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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라이더 1권 (2화)
1. 드래곤스 입학 통지서 (2)


“드래곤스? 이게 무슨 개소리야! 도대체 어떤 놈이 이런 장난질을…….”
용탄자는 벗은 옷을 주섬주섬 입으며 누가 이런 장난을 쳤을까 곰곰이 생각했다.
그리고 옷을 다 입기도 전에 범인의 인상착의는 물론 지금 뭘하고 있을지까지 떠올랐다.
범인은 분명 40대 초반의 여성일 것이다. 그 여성은 판타지 소설 속에서나 나올 법한 이런 허무맹랑한 입학 통지서를 만들어서 보낼 만큼 판타지에 미쳐서 살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판타지 소설가일지도 모르겠다.
그 여성은 지금 소파에 누워서 판타지 소설을 쓰고 있을 수도.
‘이제 하다하다 별 희안한 장난을…….’
용탄자가 생각하는 범인은 바로바로∼ 엄마였다.
이런 입학 통지서를 작성할 만한 위인은 용탄자가 생각하기에 세상을 다 뒤져도 딱 한 명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용탄자 엄마는 초범이 아니었다.
“엄마!”
용탄자는 방문을 획 열고 나가면서 신경질적으로 엄마를 불렀다.
“왜?”
용탄자 엄마는 아들의 신경질적인 부름에 무심하게 대꾸하며 계속 노트북을 난타했다.
“이거 엄마가 적은 거 맞재?”
용탄자는 드래곤스 입학 통지서로 엄마의 노트북 스크린을 가리면서 따졌다.
“뭐가? 이게 뭔대?”
용탄자의 엄마는 아들이 내미는 편지를 받아 읽기 시작했다.
“드래곤스 입학 통지서?”
“이제 이런 장난 좀 그만쳐라. 내가 어린애가, 이런 장난에 또 속게?”
옛날 용탄자가 한창 해리포터에 빠져 있었을 때 용탄자 엄마는 호그와트 입학 통지서를 만들어 어린 아들에게 주었던 적이 있었다.
호그와트 입학 통지서를 받은 어린 용탄자는 자기도 마법사가 될 거라며 미친듯이 기뻐했다.
사악한 누군가에 의해 날조된 가짜 호그와트 입학 통지서에는 오전 11시 66분에 울산역에서 출발하는 호그와트 급행열차를 타라고 적혀 있었다.
엄마 손으로 잡고 울산역으로 간 용탄자는 당연히 호그와트 급행열차를 타지 못했고 울산역에서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호그와트 입학 통지서를 어리고 순수한 용탄자 어린이에게 건넨 사악한 이는 깔깔대고 웃다가 용탄자가 좋아하는 햄버거와 조립식 로봇으로 겨우 달래 집으로 데리고 왔었다.
그날 이후 용탄자는 엄마가 콩으로 메주를 쓴다고 해도 일단 의심부터 하고 보는 버릇이 생겼다.
“붉은 눈의 용탄자 님께서는 2012년 1월 11일자로 드래곤스에 입학하게 되었음을 알립니다?”
용탄자 엄마의 눈이 용탄자가 받은 드래곤스 입학 통지서를 읽어 내려가면서 점점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내가 또 속을 것 같나? 이제 호그와트 사건 가지고 내 놀리기가 조금 지겨워졌나 보지?”
용탄자는 지금까지도 엄마에게 호그와트 사건을 가지고 놀림을 받고 있었다.
“이거 아까 그 초인종 계속 눌러대던 그 아저씨가 주고 간 거가?”
“그래. 그 아저씨는 누군데? 엄마가 시킨 거 맞제?”
“아이다. 지금 원고 마감일이 코앞인데 이런 장난할 시간 있겠나?”
용탄자 엄마는 드래곤스 입학 통지서를 뚫어져라 보며 말했다.
그리고는 잠시 뒤 입꼬리가 스으으윽∼ 올라갔다.
용탄자는 엄마의 미소를 보고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불길한 느낌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오늘이 2월 26일이니까 이틀 남았네…….”
“난 안 간다.”
용탄자는 엄마의 다음 말이 뭔지 안 들어봐도 알고 있었다.
“준비물은…… 가지고 오지 말라고 하니까. 옷하고 치약, 칫솔, 세면도구만 챙기면 되겠네.”
용탄자 엄마는 용탄자의 말이 귀에 들리지 않는 듯했다.
그녀는 무언가에 확 빠지면 주위 말은 들리지 않는 과몰입형 인간이었다.
“난 안 간다고!”
엄마의 그런 습관을 잘 알고 있는 용탄자는 엄마의 귀에다 대고 큰소리로 말했다.
그제야 정신이 드는지 용탄자 엄마는 용탄자를 화들짝 쳐다보았다.
“왜? 왜 안 가는데? 누구는 판타지 세계로 가고 싶어도 못 가는구만!”
“내가 또 속을 거 같나?”
용탄자는 지금 엄마가 자신을 속이기 위해 고도의 연기를 펼치고 있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안 그랬다니까! 이거 진짜 판타지 세계에서 보내온 거 같다.”
“오∼ 엄마 배우해도 되겠데이. 연기 진짜 잘하네. 잘못하면 속아 넘어가겠는데?”
“엄마 말 못 믿나?”
용탄자 엄마는 정색을 하면서 용탄자에게 물었지만,
“어. 못 믿는다.”
용탄자는 단호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용탄자 엄마는 전과가 있지 않은가?
“좋다. 그럼 이렇게 하자. 여기 입학 통지서에 적혀 있는 대로 2월 28일 새벽 5시에 병영 초등학교 후문 성화 문구사 앞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 가서 0805번 버스 한 번 기다려보자. 날샐 때까지 버스 안 오면…….”
“안 오면?”
“안 오면 니가 그렇게 갖고 싶어했던 오토바이! 그것도 최신형으로다가 한 대 뽑아줄게!”
용탄자는 엄마의 말에 눈이 눈깔사탕만 해져서는,
“진짜가?!”
용탄자는 오토바이에 미쳐 있는 오토바이광이었다.
용탄자의 꿈은 모토사이클 레이서가 되는 거였다.
용탄자는 늘 친구들에게 자기는 나중에 발렌티노 롯시를 발라 버릴 유명 모토사이클 레이서가 될 테니까 지금 빨리 싸인을 받아두는 게 좋을 거라 말하고 다녔다.
그런 용탄자에게 오토바이는 아주아주 치명적인 유혹일 수밖에 없었다.
‘분명히 따라가면 엄마한테 또 놀림감이 될 게 뻔한데 이거……. 그냥 바보 한 번 되고 오토바이 하나 장만해?’
“콜! 그럼 일단 각서부터 쓰자.”
용탄자는 한 번 시원하게 바보되고 오토바이를 챙기기로 마음먹었다.
“각서?”



2. 0805번 버스 (1)


2월 28일 새벽 4시 20분경, 용탄자는 엄마의 손에 잡혀 마지못해 집을 나와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
집을 나서기 전 용탄자는 엄마한테 받아낸 각서를 챙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
오늘 새벽 5시가 지나면 용탄자는 꿈에 그리던 오토바이를 얻을 수가 있으리라!
“옷하고 다 챙겼나?”
“어.”
용탄자는 엄마 차 트렁크에 마지못해 옷이 잔뜩 든 여행 가방을 실으며 대답했다.
‘어차피 다시 집에 올 건데 이런 건 뭐하러 챙기라고 귀찮게스리…….’
“자∼ 그럼 출발!”
용탄자 엄마는 용탄자가 차에 타자마자 황급히 차를 몰아 병영 초등학교로 향했다.
“이거 진짜 엄마가 내한테 장난칠려고 꾸민 거 아이가?”
용탄자는 호그와트로 가기 위해 킹스 크로스역 9와 4분의 3번 승강장으로 가는 해리포터로 빙의한 듯한 엄마를 보며 물었다.
“엄마 지금 그런 장난칠 시간 없다고 몇 번 말하노? 편집장한테 계속 전화 오는 거 못 봤나?”
정말 그랬다.
용탄자는 며칠 전부터 시도 때도 없이 ‘원고 내놔∼’ 하고 울려대는 전화 벨소리 때문에 귀가 아플 지경이었다.
‘그럼 뭐고? 누가 이런 장난을?’
뭐 누가 이런 장난을 쳤는지 알아서 뭐하랴.
어쨌든 저쨌든 덕분에 오토바이를 건지게 됐는데 말이다.
용탄자는 품 안에 고이 모셔둔 엄마의 친필 각서를 토닥토닥하며 씨익 웃었다.
“좌회전. 좌회전입니다.”
“네, 네. 지금 좌회전 하고 있습니다∼”
용탄자의 엄마는 네비게이션과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하며 신호 몇 개쯤은 대수롭지않게 어겨가며 병영 초등학교로 차를 몰았다.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2월 28일 새벽 4시 50분경 용탄자와 용탄자 엄마는 병영 초등학교에 도착했다.
“여기가 정문이제?”
계단길이 나 있고 그 중간쯤에 학교 이름이 새겨진 기둥이 떡하니 있는 걸 보니 병영 초등학교 정문이 분명했다.
계단길 양옆으로는 나무들이 심어져 있어 학교로 들어가는 정문이라기보다는 무슨 정원으로 들어가는 정원 입구 계단길처럼 보였다.
정문 앞에서 학교가 보이지 않는 걸 보니 이 정문 계단길을 따라 올라가야 학교가 보이는 것 같았다.
“그런 것 같네.”
용탄자는 병영 초등학교 정문을 무심히 한 번 쳐다보며 대답했다.
“그럼 저쪽으로 한 번 가볼까?”
용탄자 엄마는 도로를 따라 차를 천천히 몰았다.
“무슨 놈에 학교를 언덕 위에 지었노? 학교가 하나도 안 보이네.”
병영 초등학교 바로 앞에 난 작은 도로를 따라가고 있음에도 병영 초등학교는 보이지 않았다.
“어! 성화 문구사 저기 있다!”
정문에서 얼마 가지 않아서 드래곤스 입학 통지서에 적혀 있는 성화 문구사가 보였다.
당연히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내려보니 성화 문구사 앞으로 병영 초등학교 후문이 보였다. 아직 새벽이라 그런지 문이 닫혀 있었는데 후문 너머로 최솔관이라는 학교 건물의 뒷모습이 보였다.
“여기 어디 버스 정류장이 있다는 건데?”
용탄자는 성화 문구사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드래곤스 입학 통지서에 적혀 있는 버스 정류장을 찾았다.
“혹시 여기 아이가?”
용탄자 엄마가 가리킨 바닥에는 마치 ‘주차 금지’라는 듯 ‘0805번 버스 타는 곳’이라고 적혀 있었다.
누가 봐도 급조한 티가 나 버스 정류장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했다.
‘아싸! 오늘 오토바이 산다!’
야광 락카로 만든 버스 정류장을 본 순간 용탄자는 오늘이 오토바이 뽑는 날임을 직감했다.
“지금이 보자…… 새벽 4시 50분이니까, 10분 남았다.”
용탄자는 품속에 고이 모셔둔 엄마의 각서를 손에 꼭 쥐고 남은 시간을 쟀다.
“9분…… 8분…… 7분…….”
시간이 점점 가면 갈수록 용탄자의 얼굴에는 미소가 엄마의 얼굴에는 실망감이 번지기 시작했다.
“6분…… 5분…… 4분…….”
용탄자의 머리속은 이미 오토바이로 꽉 차 있었다.
“3분…… 2분…….”
용탄자는 0805번 버스 정류장에서 남은 시간을 재고 있었지만 영혼은 이미 오토바이 가게로 보내놓은 상태였다.
“1분…….”
‘끝났어!’
용탄자가 손에 든 각서를 엄마에게 내밀고 오토바이 사내라고 말하려는 그 순간!
빠아아아아아앙∼
웬 커다란 버스 한 대가 빛의 속도로 달려와 정확히 새벽 5시 0분 00초에 버스 정류장에 멈춰 섰다.
정말 0805번 버스가 정류장에 새벽 5시에 선 것이다!
용탄자는 오토바이 가게로 보낸 영혼을 서둘러 다시 몸과 합체시키고 버스를 살폈다.
‘0805번…… 정말 왔잖아?’
파리 라데팡스 엄지손가락 앞
암스테르담 빈켈 까페 앞
스위스 루체른 카펠교 앞
북극기지 재설 차량 옆 등등 0805번 버스의 옆에는 이 버스가 서는 말도 안 되는 정류장들이 적혀 있었다.
마하로 달리는 전투기가 아닌 이상 여기 적혀 있는 정류장을 다 들렀다가 대한민국 울산광역시에 있는 병영 초등학교로 올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끼이이이이이익!
용탄자와 용탄자의 엄마가 0805번 버스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을 때 갑자기 손톱으로 칠판 긁는 소리를 내며 버스 문이 요란하게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