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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라이더 1권 (5화)
3. 입학식 (3)


“다들 조용!!”
드래곤스 머리에 입장한 모든 학생들은 거대한 천둥이 내리꽂히는 듯한 굉음에 모두 귀를 막아야 했다.
그런 굉음을 내지른 주인공은 다름 아닌 드래곤스 교장 선생님이었다.
‘와씨! 뭐고 저 작은 몸에서 어떻게 이런 소리를 내지르는 거고?’
고막이 찢어질 듯한 굉음에 귀를 싸맨 용탄자는 검은 봉지로 옷을 해 입은 지하철의 노숙자처럼 보이던 드래곤스의 교장 선생님이 갑자기 1,500살 먹은 흑호 같아 보였다.
“우우우우∼”
드래곤스의 학생들은 자기들이 기대한 뭔가가 나오지 않아서 불만인지 교장 선생님을 향해 야유를 퍼부었다.
“너희들 오늘 다 죽었어! 후우우우우우우읍!”
드래곤스의 교장 선생님은 학생들의 야유에 숨을 한껏 들이마셨다.
얼마나 많은 양을 들이마셨던지 가슴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교장 선생님이 입술을 도넛츠 구멍에 쏙! 들어갈 정도로 모아 숨을 멈추고 0.2초 정도 후 들이마신 숨을 내뱉었는데!
파지지지지지직!
파지지지지지직!
교장 선생님의 입에서 수천 개의 번개 줄기들이 튀어나와 객석에 있는 학생들을 감전시켜 버렸다.
“우와아아아아아아∼”
정전기 때문에 머리카락이 모두 빳빳이 하늘로 향한 번개 맞은 드래곤스의 학생들은 환호성을 질러댔다.
“교장 선생님! 이 브레스 시전하는 법 좀 가르쳐 주세요.”
푸스스슥! 일어나는 정전기 덕분에 사자머리가 된 여학생이 학구열에 불타는 눈으로 손 들고 일어나 말했다.
“저도요!”
직립보행을 하는 사자들이 때거리로 일어나 손을 흔들어댔다.
“끄으으으윽!”
트림을 하며 남은 실오라기 번개를 뱉어낸 교장 선생님은 브레스를 가르쳐 달라는 학생들을 진정시키며
“라이트 볼트 브레스는 나중에 수업 시간에 알려주도록 하겠어요. 그럼 우선 이번 학기에 새로 들어온 신입생들의 감별식을 거행하도록 할게요.”
교장 선생님은 호랑이처럼 소리치고 브레스를 내뿜을 땐 언제고 다중이처럼 갑자기 차분한 목소리로 말하며 뒤돌아 신입생들에게 손짓했다.
‘저러다가 또 꼭지 돌아서 번개 뿜어내는 거 아이가?’
용탄자는 신입생들과 섞여 잔뜩 경계하며 교장 선생님이 있는 무대 앞으로 슬금슬금 걸어갔다.
“어서 오세요. 겁 먹을 거 없어요.”
교장 선생님은 슬금슬금 걸어오는 신입생들에게로 가서 그들을 데리고 무대 귀퉁이로 갔다.
그리고 신입생들에게
“지금부터 감별식이라는 걸 거행할 거예요. 뭐 감별식이라는 게 거창한 게 아니에요.손가락 한 마디를 잘라서 제가 맛을 보고 과연 이 학교에 맞는 학생인지 그리고 어느반에 배정해야 좋을지를 선별하는 거죠.”
교장 선생님의 말에 신입생들은 모두 놀란 토끼눈이 되었다.
“어디 보자∼ 내가 손가락 절단기를 여기 어딘가에 넣어둔 것 같은데…….”
교장 선생님은 어딘가에 넣어둔 손가락 절단기를 찾기 시작했다.
교장 선생님의 정체는 역시 무덤에서 몰래 시체를 끄집어내 온갖 역병술과 사령술을 연구하는 흑마법사가 맞는 모양이었다!
신입생들은 마른침을 한 번 꿀꺽 삼키고는 사방으로 튈 준비를 했다.
“……는 거짓말이고 내가 호명하는 학생은 무대 중앙으로 와서 본인의 드래곤을 폴리모프 해제시켜서 모두에게 보여주면 되는 거예요.”
교장 선생님이 꺼내든 건 손가락 절단기가 아니라 신입생 명단이 적힌 두루마리였다.
“먼저 파리 라데팡스에서 온 루이스!”
이름이 호명된 흑인 친구는 후!하!후!하! 호흡을 가다듬으며 자신의 드래곤과 함께 무대 중앙으로 향했다.
그리고 자신의 드래곤을 폴리모프 해제시켰는데 이마 정중앙에 고드름처럼 생긴 기다란 보석이 박혀 유니콘처럼 생긴 멋진 드래곤으로 변해 날개를 펼쳐 보였다.
“유니크리아 혈통의 아주 멋진 드래곤이군요. 저기 마나가 가득 남겨 있는 탐스러운 이마 보석을 좀 보세요! 금방에라도 저 학생을 마인으로 변신시킬 것 같군요. 매커드 반으로∼”
짝짝짝!
매커드 반 학생들은 새로 들어온 신입생에게 환영의 박수를 쳐주었다.
“드래곤을 다시 폴리모프시킨 다음 이쪽으로 와주세요.”
무대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살아 움직이는 지도가 감별식을 끝마친 학생과 학생의 드래곤을 데리고 매커드 반 테이블 중 비어 있는 좌석으로 갔다.
“자∼ 다음은 암스테르담에서 온 롤핀!”
다음 신입생의 이름이 호명됐고 호명된 신입생과 신입생의 드래곤은 콩닥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무대로 중앙으로 향했다.
“저기서 폴리모프 해제하면 되는 거야?”
“야! 나 날개 간지러워 좀 긁어줘!”
“우리 차례는 언제야?”
무대 귀퉁이에서 자기 차례를 초조하게 기다리는 신입생들 곁에 있는 그들의 드래곤들은 신입생들만큼이나 떨리는지 이리저리 정신없이 날아다니며 자신의 드래곤 라이더에게 수다스레 말을 해댔다.
“스텔리아 혈통의 날쌔고 용맹한 드래곤이로군요! 저 강철처럼 단단한 날개를 좀 보십시오! 올해의 드래곤스 그랑프리에서의 활약을 기대하겠습니다! 데커드 반으로∼”
짝짝짝!
드래곤이 없는 용탄자에게 감별식과 감별식을 치르는 신입생들은 딴세상의 얄밉고 짜증나는 사람들이었다.
‘왜 나를 여기로 데려온 거야!’
용탄자의 마음을 알 리 없는 백인 뚱댕이는 용탄자의 드래곤이 보이지 않자 용탄자에게
“저기…… 내 이름은 트래퍼스라고 해. 그리고 이 녀석은 그렁키야.”
“트래퍼스, 나 배고파. 연회는 언제 시작되는 거야? 연회 때 맛있는 음식을 잔뜩 먹으려고 자그마치 한 끼나 굶었단 말이야.”
두꺼운 돋보기 안경을 쓴 백인 뚱댕이 트래퍼스는 용탄자에게 자기소개와 더불어 자기 드래곤 소개도 했다.
트래퍼스의 드래곤 그렁키는 자기 드래곤 라이더와 마찬가지로 두꺼운 돋보기를 안경을 끼고 있었는데 배가 엄청 고픈지 날개를 초조하게 파닥거려댔다.
“내는 용탄자.”
용탄자는 곧 있으면 쫓겨날 텐데 귀찮게스리 자기소개를 하는 트래퍼스에게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런데 말이야…… 있잖아…….”
“뭐!”
용탄자는 자꾸 하고 싶은 말을 되새김질하는 트래퍼스에게 경상도 사나이답게 버럭! 했다.
“아니야!”
경상도 사나이의 버럭!에 깜짝 놀란 트래퍼스는 얼른 감별식을 하고 있는 무대 중앙으로 고개를 돌렸다.
“오∼ 정말 오랜만에 보는 아리아스 혈통의 신비한 드래곤입니다! 저 잔상을 남기는 날개 좀 보십시오. 환상적이군요! 매커드 반으로∼ 자, 그럼 다음은 스위스 루체른에서 온 산체스 리아고!”
몸을 움직일 때마다 신비로운 잔상을 남기는 드래곤이 객석의 학생들로부터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하아…….’
용탄자의 앞줄의 학생들이 한 명 한 명 반을 배정받고 객석으로 사라져 갈 때마다 용탄자의 가슴은 점점 세게 쿵쾅거렸다.
이 느낌을 표현하자면 전날 탱자탱자 놀다가 숙제를 안 해갔는데 선생님이 번호순대로 숙제 검사를 하면서 점점 다가오고 있을 때와 비슷하다.
“저기 있잖아…….”
초조하게 처벌을 기다리고 있는 학생처럼 불안에 떨고 있는 용탄자의 짜증 지수를 트래퍼스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펑! 하고 폭발시켰다.
“아 또 왜?!”
“그러니까 그게 말이야…… 네 드래곤은 어디 있어?”
“내가 배가 고파서 잡아먹었다!”
‘이제 다시는 말 안 걸겠지.’
이렇게 말하면 자기를 미친놈으로 보고 다시는 말을 안 걸 거라고 생각한 용탄자는 이제는 자포자기 상태로 멍 때리고 있었는데
“사실 나도 어릴 때 막 살아서 움직이는 닭구이를 먹는 꿈을 꿨는데 말이야. 사실 그 살아 움직이는 닭구이가 내 드래곤 그렁키였어. 덕분에 난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겨야 했어. 오크콧물맛 구토제를 먹고 소화될 뻔한 그렁키를 토해내야 했거든.”
귓속말이 들려왔다.
“자! 이거…….”
용탄자에게 귓속말을 한 아주 식욕이 왕성한 트래퍼스는 누우런 액이 들어 있는 병을 용탄자에게 내밀었다.
“이게 뭔데?”
“내가 그때 먹었던 오크콧물맛 구토제야.”
트래퍼스는 그 마음 안다는 듯 징그럽게 윙크를 했다.
“다음은 미국 워싱턴에서 온 트래퍼스!”
“트래퍼스! 우리 차례야!”
그렁키는 교장 선생님이 트래퍼스를 부르자 트래퍼스의 옷깃을 당겼다.
“곧 있으면 네 차례야! 얼른 구토제를 먹어! 알았지?”
트래퍼스는 그렁키에게 끌려 무대 중앙으로 가기 전 오크콧물맛 구토제를 들고 있는 용탄자에게 어서 원샷하라고 권하는 걸 잊지 않았다.
‘내 뱃속에는 드래곤이 아니라 거지가 들어앉아 있어서 이딴 거 먹어봤자다, 이 뚱댕아.’
용탄자는 병 속에 들어 있는 한 10년 묵힌 가래침 같은 액을 보며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만약에 뱃속에 드래곤이 있다면 보기만해도 구역질이 절로 나오는 이 액체 1리터라도 그냥 원샷해 버릴 자신이 있었지만 드래곤스에 오기 전에 먹은 거라곤 엄마가 서두르는 바람에 정신없이 목구멍에 때려넣은 우유 한 잔이 전부였다.
“하하하하! 제가 교장이 되고 처음으로 드래곤스에 나타난 강력한 화력을 자랑하는 비스뱅 마나를 가진 괴력의 드래곤! 파이어폴 혈통의 드래곤이군요! 저 두꺼운 목과 두툼한 배를 좀 보십시오! 데커드 반으로∼”
조그만 먹보 아기 드래곤처럼 생겼던 그렁키가 폴리모프를 해제하자 단단한 목과 두툼한 배를 가진 새빨간 비늘의 멋진 드래곤으로 변했다.
꼬르르르르르륵∼
하지만 그 멋드러진 그렁키의 배에서 식사 시간이 한참 지났음을 알리는 소리가 들려왔을 때
“하하하!”
연회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배를 잡고 웃어댔다.
덕분에 그렁키 옆에 있던 트래퍼스의 얼굴은 그렁키의 비늘색만큼이나 시뻘게졌다.
“이제 곧 연회가 시작될 테니 조금만 참으세요!”
교장 선생님은 그렁키의 배를 친숙하게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그렁키도 부끄러웠는지 얼른 다시 폴리모프를 해서 트래퍼스의 바지 주머니 속으로 쏙!하고 숨어 버렸다.
“자∼ 다음은…… 어디 보자…… 울산 신정동에서 온 용탄자!”
‘드디어 올 것이 왔군!’
용탄자는 언제나 눈이 잔뜩 오는 게임 회사에서 출시한 별들이 나와서 싸우는 게임 속 주인공처럼 비장하게 혼잣말을 하고서는 터벅터벅 무대 중앙으로 걸어갔다.
“교장 선생님. 사실은요…… 저는 드래…….”
“정말 용탄자군이 맞군요.”
용탄자는 사실 나는 드래곤 라이더가 아니라고 털어놓으려는데 교장 선생님이 갑자기 말을 자르고서는 용탄자를 이렇게 쳐다보고 저렇게 쳐다보고 하며 신기해했다.
마치 정글 관광 왔다가 길을 잃어 우연히 원시인 마을에 들어온 문명인을 쳐다보는 원시인 같이 말이다.
“흐음……. 용탄자 군이 틀림없어요. 울산 신정동이라는 아주 괴상한 곳에서 온 용탄자가 틀림이 없어요.”
‘어이 할배탕구…… 내가 보기엔 여기가 더 괴상하거든!’
드래곤스의 교장 선생님은 자기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뒤지기 시작했다.
용탄자는 눈앞에서 뒤적이며 무언가를 찾는 수상한 모습이 낮설지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