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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라이더 1권
드래곤 라이더 1권 (1화)
1. 드래곤스 입학 통지서 (1)
울산 신정동에 용탄자라는 아주 희안한 이름을 가진 놈이 살고 있었다.
그놈은 아주 희안하게도 붉은 눈을 가지고 있어서 처음에 용탄자를 본 녀석들은 신기함 반 무서움 반으로 용탄자를 힐끔힐끔 봐댔지만 특유의 솔직한 성격과 털털함 때문에 금세 용탄자와 친해졌다.
용탄자는 신정 중학교를 다녔는데 남학생, 여학생들 가릴 것 없이 모두에게 인기가 좋은 놈이었다.
학교를 다니는 3년 내내 발렌타인데이, 빼빼로데이 등등 데이라는 데이에는 여학생들에게 선물을 한 아름씩 받는 그런 재수없는 놈이었다.
더더욱 재수없는 건, 학교에 한두 명쯤은 있는 탱자탱자 노는데 성적이 잘 나오는 놈이라는 거다.
뭐 어쨌든 우리의 주인공 용탄자에 대한 소개는 이쯤 해두고…….
‘으으음…… 쩝…….’
어제 졸업식을 갔다가 친구 녀석들과 PC방이다 노래방이다 싸돌아다니다가 새벽에 들어온 용탄자는 오후 1시가 되도록 침을 질질 흘리며 자빠져 자고 있었다.
‘스스스읍!’
1시간이 더 지나고 시계가 오후 2시를 가리키고 있을 때 드디어 용탄자는 입에서 나오고 있는 침을 삼키며 일어났다.
용탄자는 방문을 열고 나와 냉장고 문을 열고 안에 뭐가 들어 있나 곰곰이 살펴보다 물병을 꺼내 물컵에 따르지도 않고 물병째로 물을 마셨다.
식탁에 물컵이 버젓이 있었지만 용탄자는 모른 체했다.
도대체 왜 물은 물컵에 따라서 마실 때보다 물병째로 마시는 게 더 시원한지 모르겠다.
“물컵에 따라 먹어라. 이 화상아…….”
거실 소파에 용탄자의 엄마가 편하게 업드려 누워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었다.
용탄자의 엄마는 그럭저럭 인기가 있는, 뭐 그렇다고 인기가 크게 있는 건 아닌 판타지 소설 작가다.
뭐 용탄자와 둘이서 넉넉하게 살아갈 만큼은 버는 정도?
“물병에 입 안 닿았다. 아침부터 뭐라 그러노?”
“지금이 아침이가?”
용탄자는 엄마의 말에 눈에 붙어 있는 눈곱을 떼내고는 시계를 보았다.
시계는 이제 오후 2시 2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드래곤도 이 시간이면 일어나서 마을 하나는 없앴겠다.”
용탄자는 엄마의 지긋지긋한 판타지 이야기에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용탄자의 엄마는 하루종일 판타지 생각밖에 안 하고 사는 사람이었다.
때문에 늘 판타지 세계에 나오는 드래곤이다, 오크다, 엘프다 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댔고 그 이야기를 듣는 대상은 늘 언제나 한결같이 변함없이 용탄자였다.
‘그놈의 판타지…… 진짜 있는 것도 아니고 다 지어낸 거짓말인데 뭐가 그렇게 좋다고.’
용탄자의 엄마는 용탄자를 임신했을 때 판타지로 태교를 했다.
판타지 영화를 보고 판타지 영화 OST를 듣고 판타지 소설을 읽었다.
그리고 용탄자가 태어났을 때 용탄자의 엄마는 용탄자에게 판타지 용어들을 맨 처음 가르쳤다.
그 때문인지 용탄자가 생애 처음으로 한 말은 엄마, 아빠가 아닌 드래곤이었다.
꼬르르르륵∼
한잠 거하게 자고 일어나니 배에서 초인종이 울렸다.
배에서 울려오는 초인종 소리에 용탄자는 다시 냉장고 문을 열고 고개를 쑥 넣어 뭐 먹을 거 없나 찾기 시작했다.
딩동! 딩동!
용탄자가 냉장고에서 엄마가 사다놓은 피자빵을 발견했을 때 진짜 초인종이 울렸다.
용탄자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현관으로 갔다.
“누구세요∼”
용탄자가 누구냐고 물었지만 딩동! 딩동!의 주인공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용탄자는 또 동네 아이들의 장난일 거라 생각하며 다시 뜯다만 피자빵을 먹기 위해 냉장고로 향했다.
마음 같아서는 장난친 꼬마 놈들을 잡으러 가고 싶었지만 분명 한 놈이 아파트 복도 끝에서부터 집집마다 벨을 누르며 엘리베이터로 달릴 때 한 놈이 엘리베이터를 잡고 있을 것이 뻔했다.
용탄자도 어릴 때 한동네 사는 친구들과 그렇게 놀았으니까 잘 알 수밖에 없었다.
초인종 소리에 문을 여는 아파트 주민들을 피해 도망갈 때의 그 스릴이란!
이 초인종 놀이의 가장 큰 묘미는 바로 아파트 주민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비 아저씨와의 숨박꼭질이다.
잡히면 바로 엄마에게 끌려가게 되므로 그 긴장감이란!
보통 숨박꼭질과는 차원이 다르다.
딩동! 딩동! 딩동! 딩동!
“이 자식들이!”
이번 놈들은 간이 아주 큰 놈들인 것이 분명했다.
초인종 난타를 하고 다른 층으로 도망가지 않고 다시 초인종 난타를 해대다니.
“누구세요!”
용탄자는 혹시 몰라서 신경질적으로 누구냐고 물었다.
“…….”
역시나 대답은 없었다.
간 큰 꼬마 놈들의 장난임이 틀림없었다.
용탄자는 이제는 안 오겠지 생각하며 피자빵을 먹으려고 입을 크게 벌리는 순간!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용탄자의 분노 게이지를 꽉 채우는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
용탄자는 피자빵을 식탁에 내려놓고 빚의 속도로 달려가 현관문을 열었다.
“어떤 스으으으끼야!”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용탄자는 감히 100미터를 12초대에 주파하는 용탄자 님이 사는 집의 초인종을 괴롭힌 겁을 상실한 꼬마 녀석들을 찾았다.
하지만 꼬마 녀석들은 없고 왠 이상하고 수상하고 괴상하게 생긴 사람이 오락실 버튼을 난타하듯 초인종 버튼을 난타하고 있었다.
“저기요. 아저씨!”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그 아저씨는 초인종 버튼 누르기에 빠져서 용탄자의 소리를 듣지 못한 모양이다.
“아저씨!”
용탄자는 아저씨의 어깨를 흔들며 다시 큰소리로 불렀다.
“무슨 일이시죠?”
용탄자는 이상하고 수상하고 괴상한 아저씨를 황당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무슨 일이냐니요? 아저씨! 지금 남의 집 초인종을 계속 누르고 있었잖아요. 무슨 일인지는 아저씨가 말씀하셔야죠.”
“아! 그럼 혹시 이 집에 사는 용탄자라는 학생을 아시나요? 으음…….”
아저씨는 손에 든 메모지에 적힌 글씨를 읽으며 다시 물었다.
“울산 신정동 올림푸스골든 아파트 1동 504호에서 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붉은 눈을 가진 용탄자. 혹시 아시나요?”
“네. 잘 알죠.”
“그래요? 그럼 용탄자 학생 좀 불러주시겠어요? 용탄자 학생 앞으로 온 우편물이 있어서요.”
“주세요.”
“용탄자 학생한테 직접 전달해야 되는 우편물이라서요.”
“그러니까 주시라구요.”
“이건 아주 중요한 물건이라서요. 드래곤스 교장 선생님께 반드시 용탄자에게 직접 전해주라는 특명을 받고 와서 직접 전달해야 돼요.”
“그러니까 주시라구요. 제가 용탄자예요.”
아저씨는 용탄자의 말에 용탄자의 눈을 빤히 들여다보더니,
“붉은 눈에 검은 머리카락. 오! 드래곤스 교장 선생님이 말씀하신 용탄자가 맞는 것 같네요. 잠시만요.”
이상하고 수상하고 괴상한 아저씨는 매고 온 가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파닥! 파닥! 파닥!
가방에서 왠 날개 소리가 흘러나왔다.
용탄자는 가방에 도대체 뭐가 들었는지 궁금해졌지만 가방 주인이 가방 속에 들어갈 기세로 뒤지는 바람에 가방에 도대체 뭐가 들어 있는지 보질 못했다.
“보자…… 그게 어딨더라…… 여기 있나? 아니고. 그럼 여긴가? 아니고…….”
도대체 가방이 얼마나 크길래 저렇게 오래 뒤지고 있는 걸까?
용탄자는 이상하고 수상하고 괴상한 아저씨가 가방을 뒤지는 동안 그 아저씨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누르스름한 빛깔의 두꺼운 가죽 코트를 입고 있었고 머리에는 70∼80년대 영국 비행사들이 썼을 법한 고글 달린 가죽 모자를 쓰고 있었다.
거기다 두꺼운 가죽 장갑에 무릎까지 올라오는 가죽 부츠.
꼴이 낙하산만 매고 있으면 무슨 구닥다리 비행기를 몰고 다니는 구닥다리 파일럿이었다.
“아! 찾았다. 자!”
그 아저씨는 드디어 용탄자에게 줄 물건을 찾아 용탄자에게 건넸다.
‘무슨 지가 산타 할배야, 뭐야…….’
용탄자는 선물 보따리에서 선물을 꺼내듯 가방에서 웬 편지 한 장을 꺼내 건네는 아저씨를 수상하게 보며 편지를 받았다.
“자∼ 그럼 난 이만!”
그 아저씨는 곧 갈 것처럼 인사를 하더니 멀뚱멀뚱 용탄자를 보고 서 있었다.
용탄자는 그러거나 말거나 현관문을 닫고 꽁꽁 걸어 잠궜다.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그럼 진짜 이만!”
폭풍 초인종 소리와 함께 이상하고 수상하고 괴상한 아저씨의 인사 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이상하고 수상하고 괴상한 아저씨임이 틀림없었다.
“누군데 남에 집 초인종을 계속 누르고 있노?”
용탄자의 엄마는 초인종 소리가 신경 쓰였는지 신경질적으로 용탄자에게 물었다.
“택배 아저씨.”
“택배 왔나? 또 니 좋아하는 가시나가 보냈나?”
“아니.”
“그럼 누군데?”
“모르겠다. 뭐 이상한 편지 같은데…….”
“뭐 사라고 전단지 보냈나 보네. 뻔하지. 요새는 전단지도 택배로 뿌리나 보네?”
용탄자 엄마는 다시 노트북을 난타하기 시작했다.
용탄자는 먹으려다 만 피자빵을 입에 물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피자빵을 우물거리며 이상하고 수상하고 괴상한 아저씨가 준 편지를 살펴보았다.
편지 봉투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지금 피자빵을 우물거리고 있을 붉은 눈의 용탄자에게
“켁!”
용탄자는 피자빵을 우물거리며 편지 봉투에 적혀 있는 글자를 읽다 사레가 들려 켁!켁! 거렸다. 그리고는 황급히 주변을 살폈다.
‘누가 지금 날 감시하고 있나?’
방문을 획! 하고 열어보고, 침대 밑을 뒤지고, 창문을 열어보고, 서랍도 뒤져 보고, 옷을 홀라당 벗고 몸에 뭐가 붙어 있나 살펴보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때려 맞춘 건가?’
용탄자는 손에 든 편지에 급관심이 생겨 편지 봉투를 열고 편지를 꺼내 펼쳐 보았다.
거기에는 또 이렇게 적혀 있었다.
드래곤스 입학 통지서
지금 옷을 홀딱 벗고 있는 붉은 눈의 용탄자 님께서는 2012년 1월 11일자로 드래곤스에 입학하게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본교는 판타스틱하고 어메이징한 드래곤 라이더들을 대거 배출한 명문교 중에서도 명문교로 아직까지 옷을 홀딱 벗고 있는 붉은 눈의 용탄자 님처럼 듣도 보도 못한 허접들은 드래곤스에 입학하게 된 것을 가문의 영광으로 삼아야 됩니다.
그러니 절대 입학을 거절하는 일이 없도록!
일시:2012년 2월 28일
장소:드래곤스
*현실 세계에 사는 용탄자 님께서는 2012년 2월 28일 새벽 5시까지 병영 초등학교 후문 근처에 있는 성화 문구사 앞 버스 정류장에서 드래곤스 직행버스인 0805번 버스를 타십시오.
지참해야 될 것들.
신입생의 경우 개인 장비 지참을 금지함으로 몸만 오면 됩니다.
1학년을 마칠 때까지 드래곤스에서 지급하는 장비만 사용 가능하니 이점 유의해 주세요. 가져왔다가 걸리면 토 나올 때까지 비행 연습을 시킬 테니 각오하시길.
*입학식 직후 피자빵과는 차원이 다른 음식으로 가득한 만찬이 열릴 예정이니 이틀 정도 굶다 오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