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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라이더 1권 (8화)
3. 입학식 (6)
“야! 그만 좀 구역질해라. 니 이 오크콧물맛 구토제라도 먹었나?”
“저저저저저리 치워! 지지지지금 그그그그그거 냄새만 맡아도 바로 토할 것 같아.”
“자! 오크콧물맛 구토제 값이다.”
용탄자는 트래퍼스에게 202호 열쇠를 건넸다.
“고고고고마워!”
트래퍼스는 울먹이며 용탄자가 건네는 열쇠를 받았다.
“자! 그럼 모두들 열쇠를 하나씩 잡은 것 같군요. 저를 따라오세요∼”
교장 선생님은 구역질 달리기의 마지막 남은 선수인 트래버스의 손에 열쇠가 들리자 연회장을 나서며 말했다.
교장 선생님이 신입생을 데리고 간 곳은 드래곤스의 기숙사인 드래곤스 꼬리였다.
기이이이이다란 내리막길 복도가 신입생들 눈앞에 펼쳐졌는데 튀어나왔다 들어갔다 제멋대로인 복도의 양벽으로 수백, 수천 개의 문들이 삐뚤빼뚤하게 달려 있었다.
마치 거인에게 밟히고 밟힌 빈깡통처럼 찌그러진 호텔의 복도와 같은 모습이었다.
“자∼ 여기가 앞으로 여러분들이 졸업할 때까지 생활하게 될 드래곤스 기숙사에요. 열쇠에 적힌 번호와 똑같은 번호가 적힌 방을 찾아가면 된답니다. 여러분들의 짐은 모두 방에 배달되어 있으니까 짐을 풀고 쉬도록 해요. 모두들 드래곤스에 입학하게 된 걸 다시 한 번 짐심으로 축하드려요.”
교장 선생님은 신입생들을 기숙사까지 안내하고는 기숙사를 나섰다.
“여여열쇠 잡아줘서 정말로 고마워. 너너너 아니었으면 아마 지금까지 구역질을 하고 있었을 거야.”
“됐다. 우리 방이나 찾으러 가자.”
“응!”
용탄자와 트래퍼스는 다른 신입생들처럼 기숙사의 내리막 복도를 이리저리 서성이며 방을 찾기 시작했다.
이놈의 기숙사는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건지 101호 다음에 102호가 아니라 401호였고 404호 다음에 405호가 아니라 311호였다.
말그대로 뒤죽박죽이었다.
덕분에 신입생들은 기이이이이다란 복도를 왔다 갔다 하며 자기 방을 찾는다고 정신이 없었다.
“찾았다! 202호!”
트래퍼스는 용탄자와 함께 다른 신입생들처럼 기숙사 복도를 돌아다니다 자기 방을 찾았다.
용탄자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202호 옆방을 보았지만 역시 옆방 문에는 532호라고 적혀 있었다.
“좋겠네. 먼저 들어가서 쉬어라.”
용탄자는 트래퍼스의 등을 툭 치며 말하고는 201호를 찾아 기숙사 복도를 다시 걸었다.
“와 따라오노? 니 방 찾았다 아이가.”
“바바바방 같이 찾아줄게. 네 바바바방이 어딨는지 알아야 놀러갈 거 아니야.”
용탄자와 트래퍼스는 또 얼마간 기숙사 복도 이곳저곳을 살피며 201호를 찾았다.
도대체 이놈의 드래곤스 꼬리는 얼마나 긴지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었다.
엄청나게 길고 제멋대로 생겼으면 좀 양심적으로 평평하게라도 만들던지 이거는 길면서 내리막으로 되어 있어서 다시 올라올려면 힘이 엄청나게 들었다.
“201호 찾았어!”
트래퍼스가 드디어 635호와 124호 사이에 있는 201호를 찾았다.
“이야! 드디어 찾았네.”
용탄자가 몇 십 분을 헤매다 찾은 201호의 문고리를 잡았을 때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겨우 찾았네.”
윙키버가 635호 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너 201호 열쇠 집었니?”
윙키버는 201호의 문고리를 잡은 용탄자와 201호 문을 번갈아 보더니 물었다.
“어. 근데 왜?”
“너도 데커드 반이지?”
“어. 근데 왜?”
“나도 데커드 반이야. 우리 앞으로 잘 지내보자.”
윙키버는 ‘너 같은 놈은 절대로 내 발끝에도 못 미칠 아이가 분명하지만 내가 인심 좀 써서 친하게 지내줄게!’라고 말하는 듯한 썩소를 용탄자에게 날리고는 635호 문을 열더니 쏙! 들어가 버렸다.
“나나나나도 데커드 반인데…….”
트래퍼스는 쾅! 하고 닫힌 635호 문을 보면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뭐야! 나 같은 하이 클래스 보고 이런 구닥다리 여관 같은 곳에서 지내라고! 이게 말이 돼? 나는 앞으로 세계 최고의 마법을 구사하는 드래곤 라이더가 될 몸이란 말이야. 뭐야 이 걸레 같은 방은!”
124호를 배정받은 여학생이 아주 재수없는 말투로 툴툴거렸다.
그러자 여학생의 드래곤이 철딱서니 없는 딸아이를 혼내는 엄마 같은 목소리로
“야니! 걸레라니! 그런 천한 단어는 입에 담으면 안돼! 언제나 엘레가아아아앙스∼ 하게 굴란 말이야.”
“얀! 지금 엘레강스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잖아.”
쾅!
야니라는 여학생은 자기 드래곤과 함께 방으로 들어가며 문을 신경질적으로 닫았다.
“나나나…… 학교 잘못 들어왔나 봐. 다시 돌아갈까?”
트래퍼스는 용탄자의 양 옆방에 사는 여학생들의 상태를 보고는 드래곤스에 입학한 걸 약간 후회했다.
“갈 때 나도 좀 데려가라.”
4. 데커드 반의 문제아들 (1)
기숙사 방에는 침대, 소파, 책상, 옷장, 사물함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방문에는 데커드 반 1학년 1학기 시간표가 붙어 있었다.
시간표를 살펴보니 월요일인 내일은 오전 수업으로는 기본 비행술. 1(장소:드래곤스 왼쪽 앞발)과 오후 수업으로는 재미난 불장난(장소:드래곤스 오른쪽 뒷발)이 있었다.
“재미난 불장난? 이게 뭐고?”
용탄자는 괴상한 수업 이름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런 바보. 정말 불 가지고 장난치는 거야.”
용탄자의 왼쪽 볼에 거의 닿을락 말락 할 정도로 가까이 붙어 수업 시간표를 보고 있던 데쓰무쓰가 용탄자에게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럼 수업 제목을 바꿔야지.”
“뭐?”
“재미난 불장난이 아니라 잿더미 만들기 아님 모두 다 태워보아요?”
피식!
용탄자의 말에 데쓰무쓰가 피식!하고 웃었다.
“웃어? 감히 형님께서 말씀하시는데!”
“뭐, 형님? 내가 너보다 몇 살이나 더 많은지 알아?”
“니 몇 살인데?”
“나? 그러니까…… 너부터 말해봐!”
“내가 먼저 물었다 아이가!”
“이런 건방진! 어른이 물어보는데…….”
“17살이다.”
“역시 넌 나한테 안 돼. 난 18살이거든.”
데쓰무쓰는 용탄자가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
“니 내 나이 듣고 한 살 더 올렸제?”
“어허! 형님한테!”
“사실 내도 18살이다. 이 멍청아.”
“그럼 역시 넌 내 동생이네. 사실 난 19살이거든.”
데쓰무쓰는 용탄자의 머리 위에 둥지를 틀고 앉아서 에헴∼ 거리며 말했다.
“그래 니 똥 굵다.”
용탄자는 소파에 앉아서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정말 이곳은 현실 세계와는 다른 세계인지 창문 밖 밤하늘에 떠 있는 무수히 많은 별들이 너무나 생생하게 보여 별들이 엄청 가까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게 지금 꿈이가 생시가? 엄마한테 판타지 이야기를 귀에 딱지 앉게 들어서 내가 지금 판타지 꿈을 꾸고 있는 거가?’
용탄자는 검은 드래곤을 머리에 얻고 드래곤스 기숙사 방 소파에 앉아 현실 세계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게 아름다운 밤하늘을 보면서 멍해졌다.
용탄자는 도대체가 지금 이 순간이 믿기지 않았다.
“드러러러렁∼”
“어이…… 자냐?”
용탄자는 밤하늘을 보다 소파에서 앉은 채로 잠이 들었다.
“저기 용탄자 님∼”
“으으음…….”
“용탄자 님! 용탄자 님 !”
누가 용탄자의 귀에다 대고 큰소리로 말했다.
“으음?”
자꾸 누가 불러대는 소리에 눈을 떠 고개를 돌렸는데 어제 저녁까지만 해도 벽에 붙어 있던 시간표가 용탄자를 깨우고 있었다.
“뭐고? 여기는 다 살아서 움직이 거가?”
“아이고 허리야∼ 이놈아! 멀쩡한 침대 놔두고 왜 나한테 앉아서 자는 거냐?”
용탄자가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소파가 찌뿌둥한 허리를 펴는 할아버지처럼 기지개를 하며 툴툴거렸다.
“아악!”
용탄자는 잠결에 깜짝 놀라 자빠질 뻔했다.
“오늘 오전에는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는 비행 수업이 있어요. 어서 옷장에서 비행 코트를 꺼내 입으세요. 잘못하면 1학기 첫수업에 늦어 버릴 수 있답니다. 어서요!”
용탄자는 등을 떠밀며 재촉하는 시간표에 떠밀려 옷장으로 갔다.
“어머∼ 멋쟁이 씨! 무슨 옷 입으러 왔어?”
“아악!”
옷장이 빨간 휴지 어때요? 아니야 아니야 자기는 파란 휴지가 잘 어울릴 거야! 하고 똥 닦을 휴지를 친절히 골라주는 이상한 귀신처럼 무슨 옷을 입을 거냐고 묻자 용탄자는 결국 깜짝 놀라 자빠지고야 말았다.
“아이참! 이럴 시간이 없다니까요. 빨리 일어나세요. 자자!”
시간표의 재촉에 허겁지겁 일어난 용탄자는
“어…… 무슨 옷?”
“비행 코트요, 비행 코트! 어서! 어서!”
“비행 코트 주세요.”
“어머∼ 오늘 비행 수업하는구나. 멋쟁이 드래곤 라이더 오빠!”
옷장은 중요한 뭐가 뚝! 하고 떨어져 없는 남자처럼 징그러운 여자 목소리를 냈다.
“퉤!”
옷장은 침을 뱉듯이 비행 코트를 퉤! 하고 용탄자의 발밑에 뱉어냈다.
“이거 입고 오늘 파이팅해야 돼∼”
용탄자는 옷장이 뱉어낸 비행 코트를 집었는데 상당히 낡고 여기저기 낙서가 가득한 녀석이었다.
“설마 너도 막 말하고 움직이는 건 아니제?”
용탄자는 미친놈처럼 낡은 코트에 말을 걸어보았다.
“…….”
뭐 대답하지 않는 걸로 보아서 살아 있는 놈은 아닌 모양이었다.
용탄자는 얼른 비행 코트로 갈아입고 시간표를 따라 기숙사 방을 나섰다.
기숙사 복도에는 1학기 첫수업에 늦지 않으려 발걸음을 서두르는 학생들이 가득했다.
“드래곤스 위장으로 가서 맛있게 아침 식사를 할 시간이에요.”
“알았다, 알았다고. 지금 가고 있다 아이가.”
시간표가 계속 화살표 모양으로 자기를 접어서 용탄자의 눈앞에서 가야 되는 방향을 계속해서 가리켰다.
“요요요용탄자야!”
하품을 하면서 걷던 용탄자는 익숙한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비행 코트를 입고 헐레벌떡 뛰어오는 트래퍼스가 보였다.
“어, 왔나?”
“어어어. 자자자잠은 잘 잤어?”
“뭐, 그럭저럭.”
“나나나난 어제 침대에 누웠는데 침대가 마마마마말을 거는 바람에 까까까깜짝 놀라서 소파에 앉았는데 소소소소파도 나한테 말을 걸지 뭐야. 까까까깜짝 놀라서 혼났어.”
“니도가? 나도 오늘 아침에 누가 깨워서 일어나 보니까 어제 밤까지만 해도 멀쩡하게 벽에 붙어 있던 시간표가 날 깨우고 있드라. 와∼ 깜짝 놀랐다.”
“이쪽이에요!”
“이쪽! 이쪽!”
용탄자와 트래퍼스의 시간표가 주인들에게 빨리 걸으라고 닦달하듯 가야 되는 방향을 쉴 새 없이 가리켰다.
시간표를 따라 드래곤스의 식당인 드래곤스 위장으로 가보니 이미 많은 학생들이 자리에 앉아서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수저 소리와 학생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로 드래곤스 위장은 떠들썩했다.
용탄자와 트래퍼스는 ‘아침에는 우유와 바나나를 먹는 게 좋아요∼’, ‘오우! 아침부터 고기를 집다니 메뉴 선정이 영∼ 꽝이에요!’라며 잔소리를 늘어놓는 접시에 먹고 싶은 음식을 적당히 덜어서 빈자리에 앉아서 아침 식사를 시작하려고 포크를 잡았는데 트래퍼스가 잡은 포크가 휴대폰 진동하듯 바들바들 떨어댔다.
“또…… 또…… 너냐?”
트래퍼스가 잡은 포크 여기저기에 이빨 자국이 가득한 걸로 봐서는 아무래도 어제 트래퍼스가 만찬에서 사용했던 그 불쌍한 녀석인 듯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