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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라이더 1권 (4화)
3. 입학식 (2)


“이제 다 와가니 솔직히 말하도록 하지. 내가 너희들을 데려갈 곳은 드래곤스가 아니라 바로 저승길이다. 나는 D.S항공의 실반스가 아니라 염라대왕 항공의 저승사자다!자∼ 저승길이 저기 입을 쩍 벌리고 있구나.”
실반스, 아니, 저승사자의 솔직담백한 고백에
“아아아아악∼”
미친 사람처럼 고함을 지르는 아이
“살려줘∼”
빌려간 돈 값으라고 닦달하듯 옆 사람을 잡고 흔들며 살려달라고 닦달하는 아이
“엄마∼”
놀이동산에서 길 잃은 꼬마처럼 엄마를 찾는 아이
“흐흐흐흐흑.”
대성통곡을 하는 아이
“헤∼”
저승길로 가든 말든 하늘을 날고 있는 게 그저 좋아서 입을 헤∼ 벌리고 있는 미친놈까지 시끌시끌 아주 난리가 났다.
“하! 하! 하! 하!”
실반스의 정신병자스런 웃음소리가 아이들의 공포를 더욱더 크게 만들었다.
그러는 사이 저승사자와 아이들을 태운 드래곤은 빠른 속도로 거대한 드래곤의 쩌어어억∼ 열린 입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아하하하하하하∼”
실반스, 아니, 저승사자의 웃음소리가 점점 더 커져갔다.
좌석이 들썩이는 걸 보니 저승사자의 드래곤 역시 웃고 있는 모양이다.
“흐흐흑……. 이렇게 죽을 줄 알았으면 실컷 먹고 오는 건데, 흐흐흐흑…….”
안전벨트를 깔고 앉았던 백인 뚱댕이는 음식을 실컷 먹지 못하고 죽어야 되는 게 너무 억울한지 상공에 눈물을 뿌렸다.
“안전벨트는 절대 풀리지 않으니 안전벨트 풀고 뛰어내릴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을 거다! 아하하∼”
행성과 충돌하러 가는 딥임팩트의 주인공들의 마음이 이런 걸까?
그 주인공들은 지구를 위해서 죽는다지만 우리의 가엾은 드래곤스 입학생들은 저승사자와 그의 드래곤에 올라탄 죄로 개죽음을 당해야 했다.
개죽음의 희생양들은 울고 짜고 소리치고 난리부르스를 추고 있었다.
아직도 입을 헤∼ 벌리고 실실거리고 있는 한 미친놈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모두 지옥으로 가자∼”
“아아아아아아악∼”
저승사자와 가엾은 희생양들을 태운 드래곤이 거대한 드래곤의 입속으로 쏙! 하고 들어왔다.
“또! 또! 또!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 신입생들을 데리고 장난을 치셨군요!”
거대한 드래곤의 입 안에서 저승사자와 아이들을 맞이한 건 거대한 드래곤의 이빨과 침이 아니라 저절로 살아서 움직이는 지도였다.
“아하하하하하하하!”
저승사자, 아니, 실반스는 눈물, 콧물, 땀으로 범벅이 된 드래곤스 신입생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안전벨트를 풀어주고 일으켜 세워주며 웃어댔다.
“내가 이 재미에 드래곤스 신입생을 태우러 현실 세계까지 간다니까!”
실반스가 꽁꽁 몸을 묶고 있는 안전벨트를 풀자 백인 뚱댕이는 네발로 엉금엉금 기어 드래곤에서 내려갔다.
“벌써 다왔어요?”
용탄자는 비행이 끝난 게 아쉬웠는지 안전벨트를 풀어주는 실반스에게 물었다.
“어라! 이놈은 멀정하네. 늑대인간의 심장을 삶아먹었나…… 그래, 여기가 바로 드래곤스다. 드래곤 라이더들을 육성하는 학교답게 학교 역시 드래곤과 똑같은 모습으로 지어졌지.”
용탄자는 낄낄거리고 있는 실반스의 드래곤의 목을 타고 내려와 주위를 살펴보았는데, 천장과 바닥에 솟아나 있는 송곳니하며 혓바닥처럼 생긴 바닥이 마치 정말 거대한 드래곤의 입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오싹한 느낌이 들게 했다.
“지금까지 D.S항공의 저승사자 실반스였다. 모두들 즐거운 학기 보내도록!”
실반스는 아이들에게 싱긋 웃으며 인사를 하더니 아이들이 모두 내려온 자신의 드래곤에 올라타 드래곤스 입을 나섰다.
실반스와 그의 드래곤이 드래곤스 입을 나서자 드래곤스는 입을 닫았다.
“오오오오오오오∼”
드래곤스가 입을 닫는 모습에 신입생들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슬금슬금 이곳저곳으로 흩어져 드래곤스 입안을 구경했다.
저절로 살아서 움직이는 지도들은 유치원 선생님처럼 부산하게 움직이며 신입생들을 한 곳으로 모았다.
“자! 자! 신입생들은 한눈 팔지 말고 이쪽으로!”
용탄자 역시 드래곤스의 닫힌 입속을 구경하다 지도에게 떠밀려 신입생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가게 되었다.
“자! 자! 그럼 나왔는지 인원 체크를 한 번 해볼게요.”
지도들은 신입생들을 세며 보고받은 인원수와 맞는지 확인했다.
“나 이제 나가도 돼?”
“아우∼ 답답해!”
용탄자는 저절로 살아서 움직이는 지도들을 신기해서 쳐다보고 있었는데 주위 아이들에게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혹시 이것은 복화술?!
‘뭐지? 이런 거 나도 해야 되나? 드래곤 라이더 입학 시험인가?’
용탄자는 고개를 획획 돌리며 복화술을 연습하는 놈들을 찾았다.
“왜 그렇게 울고 불고 난리를 친 거야?”
아니…… 그런데! 그런데! 아이들의 품속에서 자그마한 드래곤이 날개를 파닥이며 나와서 돌아다니는 게 아니겠는가?
‘뭐고? 뭐고?’
용탄자는 아이들의 호주머니, 가방, 윗옷 안주머니 등등에서 비둘기만 한 크기의 드래곤이 한 마리씩 나오자 급!불안해하며 자기의 호주머니, 가방, 윗옷 안주머니 등등을 뒤졌다.
그 안에 드래곤이 없자 급해진 용탄자는 심지어 팬티 속도 들여다 보았지만 거기에는 아주아주아주 중요한 물건밖에 없었다.
“다음에는 우리끼리 날아서 오자구.”
용탄자는 꽃가루가 가득 담긴 꽃 주변을 날아다니는 벌처럼 아이들 곁을 정신없이 날아다니는 아이들의 드래곤들을 보며 망연자실했다.
‘내 주제에 무슨 드래곤 라이더를 한다고…….’
“야! 나 배고파! 밥 줘! 밥! 밥!”
‘역시 난 안 되는 놈이었어……. 이제 곧 여기서 쫓겨나겠지…….’
“여기서 노는 거야?”
‘뭐 이런 거지 같은 학교가 다 있노. 멀쩡한 사람 태워다가 허파에 바람만 잔뜩 집어넣고…….’
용탄자는 자기 주위를 맴도는 드래곤이 없음에 어깨가 바닥 청소라도 할 듯이 추우우우욱∼ 내려왔다.
“12…… 13…… 14…… 빠진 학생은 없는 거 같네요.”
신입생들 앞에서 아이들의 수를 세던 살아 움직이는 지도가 신입생들의 인원 체크를 끝마치더니 둘둘 말려 있는 몸을 휘리리릭! 하고 펼쳤다.
“자! 그럼 드래곤스의 연회장으로 안내할 테니 잘 따라오세요!”
펼쳐진 지도는 다른 지도들과 신입생들을 통솔하며 드래곤스의 연회장으로 아이들을 데려갔다.
“여기 드래곤스는 정말 드래곤 해부학을 토대로 지어진 곳인데요. 지금 우리가 가는 드래곤스의 연회장은 드래곤스 머리라 불리는 곳으로 정말 드래곤스의 머리에 위치해 있죠.”
쓸데없이 호기심이 많아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탱탱볼 같은 드래곤스 신입생 한 명당 살아 움직이는 지도 하나씩 붙어서 전담마크를 하고 있었는데, 용탄자를 전담마크하는 살아 움직이는 지도는 좌절병에 걸려 좀비처럼 걸어가고 있는 용탄자에게 친절하게도 자기를 휘리릭∼ 펼쳐서 자기 속살에 그려진 드래곤스 내부 지도를 보여주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난 역시 안 되는 놈이었어……. 난 그냥 땅바닥이나 기어 다니는 오토바이나 타야 되는 놈였던 거야…….’
살아 움직이는 지도의 말은 용탄자에게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용탄자의 상태를 아는지 모르는지 살아 움직이는 지도는 눈치없게스리…….
“지금 우리는 드래곤스의 목젖 계단을 타고 드래곤스의 머리로 향…… 응?! 혹시 어디가 아프신가요? 그런가요? 그럼 드래곤스 간으로 가서 치료를 받으세요. 드래곤스 간은 수업 중 부상당한 학생이나 마법 부작용에 시달리는 학생 등등등등등을 치료하는 곳이죠.”
‘조금 있으면 드래곤도 없이 드래곤 라이더 학교에 온 나를 전교생들이 비웃겠지…….’
“여기! 드래곤스 학생들이 밥 먹거나 기숙사로 가지고 갈 음식을 주문하는 곳인 드래곤스 식당과 주방이 있는 드래곤스의 위장에 위치해 있어요. 여기! 여기! 여기!”
이미 예전에 눈치코치 다 팔아먹은 살아 움직이는 지도는 용탄자의 얼굴에 자기를 들이밀며 수다스럽게 조잘댔다.
“자! 자! 드래곤스의 연회장인 드래곤스 머리에 도착했습니다. 입장하기에 앞서 한 줄로 서 주세요∼”
루비, 사파이어, 토파즈, 다이아몬드, 자수정 등등 각종 보석을 한 대 섞어 만든 듯한 휘황찬란하고 기다랗고 커다란 문 앞에 멈춰 선 신입생들을 살아 움직이는 지도들이 한 줄로 세웠다.
“아…… 아…… 안녕…….”
“어. 반갑데이.”
어떨결에 맨 뒤에 백인 뚱댕이와 같이 서게 된 용탄자는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올해 신입생들은 들어와 주세요!”
아주 비싸 보이는 문 너머에서 말소리가 들리고 몇 초 후 아주 비싸 보이는 문은 자동문이었는지 스르륵 열렸다.
“자! 자! 부끄러워하지 말고 절 따라서 힘차게 걸으세요!”
맨 앞에서 신입생을 이끄는 살아 움직이는 지도는 위아래로 들썩이며 드래곤스 머리로 입장했다.
아무래도 위아래로 들썩이는 걸 보니 주변을 매우∼ 아주∼ 엄청나게∼ 신경 쓰며 걷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물론 발은 없지만 발이 있었으면 아마 온갖 척을 하며 걷다 제 발에 걸려서 넘어졌을 것이다.
“짝! 짝! 짝!”
아무튼 살아 움직이는 지도를 따라 드래곤스의 연회장으로 들어선 신입생들에게 드래곤스의 학생들은 박수로 환영해 주었다.
학생들의 드래곤들도 신이 나는지 정말 밤하늘처럼 별과 달이 반짝이고 구름이 떠다니는 높이를 가늠할 수 없는 연회장의 천장을 미리저리 정신없이 날아다녔다.
“우와∼ 내내내가 우리 아빠에게 들었던 것보다 더더더더 근사해!”
백인 뚱댕이는 드래곤스의 연회장인 드래곤스 머리에 입장하는 순간부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니, 용탄자, 백인 뚱댕이를 포함해서 전부 다 입을 다물지 못해 침을 질질 흘렸다.
“오∼”
드래곤스 머리는 마치 슈퍼스타가 펼치는 공연이 벌어지는 실내 공연장처럼 생겼는데 제일 큰 거인을 뽑는 꺽다리 콘테스트를 열 것 같은 작은 운동장만 한 크기의 무대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할리우드 배우들이나 앉을 법한 고급스런 의자와 테이블이 가득한 객석이 자리하고 있었다.
“끄어어어어억!”
무대 위에는 금기된 흑마법을 부리는 흑마법사스럽게 검은 로브를 둘러입은 몸집이 왜소한 할아버지가 옷과는 어울리지않게 술병을 들고 병나발을 불고 트림을 했다.
그 트림 소리가 얼마다 큰지 농담 아니고 연회장이 울렸다.
“우우우우우∼”
객석에 미리 착석해 있던 할리우드 스…… 아니, 드래곤스 학생들은 신입생들을 환영하는 박수를 치다 말고 약속이나 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 술병 난 흑마법사를 향해 엄지를 아래로 내리고 야유를 퍼부었다.
“자. 자. 자…… 조용. 이제부터…….”
야유를 태연히 받으며 다시 병나발을 한 번 분 흑마법사 할아버지가 이야기를 시작하려 하자
“혀 꼬부라지는 소리 그만해라∼”
“킬킬킬!”
객석에 앉아 있던 한 학생이 말을 잘랐다. 그리고 킬킬거리며 웃었다.
“이제부터 신입생들의 감…….”
다시 병나발을 한 번 분 흑마법사 할아버지가 이야기를 시작하려 하자
“술 좀 그만 드세요. 교장 선생님!”
“킬킬킬!”
객석에 앉아 있던 또 다른 학생이 말을 잘랐다. 그리고 킬킬거리며 웃었다.
“이제부터 신입생들의 감별식을 거행…….”
“인간어로 말씀해 주세요. 코볼트어로 말씀하시니까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어요. 주정뱅이 코볼트 선생님.”
“킬킬킬!”
드래곤스 교장 선생님과 학생들의 아름다운 대화가 이어지고 있을 때 신입생들은 무대 위로 올라와 학생들에게 무시무시한 무시를 받고 있는 드래곤스 교장 선생님의 뒤통수만 쳐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