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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라이더 1권 (13화)
4. 데커드 반의 문제아들 (6)


“야니 학생의 말처럼 브레스는 마법처럼 신속하게 구사하기가 어렵답니다! 끅! 첫 번째로 마나를 폐로 이동시켜야 되고 두 번째로 숨을 깊게 들이마셔야 되고 세 번째로 숨을 잠깐 멈춰 마나와 공기를 혼합시켜야 되고 가장 중요한 네 번째로 혀와 목소리로 마나 공기를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증폭, 변화시켜 목표물에 내뿜어야 돼요! 끅! 아이구 숨차라…… 꿀꺽꿀꺽꿀꺽!”
한번도 안 쉬고 숨넘어 갈듯이 브레스의 원리에 대해서 설명한 교장 선생님은 방금 전에 내려놓았던 술병을 다시 들어 병나발을 불었다.
저럴 거면 그냥 손에 들고 있지 괜히 정신 사납게스리 왜 들었다가 놓았다가 하는 건지…….
“끅! 브레스는 혀의 위치와 모양 그리고 마나 공기를 내뿜는 강도, 그리고 소리치는 단어에 따라서 무궁무진하게 변화할 수 있죠. 때문에 드래곤 라이더라면 반드시 배우고 갈고닦아야 되는 능력이다∼ 이거죠. 마법은 꼭 드래곤 라이더가 아니라도 아티펙트에 환장하는 마법사나 뭐 그 외 다양한 족속들도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지만 브레스는 유일하게 드래곤 라이더만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죠. 여러분들은 브레스를 사용할 수 있다는 걸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것만큼이나 감사하게 여겨야 돼요. 끅!”
“그럼 브레스란 이런 거다!라고 한번만 보여주세요!”
매커드 반 학생 중 한 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호기심 어린 눈으로 술에 취해 끅끅거리는 교장 선생님을 쳐다보며 말했다.
“오∼ 그럴까요? 뭐 백 번 설명하는 것보다 한 번 직접 보는 게 낫겠군요! 자, 갑니다∼”
교장 선생님의 말에 학생들 모두가 교장 선생님의 입만 쳐다봤다.
“후우우우우웁!”
교장 선생님은 숨을 길게 한 번 들이마시더니 잠깐 숨을 멈췄다. 그리고 학생들이 기대하는 것과는 다르게 크게 내뱉지 않고 입술을 잔뜩 오므리더니 길고 가늘게 숨을 허공에다 내뱉었다.
스스슥스스스슥.
교장 선생님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우유처럼 하얀 연기는 천장으로 올라가 천장 조각상을 덮어 버렸다. 그리고 잠시 뒤 하얀 연기는 구름처럼 뭉게뭉게 뭉치더니 학생들 머리 위로 새하얀 솜뭉치 같은 눈을 뿌렸다.
“우와아아아아∼”
새하얀 눈이 내리자 학생들은 눈을 보고 펄쩍펄쩍 뛰는 강아지처럼 방방 뛰며 눈을 잡기 시작했다.
“지지지지진짜 눈이야!”
손에 잡힌 눈은 정말 한겨울에 내리는 눈마냥 차가웠다.
“꿀꺽꿀꺽! 꺼어어어어억∼”
월급으로 술만 주구장창 먹어대는 돌팔이 선생님이 아닌가 의심이 가득한 눈초리로 교장 선생님을 쳐다보던 학생들이 교실에 소복소복 내리는 눈을 보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존경과 사랑을 담은 똘망똘망한 눈으로 교장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이건 제가 가끔 연회나 파티에서 쓰는 브레스인데 ‘스노우 와인’이라는 거예요. 제가 이 브레스를 처음 써먹었을 때가 생각이 나네요. 그때가 보자…… 달러스 거리에서 열린 축제 때였는데 드워프가 만든 수염 맥주를 왕창 먹고 쓴 기억이 어렴풋이 나네요.그때 제가 목에 힘을 과도하게 주는 바람에 눈보라가 일어났죠. 헐헐헐헐.”
교장 선생님은 아주 사소한 사건을 이야기하듯 이야기했다.
“지지지금 교장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사사사건 꽤 유명한 사건이야.우우우우리 아빠도 그때 당시 달러스 거리에서 열린 축제에 참가했었는데 교장 선생님이 수염 맥주를 왕창 드시다가 손에 들고 있던 수염 맥주의 수염이 교장 선생님 코를 간질거리는 바람에 그만 재채기를 심하게 했데. 그그그런데 그 재채기가 엄청난 눈보라로 변해서는 달러스 거리를 눈으로 파파파파묻어 버렸데. 그그그때 눈에 파파파묻혀서 죽을 뻔했던 우리 아빠가 그러는데 교장 선생님이 달러스 거리를 눈바다로 만든 이후로 달러스의 드워프, 고블린들은 축제를 하기 전에 달러스 거리에 교장 선생님의 얼굴이 그려진 수배 전단지를 붙인다고 하더라구.”
“진짜가?”
아니 축제를 눈으로 파묻어 버린 아주 큰 사건을 무슨 어린아이 눈사탕 없어진 사건처럼 말하다니…….
“교교교교장 선생님이 다다다달러스 거리 축제를 한 번 망친 그 이후로 축제가 열리기 이이일주일 전이면 교교교장 선생님 수배 전단지가 달러스 거리 고고곳곳에 붙여진데. 우우우리 아빠가 그러는데 달러스 거리에 교교교장 선생님 수배 전단지가 붙어 있는지 안 붙어 있는지만 잘 살피면 달러스 거리 축제를 놓치는 일은 없다고 했어.”
“위험한 양반이구만.”
“자, 그럼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수업을 시작해 보겠어요. 후우우우우웁!”
교장 선생님은 다시 한 번 숨을 크게 들이마시더니
“푼티아스!”
멀리서 희미하게 들리는 번개 소리 같은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러자 천장에서 눈을 뿌리던 하얀 구름이 흩어졌다.
“후우우우우우웁!”
교장 선생님은 숨을 다시 한 번 크게 들이마시더니
“라!”
이번에는 동굴에서 폭탄이 터졌을 때나 날 법한 엄청난 굉음을 내뱉었다.
덕분에 학생들은 너무 놀라서 하얗게 질려 버렸다.
“오우∼ 죄송해요. 미리 이야기를 했어야 했는데 말이죠.”
교장 선생님은 얼얼한 귀를 만지고 있는 학생들에게 사과했다.
“케케케! 이봐, 엘바트론. 이 녀석들 완전 약해! 이 정도 브레스에 귀 막고 놀란 꼴 좀 보라구.”
사과를 한 지 10초나 지났을까? 갑자기 교장 선생님은 마치 다른 사람처럼 웃으면서 학생들을 손가락질해댔다.
“오우∼ 죄송해요. 제가 잠시 술주정을 부렸내요! 헐헐헐헐헐.”
술주정을 부린 지 10초나 지났을까 갑자기 제정신으로 돌아온 교장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거듭 사과를 했다.
“역시 위험한 양반이구만.”
“저저저저정말 그래 보여.”
용탄자와 트래퍼스는 깜빡깜빡 술주정을 부리는 교장 선생님을 경계 어린 눈으로 쳐다봤다.
그들의 눈빛을 아는지 모르는지 엘바트론 선생님은 태연히 수업을 진행했다.
“제가 아직 키덱스를 완벽히 익히지 못한 여러분들을 위해서 공기 중에 마나를 섞어두었어요. 덕분에 이 교실 안은 마나와 공기로 가득해졌어요!”
교장 선생님의 말씀대로 정말 마나가 교실 안에 가득한지 교실 안이 파란색 파스텔 톤의 가루를 공중에 흩뿌려 놓은 듯 파란빛이 돌았다.
“이제부터 여러분이 해볼 것은 바로 이 교실 안에 가득찬 마나를 들이마셔서 폐를 이용해서 공기와 마나를 혼합해서 내뱉어 보는 거예요.”
“선생님, 폐로 어떻게 공기하고 마나를 혼합하나요?”
데커드 반의 한 학생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지 약간 짜증 섞인 얼굴로 교장 선생님에게 물었다.
“아주아주 간단해요. 마나와 공기를 크게 들이마시고 숨을 멈추는 거예요. 드래곤에게 선택받은 드래곤 라이더의 폐는 다른 종족의 폐와는 달라서 마나와 공기를 혼합하는 방법을 알고 있지요. 신기하죠? 자∼ 모두들 숨을 크게 한 번 들이마시고 숨을 멈춰 보세요. 그럼 제가 한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알 수 있을 거예요.”
“후우우우우우웁!”
“후우우우우웁!”
“후우우우우우우우웁!”
교장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학생들은 모두 비둘기처럼 가슴을 부풀이며 숨을 크게 들이마셨는데.
“켁켁켁!”
“쿨럭쿨럭!”
모두들 숨을 참는 순간 폐에서 탄산 음료수를 쉬지 않고 단숨에 마셨을 때과 같은 찌릿찌릿거리는 느낌이 와 다들 숨을 1초도 참지 못하고 기침을 해댔다.
“우웁?(다들 왜 저카는데?)”
“우우우우웁 우으우읍.(나나나나도 잘 몰라.)”
폐에서 아무런 느낌도 나지 않는 용탄자와 트래퍼스는 폐가 마나와 공기를 잘 혼합해 주길 바라며 숨을 꾹 참았다.
“헐헐헐헐헐. 다들 마나와 공기가 폐로 들어가는 순간 고블린특제 파이어위스키를 폐로 마신 것처럼 뜨거운 느낌이 들 거예요. 꿀꺽꿀꺽!”
교장 선생님은 말하다 갑자기 고블린특제 파이어위스키가 먹고 싶어졌는지 다시 병나발을 불었다.
“후∼ 야, 니도 폐에서 교장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것 같은 느낌이 나나?”
용탄자는 폐에서 그런 느낌이 안 오자 참았던 숨을 뱉어내고 트래퍼스에게 물었다.
“아아아아아니!”
역시 트래퍼스도 폐에서 그런 느낌이 안 오는 모양이었다.
“자∼ 다시 한 번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참으세요. 이 느낌에 익숙해져야 브레스를 구사할 수가 있어요.”
교장 선생님의 말씀에 폐가 따가워서 시뻘게진 얼굴로 눈물을 흘리며 기침을 하던 학생들은 눈물을 닦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마른침을 한 번 삼키더니 비장한 얼굴로 다시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후우우우우웁!”
“후우우우우웁!”
용탄자와 트래퍼스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른 학생들과 같이 다시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
1초…… 2초…….
교실에 짧은 정적이 흘렀다.
“쿨럭쿨럭!”
교실의 정적은 3초가 채 되지 않아 학생들의 기침 소리에 깨졌다.
“후우우우우우우우∼”
한 학생이 기침을 하지 않고 들이마신 숨을 뱉었는데 그 학생의 입에서는 보이지 않는 공기가 나온 것이 아니라 하늘색, 바다색, 소다색, 별똥별색의 마나 공기들이 입바람을 타고 밖으로 품어져 나왔다.
“잘했어요!”
엘바트론은 처음으로 마나 공기를 만들어 입으로 뿜어낸 학생을 큰 목소리로 칭찬해 주었다.
“이름이 어떻게 돼죠?”
“루이스라고 합니다, 선생님.”
신입생들 중 최초로 마나 공기 혼합에 성공한 루이스는 의기양양하게 이름을 말했다.
“정말 잘했어요, 루이스 군! 신입생들 중 최초로 마나 공기 혼합에 성공한 루이스 군에게는 특별히…….”
교장 선생님은 몸을 뒤지기 시작했다.
“특별히…….”
계속해서 몸을 뒤졌다.
“특별히…….”
줄기차게 몸을 뒤졌다.
“특별히…….”
학생들은 교장 선생님이 과연 루이스에게 뭘 줄까? 궁금한지 계속 검은 로브 안을 뒤지는 교장 선생님의 손만 쳐다보고 있었다.
“오! 찾았다!”
드디어 루이스에게 줄 선물을 찾은 모양이다.
“특별히 썬더란드 가게에서 사온 폭죽을 선물로 드릴게요.”
엘바트론 선생님은 선글라스를 쓴 드워프가 검지를 치켜들고 있는 스티커 마크가 붙어 있는 폭죽을 루이스에게 선물했다.
“점심시간 때 드래곤스 위장에서 쓰면 식기들이 놀라 자빠질 테니 절대로 써서는 안 된답니다. 식사를 하던 학생들이 아주아주 재미난 구경을 할 테지만 저어어얼대로 절대로 써서는 안 돼요, 루이스 군.”
엘바트론 선생님은 루이스에게 언제 어디서 이 폭죽을 써야 되는지도 아주 상세하게 알려주었다.
“감사합니다.”
루이스는 씨익 웃으며 미사일처럼 생긴 썬더란드 폭죽을 비행 코트 주머니에 넣었다.
“자∼ 그럼 다시 수업을 계속 진행해 보죠. 모두들 다시 마나 공기를 혼합해 보세요.”
“후우우우우웁!”
“후우우우우우우우웁!”
학생들은 다시 마나와 공기를 힘껏 들이마셨다.
“켁켁!”
“쿨럭쿨럭!”
그리고 다시 힘껏 기침을 하며 마나와 공기를 도로 뱉어냈다.
“아으∼ 매워!”
마나와 공기를 들이마셨다가 기침을 하며 도로 뱉어내는 모습들이 꼭 담배를 생애 처음으로 한 모금 마셔본 사람들 같았다.
“처음에는 당연히 폐가 많이 아플 거예요. 여러분들의 폐가 마나를 담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계속 하다보면 폐가 마나에 익숙해져서 아프지 않을 거예요. 드래곤 라이더의 폐는 공기보다 마나가 들어올 때 더 상쾌한 느낌을 받는다는 게 지금은 안 느껴질 테지만 마나에 익숙해지면 아마 마나가 폐에 들어왔을 때의 그 상쾌함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교장 선생님은 기침을 하는 학생들의 등을 두드려 주며 독려해 주었다.
“비행을 하다 파란하늘 위에 떠 있는 하얀 구름 조각을 삼켰을 때처럼 가슴이 뻥 뚫리는 그런 상쾌함이죠! 후우우우웁! 후∼”
교장 선생님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더니 별가루 같은 마나 공기를 뿜어냈다.
그 양이 실로 어마어마해서 교실 전체가 교장 선생님이 뿜어낸 마나 공기에 은하수가 되어 버렸다.
좀전의 루이스의 마나 공기와는 차원이 다른 마나 공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