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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라이더 1권 (3화)
2. 0805번 버스 (2)
열린 버스 문에서 운전수가 나오더니 품속에서 기다란 종이 뭉치를 꺼냈다.
“보자보자보자보자…….”
버스 운전수는 용탄자에게 드래곤스 입학 통지서를 전해준 초인종에 강한 집착을 가진 괴상한 택배 아저씨와 비슷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아! 여기 있다. 병영 초등학교 후문 근처에 있는 성화 문구사 앞 버스 정류장에서 태워야 할 신입생이 붉은 눈에…….”
버스 운전수는 용탄자의 눈을 뚫어져라 들여다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검은 머리카락…….”
버스 운전수는 용탄자의 머리카락을 들여다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을 가진 용탄자라는 신입생. 혹시 이름이?”
“용탄자인데요.”
“오케이!”
버스 운전수는 손에 든 종이 뭉치를 주머니에 아무렇게 구겨 넣으며 주변을 살폈다.
“뭐하고 있어?”
버스 운전수는 주변을 살피다 용탄자와 눈이 마주치자 아직 여기 있냐는 듯이 물었다.
“네?”
“어서 부모님 모시고 버스에 올라! 멍 때리고 있을 시간이 없다구. 드래곤스 입학식 전까지 드래곤스에 도착해야 돼! 자, 자!”
버스 운전수는 용탄자와 용탄자 엄마를 버스에 밀어넣었다.
“봐라! 엄마 말이 맞재? 진짜 판타지 세계로 가는 버스다 아이가!”
용탄자 엄마는 극도의 흥분 상태에 빠졌다.
용탄자는 헤드뱅잉하듯이 고개를 획획 돌려대며 0805번 버스 구경을 하고 있는 엄마를 데리고 빈자리에 앉았다.
‘뭐고? 이거 꿈이가?’
용탄자는 엄마에게 판타지 이야기를 귀에 딱지 앉을 때까지 들어서 이제 현실 같은 판타지 꿈까지 꾸는 건가? 라는 생각에 오른쪽 뺨을 때렸다.
짝!
“탄자야. 아시아 계통 사람은 우리밖에 없는 갑다. 전부 백인, 흑인이네. 저기! 저기 신현준 닮은 사람들도 있다. 아랍에서 온 사람들인 갑다!”
오른손에게 오른쪽 빰을 제대로 얻어맞은 용탄자의 눈에 별이 보였다.
용탄자는 머리 위에서 뱅글뱅글 도는 별과 인사를 나누며 알게 되었다.
‘이거 꿈이 아닌가 본데…….’
용탄자는 욱신거리는 오른쪽 뺨을 오른손으로 만지며 버스 안을 살폈다.
버스 안에는 정말 엄마 말대로 아시아 계통 사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부분 세계 각지에서 왔을 법한 백인, 흑인 그리고 신현준 닮은 아랍 사람들이 0805번 버스 좌석에 옹기종이 앉아 있었다.
다들 부모님과 용탄자 또래의 아이들이었다.
끼이이이이이익!
버스 문이 요란하게 닫히고 0805번 버스는 병영 초등학교 후문으로 향했다.
‘뭐고? 그럼…… 드래곤스라는 괴상한 학교가 병영 초등학교?’
0805번 버스가 병영 초등학교 후문을 통과하여 병영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들어섰을 때 용탄자는 갑자기 급!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엄마…….”
용탄자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다음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기대하고 있는 엄마를 불렀지만 역시나 아들의 말이 안 들리는지 대답이 없었다.
“엄마!”
용탄자는 한 번 더 크게 엄마를 불렀다.
용탄자 엄마는 용탄자의 고함 소리에 화들짝 놀라 아들을 쳐다보며
“왜?”
“진짜…… 이거 엄마가 꾸민 일 아이가?”
용탄자는 의심이 뚝뚝 떨어지는 눈으로 엄마를 쳐다보며 물었다.
그때였다!
팅!
왠 철판때기 하나가 튕겨 나가는 소리가 났다.
용탄자는 무슨 일인가 싶어 창문 밖을 보았는데, 왠 거대한 날개가 버스 옆구리 껍데기를 내동댕이 치고 쑥∼ 하고 나와 있었다.
“뭐고 이거!”
데구르르르르.
버스 옆구리에서 날개가 솟아나 기지개를 펴고 있을 때 버스 바퀴가 빠져 병영 초등학교 운동장 사방으로 굴러갔다. 그리고 버스 바퀴가 있던 자리에서 단단하고 커다란 발이 튀어나와 버스를 들었다.
버스가 바이킹처럼 들렸지만 버스 안에 있던 승객들은 늘상 이런 해괴망측한 버스를 타고 다니는지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용탄자와 용탄자 엄마만 빼고 말이다.
용탄자는 뭐 이런 버스가 있나 싶어 불안하게 주위를 두리번거렸고 용탄자 엄마는 출발하기 직전에 바이킹에 올라 있는 겁 없는 아이처럼 깔깔대고 좋아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으으으으으악∼”
버스 앞유리와 앞부분이 통째로 튀어 나가고 드래곤의 머리가 불쑥 튀어나와 승객들을 쳐다보자 용탄자는 기겁했다.
“악∼”
용탄자의 고함 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버스 천장이 정확히 반으로 갈라지더니 버스 창문과 함께 버스에서 떨어져 나갔다.
순식간에 용탄자는 0805번 버스 승객이 아니라 드래곤의 등에 탄 드래곤 승객이 되어 있었다.
“자! 자! 이제 드래곤스 신입생 학부모님들께서는 하차해 주세요. 여기서 곧장 드래곤스로 출발하겠습니다∼”
버스 운전수, 아니, 신입생들을 드래곤스로 데려갈 드래곤의 드래곤 라이더가 일어나 좌석에 앉아 있는 신입생 학부모들에게 외쳤다.
“가서 잘하고 온나. 그리고 이거.”
용탄자 엄마는 용탄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주머니에서 카드와 돈 뭉치를 쥐어주었다.
“나가시는 곳은 이쪽! 제 드래곤의 목을 타고 내려가시면 됩니다∼”
드래곤 라이더는 드래곤스에 입학하는 아들딸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좌석에서 일어나는 학부모들에게 나가는 곳을 안내했다.
“갔다 와서 엄마한테 니가 겪은 거 다 애기해 줘야 돼! 그럼 엄마는 드래곤 목 타고 내려간데이∼”
용탄자 엄마는 생애 처음 보게 된 드래곤의 목을 타고 내려가니 신나는지 방방 뛰며 용탄자에게 작별 인사를 요란스럽게 해댔다.
다른 학부모들도 좌석에 앉아 있는 아들딸에게 손을 흔들며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드래곤의 목을 타고 드래곤의 등에서 내려왔다.
“너희들을 드래곤스까지 데려갈 D.S 항공 소속 드래곤 파일럿 실반스라고 한다. 공중에서 낙하산 없이 번지하고 싶지 않으면 안전벨트 단단히 매라. 그리고 드래곤스까지 가는 내내 눈 감고 있을 거 아니면 이 고글모자를 착용하도록!”
드래곤 파일럿 실반스는 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고 있는 드래곤스 입학생들에게 자기가 쓰고 있는 것과 비슷한 고글모자를 하나씩 던져 주었다.
“자!”
용탄자는 실반스가 던져 주는 촌스러운 고글모자를 집어들고 이렇게 촌스러운 걸 써야 되나 0.1초 정도 망설였지만 다른 아이들이 쓰는 걸 보고 후다닥! 따라 썼다.
“어이! 거기 너! 귀구멍에 트롤 코딱지를 발라놓은 거냐, 아니면, 구름 위에서 줄 없이 번지해서 날 엿 먹이려는 거냐?”
신입생들이 안전벨트를 했는지 그리고 고글모자를 썼는지 한 명 한 명 꼼꼼히 살피던 실반스는 안전벨트를 엉덩이로 깔고 앉은 채 엄마가 싸준 쿠키를 우걱우걱 씹고 있는 뚱댕이를 손가락질하며 호통쳤다.
“네?”
뚱뚱한 아이는 실반스의 호통에 놀랐는지 입에 잔뜩 넣고 씹던 쿠키를 뿜었다.
“안전벨트는 네 엉덩이 쿠션으로 쓰라고 있는 게 아니야!”
실반스는 쿠키 대신 겁을 집어먹고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힌 뚱댕이를 일으켜 세웠다.
뚱댕이는 아래턱을 파르르 떨며 입에 잔뜩 들어 있는 쿠키를 꾸역꾸역 씹어댔다.
오독! 오독! 오독!
뚱댕이가 쿠키를 씹는 동안 실반스는 좌석에 껌딱지처럼 눌어붙은 안전벨트를 다시 폈다. 그리고 뚱뚱한 아이를 앉히고는
“꽥!”
뚱댕이가 조금의 미동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안전벨트를 꽉! 매주었다.
피식!
‘살다살다 울산에서 백인 뚱댕이 보기는 처음이네.’
오독! 오독! 오독!
파란 눈에 창백하다 못해 허여멀건 피부에 금빛 머리카락은 가진 뚱댕이는 안전벨트에 꽁꽁 묶인 채로 열심히 쿠키를 씹어대고 있었다.
‘안전벨트도 안 매고 과자나 먹고 있다니…….’
용탄자는 백인 뚱댕이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드래곤스도 한물간 모양이구만! 이런 어중이떠중이들을 선별하다니 말이야.”
실반스는 용탄자가 착용한 안전벨트를 보더니 혀를 찼다.
“왜요? 뭐 잘못됐어요?”
“잘못되도 한참 잘못됐지. 머리 나쁜 오우거도 한 방에 착용한다는 D.S 항공의 안전벨트를 거꾸로 착용하는 놈을 드래곤 라이더로 만들겠다니 말이야.”
실반스는 용탄자의 안전벨트를 풀고 다시 단단하게 매주었다.
“자∼ 그럼 출발하겠다.”
승객들의 고글모자와 안전벨트를 모두 살핀 실반스는 자기 자리로 가며 외쳤다.
실반스가 착석하자 드래곤이 날개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하늘로 날아올랐다.
“우와아아아!”
다른 아이들도 용탄자처럼 드래곤과 함께 처음 하늘을 날아보는지 함성을 지르며 기뻐하는 아이도 있었고 안색이 창백한 아이도 있었고 헛구역질을 시작하는 백인 뚱댕이도 있었다.
“안녕∼”
학부모들은 자식들이 탄 드래곤이 하늘로 멀어질 때까지 자식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 속에는 지나치게 흥분해서 방방 뛰며 발까지 흔들어대는 용탄자 엄마도 있었다.
“야호! 죽이네∼”
용탄자는 처음 오토바이를 탔을 때도 이런 기분은 아니었다.
땅에서 어슬렁대는 탁한 바람과는 차원이 다른, 사이다처럼 시원하고 톡 쏘는 차가움이 있는 싱싱한 바람이 용탄자의 온몸을 감쌌다.
“하하하하하하!”
드래곤이 고도를 높여 구름 속으로 진입했을 때 용탄자는 구름을 만져보며 실성한 것처럼 웃어댔다.
밑을 보니 땅에서 봤을 때는 거대하던 빌딩들과 넓은 땅덩어리들이 잘라낸 손톱보다 더 작아 보였다.
‘이제부터 내 꿈은 드래곤 라이더다!’
생애 첫 비행을 하며 생애 첫 희열을 느끼고 있는 용탄자는 드래곤 라이더가 되어 하늘을 날아다니는 미래를 상상하며 실실대고 있었다.
3. 입학식 (1)
“헤∼”
드래곤스 입학생들을 태운 드래곤이 드래곤스로 힘찬 날갯짓을 하길 2시간가량이 흐르고 있을 때 용탄자는 너무너무너무 좋아서 미쳐 버렸는지 입을 헤∼ 벌린 채 미친놈처럼 실실거리고 있었다.
“저기! 엄청 커다란 드래곤이야!”
한 아이가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아이가 가리킨 곳에는 정말 엄청나게 거대한 드래곤이 한 마리 서 있었는데 얼마나 큰지 나무가 울창하게 우거진 덩치 큰 산덩어리 두 개에 내려앉아 있었다.
두 앞발은 앞덩치산에 딛고 있고 두 뒷발은 뒷덩치산에 딛고 있었고 꼬리는 산아래에 흐르는 거대한 강줄기에 내리고 있었다.
“오∼”
드래곤스 입학생들은 저 멀리 보이는 엄청난 크기의 드래곤의 모습에 탄성을 내질렀다.
“아! 아! 이제 곧 도착지에 도착할 예정이니 준비하도록.”
D.S항공의 실반스는 아주 차분하게 말했지만 그의 목소리는 신기하게도 대형 스피커 10대가 내지르는 소리보다 더 크게 들렸다.
실반스는 그 말을 끝으로 급작스런 강하를 시작했다.
“우와∼”
갑자기 드래곤이 급강하하는 바람에 드래곤스 입학생들은 천천히 올라가다 갑자기 아래로 뚝 떨어지는 청룡열차를 탄 아이들처럼 함성을 질러댔다.
“우와아아아아악악악∼”
잠시후 아이들의 함성 소리는 자신이 타고 있는 드래곤이 덩치 좋은 산을 발판으로 삼고 있는 엄청난 덩치의 드래곤이 벌린 입으로 향하자 비명 소리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