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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라이더 1권 (11화)
4. 데커드 반의 문제아들 (4)


“데커드 반 학생들은 너무 서두르지 말고 차분히 집중하세요. 원래 드래곤과의 육체적인 교감이 뛰어난 데커드 반 학생들은 마법과 마나를 다루는데 서툴 수밖에 없어요.매커드 반 학생들이 비행술에 서툰 것처럼 말이에요.”
웬트람 선생님은 주위의 매커드 반 학생들이 하나둘씩 키덱스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고 조바심을 내는 데커드 반 학생들을 다독였다.
“키덱스에 성공한 매커드 반 학생들은 심장에 흘러들어 오는 마나를 눈을 감고 한 번 느껴보세요. 심장 속에 축적되는 마나를 제대로 느껴야 마나를 원하는 대로 이동시킬 수 있답니다.”
웬트람 선생님은 뱀파이어처럼 피를 보고 좋아하는 매커드 반 학생들에게 다음 단계를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데커드 반 학생들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야, 니 살아 있는 거 맞나?”
용탄자는 아무리 손을 대고 느껴보려고 해도 데쓰무쓰의 심장박동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럼 내가 죽어 있냐?”
“그런데 왜 심장이 안 뛰노?”
용탄자는 귀신을 쳐다보듯 동그런 눈으로 데쓰무쓰를 쳐다보았다.
“네가 교장 선생님이 말씀하신 그 용탄자구나!”
웬트람 선생님은 용탄자 뒤에서 불쑥 튀어나와 용탄자에게 악수를 청했다.
용탄자는 웬트람 선생님과 얼떨결에 악수를 했다.
“이 세상에 두근거리지 않는 드래곤은 없단다. 두근거리지 않는 드래곤은…… 뼈다구 드래곤밖에 어∼∼∼업없지!”
웬트람 선생님의 개그는 역시나 용탄자에게는 먹히지 않았다.
서서히 좌절 모드가 되어 가는 웬트람 선생님의 얼굴 역시 용탄자에게는 통하지 않았…….
“하!하!하!하!”
응?!
“너무 썰렁해서 이렇게 웃어주고 싶지도 않네요.”
역시나…….
“허허허허헉!”
웬트람 선생님은 화살처럼 푹!푹! 귀에 박히는 용탄자의 솔직한 말에 무슨 괴물이라도 본 듯 놀랐다.
그러다 갑자기 실성한 것처럼 미친듯이 웃어댔다.
“킥킥킥킥킥킥! 이 유머러스한 웬트람에게 썰렁하다니! 정말 너무너무 재미난 말이네요. 내가 썰렁하대! 킥킥킥킥킥킥!”
‘진짜로 썰렁해서 썰렁하다고 한건데…….’
용탄자는 눈물까지 흘리며 웃어대는 웬트람 선생님에게 ‘선생님, 진짜 썰렁한데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아∼ 배꼽이야. 조금만 더 웃으면 배꼽이 가출할 것 같아요. 후아∼ 후∼”
웬트람 선생님은 눈물을 닦으며 심호흡을 했다.
“어쨌든 이 세상에 두근거림이 없는 드래곤은 없어요. 용탄자 학생이 데쓰무쓰의 드래곤 하트의 두근거림을 느끼지 못한다는 건 데쓰무쓰가 용탄자 학생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죠.”
웬트람 선생님은 데쓰무쓰를 노려보듯 쳐다보며
“데쓰무쓰, 네가 이 아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넌 또다시 악몽의 날개가 되고 말 거야. 세상에 두 번의 구원은 없어.”
“흥!”
“이상하고 괴상한 현실 세계에서 온 유머 넘치는 용탄자 학생! 데쓰무쓰를 잘 부탁해요. 이 녀석 이렇게 센 척을 해도 알고 보면 여린 드래곤이에요.”
웬트람 선생님은 비행 수업 시간에 해프리스 선생님이 그랬던 것처럼 용탄자에게 데쓰무쓰를 잘 부탁한다 말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고? 해프리스 선생님도 그렇고 웬트람 선생님도 그렇고 이 녀석을 알고 있는 눈치네.’
도대체 데쓰무쓰는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는 드래곤이길래 드래곤스의 선생님들이 이 녀석을 알고 있는 걸까?
그리고 용탄자는 왜 데쓰무쓰의 드래곤 라이더가 된 걸까?
용탄자는 의문투성이인 자신의 드래곤을 쳐다봤다.
“뭘봐, 애송이.”
“뭐 보기는 니 보고 있지. 장님이가?”
“킥킥킥킥킥! 싸우지 말고 어서 다시 키덱스에 집중하세요.”
대부분 키덱스에 성공한 매커드 반 학생들과는 달리 데커드 반 학생들 중 오늘 수업에서 키덱스에 성공한 학생은 딱 한 명밖에 없었다.
덕분에 용탄자와 트래퍼스는 반 친구들 틈에 묻혀 비행 수업에서처럼 선생님에게 눈도장이 찍히는 일은 피할 수 있었다.
용탄자와 트래퍼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찰나 웬트람 선생님은 학생들의 영원한 숙적인 숙제를 냈다.
다음 수업 때까지 키덱스에 모두 성공해서 오라는 것이었다.
용탄자와 트래퍼스의 안도의 한숨이 깊은 걱정의 한숨으로 바뀌고 말았다.
길고 긴 드래곤스의 첫 수업이 모두 끝나고 용탄자와 트래퍼스는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드래곤스 위장으로 향했다.
“오늘 첫 수업들은 어땠니?”
오늘 첫 수업에 대해서 묻는 쟁반 접시를 무시하고 용탄자는 고기를 썰었다.
“우우우우리 다다다다음 수업 때까지 키덱스에 성공 못하면 어떡하지?”
“어떡하긴, 비행 수업 때처럼 쪽팔아야지.”
“나나나나난 그냥 옛날에 그렁키가 위쳐드한테 잡혀서 드래곤 하트를 뺏겼다고 해야겠어.”
“위쳐드? 그게 뭔데?”
“으으응. 위위위쳐드는 드래곤 하트를 이용해서 흑마법을 부리는 흑마법사 집단이야.드래곤을 사냥하고 다니는 흑마법사들이지. 우우우우리 집에 아주 오래전에 죽은 위쳐드가 썼던 드래곤 하트가 있어. 우우우리 아빠가 유적지에서 발굴해 냈어.”
“차라리 그냥 니가 배고파서 그렁키 심장을 파먹었다고 해라. 그게 더 신빙성 있어 보인다.”
“그그그럴까?”
“그렇게 말하면 웬트람 선생님이 아마 이걸 줄 거다.”
“뭐뭐뭘?”
용탄자는 주머니에서 트래퍼스가 감별식 때 준 오크콧물맛 구토제를 꺼내 트래퍼스에게 건넸다.
트래퍼스는 오크콧물맛 구토제를 보고는 헛구역질을 했다.
“우웨에에에엑∼”
“야! 밥맛 떨어지게 뭐고?”
“미미미안해. 이걸 보니까 이걸 먹었을 때가 떠올라서 말이야. 우우웁!”
트래퍼스는 용탄자에게 오크콧물맛 구토제를 후다닥 주고는 천장을 보면서 헛구역질을 삼켰다.
“여기들 있었네?”
윙키버가 ‘어이구∼ 우리반 꼴지들 밥 먹는구나.’라는 표정으로 용탄자와 트래퍼스를 쳐다보며 인사했다.
“아아안녕…….”
트래퍼스는 마지못해서 인사를 했고 용탄자는 그냥 모른 척 고기를 잘게잘게 썰었다.
“기분들 안 좋은가 보구나. 하지만 힘내,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딨겠니? 안 그래?”
“수업 시간에 그렇게 주접들을 떨어놓고 밥이 넘어가니?라고 지금 니 얼굴에 써 있는 거 아나?”
용탄자는 윙키버의 얼굴에 쓰여 있는 글씨를 아주 또박또박하게 읽었다.
“어머! 그건 오해야. 내가 너희들이 수업 시간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너희들은 아마 모를 거야.”
“그그그그래! 너너너도 배고플 텐데 어서 식사해.”
트래퍼스는 ‘하여튼 열등생 주제에 눈치는 빨라가지고!’라는 얼굴로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는 윙키버에게 상냥하게 말했다.
“그래. 내일 수업 때 보자구.”
윙키버는 용탄자와 트래퍼스에게 인사를 하고는 음식을 담으러 갔다.
“야, 니 너무 상냥한 거 아이가?”
“음?”
“이렇게 말해야지.”
“뭐라구?”
“닥치고 밥이나 처먹어!”
“시시시실은 나나나도 그렇게 말하고 싶었는데 꾹꾹 차차차참은 거야.”
저녁 식사를 하고 기숙사 방으로 돌아온 용탄자는 비행 코트를 벗어 옷장에다 넣으려고 하는데
“어머! 오빠 오늘 수업은 어땠어? 내가 준 옷 입고 가서 판타스틱하게 수업받고 온 거지? 후루루루룹!”
“아악!”
옷장이 용탄자의 손에 있는 비행 코트를 꿀꺽하고 삼켜 버렸다.
용탄자는 드래곤스에 와서 가장 적응 안 되는 것을 꼽으라고 하면 주저없이 살아 움직이는 물건들을 꼽을 것이다.
“하아아아…….”
용탄자는 한숨을 푹∼ 내쉬며 소파에 앉았는데
“어이! 수업은 잘 받고 온 거냐? 할 만해?”
“아악!”
정말 적응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뭘 그렇게 계속 놀라는 거야? 현실 세계에서 온 촌놈처럼.”
용탄자 머리 위에 머리카락을 둥지 삼아 앉아 있던 데쓰무쓰는 살아 움직이는 물건들을 보고 계속해서 아악!거리는 용탄자를 보고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
“현실 세계에서 온 촌놈이라서 놀란다, 왜?!”
“멍청한 애송이…….”
“비밀 많은 오골계 자식…….”
용탄자는 갑자기 바람을 쐬고 싶어서 앞에 있는 창문을 열려고 일어나려다.
‘혹시 저 창문도…….’
“어이, 창문. 혹시 너도 살아 있는 거냐?”
“더우신가요? 열어드릴까요?”
“이제 놀랍지도 않다. 그래, 약간 더워”
덥다는 용탄자의 말에 창문이 활짝 열렸다.
드래곤스가 딛고 서 있는 산 밑으로 커다란 강줄기가 흐르고 있어서인지 상쾌한 강바람이 창문이 열린 틈에 용탄자의 방으로 불어 들어왔다.
“경치 하나는 기가 막히게 좋구만!”
아래로는 커다란 강줄기와 우거진 숲, 그리고 달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을 머금은 산들이 보이고 위로는 달과 별이 아주 가까이에서 빛을 내고 있어 밤이 밤 같지가 않았다.
‘나도 언젠가는 저 위를 날 수 있을려나?’
용탄자는 드래곤을 타고 하늘을 날아 저 달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고 저 별들을 손에 쥐어보고 싶었다.
“하아아아아…….”
하지만 오늘 수업 시간을 떠올리면 나오는 건 한숨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숨을 내쉬다 갑자기 해프리스 선생님과 웬트람 선생님이 데쓰무쓰에게 경고하듯 말한 말들이 떠올랐다.
“야, 오골계!”
“왜 불러 애송이!”
“니 솔직히 말해라. 교장 선생님하고 한 계약이란 게 뭐고? 그리고 네가 받았다는 구원은?”
“어이 애송이. 이 세상에는 알면 다치는 비밀이란 게 있는 거야.”
“놀고 있네. 니 무슨 큰 사고쳤나?”
“묻지 마.”
“딱 보니까 사고친 거 맞나보네?”
“묻지 마.”
“뭔데? 무슨 큰 사고를 쳤는데?”
“묻지 마.”
모르쇠로 일관하는 데쓰무쓰에게 울컥 화가 난 용탄자는 머리 위에 누워 있는 데쓰무쓰를 손으로 붙잡았다.
“꾸웩! 어이, 애송이 너 이게 무슨 짓이야?”
“묻지 마라!”
“이거 안 놔?”
“묻지 마라!”
용탄자는 붙잡은 데쓰무쓰를 천천히 아주 천천히 입으로 가져갔다.
용탄자의 행동에 갑자기 아아아아주! 아주아주아주 안 좋은 예감이 든 데쓰무쓰는
“너너너너너 뭐하는 거야?”
“묻지 마라∼ 아아아아아앙∼”
용탄자는 데쓰무쓰에게 마지막으로 묻지 마라라고 말하고는 입을 크게 쩍! 벌렸다.
“이런! 폴리모프 해제가 안 되잖아!”
드래곤스는 기물 파손 방지와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서 비행 수업이 이루어지는 드래곤스 두 앞다리와 드래곤스 머리의 무대, 드래곤스 그랑프리 스타디움과 연습 경기장이 있는 드래곤스 두 날개를 제외한 모든 구역에 폴리모프 해제 금지 마법이 걸려 있었다.
덕분에 데쓰무쓰는 꼼짝없이 용탄자에게 먹힐 판이었다.
“아아아아앙∼”
데쓰무쓰의 머리가 용탄자의 입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으아아아아악∼”
용탄자의 목젖이 보이고 조금 더 지나자 식도가 보이기 시작하자 데쓰무쓰는 애처로운 비명을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