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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라이더 1권 (7화)
3. 입학식 (5)


“저런!참 안됐구나!”
용탄자는 윙키버의 감정이 조금도 묻어 있지 않은 아주아주 형식적인 말이 자랑질보다 더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니 원래 말투가 그렇게 재수없나?”
용탄자의 아주아주 솔직한 성격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용탄자는 윙키버의 얼굴을 보며 정말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뭐라구?”
“원래 그렇게 재수없냐고. 자랑질에 가식에 아주 골고루 갖추고 있어서 말이다.”
윙키버는 용탄자의 거침없는 솔직함에 입이 에얼리언처럼 쩌어어어억! 벌어졌다.
“키키키키키키!”
데쓰무쓰는 윙키버의 얼빠진 모습을 보며 킥킥거리며 웃었다.
“모든 학생들이 자리에 착석했군요. 그럼 이제 만찬을 시작합시다!”
학생들이 모두 자리에 앉아 사이좋게 대화를 나누자 교장 선생님은 큰소리로 저녁 만찬의 시작을 알렸다.
교장 선생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연회장의 문이 열리더니 맛있는 음식을 가득 담은 커다란 쟁반과 시원한 각종 음료가 담긴 호리병 그리고 빈접시와 포크, 나이프가 질서 정연하게 드래곤스 머리로 입장했다.
이것들도 살아 움직이는 지도처럼 살아 있는지 무슨 악단처럼 노래를 부르며 입장했다.
처음 보는 광경에 용탄자가 넋을 놓은 사이 연회장의 빈 테이블들은 맛있는 만찬으로 먹음직스럽게 꾸며졌다.
“어이, 이봐! 뭘 그렇게 넋을 놓고 있어? 어서 음식을 퍼담지 않고서.”
용탄자의 앞에 놓여진 빈 접시는 용탄자를 닦달했다.
“우우우우리 아빠한테 이이이이야기는 드드들었지만 정말로 이런 게 있었다니! 드드드래곤스의 만찬에 대해서 처처처처음 들었을 때 난 우리 아빠가 날 놀리는 건 줄 알았어! 그런데 사사사실이었다니!”
트래퍼스는 지금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지 침을 질질 흘리며 놀라워했다.
꼬르르르르륵!
놀라워하는 것도 잠시, 배가 너무 고픈 용탄자와 트래퍼스는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앞에 놓인 맛있는 음식을 마구마구 퍼담기 시작했다.
“역시 내 요리가 많이 팔리는구만! 헤헤헤!”
칠면조 구이가 담긴 커다란 쟁반이 학생들의 포크와 나이프가 쉴 새 없이 자기에게로 오자 기쁜 듯 딱따구리처럼 웃어댔다.
“이 편식가들 같으니라고! 채소도 많이 먹어야지 건강해진다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야채와 노란 마요네즈가 만나서 딱 봐도 맛없게 보이는 샐러드가 가득 담긴 커다란 쟁반은 학생들이 자신의 음식을 외면하자 화가 났는지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꾸웩! 이봐 고기만 씹어! 왜 나까지 같이 씹어대는 거야!”
트래퍼스의 포크는 트래퍼스가 썰은 스테이크는 물론이고 심지어 자기까지 씹어 삼키려들자 호통을 쳤다.
“역시 인생은 운이야. 하필 저런 뚱보에게 음식을 먹여줘야 하다니. 저 녀석, 3일은 골골거리겠구만.”
트래퍼스의 포크보다 상대적으로 덜 바쁘고 덜 위험한 용탄자의 포크는 꾸웩! 꾸웩! 거리며 트래퍼스의 이빨 세례를 받고 있는 친구가 안쓰러운 모양이었다.
“그그그그그런데 네 드래곤은 이름이 뭐뭐야?”
세상에! 트래퍼스는 턱을 아래위로 기계처럼 빠르게 움직이며 음식을 씹어대면서 말까지 하는 아주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데쓰무쓰.”
용탄자는 트래퍼스 같은 능력이 없어 씹던 소 등갈비살을 마저 씹어 삼키고 대답했다.
“저저저저정말 엄청나게 커다란 녀석이더라. 나 그렇게 커다랗고 무섭게 생긴 드래곤이 있는 줄 몰랐어.”
“우적우적…… 흥! 겁쟁이라고 광고하냐?”
데쓰무쓰는 용탄자 접시에서 낚아챈 엄청 기다란 바비큐립을 정신없이 뜯다 말고 고개를 들어 트래퍼스를 보며 말했다.
“어이, 입에 묻은 거나 좀 닦고 말하지?”
용탄자는 냅킨을 데쓰무쓰의 지저분한 얼굴에 던졌다.
“음?! 이봐, 내가 지금 얼마만에 식사를 하는지 네가 알기나 해? 네가 나만큼 굶었으면 넌 더 했을 거야. 알아?”
데쓰무쓰는 용탄자가 던진 냅킨에 얼굴을 비벼며 말했다.
“이봐…….”
그리고는 아주 진지한 목소리로 용탄자를 불렀다.
“왜?”
“저기! 저 꿀 발린 돼지고기 좀 여기 덜어줘 봐.”
용탄자는 아주 진지한 목소리로 고기 좀 덜어달라며 날개로 뼈만 앙상하게 남은 접시를 톡톡 치는 데쓰무쓰의 모습을 모른 체했다.
데쓰무쓰는 자신의 요구를 무시하는 용탄자를 가만히 보고 있다 허니포그를 접시로 덜어오는 순간 독수리처럼 접시로 날아들어 한입에 꿀꺽 삼켜 버렸다.
“야!”
용탄자는 막 접시에 덜어온 허니포그를 먹어치운 데쓰무쓰를 허니포그 대신 먹어치워 버릴 듯 노려보며 소리를 질렀다.
“왜? 배고픈 드래곤 처음 보냐? 그래도 저기 저놈에 비하면 이 몸은 아무것도 아니야.”
데쓰무쓰가 가리킨 곳에는 아예 음식이 담긴 커다란 쟁반에 얼굴을 처박고 숨이 막히는지 버둥버둥거리며 음식을 먹어치우는 그렁키가 보였다.
“꺄아아아아아악! 이 늑대인간 썩은 발톱보다 못한 놈! 어서 내 몸에서 안 떨어져!”
그렁키에게 범해진 3단 모카케이크가 담긴 커다란 쟁반의 비명 소리가 구슬프게 들려왔다.
“쯧쯧쯧. 그러게 나처럼 그냥 맛없는 누런 샐러드나 담지.”
테이블에 가득했던 음식들이 몇 가지를 제외하고 싹싹 비워졌을 때 왁자지껄했던 만찬이 끝났다.
“이봐. 어서 일어나 봐. 이제 끝났어.”
용탄자의 포크는 용탄자의 손에서 나와 테이블 위에 쓰려져 바들바들 떨고 있는 여기저기 이빨 자국이 나 있는 트래퍼스의 포크에게로 가서 트래퍼스의 포크를 질질 끌고 비워진 커다란 쟁반 위에 올랐다.
“정말 지옥 같은 만찬이었어…… 으윽!”
용탄자의 포크에게 질질 끌려가며 트래퍼스의 포크는 유언을 하듯 중얼거렸다.
“나쁜 놈!”
그렁키에게 싹싹 털린 3단 모카케이크가 담겨져 있던 커다란 쟁반은 산처럼 부풀어오른 배를 두들기고 있는 그렁키의 머리를 꽝! 하고 때리고 연회장을 뛰쳐나갔다.
커다란 쟁반과 나이프, 포크, 접시들이 퇴장하고 얼마 뒤, 교장 선생님이 다시 무대로 올라왔다.
“기숙사 방을 배정받아야 되는 신입생들을 제외하고는 모두들 각자의 기숙사로 돌아가 짐 정리를 해주세요.”
교장 선생님의 말에 신입생을 제외한 학생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삼삼오오 모여 연회장을 빠져나갔다.
“어디 보자…….”
교장 선생님은 데쓰무쓰를 꺼낼 때처럼 온몸 구석구석을 뒤지기 시작했다.
거지가 몸에 돌아다니는 이를 잡으려 몸을 샅샅이 뒤지듯 몸을 뒤지던 교장 선생님은 품속에서 작은 상자를 꺼냈다.
“기숙사 방 배정식에 대해서 설명해 줄게요. 이 안에는 여러분들 머릿수만큼의 열쇠가 들어 있어요. 하지만 평범한 열쇠는 아니랍니다. 발이 달린 열쇠에요! 어때요, 재밌죠? 제가 이리저리 뛰고 싶어 안달난 열쇠가 가득 담긴 이 상자를 엶과 동시에 여러분들은 이 발이 달린 열쇠를 쫓아서 하나를 집으면 되는 거예요. 혹시 발이 달린 열쇠를 잃어버리면 어쩌지? 라는 걱정은 하지 마세요. 열쇠에 달린 발은 여러분이 집음과 동시에 사라질 테니까요. 그럼 준비들하시고∼”
교장 선생님은 굉장히 재미난 폭죽을 터트리려는 아이처럼 기대에 찬 얼굴로 손에 든 작은 상자를 열 준비를 했다.
“시작!”
신입생들이 교장 선생님의 말에 긴가민가해하며 어정쩡하게 달릴 준비를 하고 있을 때 교장 선생님은 들고 있던 상자를 열었고 그 안에서 정말 발이 달린 열쇠들이 튀어나왔다.
‘웽글웽글웽글웽글웽글∼’
발이 달린 열쇠들은 이상한 소리를 내며 사방으로 도망쳤고 덕분에 여기서도 ‘웽글웽글웽글웽글∼’ 저기서도 ‘웽글웽글웽글웽글∼’ 사방에서 ‘웽글웽글웽글웽글∼’ 거려댔다.
“저기 있다!”
“저리 비켜! 저놈 내 거야!”
신입생들은 아주 얄밉게 이리저리 미꾸라지처럼 잘도 도망치는 발이 달린 열쇠를 잡으려고 열심히 뛰었다.
“우우우웩∼”
꾸역꾸역 맛있는 음식을 배 터지게 먹고 바로 달리기를 하니 속이 안 좋아진 몇몇 학생들이 구역질을 시작했고 구역질 소리에 속이 안 좋아진 학생들도 덩달아 구역질을 해댔다.
“우우우욱∼”
“쓰으으으읍! 쓰으으으읍!”
“웨웨에에에에엑∼”
구역질은 삽시간에 전염병 돌 듯 돌아 모든 신입생들이 구역질을 해대며 발이 달린 열쇠를 쫓았다.
정말 명문 드래곤 라이더 학교답게 품위와 예의, 구색을 두루 갖춘 기숙사 방 배정식이 아닐 수 없었다.
만찬 후 구역질 달리기라니 말이다.
신입생들의 소화력과 체력을 향상시킴과 동시에 식욕을 떨어트려 비만을 예방해 주니 이 얼마나 좋은가.
“헤엑…… 헤엑…….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이고!”
가장 먼저 발이 달린 열쇠를 집은 건 바로 용탄자였다.
역시 공부면 공부, 체육이면 체육 모두 잘하는 신정 중학교의 남학생들 사이에서 재수없는 놈으로 통한 재수없는 놈다웠다.
“축하해.”
코앞에서 발이 달린 열쇠를 놓친 윙키버는 용탄자의 손에 잡힌 열쇠를 보고 말했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하지 말고 열쇠나 찾는 게 어떻노?”
역시나 솔직한 용탄자의 대답에 윙키버는 고개를 홱! 하고 돌리고서 열쇠를 쫓았다.
용탄자는 겨우 잡은 발이 달린 열쇠를 살펴보았는데 정말 교장 선생님의 말처럼 용탄자에게 잡히자 발이 달린 열쇠의 발이 아이스크림 녹듯 녹아 버렸다.
“진짜 신기하네.”
용탄자는 이제 평범한 열쇠가 된 열쇠를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고 있었는데 201호라는 글씨가 나타났다.
아무래도 기숙사 방 호수인 듯했다.
“잡았다!”
“요놈!”
열쇠를 손에 쥔 용탄자는 다시 자리에 앉아 느긋하게 구역질 달리기를 관람했다.
이제 다른 신입생들도 하나둘씩 발이 달린 열쇠를 잡아갔다.
서서히 구역질이 잦아들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지치지 않는 기세로 힘차게 구역질을 하고 있는 신입생이 있었다. 누군지는 말 안 해도 알리라.
“우웨에에에에엑!”
바로 트래퍼스였다.
트래퍼스는 나름 뛴다고 뛰고 있었지만 그건 뛰는 게 아니라 뛰는 폼으로 걷는 거나 다름없었다.
시뻘게진 얼굴에 손으로 겨우 틀어막은 입에서는 금방 뭐라도 쏟아져 나올 것만 같았다.
“내가 한쪽 발만 달린 열쇠라도 니한테는 안 잡히겠다.”
트래퍼스는 코앞에서 얄밉게 ‘웽글웽글웽글웽글∼’거리며 알짱거리는 발이 달린 열쇠를 포기하지 않고 쫓고 있었지만 영 가망이 없어 보였다.
“어이! 이건 뭐냐?”
데쓰무쓰가 용탄자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 주머니를 마구마구 뒤지다 찾은 병 하나를 꺼내 보이며 용탄자에게 물었다.
“아, 그거?”
데쓰무쓰가 꺼낸 병은 얼떨결에 주머니에 넣어둔 오크콧물맛 구토제였다.
용탄자는 나름 자기를 도와주려고 했던 트래퍼스의 미소가 떠올랐다.
“그래. 지도 내 한 번 도와주려고 했는데 내도 지 한 번 도와줘야지. 에효∼”
용탄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직 안 잡힌 발이 달린 열쇠를 쫓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를 잡을 수 있었는데 202호 열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