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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라이더 1권 (6화)
3. 입학식 (4)


“보자보자…… 이건 아니고…… 이것도 아니고…… 이건?! 음…… 찾을 때는 없더니 어쨌든 아니고…… 이것도…… 이것도…… 이거네.”
중얼중얼거리며 몸 구석구석을 뒤지던 교장 선생님은 원하던 걸 찾았는지 무언가를 꺼냈다.
교장 선생님이 꺼낸 것은 다름이 아니라 깊게 잠들어 있는 조그만 드래곤이었다.
교장 선생님의 검은 로브의 어딘가에서 잠자고 있던 드래곤은 검은 로브에 물이 들어 버렸는지 몸 전체가 시커멨다.
“용탄자 군과 일생을 함께하게 될 드래곤이에요. 아주 오랫동안 잠을 자고 있는 놈이라서 성격이 괴팍할지도 모르겠군요.”
용탄자는 교장 선생님의 말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다시 울산으로 돌아가야 될 줄 알았는데 드래곤스에 남아서 드래곤 라이더 수업을 받을 수 있게 되었으니 눈알이 빠져도 이해가 되는 상황이었다.
“후우우우우웁!”
교장 선생님은 다시 한 번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용탄자는 교장 선생님이 뿜어내는 브레스의 위력을 좀 전에 봤던지라 교장 선생님이 숨을 깊게 들이마시는 걸 보자마자 수류탄을 피하듯이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후우우우우∼”
하지만 용탄자의 예상과는 달리 깊게 숨을 들이마신 교장 선생님의 입에선 엄청난 불이나 번개가 뿜어져 나온 것이 아니라 보석 가루처럼 반짝반짝이는 무언가가 교장 선생님 손에서 새근새근 잠을 자고 있는 검은 드래곤에게로 떨어졌다.
“쯧쯧. 정말 괴상한 마을에 사는 용탄자 군 맞나요? 용트림이나 용가래가 아니구? 이렇게 겁이 많아서야 원…….”
“아니, 좀 전에 번개를 뿜어내는 걸 봤으니까 그렇죠…….”
용탄자는 머슥하게 일어나며 혀를 차고 있는 교장 선생님에게 말했다.
그때였다. 교장 선생님의 손바닥에서 잠을 자고 있던 검은 드래곤이 눈을 조금씩 깜박이기 시작하더니 천천히 눈을 떴다.
용탄자는 눈을 뜨고 주위를 살피면서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자그마한 검은 드래곤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신기하게도 검은 드래곤은 용탄자와 똑같은 붉은 눈을 가지고 있었다.
그 붉은 눈이 용탄자의 붉은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어이! 영감탱이.”
그러더니 잠시후 눈을 찡그리며
“킬킬킬! 버릇없는 건 여전하군요.”
교장 선생님은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설마 이 비리비리한 녀석이 내 드래곤 라이더라는 건 아니겠지?”
‘이기 또 경상도 사나이 성깔을 얍실하게 툭툭 건드리쌌네.’
검은 드래곤의 말에 자존심이 팍! 상한 용탄자는 검은 드래곤과 똑같이 눈을 찡그리며
“교장 선생님. 제가 임마 등에 올라야 되는 건 아니죠? 이 잠만 퍼질러 자는 콩만 한 놈 등에 오르고 싶지 않은데요.”
“킬킬킬!”
교장 선생님은 용탄자와 검은 드래곤의 모습이 뭐가 그렇게 웃긴지 계속 웃어댔다.
“보세요. 데쓰무쓰! 당신하고 꼭 닮은 녀석이죠? 루비처럼 붉은 눈과 한 성질하는 거 하며.”
검은 드래곤은 날개를 파닥이며 날아올라 용탄자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며 훑어보더니 용탄자의 코앞까지 와서는 용탄자를 노려보며
“콩만 하다?”
용탄자도 지지 않고
“비리비리하다?”
“네가 과연 내 본모습을 보고도 날 콩만 하다고 할 수 있는지 보자구. 이 비리비리한 자식아!”
검은 드래곤은 용탄자가 가소롭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며 폴리모프를 해제했다.
“아아아아아악∼”
검은 드래곤이 폴리모프를 해제하는 순간 드래곤스 머리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공포에 사로잡혀 비명을 지르는 학생들부터, 도망치려고 우왕좌왕하는 학생들, 놀라서 나자빠진 학생들하며 검은 드래곤이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낸 순간 연회장은 그야말로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의 파티 연회장을 방불케 했다.
“흥!”
검은 드래곤은 자신을 보고 겁을 집어먹은 학생들이 재수없다는 듯이 쳐다보며 안 그래도 험악해 보이는 얼굴을 찡그렸다.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여러분들도 이 검은 드래곤을 직접 봤다면 아마 드래곤스의 학생들만큼이나 겁을 먹었을 것이다.
아니, 평소 수많은 드래곤들을 보고 심지어 그들의 등에 올라 함께 하늘을 나는 드래곤스의 학생들보다 겁을 더 먹었을 것이다.
이 검은 드래곤은 드래곤 두 마리가 동시에 올라와도 넉넉히 남는 드래곤스 머리의 무대를 자기 혼자서 꽉꽉 채우고 있을 만큼 덩치가 살벌하게 컸다.
거기다가 세상에서 가장 어둡고 공포스런 비늘이 온몸을 뒤덮고 있었고 아래턱이 굉장히 크고 날카로운 얼굴에 붉은 눈이 툭 불어진 녀석이었다.
“오∼”
교장 선생님은 술을 한 모금 마시다 말고 검은 드래곤의 위용에 감탄사를 내뱉었다.
“역시나 인간들이란…….”
두려움에 우왕좌왕하는 드래곤스 학생들의 모습이 그리 썩 마음에 들지 않는지 검은 드래곤은 인상을 찌푸렸다.
“아까 나 보고 콩알만 하다고 했던 놈은 어디 숨어…….”
검은 드래곤은 좀 전에 자신을 보고 콩알만 하다고 했던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놈은 어디에 숨어서 벌벌 떨고 있는지 궁금해서 아래를 내려다보았지만 정말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놈인지 아니면 간을 누구한테 팔아먹은 놈인지 좀 전의 그 자리에서 좀 전처럼 가소롭다는 듯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흐음. 조금 큰 콩알이네.”
“뭐?!”
검은 드래곤은 용탄자의 얼굴에 자기 얼굴을 바짝 들이밀어 용탄자의 붉은 눈을 노려보았다.
용탄자도 지지 않고 검은 드래곤의 붉은 눈을 노려보았다.
“오∼”
교장 선생님은 치열한 눈싸움을 벌이고 있는 용탄자와 검은 드래곤의 모습에 또다시 감탄사를 내뱉었다.
“자자! 모두들 진정들하시고 자리에 착석해 주세요. 선생님들께서는 아이들을 진정시켜 자리에 앉혀주세요.”
교장 선생님의 말에 드래곤스의 선생님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학생들을 자리에 앉히기 시작했다.
“흥!”
검은 드래곤은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히 쳐다보는 인간이 있다는 게 불쾌하다는 듯 한쪽 눈을 찡그리며 콧김을 뿜어댔다.
“야, 어디다가 코를 푸노? 앙?”
“재밌는 녀석이군. 내가 코를 풀었으면 너는 이미 저세상 사람이야. 내 콧물은 불 찌거기거든. 알겠냐? 이 비리비리한 자식아!”
용탄자와 검은 드래곤의 숨 막히는 자존심 대결이 이어지는 동안 객석은 다시 차분해졌다.
“마법과 비행술에 모두 뛰어난 전설의 드래곤! 데쓰몰이군요! 저 공포스런 모습을 좀 보십시오.”
검은 드래곤은 교장 선생님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용탄자와 자존심 싸움을 계속하고 있었다.
“하∼ 나, 요런 오골계 사촌 같은 놈을 봤나! 니 푹∼ 삶기가꼬 오골계 삼계탕 되고 싶지 않으면 조용히 해라.”
“뭐, 오골계? 이런 노움 똥싸개 팬티 같은 놈을 봤나! 간식거리로 먹히고 싶지 않으면 너나 가만히 있지그래?”
“자자자자! 예의와 격식을 차린 인사는 내려가서들 하시고 용탄자 군과 데쓰무쓰는 어디로 가고 싶은가요?”
“내가 너 같은 놈을 등에 태우고 하늘을 날 생각하면 앞이 깜깜하다 이 자식아! 차라리 주정뱅이 드워프랑 미치광이 노움을 태우고 나는 게 낫지!”
“하! 오골계 주제에 하늘은 날 수 있나? 내가 니 등에 타주는 걸 영광으로 알아라. 이 오골계 자식아!”
“자∼ 그만들하고, 어디로 가고 싶은가요?”
교장 선생님은 마치 자기집 안방에서 싸우듯 전교생이 지켜보고 있는 드래곤스 머리의 무대 위에서 싸우고 있는 용탄자와 검은 드래곤에게 재차 물었다.
“뭐요?”
“뭐?”
교장 선생님의 두 번째 질문에 용탄자와 검은 드래곤은 고개를 획 돌려 교장 선생님을 노려보며 물었다.
“하하하! 정말 쌍둥이 형제가 따로 없군요. 용탄자 군, 용탄자 군의 드래곤은 데쓰무쓰. 데쓰무쓰, 데쓰무쓰의 드래곤 라이더의 이름은 용탄자.”
교장 선생님은 용탄자와 데쓰무쓰에게 서로의 이름을 알려주었다.
“흥!”
“흥!”
둘은 서로의 이름을 듣고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콧방귀를 뀌었다.
“자∼ 두 사람이 선택을 해야 될 것 같군요. 마법과 비행술 모두에 재능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죠! 매커드 반과 데커드 반 중 어디로 가고 싶은가요?”
교장 선생님은 용탄자와 데쓰무쓰가 어떤 선택을 할지 매우 궁금해하는 눈치였다.
“전 마법 같은 복잡한 공부하려고 여기 온 게 아니라서요. 하늘을 나는 게 저는 엄청 좋거든요.”
교장 선생님은 용탄자의 말을 듣고서 데쓰무쓰를 쳐다보았다.
“어이 영감탱이. 내가 왜 이상한 냄새 나는 검은 로브 속에서 자고 있었는지 벌써 잊어버린 거야?”
교장 선생님은 용탄자와 데쓰무쓰의 대답에 알쏭달쏭한 미소를 지으며
“데커드 반으로!”
교장 선생님이 큰소리로 용탄자와 데쓰무쓰를 감별해 냈다.
“용탄자 학생과 데쓰무쓰는 이쪽으로 와주세요. 무대를 내려오기 전에 폴리모프하는 거 잊지 마시구요.”
무대의 귀퉁이에 대기하고 있던 살아 움직이는 지도가 용탄자와 데쓰무쓰의 감별식이 끝나자 총알처럼 튀어와 용탄자와 다시 콩알만 하게 폴리모프를 한 데쓰무쓰를 자리로 안내했다.
“자∼ 이로써 올해의 신입생 감별식을 끝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올해처럼 놀랍고 무섭고 반가운 감별식은 처음이었던 것 같군요. 끄억!”
교장 선생님은 트림과 함께 감별식을 끝마쳤다.
“여기에 앉으시면 돼요!”
용탄자와 데쓰무쓰는 살아 움직이는 지도의 안내를 따라 한 좌석에 앉았다.
그런데
“어이! 이봐!”
엉덩이 밑에서 왠 목소리가 들리는 게 아니겠는가?
용탄자는 방귀방석 위에 앉은 사람처럼 화들짝 놀라 일어섰다.
“여기는 매커드 반 자리라고!”
잠깐 엉덩이를 붙였던 의자가 용탄자에게 따지듯 말했다.
“오우∼ 죄송합니다. 제가 자리를 잘못 찾았나 보네요. 검은 드래곤을 보고 너무 놀라서 지금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모양이에요. 이쪽으로 와주세요. 정말정말정말정말정말정말 죄송합니다.”
살아 움직이는 지도는 꾸깃꾸깃 오그라들며 말했다.
아무래도 실수를 굉장히 부끄러워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용탄자는 하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살아 움직이는 지도를 따라갔는데 살아 움직이는 지도가 안내한 자리 옆에는 트래퍼스가 앉아 있었다.
용탄자가 자리에 앉자 왠 손 하나가 불쑥 튀어나와 어서 잡고 흔들라는 듯이 버티고 서 있었다.
“반가워, 난 윙키버라고 해.”
“어, 난 용탄자라고 한다.”
용탄자는 얼떨결에 윙키버라고 자기를 소개한 여학생과 악수를 하게 됐다.
“작년 루니 그랑프리에서 아주 간발의 차이로 2위를 한 윙키스 선수가 내 아버지시고 역시 루니 그랑프리에서 쭉 상위권 성적을 내고 있는 그라나 선수가 내 어머니시지.”
“어…….”
용탄자는 윙키버의 난데없는 자랑질에 약간 밥맛이 떨어지려고 했다.
“너희 부모님은 뭐하시는 분이시니?”
“우리 아빠는 내가 어렸을 적에 돌아가셔서 나는 잘 모르고…….”
용탄자는 윙키버가 이제 네 차례야라는 듯이 물어보자 떫은 감 씹은 듯한 표정으로 건성건성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