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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라이더 1권 (12화)
4. 데커드 반의 문제아들 (5)
“으아아아악∼”
용탄자는 입안에서 울려 퍼지는 비명 소리를 한 움큼 먹고는 데쓰무쓰를 소파에 집어 던졌다.
“야! 너 진짜 내가 오골계로 보이는 거야?”
“묻지 마라.”
용탄자는 침대에 누웠다.
“어이! 세상에 자기 드래곤을 먹으려고 드는 드래곤 라이더가 어딨어? 너 정말 죽고 싶어?”
그리고 데쓰무쓰의 사나운 자장가를 들으면서 잠을 잤다.
쾅! 쾅! 쾅!
다음 날 아침 알람이 울리듯 옷장에서 쾅쾅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으으으음?”
침을 질질 흘리며 엎드려서 잠을 자고 있던 용탄자는 그 소리에 부스스 일어났다.
그바람에 용탄자 이마 위에서 자고 있던 데쓰무쓰가 침대에 떨어졌다.
“어머∼ 오빠 도대체 비행 코트에 무슨 짓을 한 거야? 내 옷들이 다 헝클어졌잖아! 혹시 수다쟁이 시간표를 넣어둔 거야?”
용탄자는 누가 문을 두드리는 줄 알고 문으로 가다 옷장의 말에 문득 비행 코트에 쑤셔 넣은 시간표가 생각났다.
“다음부터 나한테 옷을 줄 때는 주머니에 위험한 물건들은 모두 다 빼고 줘. 알았어?그건 옷장에 대한 최소한의 매너라구! 이 오빠, 정말 짜증 지대루다! 퉤!”
옷장은 짜증을 잔뜩 내면서 비행 코트를 용탄자의 발밑에 툭 뱉어냈다.
옷장에서 나온 비행 코트는 역시나 시간표가 들어 있는 주머니쪽이 사납게 들썩이고 있었다.
“하아∼ 진짜 적증 안 된다. 엄마는 이런 게 뭐가 좋다고! 짜증나 죽겠구만.”
현실 세계처럼 편리하고 좋은 세계에서 이런 괴상하고 이상하고 특이한 세계를 꿈꾸는 엄마가 용탄자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아…….”
한숨을 푹푹 내쉬며 용탄자는 비행 코트를 집어들어 시간표를 집어넣어 놓은 주머니의 지퍼를 잡았다.
아주 수다스럽고 짜증나는 시간표를 꾸깃꾸깃 접어서 넣어 놓는 곳. 지퍼 닫는 거 잊지 마라. 후배들아!!
주머니에는 어제 보았던 한 선배의 낙서가 보였다.
이런 고블린 똥팬티 같은 놈! 내가 당신 글 보고 여기에 시간표를 넣었다가 어떤 봉변을 당했는 줄 알아!
‘봉변?’
용탄자는 지퍼를 열려다 바로 밑에 적힌 다른 선배의 낙서를 보고는 불안한 마음에 지퍼에서 손을 뗐다.
“계속 닫아 놓을까?”
하지만 계속 넣어 놓았다가는 옷장한테 계속해서 욕을 먹을 게 뻔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오늘 수업 시간과 장소를 용탄자는 아직 외워 놓지 않았다.
“에이, 설마 죽기야 하겠나.”
용탄자는 침을 한 번 꿀꺽 삼키고 지퍼를 열었다.
왈왈! 왈왈왈!
지퍼를 열자마자 시간표가 튀어나오더니 용탄자의 귀에 대고 사납게 짖어대기 시작했다.
정말 그 소리가 얼마나 큰지 광견병에 걸린 미친 개 스무 마리가 한꺼번에 짖어도 이거보다는 작을 것이다.
왈왈! 왈왈왈!
용탄자의 오른쪽 귀에서 한 번, 왼쪽 귀에서 한 번, 번갈아가며 아주 균형 있게 계속해서 개처럼 짖어대던 시간표는
꼴까닥!
갑자기 충격적인 일에 뒷목 잡고 쓰러지는 사장님처럼 갑자기 풀썩 바닥에 떨어졌다.
딸꾹! 딸꾹!
용탄자는 얼마나 놀랐던지 평소 잘하지 않던 딸꾹질을 했다.
딸꾹! 딸꾹! 딸꾹!
용탄자가 침을 잔뜩 흘려 놓은 침대에서 단잠을 자던 중에 테러를 당한 데쓰무쓰 역시 딸꾹질을 해댔다.
“함아아암∼ 잘 잤다. 아니,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용탄자 님! 빨리 드래곤스 위장으로 가요! 어서 아침 먹고 수업 들으러 가셔야죠! 오늘은 드래곤스 화염 주머니에서 브레스 수업이 있어요!”
다시 땅바닥에서 일어난 시간표는 좀 전에 일은 기억을 못하는지 어제처럼 용탄자를 재촉했다.
“잠깐만.”
용탄자는 어제 시간표를 쑤셔 넣어 놓은 비행 코트 안쪽 주머니 제일 밑에다가
아주 수다스럽고 짜증나는 시간표를 꾸깃꾸깃 접어서 넣어 놓는 곳. 지퍼 닫는 거 잊지 마라. 후배들아!!
이런 고블린 똥팬티 같은 놈! 내가 당신 글 보고 여기에 시간표를 넣었다가 어떤 봉변을 당했는 줄 알아!
야! 구라 치지 마라. 좋은 건 다 같이 알아야지. 지만 알고 있을라고. 후배들아 윗 선배님의 말씀대로 여기에 시간표를 넣고 지퍼를 채워라. 그럼 다음 날 아주아주 재밌는 일이 벌어질 거다.
이렇게 낙서를 했다.
“나만 죽을 수는 없지.”
용탄자는 낙서를 하고는 서둘러 비행 코트를 입고 아침을 먹기 위해 드래곤스 위장으로 향했다.
노른자를 약간 덜 익힌 계란 후라이와 베이컨 그리고 스프를 접시에 담은 용탄자는 앉을 자리를 찾다가 귀를 만지작거리며 아침을 먹고 있는 트래퍼스를 발견했다.
“맛있나?”
“어어어! 좋은 아침.”
트래퍼스 옆자리에 앉아 용탄자는 아침 식사를 시작했다.
“야, 내 오늘 아침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나?”
용탄자는 오늘 아침에 당한 테러를 트래퍼스에게 이야기해 주었는데 역시나 트래퍼스도 오늘 아침 비행 코트 주머니에서 튀어나온 개 한 마리에게 봉변을 당했다고 털어놓았다.
“어서어서어서 드세요! 이러다가 수업 시간에 늦겠어요!”
“얼른얼른얼른!”
왈왈!거리는 소리가 아직도 들리는 것 같은 용탄자는 트래퍼스의 귀에다 대고
“우리 수업 시간 외우는 대로 저 개 두 마리 처리해 버리자.”
“으으응! 그러자구. 부부부분명히 방법이 있을 거야!”
아침 식사를 끝마친 용탄자와 트래퍼스는 처리 대상 리스트에 오른 시간표를 따라 곧 브레스 수업이 있을 드래곤스 화염 주머니로 향했다.
용탄자와 트래퍼스가 드래곤스 화염 주머니에 들어왔을 때 이미 교장 선생님이 강단에서 병나발을 불고 있었다.
“끄어어어어억∼ 끅!”
드래곤스 화염 주머니는 다른 교실과는 조금 많이 달랐는데 책상, 의자가 아예 없고 실내 체육관처럼 넓기만 했다.
그리고 벽에는 사슴 머리를 박제 해서 장식으로 벽에 걸어놓는 것처럼 사람 얼굴 조각상들이 벽에 걸려 있었다.
밑에 이름과 업적 같은 게 적혀 있는 걸 보니 조각상들의 모델들은 살아 있을 때 꽤 유명한 사람들이었던 모양이다.
“타타타탄자야! 위위위위!”
천장을 본 트래퍼스가 용탄자의 어깨를 툭툭 치며 호들갑스럽게 위를 가리켰다.
“뭐고?”
용탄자는 트래퍼스의 호들갑에 무심하게 위를 쳐다보았는데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얼굴이 천장만 한 잘생긴 남자의 얼굴이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천장에 조각된 잘생긴 남자의 얼굴은 드래곤스 학생들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설마 저것도 살아 있을라나?”
“우우우움직이면 나나나난 도도도도도도도망갈 거야!”
위에서 드래곤스 학생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저 천장 조각상의 주인공은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위업을 쌓았길래 벽면에 걸려 있는 조각상들의 주인공들과는 다르게 이렇게 심한 특별 대우를 받았을까?
“자∼ 이제 모두들 모인 것 같군요. 끅!”
목 디스크 걸릴 정도로 머리를 위로 젖혀 천장 조각상을 보고 있는 학생수를 세 학생들이 모두 모였음을 확인한 교장 선생님은 술병에 든 술을 꿀꺽꿀꺽 거침없이 마셔댔다.
“캬아아아아아∼”
맥주 cf모델처럼 병나발을 마무리한 교장 선생님은 술병을 내려놓고
“이제 브레스 수업을 시작하겠어요. 자자! 드래곤스 화염 주머니 신비한 천장은 그만 쳐다보세요.”
교장 선생님의 말씀에도 학생들의 눈은 천장 조각상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헐헐헐헐…….”
교장 선생님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더니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천장을 향해 내뿜었다.
교장 선생님이 내뿜은 숨결이 천장 조각상에 닿았을 때 천장 조각상의 눈이 움직였다.
“누누누누누누누누누누누누누누눈이 움직여!”
천장 조각상이 눈을 움직이자 트래퍼스는 평소보다 심하게 말을 더듬었다.
트래퍼스가 말을 더듬는 사이 교장 선생님의 입김에 완전히 깨어난 천장 조각상은 곧 엄청난 소리를 지를 기세로 학생들을 노려보았다.
“으아아아아아악!”
학생들은 천장 조각상이 움직이자 귀신을 본 듯 깜짝 놀라며 귀를 틀어막았다.
“자∼ 이제 그럼 누구를 잡아먹게 해볼까.”
교장 선생님의 말에 학생들은 일제히 교장 선생님을 쳐다봤다.
“헐헐헐헐. 이제야 수업할 준비가 된 것 같군요. 자자∼ 모두들 다리 아프게 서 있지말고 자리에 편안하게 앉으세요.”
교장 선생님의 말에 학생들은 저마다 편안한 자세로 바닥에 앉았다.
“안녕하세요. 저를 여러분들에게 정식으로 소개하기는 이번이 처음인 것 같네요. 저는 드래곤스 교장을 맡고 있는 엘바트론이라고 해요. 학생들 사이에서는 주정뱅이 코볼트라고 불리는데 그건 오해예요. 끅!”
‘내가 보기에는 딱이구만.’
교장 선생님은 혀꼬부랑 소리로 자기소개를 하면서 자기는 주정뱅이 코볼트가 아니라고 아주 신빙성 없는 말을 했다.
소개가 끝나자마자 엘바트론 선생님은 내려놓은 술병을 다시 들어 꿀꺽꿀꺽 마셔댔다.
“캬아아아아∼ 자! 그럼 우리가 이 시간에 무엇을 배우느냐! 바로 브레스라는 능력이에요. 혹시 브레스가 뭔지 아는 사람?”
병나발을 한 번 불고 다시 술병을 고이 내려놓은 교장 선생님은 앉아 있는 학생들에게 질문했다.
질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손을 드는 학생이 있었는데 그 학생은 용탄자 바로 옆방에 사는 엘레강스하지 않은 기숙사를 증오하는 야니라는 여학생이었다.
“오! 이름이?”
“에네미스 야니쿠스타스 야니라고 해요.”
“상당히 긴 이름이군요. 에라이스 야리꾸리스 야해 양.”
귀가 안 좋은 걸까 아니면 요상한 이름 지어 내기 취미가 있는 걸까?
교장 선생님은 딱딱한 야니의 풀네임을 지나치게 친근한 이름으로 개명해 주었다.
야니의 새로운 이름에 다른 학생들이 킥킥거렸다.
“짧게 야니라고 불러주세요.”
야니는 특히 큰소리로 킥킥거리는 트래퍼스를 째려보며 말했다.
“그럼 야니 양이 한번 말해볼까요? 끅!”
야니는 모든 학생들의 이목이 자신에게로 쏠리자 약간 우쭐해하면서
“브레스란 공기와 마나를 폐를 이용하여 혼합한 후 입을 통해서 분출시키는 행위를 말하죠. 브레스는 혀와 목소리를 이용해서 다양하게 증폭, 변화가 가능해서 수백 가지의 브레스가 존재한다고 해요.”
“브레스 이론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고 있네요, 야니 양. 꺼어어어억∼ 죄송!”
교장 선생님은 야니에게 정답을 맞춘 상으로 냄새나는 트림을 선물해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