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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라이더 1권 (9화)
4. 데커드 반의 문제아들 (2)
그 불쌍한 녀석은 용탄자와 트래퍼스가 아침 식사를 시작함과 동시에 ‘아악!’, ‘우욱!’, ‘어헉!’거리며 아침 식사의 흥을 돋궈주었다.
“어서요!”
“이러다 늦겠어요!”
아침 식사를 마친 용탄자와 트래퍼스는 시간표를 따라 서둘러 드래곤스 왼쪽 앞발로 향했다.
“허리 업! 허리 업!”
“수업 시간에 안 늦으려면 다리가 보이게 뛰어서는 안 돼요!”
“꼬! 꼬!”
다른 신입생들도 용탄자, 트래퍼스와 마찬가지로 시간표의 닦달에 열심히 달렸다.
용탄자와 트래퍼스가 다른 신입생들과 함께 드래곤스 왼쪽 앞발에 도착했을 때 다행히도 아직 수업 시간에 늦지 않았는지 선생님은 보이지 않았다.
시간표의 닦달에 드래곤스 왼쪽 앞발까지 전속력으로 뛰어온 신입생들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음?”
용탄자도 가쁜숨을 몰아쉬다 갑자기 맑은 공기맛이 나 주변을 살폈는데
“우와∼”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절벽 위에 비행장이 세워지면 이런 느낌일까?
빌딩처럼 거대한 드래곤스 앞발에는 총 세 개의 활주로가 층층이 달려 있었고 각 층의 활주로에서는 각 학년별로 비행 수업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용탄자의 학년은 제일 위에 있는 활주로에서 수업이 잡혀 있었는데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보았을 때 하늘을 가린 드래곤스의 날개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드래곤스 날개에서 왠 드래곤 한 마리가 뛰어내려 수직강하를 시작했다.
그 드래곤은 별똥별처럼 빠른 속도로 신입생들이 있는 활주로로 떨어져 내렸다.
“추추추추충돌하겠어!”
수직으로 내리꽃히는 드래곤이 활주로에 가까웠을 때 신입생들은 충돌을 예상하고는 모두 눈을 질끈 감았는데
“뭘 그렇게 눈을 질끈 감고 있나!”
응? 충돌은 없었다.
엄청난 속도로 활주로로 수직강하를 하던 드래곤은 충돌하기 직전에 날개를 움직여 강하 속도를 단번에 죽였다.
정말 엄청난 날개 힘이었다.
드래곤에서 내린 남자는 눈을 질끈 감고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는 신입생들에게 호통쳤다.
호통 소리에 깜짝 놀라 눈을 뜬 신입생들은 드래곤과 그 드래곤에서 내린 남자를 보았는데 둘은 근육이 불룩불룩 튀어나온 커다란 몸 그리고 부리부리하게 생긴 눈이 꼭 닮아 있었다.
“난 너희들에게 하늘과 친구가 되는 법을 가르치게 될 해프리스라고 한다!”
해프리스 선생님의 목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누가 들으면 제트기가 이륙하는 줄 알았을 거다.
“하늘이라는 놈은 아주 콧대가 높아서 오직 강하고 끈기 있는 드래곤 라이더만을 친구로 삼는다! 하늘을 날고 싶나?”
“…….”
“하늘을 날고 싶나?!”
“네…….”
“목소리가 작다! 하늘을 날고 싶나?!”
“네!”
“그럼 너희들은 모두 강하고 끈기 있는 드래곤 라이더가 되어야 한다! 내가 그렇게 만들어주지!”
신입생들은 해프리스 선생님의 열정적인 모습이 왠지 모르게 불길했다.
“그럼 인사는 이쯤하고 바로 수업을 시작하겠다. 모두들 드래곤에 올라라! 어서!”
해프리스 선생님의 말에 신입생들의 드래곤들은 모두 폴리모프를 해제했다. 그리고 신입생들은 각자 자신의 드래곤에 올랐다.
“두 번 세 번 반복은 없으니 잘 듣도록! 드래곤이 혼자서 하늘을 날 수 없는 이유는 혼자서는 날개를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부족에서 드래곤 라이더가 없는 드래곤을 ‘락 하무인’, 즉, 커다란 도마뱀이라고 부르지! 그렇기 때문에 우리 드래곤 라이더들이 드래곤의 날개를 움직여야 한다! 드래곤 라이더의 뜻은 드래곤에게 업혀 있는 자라는 뜻이 아니라 드래곤의 날개와 마력을 움직이는 자라는 뜻이다.”
이 드래곤 라이더 학교에서도 현실 세계의 학교와 마찬가지로 학생들 사이에서 암적인 존재로 취급받는 범생이가 있는지 공책을 꺼내 해프리스 선생님의 말을 적고 있는 학생이 보였다.
“드래곤의 날개와 마력을 움직이는 자…….”
수업이 끝났음을 알리는 세상에서 가장 감미로운 종소리가 울리는데 손을 번쩍 들어 선생님께 질문 공세를 펼쳐 쉬는 시간 반 아이들에게 조용히 둘러싸이는 현실 세계의 범생이와 같은 꼴이 나는 건 아닐지 심히 걱정되는 학생이었다.
“이제부터 너희들의 드래곤의 날개는 바로 너희들의 등에 솟아난 날개라고 생각해야 된다. 지금 이 순간부터 너희들은 커다란 날개를 얻은 거다! 그리고 그 날개를 너희들의 드래곤과 함께 움직이는 거다! 자, 각자 자신의 드래곤의 날개를 위아래를 움직여 봐라!”
신입생들은 자신들의 드래곤들과 함께 날개를 움직이려고 노력하기 시작했고 데커드 반 학생들이 매커드 반 학생들보다 먼저 자신들의 드래곤의 날개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너희들 드래곤의 날개를 느껴라! 드래곤의 날개를 네 녀석들의 팔과 다리처럼 느끼고 움직이란 말이야!”
신입생들은 아직 자신의 드래곤의 날개가 완벽하게 느껴지진 않는지 드래곤들의 날개의 움직임이 막 걸음마를 시작한 갓난 아이의 위태위태한 발걸음마냥 불안했다.
“드래곤에 오르는 순간부터 너희들은 팔 두 개, 다리 두 개, 얼굴 하나, 몸통 하나를 가진 인간이 아니라 팔 두 개, 다리 여섯 개, 날개 두 개, 얼굴 두 개, 몸통 두 개에 기다란 꼬리를 가진 드래곤 라이더가 되어야 한다!”
해프리스는 자신의 드래곤 트라픈에 올라 서툴게 날개를 움직이는 신입생들을 감독했다.
“끄으으으으응∼”
신입생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신입생들의 움직임을 세세히 관찰하던 해프리스의 눈에 미치도록 보고 싶은 응가의 얼굴을 보기 위해 필사적으로 아랫배에 힘을 주는 변비 환자마냥 그렁키에 올라타 시뻘게진 얼굴로 끙끙거리는 트래퍼스가 들어왔다.
“이런 머저리 같은 놈!”
해프리스 선생님의 호통에 트래퍼스는 깜짝 놀라 그만 그렁키 등에서 떨어졌다.
“지금 네 드래곤 등에 앉아서 똥 싸는 거냐? 네 드래곤은 변기가 아니야!”
“키득키득!”
해프리스 선생님의 호통에 트래퍼스는 울먹였고 다른 학생들은 키득거리며 웃어댔다.
“선생님! 이렇게 움직이면 되는 건가요? 제가 잘 몰라서요.”
윙키버는 ‘봐! 날개는 이렇게 움직이는 거라구! 이 머저리 같은 놈아. 헤헷!’이라고 말하는 듯한 얼굴로 트래퍼스를 한 번 힐끔 쳐다보더니 이내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라는 표정으로 선생님을 바라보며 자신의 드래곤 윙키의 날개를 아래위로 자유자재로 움직여 보였다.
“그렇지! 그렇게 움직이는 거야!”
해프리스 선생님은 아주 빠르게 배워 나가는 윙키버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칭찬했다.
해프리스 선생님의 엄지손가락 칭잔에 우쭐해진 윙키버는 ‘봤냐? 너 같은 놈은 100년을 노력해도 못 따라올 천재적인 이 몸의 날갯짓을?’이라고 말하는 듯한 얼굴로 트래퍼스를 내려다보았다.
“뭘 그렇게 멍하니 있는 거냐! 어서 다시 네 드래곤에 올라!”
“네넷!”
해프리스 선생님의 호통에 트래퍼스는 다시 그렁키에 올라 변비 환자로 변신했다.
“이런 한심한 놈. 네 드래곤 날개를 조금도 못 움직이고 있잖아! 눈을 지그시 감고 네 드래곤의 날개를 느껴보란 말이다! 단단한 날개뼈를 느끼고 섬세한 신경을 느껴보라고! 똥구멍 막힌 백돼지마냥 힘만 쓰지 말고 이 녀석아!”
해프리스 선생님의 말에 백돼…… 아니, 트래퍼스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네 팔의 힘줄을 움직이듯이 네 드래곤의 날개의 힘줄을 움직여 봐, 어서!”
해프리스 선생님의 호통 덕분인지 그렁키의 날개가 조금 움찔하더니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어어어어어∼ 내 날개가 움직여!”
그렁키는 폴리모프 상태에서는 자유자재로 움직이던 날개였지만 폴리모프를 해제하고 진짜 모습으로 변하면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던 날개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신기해했다.
“그 정도 가지고 호들갑은…….”
해프리스 선생님은 다른 학생들은 벌써 날개를 아래위로 서툴게 움직이고 있는데 반해 날개를 자세히 봐야 겨우 알 수 있을 정도로 움직이는 트래퍼스와 그렁키가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이봐, 너 제대로 하고 있는 거야? 내 날개가 도통 움직일 생각을 안 하잖아!”
“잠깐 있어 봐라.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현실 세계에서 이런 건 상상도 못하고 살고 있었는데 니 같으면 한 번에 잘되겠나?”
“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냐? 내가 그 고생을 하고 만난 드래곤 라이더가 너 같은 풋내기인데 말이야!”
“싫으면 다시 교장 선생님 주머니 속에서 처자빠져 자던가!”
해프리스 선생님은 귀를 박박 긁어대는 소리에 트래퍼스와 그렁키에게서 눈을 돌려 주위를 살폈다.
“너희들은 또 뭐야!”
해프리스 선생님의 레이더 망에 움직이라는 날개는 안 움직이고 열심히 싸우고 있는 용탄자와 데쓰무쓰가 보였다.
해프리스 선생님은 트라픈을 타고 그들에게로 날아가 날개로 두 녀석을 쥐어박으며
“이 녀석들! 움직이라는 날개는 안 움직이고 어디 신성한 수업 시간에 싸우고 있어!”
“선생님. 아무리 날개를 느껴보려고 해도 도대체가 느껴지질 않는데 어떻게 움직이라고요!”
용탄자는 답답한 마음에 소리쳤다.
“서로를 인정하지 않고 싸움박질이나 하는데 어떻게 교감이 일어나겠나! 이봐, 데쓰무쓰. 너는 지금 이 녀석을 단순히 네 녀석이 하늘을 나는데 필요한 도구로 취급하고 있어! 그런 시건방진 생각을 하고 있다면 넌 평생 하늘을 날 수 없을 거다!”
“내가 이 풋내기 녀석을 내 드래곤 라이더로 인정할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큰 오산이야!”
“교장 선생님은 너와의 계약을 성실히 이행했다. 이번에는 네 차례다. 만약 교장 선생님과의 계약을 저버린다면 그땐 너는 내 손에 죽는다.”
용탄자는 데쓰무쓰와 해프리스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다가 데쓰무쓰의 말에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
용탄자는 데쓰무쓰의 등에서 내려와 해프리스 선생님과 트라픈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고 있는 데쓰무쓰의 턱을 발로 있는 힘껏 걷어찼다.
“나도 너 같은 놈을 내 드래곤으로 받아들일 생각은 요만큼도 없다, 이 오골계 같은 자식아!”
“이 풋내기가! 한번 해보자는 거야!”
턱을 걷어차인 데쓰무쓰는 용탄자의 얼굴에 자기 얼굴을 들이밀며 위협했다.
“한 주먹거리도 안 되는 도마뱀 주제에 어디서!”
데쓰무쓰의 모습에 용탄자는 겁먹기는 커녕 데쓰무쓰의 커다란 붉은 눈을 주먹으로 때렸고 눈을 맞은 데쓰무쓰는 눈물을 질질 흘렸다.
“이런 비겁한 자식! 눈을 때려? 넌 죽었어!”
“한 대 맞고 질질 짜는 놈한테 내가 쫄 거 같나?”
“하하하!”
해프리스 선생님은 다른 사람들은 보기만 해도 공포를 느끼는 데쓰몰 혈통의 데쓰무쓰와 당당히 마주하는 것도 모라자 폭력을 행사하기까지 하는 용탄자의 모습이 웃긴지 호탕하게 웃었다.
“용탄자, 다시 데쓰무쓰의 등에 올라라. 이 녀석은 네가 모르는 사연을 가진 놈이야.그래서 이렇게 조금은 삐뚤어진 놈일 뿐이다. 네가 이 녀석의 상처를 낫게 하는 약이 되고 이 녀석의 동반자가 되어 줘야 돼.”
해프리스는 용탄자의 뒷덜미를 잡더니 번쩍 들어 올려 다시 데쓰무쓰의 등에 올렸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말이 뭔지 아나?”
용탄자와 데쓰무쓰는 서로에게 삐져서 입이 오리처럼 툭! 나와 있었다.
“안 되면 될 때까지!”
해프리스는 날개를 움직이기 전까지 내려오지는 못한다는 듯이 큰소리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