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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라이더 1권 (10화)
4. 데커드 반의 문제아들 (3)
“선생님∼ 점점 몸이 떠오르는데요!”
윙키버는 용탄자와 데쓰무쓰가 날개를 움직이기 전까지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을 듯이 용탄자와 데쓰무쓰를 부릅뜬 눈으로 노려보고 있는 해프리스 선생님을 불렀다.
“오∼ 역시 윙커벤 혈통 드래곤에게 선택받은 놈이라 그런지 배우는 게 빠르구만.”
해프리스 선생님은 윙키버를 태운 윙키의 몸이 서서히 땅에서 떠오르자 놀라워했다.
“윙키버! 그리고 윙키! 누구들 하고는 다르게 서로의 교감이 굉장히 뛰어나구나!”
“헤헤헷! 몸이 몸이 몸이 몸이 떠오르고 있어!신기 신기 신기 신기 한데!”
윙키는 같은 단어를 계속 반복하면서 말을 엄청나게 빠르게 했다.
윙키버는 ‘봤냐? 이 꼴통 자식아!’라고 말하는 듯한 얼굴로 용탄자를 쳐다보며 무슨 치어리더라도 된 것처럼
“용탄자야, 파이팅!”
“헤헤헷! 내가 일등으로 날아올랐다! 일등! 일등! 일등!”
빠직!
윙키버와 윙키 덕분에 용탄자와 데쓰무쓰의 이마에 힘줄이 튀어 올랐다.
수업은 3시간이 넘도록 진행되었고 윙키버와 윙키는 첫 수업에서 공중에 날아올라 해프리스 선생님을 놀랬켰고 용탄자와 데쓰무쓰 그리고 트래퍼스와 그렁키는 이렇게 소질 없는 드래곤 라이더도 존재한다는 걸 해프리스 선생님에게 가르쳐 주었다.
재미라고는 손톱에 낀 때만큼도 없었던 첫 비행 수업을 마치고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드래곤스 위장으로 온 용탄자와 트래퍼스는 잔뜩 풀이 죽어 있었다.
“아아아아직도 귀가 먹먹해…….”
“니도가?”
화려한 재능을 유감없이 보인 덕분에 수업 시간 내내 해프리스 선생님의 호통에 시달린 용탄자와 트래퍼스의 귀는 시뻘게져 있었다.
굉음보다 더 큰 해프리스 선생님의 호통 소리를 가까이에서 들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나나나는 아무래도 드래곤 라이더로써의 재능이 없나 봐. 다른 아이들은 자기 드래곤 날개를 잘 움직이는데 나는 아아아아주 조금밖에 못 움직이겠어.”
“니는 조금이라도 움직였지, 나는 아예 못 움직였다.”
용탄자와 트래퍼스는 점심 식사 시간 내내 스파게티 한 번 먹고 한숨 한 번 내쉬고, 스프 한 번 떠먹고 한숨 한 번 내쉬고, 이건 뭐 식사를 하는 게 아니라 담배를 피는 것 같았다.
음식 한 모금 빨고 한숨 연기 내뱉고…….
“31분 30초 후에 마법 수업이 시작돼요. 31분 29초 후에 마법 수업이 시작되는 건 아시죠? 31분28초 후에 마법수%$#@$!!”
용탄자는 다음 수업 시간까지 남은 시간을 아주 디테일하게 계속해서 알려주는 시간표를 잡아서 꾸깃꾸깃 접어서 비행 코트 주머니에 넣어 버렸다.
용탄자보다 먼저 이 비행 코트를 입었던 선배 학생 중 누군가도 주인을 재촉하고 닦달하는 시간표를 격하게 아꼈는지 비행 코트 속주머니에 이렇게 적어놓았다.
아주 수다스럽고 짜증나는 시간표를 꾸깃꾸깃 접어서 넣어놓는 곳. 지퍼 닫는 거 잊지 마라, 후배들아!!
용탄자는 선배의 말씀대로 시간표를 꾸깃꾸깃 접어서 속주머니에 넣고 지퍼를 고이 닫아드렸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용탄자와 트래퍼스는 오후 수업인 재미난 불장난이 열리는 드래곤스 오른쪽 뒷발로 갔다.
마법 수업이 열리는 드래곤스 오른쪽 뒷발은 쓸데없이 엄청 큰 학교 교실처럼 생겼는데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책상이 되게 띄엄띄엄 놓여져 있었다.
그리고 별가루 같은 것이 먼지처럼 가득해서 왠지 늙은 마법사의 저택에 와 있는 듯한 신비한 느낌이 들었다.
“우우우리 저기 앉자.”
트래퍼스는 빈 책상을 가리키며 용탄자에게 말했다.
“음…… 그래.”
용탄자는 누구처럼 ‘그래, 이번 한 번만 너랑 같이 앉아줄게! 오늘 나랑 같이 앉은 걸 평생의 영광으로 알라구.’라고 말하는 듯한 얼굴로 대답하며 자리에 앉았다.
“키득키득!”
트래퍼스는 윙키버 흉내를 내는 용탄자의 모습에 배꼽을 잡고 웃어댔다.
“오오오오늘 비비비행 수업은 어땠니? 난 엄청 재밌던데…….”
트래퍼스는 ‘너처럼 비행 못하는 놈은 처음이다. 멍청한 놈.’이라고 말하는 듯한 얼굴로 용탄자에게 물었다.
“음∼ 오늘 비행 수업 엄청나게 재밌었어! 너무너무 재밌어서 다시는 안 들어도 될 정도라고나 할까?”
용탄자는 ‘나 같은 천재한테는 식은 죽 먹기보다 쉬었지.’라고 말하는 듯한 얼굴로 어색한 서울말로 대답했다.
“나나나난 오늘 비행 수업에서 어어엄청난 교훈을 얻었어.”
“음…… 그게 뭔데?”
“내내내 드래곤을 변기로 만들면 안 된다는 거야.”
“음∼ 좋은 말이야. 난 오늘 뭘 느꼈는지 아니?”
“뭐뭐뭐?”
“욕도 많이 먹으면 배가 부르다는 거야. 덕분에 점심 식사를 잘못했지.”
“키득키득!”
“켈켈켈!”
용탄자와 트래퍼스가 윙키버 흉내 내기 놀이를 하면서 웃고 있을 때 왠 땅딸막한 사람이 교실로 들어와 교단에 올랐다.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 여러분들에게 불장난하는 법을 가르쳐 줄 웬트람이라고 해요.”
웬트람 선생님은 아담한 키에 통통한 체격을 가진 선생님이었는데 돌돌 말린 수염에 머리에 터번까지 쓴 탓에 언뜻 보면 램프에서 갓 튀어나온 지니 같아 보였다.
“오늘 배울 불장난은 밤에는 안 하는 게 좋을 거예요.”
웬트람 선생님은 의미심장한 얼굴로 다음 말을 이었다.
“안 그러면 이불에 실례를 하게 된답니다!”
웬트람 선생님은 무언가를 기대하는 얼굴로 앉아 있는 학생들의 얼굴을 살폈다.
설마…… 이 썰렁하지도 않고 개그인 줄도 모르겠는 저 말에 웃으라는 건가?
“…….”
역시나 학생들은 멀뚱멀뚱 책상에 앉아서 웬트람 선생님을 쳐다봤다.
웬트람 선생님은 조용히 교단의 구석진 곳에 가더니 쭈그리고 앉아 손가락으로 바닥에 무언가를 그리며
“역시나 난 하나도 안 웃긴 선생님이었어. 이런 개그에 웃을 거라고 생각한 내가 한심한 놈이지. 아∼ 유머라고는 코딱지만큼도 없는 나는 그냥 콱! 죽어 버려야 돼. 난 왜 태어난 걸까…….”
좌절 모드로 변신했다.
“하……하…….”
눈치 빠른 한 학생이 억지로 웃었다.
이보다 더 억지스러울 수 없는 웃음소리에 웬트람 선생님은 고개를 홱 돌려 기대에 찬 얼굴로 학생들을 바라봤다.
“하하하!”
웃음을 갈구하는 웬트람 선생님의 기대에 찬 얼굴을 외면하지 못한 학생들은 결국 마른 웃음소리를 냈다.
“제 개그에 대한 반응들이 늦은 걸 보니 신입생들이 맞는가 보네요!”
웬트람 선생님은 학생들의 웃음소리에 자신감을 찾았는지 다시 교단 중앙으로 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개그에 대한 반응이 늦은 게 아니라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잘 모르는 거겠지.’
다른 학생들이 다 억지 웃음소리를 낼 때 용탄자는 지루하게 하품을 했다.
“자∼ 이제 수업을 시작할게요!”
“하!하!하!하!하!”
학생들은 이 웃음소리를 언제 그쳐야 될지를 몰라 계속해서 억지로 웃음소리를 냈다.고역도 이런 고역이 없었다.
“자! 자! 이제 그만 웃으세요! 안 그러면 배꼽을 빼드릴 거예요∼”
웬트람 선생님은 아직도 웃고 있는 학생들을 보고 괜히 뿌듯해하며 말했다.
그 말에 학생들은 동시에 웃음을 뚝! 그쳤다.
“우리가 이번 학기에 배워볼 건 수업 제목 그대로 재미난 불장난들이에요. 손에 기름을 묻히고 불을 붙이는 게 아니라 내면의 마나를 손으로 몰아서 불꽃으로 변환시키는 작업이에요. 이렇게요∼”
화르르르륵∼
웬트람 선생님이 손을 들었는데 갑자기 손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그 불길은 보통의 불꽃처럼 붉은 빛을 띠는 것이 아니라 일곱 빛깔의 무지개 색을 띠고 있었다.
“불의 색깔은 각자의 드래곤에 따라 다 다르니까 손에 붙은 불빛이 남들과 다르다고 놀라지 마세요.”
웬트람 선생님은 손을 털어 불을 끄더니 교단에서 내려와
“드래곤 라이더가 마법을 사용하는 원리는 드래곤 하트와 본인의 심장의 교감을 통해서 드래곤의 마나를 심장에 축적한 다음 심장에 축적된 마나를 오른팔 또는 왼팔로 이동시켜 마법으로 전환하게 된답니다.”
웬트람 선생님은 책상에 앉은 학생들 한 명 한 명을 살피며 마법의 원리에 대해서 설명했다.
“자∼ 그럼 이번 수업 시간에는 마법의 첫 단계! 드래곤의 심장, 드래곤 하트와 여러분들의 심장을 교감시키는 방법을 알려주겠어요. 각자 자신의 드래곤과 마주 보세요∼ 폴리모프를 해제할 필요는 없어요.”
웬트람 선생님의 말에 학생들은 자신의 드래곤과 마주 보았다.
“마주 봤으면 이제 왼손은 드래곤의 드래곤 하트에 대고 오른손은 자기 심장에 대세요.”
용탄자와 데쓰무쓰는 서로를 마주 보자마자 으르렁거리며 서로를 위협했다.
용탄자는 다른 학생들이 웬트람 선생님의 지시에 따르는 것을 보고 왼손을 데쓰무쓰의 왼쪽 가슴에 댔다.
“내 드래곤 하트는 오른쪽 가슴에 있다,이 애송아!”
데쓰무쓰는 꼬리로 용탄자의 왼손을 치며 말했다.
“알았다, 이 오골계야!”
용탄자는 왼손을 데쓰무쓰의 오른쪽 가슴에 다시 대며 툴툴거렸다.
그리고 오른손을 자신의 왼쪽 가슴에 댔다.
“자∼ 그럼 이제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왼손으로는 드래곤 하트의 두근거림을, 오른손으로는 자기 심장의 두근거림을 느껴보세요.”
웬트람 선생님의 말에 학생들은 눈을 감고는 두 개의 심장의 두금거림에 집중했다.
덕분에 교실은 조용해졌고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만 들리는 듯했다.
“쿨럭!”
잠시후 매커드 반 학생이 피를 토했다.
그 모습을 본 다른 학생들은 혹시 두 개의 심장 소리를 느끼면 죽는 거 아닌가 싶어서 황급하게 심장에서 손을 뗐다.
“오우! 역시 매커드 반 학생이 처음으로 키덱스에 성공했군요!”
웬트람 선생님은 피를 토한 아이의 입을 손수건으로 직접 닦아주며 말했다.
“키덱스라는 건 드래곤 라이더와 드래곤의 심장박동을 일치시키는 것을 가리켜요. 심장박동이 일치하게 되면 드래곤의 드래곤 하트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나가 드래곤 라이더의 심장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이렇게 소량의 각혈을 하게 된답니다.”
웬트람 선생님은 백혈병에 걸린 사람을 쳐다보듯 각혈을 한 학생을 쳐다보는 다른 학생들을 둘러보며
“다들 산송장 쳐다보듯이 이 학생을 쳐다보고 있군요. 제가 설명 안 했다면 이 학생을 관에 넣어 고이 묻었을 것 같은데요?”
웬트람 선생님이 의미심장한 표정에서 점점 좌절 모드로 들어가려고 하자 학생들은 방금 한 말이 정말 이상한 웬트람 개그라는 걸 알아차리고는
“하……하……하…….”
“하!하!하!”
얼른 웃어주었다.
학생들의 억지웃음에 만족했는지 웬트람 선생님은 씨익∼ 웃더니
“자! 자! 어서들 키덱스에 집중하세요!”
억지웃음을 언제 그쳐야 될지 타이밍만 보고 있는 학생들에게 말했다.
그 말과 동시에 모두들 웃음을 뚝! 그치고 다시 두 개의 심장에 손을 대고 눈을 감았다.
“쿨럭!”
“쿨럭! 쿨럭!”
역시 마법 수업이라 그런지 좀 전의 비행 수업과는 반대로 매커드 반 학생들이 데커드 반 학생들보다 먼저 키덱스에 하나둘씩 성공하고 있었다.
“쿨럭!”
좀 전의 비행 수업에서 데커드 반 학생들이 드래곤의 날개를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기가 죽어 있던 매커드 반 학생들은 이제야 조금 기가 사는지 여유러운 표정으로 데커드 반 학생들이 키덱스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