합니다.
2007년 6월
셀링 배상
제1장 묘인족으로 다시 태어나다(1)
“자네가 강찬우인가?”
이런 엿 같은 경우를 봤나. 나 지금 당황했다.
아니! 세상에 이런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을 인간이 도대체 어디 있겠는가! 흔히 말하는 저승사자가 눈앞에서 대놓고 내 이름을 묻는 경우라면 말이다.
“이런! 내가 결국 뒤져 버린 건가?”
나는 조금 짜증이 섞인 표정으로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뭐! 사는 꼬락서니를 보니 언젠가 이렇게 될 줄은 알았다만…… 그래도 몸 하나는 튼튼한 나였기에 설마 내가 이렇게 젊은 나이에 죽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허! 거참…… 정말 생각할수록 당황스럽네.”
물론 죽었다고 해서 아쉬울 건 없었다. 부모들도 이미 저승길 떠난 지 오래됐고 친척이란 것들은 죄다 우리 부모님이 남긴 유산에 눈만 벌겋게 달은 놈들이라 세상에 미련이란 게 있을 리 만무했다.
하지만 간밤에 잘 자고 있는데 갑자기 저승사자를 마주하는 건 아무리 나라도 분명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음! 맞는 모양이군. 어쨌든 자네 말대로 자네는 죽었네. 사인은 급성 심장 마비쯤 되려나? 무척이나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했군. 그것도 분명 하늘의 복이야.”
나는 급성 심장 마비라는 저승사자의 말에 나도 모르게 눈에 핏발이 서고 말았다.
“옘병! 그게 말이 됩니까? 심장 마비는 얼어 죽을…… 이래 봬도 맨손으로 소……는 아니지만 그래도 동네 투견 정도는 한 방에 때려잡는 몸이오. 근데 뭐? 급성 심장 마비? 허! 이건 뭐 지나가던 고양이가 발바리 댄스를 출 일도 아니고…….”
하지만 저승사자는 내 말에 그냥 쿡쿡 웃기만 할 따름이었다.
“후후. 어쩌겠는가! 그것이 자네의 천명인 것을……. 어쨌든 이생에서의 삶은 끝이 났네. 물론 자네 같은 경우에는 이래저래 사정이 복잡해서 의외로 단명하는 인생이 되어 버렸지만…… 여하튼 가세나! 흔히들 말하는 저승이라는 곳이 자네를 기다리고 있네.”
“젠장!”
아무래도 내가 정말 죽긴 죽은 모양이다. 나는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벅벅 긁어 대며 잠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분명 이곳은 내 방이다.
대강 어질러진 물건들…… 태생적으로 게으른 성격이라 정리라는 단어는 그다지 찾아볼 수 없는 몰골이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는 모습이다.
어쨌든 바닥에 어지럽게 널린 옷가지들 사이로 대강 드러누워 잠들어 있는 내 모습이 보였다.
“엿 같은 놈! 더럽게 잘 자네.”
확실히 죽은 나는 정말 편안하게 잠들어 있었다.
아니! 도리어 보고 있는 내가 짜증이 날 정도로 편해 보인다는 게 문제였다.
‘이놈! 죽은 놈 주제에 너무 태평하잖아. 뒈졌으면 좀 더 그럴싸한 표정을 지어 보이란 말이다.’
어쨌든 내가 신경질적으로 잠들어 있는 내 몸을(실제로는 죽은 거지만) 툭 걷어차 봤지만, 역시나! 죽은 놈은 이승의 물건을 제대로 건드릴 수도 없는 모양이다.
즉! 내 발이 쓰윽 하고 내 몸을 스쳐 지나가 버린 것이다.
“제기랄…….”
하지만 그런 내 모습에 저승사자는 이미 익숙하다는 듯이 말했다.
“미련을 버리게. 죽은 자는 두 번 다시 살아 돌아올 수는 없다네.”
“그래두…… 이대로 놔두면 9시 뉴스 감이잖아. 연고도 없는 젊은 자취생! 뒤지고 나서 한 달 후에나 발견되다. 썩은 냄새가 진동해서 이웃에서 신고! 제기랄! 그걸 내가 쪽팔려서 어떻게 보냐고…….”
“후후! 그것도 미련이라네. 그건 어차피 산 사람의 몫, 죽은 자네가 신경 쓸 일은 아니지.”
저승사자의 말에 나는 다시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적여 댔다.
“젠장! 분명 그 말은 맞지만…….”
어쨌든 저승사자가 하는 말은 하나도 틀린 게 없었다. 이미 죽은 거…… 나라고 어쩌겠는가! 그나마 그 뭣 같은 친척들에게 유산이라고는 땡전 한 푼 안 남겨 둔 건 정말 다행한 일이다.
솔직히 말하면 부모님이 남긴 유산은 이미 내가 홀라당 다 써 버렸걸랑.
사실 내가 이런 지랄맞은(?) 성격이 된 것도 다 그 친척들 탓이다. 일생이 재수가 없는 건지 내 부모님은 남들보다 일찍 돌아가셨다. 내가 중학교 1학년 때, 그러니까 내가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들 나이에 말이다.
물론 우리 부모님이 처음부터 부자였던 건 아니다.
하지만 당신들은 아무래도 하늘이 내리신 선견지명이 있으셨던 모양이다. 마치 땅 값이 오르리라는 걸 예견이라도 한 듯, 오래전 강남의 노른자 땅 위에 떡하니 집을 한 채 지으셨던 것이다.
한마디로 ‘로또에 버금가는 행운’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문제는 부모님들이 그 행운을 미처 누려 보지도 못하고 일찍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그러자 부모님이 남긴 강남의 노른자 땅을 노리고 날파리들이 들끓기 시작했다.
가장 대표적인 인간이 바로 내 작은아버지였다.
그는 내가 아직 어리다는 점을 핑계 삼아 내 보호자를 자청하고 나서서는 그 땅을 단숨에 집어삼키려고 했다. 하지만 나도 그렇게 바보는 아니라서 멍청하게 그 땅을 작은아버지에게 날름 넘겨 버리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는 작은아버지의 협박과 유혹에도 불구하고 완강하게 버티다가 결국 어린 시절 내내 그에게 모진 학대를 받으며 살아야만 했던 것이다.
뭐! 그 일로 결국 세상에 정나미가 떨어졌다고 해야 할까?
‘옘병할 놈들…….’
사실 난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로는 단 한 번도 용돈이란 걸 받아 본 적이 없었다. 아니! 용돈은커녕 생활비조차 없어서 평소에는 그냥 굶거나 그것도 아니면 추운 새벽에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며 간신히 연명해 나가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간혹 가다 그조차도 작은아버지에게 빼앗기기 일쑤였다.
비록 강남에 내 명의로 된 수십 억짜리 건물이 있다지만 그건 내게 어디까지나 그림의 떡에 불과했다. 그 건물에서 나오는 수익은 모조리 작은아버지 쌈지 속으로 사라져 버렸고 아직 어린 나에게는 그 건물을 처분할 능력도, 배짱도 없었던 것이다.
결국 내가 성인이 되던 날 작은아버지는 더 이상 이대로 둬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는지 갖은 협박과 감언이설로 날 설득하려 들기 시작했다.
그 건물의 소유권을 자신에게 넘기도록 말이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당한 게 있는데 내가 그 말을 순순히 들어줄 이유는 없었다. 물론 확실한 건 나도 잘 모르겠지만 내 소유의 건물에서 나오는 수익을 내 허락 없이 작은아버지가 마음대로 유용하는 것도 일종의 범법 행위라고 한다.
즉! 고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찾은 변호사는 내게 ‘친인척 간의 고소는 골치가 아프니 적당히 타협을 하라’는 소리나 지껄여 댔다.
결국 나는 그 소리에 분을 참지 못하고 변호사 사무실을 완전히 뒤집어엎어 버렸다. 그리고 열 받은 참에 평소 인연이 있던 모 대학에 그 건물을 통째로 기부해 버린 것이다.
후후후! 그때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통쾌하다.
내 사정을 잘 아는 그 대학의 체육학과 교수님은 결국 그 일로 발 벗고 나섰다. 같은 대학 법대의 협조를 받아 가며 내 작은아버지를 법적으로 철저하게 박살을 내 버린 것이다. 비록 그 과정에서 그 건물의 소유권은 모 대학으로 넘어가고 말았지만.
어쨌든 나는 교수님의 배려로 그 대학 체육학과에 등록금 전액 면제에 학자금 지원이라는 특혜를 받으며 무사히 학교를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한번 배린 성격이 또 어디 가겠는가?
어차피 세상사에 관심도 없고 일도 하기 귀찮고 이제껏 내가 건드린 여자들이 날 쫓아다니는 걸 피하는 것도 슬슬 질려 가고 있었다. 게다가 이제 수중에 남은 돈도 얼마 없는 처지라 솔직히 요즘 한창 짜증이 나려던 참이었다.
“뭐! 어차피 남은 돈도 없었는데 이쯤에서 뒤지길 잘한 건가? 어쨌든 여기 있어 봤자 더 볼일도 없으니…… 갑시다, 저승사자 양반! 기왕 이렇게 된 거! 저승이란 곳 구경이나 함 해 봅시다.”
내 말에 저승사자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 되어 버렸다.
“그…… 그러지. 따라오게.”
거참! 숫기 없는 양반 같으니라고…… 그래가지고 어디 저승사자 짓을 제대로 해 먹겠어? 나는 그런 저승사자를 보며 쯧쯧 혀를 찼지만 아무래도 저승사자라고 딴 사람의 마음까지 읽을 줄 아는 건 아닌 모양이다.
***
‘친구야! 저승이란 곳은 말이다. 허! 참…… 정말 거시기한 곳이더라.’
나는 내 상상하고는 전혀 다른 저승의 모습에 조금 어안이 벙벙한 지경이 되고 말았다. 원래 저승이라면 음침한 지옥 같은 곳에 염라대왕이 호통 치고 뭐! 그런 곳 아니던가?
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저승은 마치 꼴에 천국이라도 되는 양, 새하얀 대리석으로 쭉쭉 솟아오른 신전에 찬란한 햇살이 쏟아지고 흰 튜닉을 걸쳐 입은 양놈들이 우글우글하는…… 그런 곳이었다.
“이봐. 저승사자 양반, 여기 진짜 저승 맞어?”
내가 그렇게 묻자 저승사자는 쿡쿡 웃으며 말했다.
“보통 아시아권에서 죽은 이들이 그런 질문을 많이 하지. 하지만 걱정하지 마시게! 이곳도 엄연히 저승이니까…… 물론 정식으로는 환생계라고 부른다네. 죽은 영혼을 수습해서 다시 새로운 생을 부여하는 곳이지. 어쨌든 따라오게! 자네도 곧 절차를 거쳐서 새로운 삶을 부여 받게 될 테니까…….”
흠! 그렇단 말이지.
사실 난 죽으면 무조건 천국, 아니면 지옥으로 가는 줄 알았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하면 뒤지면 그냥 만사 끝인 줄 알았지.
하지만 세상에는 분명 윤회란 게 있긴 있는 모양이다.
그럼 내 전생도 있다는 소리인데…….
“끄응…….”
나는 왠지 머리가 복잡해지는 것 같아서 한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는 잠시 고민에 빠져 들었다. 왠지 철학적인 문제로 빠져 들 것만 같았던 것이다.
결국 전생의 나와 현생의 나, 그리고 앞으로 다시 환생할 나…… 이 모든 ‘나’를 같은 ‘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내 고민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뭐! 어차피 곧 잊어버릴 거…….”
사실 윤회가 있어 봤자 기억하지 못하면 말짱 꽝 아닌가?
전생이든 후생이든 어차피 기억도 못하는 거…… 결국 강찬우라는 이름을 가진 나 개인으로 본다면 죽으면 만사 끝인 것이다.
즉! 윤회가 있든 없든 ‘강찬우’에게는 별반 차이가 없는 셈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어쨌든 그렇게 홀가분하게 고민을 털어 버린 내가 그 저승사자를 쫓아 도착한 곳은 ‘묘생계(猫生界) 사무실’이란 간판이 적힌 곳이었다.
“얼라리요? 이봐! 저승사자 양반! 묘생이라면 그러니까… 끄응! 그거…… 고양이 아냐?”
하지만 저승사자는 대답 대신 대뜸 온몸으로 날 문 안으로 밀어 넣으려 했다.
“자…… 잠깐! 야…… 그럼 나더러 다음에 인간도 아니고 고양이로 태어나라는 거야? 제기랄! 그런 개 같은 경우가 어디 있어. 내 별명이 아무리 도둑괭이라지만…….”
“일단 안으로 들어가세나. 자세한 이야기는 안에 들어가서 이야기해 줄 테니…….”
하지만 다음 생을 고양이로 살아야 한다는 데 어떤 골 빈 인간이 얌전히 들어가겠는가!
“젠장! 안 가! 아니…… 못 가! 일찍 뒤진 것도 서러운데 뭐? 이젠 고양이로 살라고? 죽어도 못 가.”
결국 내가 문을 붙잡고 버티기에 들어가자 저승사자는 할 수 없다는 듯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곧 뭔가로 내 머리를 퍽 하고 후려갈겼다.
묘인족으로 다시 태어나다
카이렌 1권(1화)
제1장 묘인족으로 다시 태어나다(1)
작가서문
안녕하세요. 불초소생 셀링이 여러분께 인사드립니다.
문뜩 뒤돌아보니 온라인에서 ‘셀링’이라는 이름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지도 벌써 반년이 다 되어 가네요.
처음에는 그냥 취미 삼아 가볍게 연재를 하기 시작했는데 어느덧 출판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먼저 제 부족한 글을 출판해 주신 뿔미디어 여러분께 심심한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카이렌! 처음에는 조금 즉흥적인 이유에서 시작한 글입니다.
모 만화를 읽다가 주인공의 성격이 너무 한심해서 ‘에잇! 답답해!’라며 만화책을 덮어 버린 일이 있었습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남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는 성격, 조금 제멋대로인 주인공을 그려 보면 재미있겠다 싶어서 구상하기 시작한 글이 바로 카이렌입니다.
솔직히 카이렌은 언제나 제멋대로이고 자기중심적인 인물입니다. 흔히 말하는 막나가는 성격에 남의 시선이나 평가 따윈 개의치도 않습니다. 분명 제 성격과도 정반대의 인물입니다.
그렇기에 더욱 호감이 가는 주인공이 바로 카이렌입니다.
현실에서 제가 하지 못하는 말과 행동을 대신해 줄 수 있는 인물이라고 할까요?
어쨌든 카이렌은 제 첫 출간작이기도 합니다. 아직 부족한 점은 많지만 부디 여러분께서 재미있게 즐겨 주셨으면 합니다.
과분하나마 여러분께서 제 글을 읽으신 후 ‘재미있었다!’ 이 한 마디를 하시기만을 고대합니다.
마지막으로 독자 여러분께서 앞으로 하시려는 일이 모두 성취되길 기원합니다. 여러분의 앞길에 행운만이 가득하길.
감사합니다.
2007년 6월
셀링 배상
제1장 묘인족으로 다시 태어나다(1)
“자네가 강찬우인가?”
이런 엿 같은 경우를 봤나. 나 지금 당황했다.
아니! 세상에 이런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을 인간이 도대체 어디 있겠는가! 흔히 말하는 저승사자가 눈앞에서 대놓고 내 이름을 묻는 경우라면 말이다.
“이런! 내가 결국 뒤져 버린 건가?”
나는 조금 짜증이 섞인 표정으로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뭐! 사는 꼬락서니를 보니 언젠가 이렇게 될 줄은 알았다만…… 그래도 몸 하나는 튼튼한 나였기에 설마 내가 이렇게 젊은 나이에 죽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허! 거참…… 정말 생각할수록 당황스럽네.”
물론 죽었다고 해서 아쉬울 건 없었다. 부모들도 이미 저승길 떠난 지 오래됐고 친척이란 것들은 죄다 우리 부모님이 남긴 유산에 눈만 벌겋게 달은 놈들이라 세상에 미련이란 게 있을 리 만무했다.
하지만 간밤에 잘 자고 있는데 갑자기 저승사자를 마주하는 건 아무리 나라도 분명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음! 맞는 모양이군. 어쨌든 자네 말대로 자네는 죽었네. 사인은 급성 심장 마비쯤 되려나? 무척이나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했군. 그것도 분명 하늘의 복이야.”
나는 급성 심장 마비라는 저승사자의 말에 나도 모르게 눈에 핏발이 서고 말았다.
“옘병! 그게 말이 됩니까? 심장 마비는 얼어 죽을…… 이래 봬도 맨손으로 소……는 아니지만 그래도 동네 투견 정도는 한 방에 때려잡는 몸이오. 근데 뭐? 급성 심장 마비? 허! 이건 뭐 지나가던 고양이가 발바리 댄스를 출 일도 아니고…….”
하지만 저승사자는 내 말에 그냥 쿡쿡 웃기만 할 따름이었다.
“후후. 어쩌겠는가! 그것이 자네의 천명인 것을……. 어쨌든 이생에서의 삶은 끝이 났네. 물론 자네 같은 경우에는 이래저래 사정이 복잡해서 의외로 단명하는 인생이 되어 버렸지만…… 여하튼 가세나! 흔히들 말하는 저승이라는 곳이 자네를 기다리고 있네.”
“젠장!”
아무래도 내가 정말 죽긴 죽은 모양이다. 나는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벅벅 긁어 대며 잠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분명 이곳은 내 방이다.
대강 어질러진 물건들…… 태생적으로 게으른 성격이라 정리라는 단어는 그다지 찾아볼 수 없는 몰골이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는 모습이다.
어쨌든 바닥에 어지럽게 널린 옷가지들 사이로 대강 드러누워 잠들어 있는 내 모습이 보였다.
“엿 같은 놈! 더럽게 잘 자네.”
확실히 죽은 나는 정말 편안하게 잠들어 있었다.
아니! 도리어 보고 있는 내가 짜증이 날 정도로 편해 보인다는 게 문제였다.
‘이놈! 죽은 놈 주제에 너무 태평하잖아. 뒈졌으면 좀 더 그럴싸한 표정을 지어 보이란 말이다.’
어쨌든 내가 신경질적으로 잠들어 있는 내 몸을(실제로는 죽은 거지만) 툭 걷어차 봤지만, 역시나! 죽은 놈은 이승의 물건을 제대로 건드릴 수도 없는 모양이다.
즉! 내 발이 쓰윽 하고 내 몸을 스쳐 지나가 버린 것이다.
“제기랄…….”
하지만 그런 내 모습에 저승사자는 이미 익숙하다는 듯이 말했다.
“미련을 버리게. 죽은 자는 두 번 다시 살아 돌아올 수는 없다네.”
“그래두…… 이대로 놔두면 9시 뉴스 감이잖아. 연고도 없는 젊은 자취생! 뒤지고 나서 한 달 후에나 발견되다. 썩은 냄새가 진동해서 이웃에서 신고! 제기랄! 그걸 내가 쪽팔려서 어떻게 보냐고…….”
“후후! 그것도 미련이라네. 그건 어차피 산 사람의 몫, 죽은 자네가 신경 쓸 일은 아니지.”
저승사자의 말에 나는 다시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적여 댔다.
“젠장! 분명 그 말은 맞지만…….”
어쨌든 저승사자가 하는 말은 하나도 틀린 게 없었다. 이미 죽은 거…… 나라고 어쩌겠는가! 그나마 그 뭣 같은 친척들에게 유산이라고는 땡전 한 푼 안 남겨 둔 건 정말 다행한 일이다.
솔직히 말하면 부모님이 남긴 유산은 이미 내가 홀라당 다 써 버렸걸랑.
사실 내가 이런 지랄맞은(?) 성격이 된 것도 다 그 친척들 탓이다. 일생이 재수가 없는 건지 내 부모님은 남들보다 일찍 돌아가셨다. 내가 중학교 1학년 때, 그러니까 내가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들 나이에 말이다.
물론 우리 부모님이 처음부터 부자였던 건 아니다.
하지만 당신들은 아무래도 하늘이 내리신 선견지명이 있으셨던 모양이다. 마치 땅 값이 오르리라는 걸 예견이라도 한 듯, 오래전 강남의 노른자 땅 위에 떡하니 집을 한 채 지으셨던 것이다.
한마디로 ‘로또에 버금가는 행운’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문제는 부모님들이 그 행운을 미처 누려 보지도 못하고 일찍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그러자 부모님이 남긴 강남의 노른자 땅을 노리고 날파리들이 들끓기 시작했다.
가장 대표적인 인간이 바로 내 작은아버지였다.
그는 내가 아직 어리다는 점을 핑계 삼아 내 보호자를 자청하고 나서서는 그 땅을 단숨에 집어삼키려고 했다. 하지만 나도 그렇게 바보는 아니라서 멍청하게 그 땅을 작은아버지에게 날름 넘겨 버리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는 작은아버지의 협박과 유혹에도 불구하고 완강하게 버티다가 결국 어린 시절 내내 그에게 모진 학대를 받으며 살아야만 했던 것이다.
뭐! 그 일로 결국 세상에 정나미가 떨어졌다고 해야 할까?
‘옘병할 놈들…….’
사실 난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로는 단 한 번도 용돈이란 걸 받아 본 적이 없었다. 아니! 용돈은커녕 생활비조차 없어서 평소에는 그냥 굶거나 그것도 아니면 추운 새벽에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며 간신히 연명해 나가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간혹 가다 그조차도 작은아버지에게 빼앗기기 일쑤였다.
비록 강남에 내 명의로 된 수십 억짜리 건물이 있다지만 그건 내게 어디까지나 그림의 떡에 불과했다. 그 건물에서 나오는 수익은 모조리 작은아버지 쌈지 속으로 사라져 버렸고 아직 어린 나에게는 그 건물을 처분할 능력도, 배짱도 없었던 것이다.
결국 내가 성인이 되던 날 작은아버지는 더 이상 이대로 둬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는지 갖은 협박과 감언이설로 날 설득하려 들기 시작했다.
그 건물의 소유권을 자신에게 넘기도록 말이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당한 게 있는데 내가 그 말을 순순히 들어줄 이유는 없었다. 물론 확실한 건 나도 잘 모르겠지만 내 소유의 건물에서 나오는 수익을 내 허락 없이 작은아버지가 마음대로 유용하는 것도 일종의 범법 행위라고 한다.
즉! 고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찾은 변호사는 내게 ‘친인척 간의 고소는 골치가 아프니 적당히 타협을 하라’는 소리나 지껄여 댔다.
결국 나는 그 소리에 분을 참지 못하고 변호사 사무실을 완전히 뒤집어엎어 버렸다. 그리고 열 받은 참에 평소 인연이 있던 모 대학에 그 건물을 통째로 기부해 버린 것이다.
후후후! 그때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통쾌하다.
내 사정을 잘 아는 그 대학의 체육학과 교수님은 결국 그 일로 발 벗고 나섰다. 같은 대학 법대의 협조를 받아 가며 내 작은아버지를 법적으로 철저하게 박살을 내 버린 것이다. 비록 그 과정에서 그 건물의 소유권은 모 대학으로 넘어가고 말았지만.
어쨌든 나는 교수님의 배려로 그 대학 체육학과에 등록금 전액 면제에 학자금 지원이라는 특혜를 받으며 무사히 학교를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한번 배린 성격이 또 어디 가겠는가?
어차피 세상사에 관심도 없고 일도 하기 귀찮고 이제껏 내가 건드린 여자들이 날 쫓아다니는 걸 피하는 것도 슬슬 질려 가고 있었다. 게다가 이제 수중에 남은 돈도 얼마 없는 처지라 솔직히 요즘 한창 짜증이 나려던 참이었다.
“뭐! 어차피 남은 돈도 없었는데 이쯤에서 뒤지길 잘한 건가? 어쨌든 여기 있어 봤자 더 볼일도 없으니…… 갑시다, 저승사자 양반! 기왕 이렇게 된 거! 저승이란 곳 구경이나 함 해 봅시다.”
내 말에 저승사자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 되어 버렸다.
“그…… 그러지. 따라오게.”
거참! 숫기 없는 양반 같으니라고…… 그래가지고 어디 저승사자 짓을 제대로 해 먹겠어? 나는 그런 저승사자를 보며 쯧쯧 혀를 찼지만 아무래도 저승사자라고 딴 사람의 마음까지 읽을 줄 아는 건 아닌 모양이다.
***
‘친구야! 저승이란 곳은 말이다. 허! 참…… 정말 거시기한 곳이더라.’
나는 내 상상하고는 전혀 다른 저승의 모습에 조금 어안이 벙벙한 지경이 되고 말았다. 원래 저승이라면 음침한 지옥 같은 곳에 염라대왕이 호통 치고 뭐! 그런 곳 아니던가?
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저승은 마치 꼴에 천국이라도 되는 양, 새하얀 대리석으로 쭉쭉 솟아오른 신전에 찬란한 햇살이 쏟아지고 흰 튜닉을 걸쳐 입은 양놈들이 우글우글하는…… 그런 곳이었다.
“이봐. 저승사자 양반, 여기 진짜 저승 맞어?”
내가 그렇게 묻자 저승사자는 쿡쿡 웃으며 말했다.
“보통 아시아권에서 죽은 이들이 그런 질문을 많이 하지. 하지만 걱정하지 마시게! 이곳도 엄연히 저승이니까…… 물론 정식으로는 환생계라고 부른다네. 죽은 영혼을 수습해서 다시 새로운 생을 부여하는 곳이지. 어쨌든 따라오게! 자네도 곧 절차를 거쳐서 새로운 삶을 부여 받게 될 테니까…….”
흠! 그렇단 말이지.
사실 난 죽으면 무조건 천국, 아니면 지옥으로 가는 줄 알았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하면 뒤지면 그냥 만사 끝인 줄 알았지.
하지만 세상에는 분명 윤회란 게 있긴 있는 모양이다.
그럼 내 전생도 있다는 소리인데…….
“끄응…….”
나는 왠지 머리가 복잡해지는 것 같아서 한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는 잠시 고민에 빠져 들었다. 왠지 철학적인 문제로 빠져 들 것만 같았던 것이다.
결국 전생의 나와 현생의 나, 그리고 앞으로 다시 환생할 나…… 이 모든 ‘나’를 같은 ‘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내 고민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뭐! 어차피 곧 잊어버릴 거…….”
사실 윤회가 있어 봤자 기억하지 못하면 말짱 꽝 아닌가?
전생이든 후생이든 어차피 기억도 못하는 거…… 결국 강찬우라는 이름을 가진 나 개인으로 본다면 죽으면 만사 끝인 것이다.
즉! 윤회가 있든 없든 ‘강찬우’에게는 별반 차이가 없는 셈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어쨌든 그렇게 홀가분하게 고민을 털어 버린 내가 그 저승사자를 쫓아 도착한 곳은 ‘묘생계(猫生界) 사무실’이란 간판이 적힌 곳이었다.
“얼라리요? 이봐! 저승사자 양반! 묘생이라면 그러니까… 끄응! 그거…… 고양이 아냐?”
하지만 저승사자는 대답 대신 대뜸 온몸으로 날 문 안으로 밀어 넣으려 했다.
“자…… 잠깐! 야…… 그럼 나더러 다음에 인간도 아니고 고양이로 태어나라는 거야? 제기랄! 그런 개 같은 경우가 어디 있어. 내 별명이 아무리 도둑괭이라지만…….”
“일단 안으로 들어가세나. 자세한 이야기는 안에 들어가서 이야기해 줄 테니…….”
하지만 다음 생을 고양이로 살아야 한다는 데 어떤 골 빈 인간이 얌전히 들어가겠는가!
“젠장! 안 가! 아니…… 못 가! 일찍 뒤진 것도 서러운데 뭐? 이젠 고양이로 살라고? 죽어도 못 가.”
결국 내가 문을 붙잡고 버티기에 들어가자 저승사자는 할 수 없다는 듯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곧 뭔가로 내 머리를 퍽 하고 후려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