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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라이더 1권 (14화)
4. 데커드 반의 문제아들 (7)
“우와아아아아아∼”
학생들은 은하수로 변해 버린 교실에서 환호성을 질렀다.
“꿀꺽꿀꺽!”
교장 선생님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쿨하게 병나발을 불었다.
“캬아아아∼ 브레스를 뿜어내고 마시는 이 맛이란!”
학생들은 교장 선생님처럼 신기한 마나 공기를 뿜어보기 위해 다시 숨을 들이마셨다가 기침을 했다가를 반복했다.
“후우우우∼ 오! 된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하나둘 마나 공기 혼합에 성공했다.
학생들은 자신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나 공기를 보고 마냥 신기해하며 신나서 계속해서 마나 공기를 뿜어댔다.
덕분에 교실 안은 학생들이 내뿜는 마나 공기로 가득해졌다.
“후우우우우웁! 후우우우우웁!”
“후우우우웁!”
다른 학생들이 신나게 마나 공기를 교실 곳곳에 뿌려대고 있을 때 교실 안의 공기를 모조리 마셔 버릴 기세로 힘차게 들이마시고 있는 두 학생이 있었다.
“후우우우우우우우∼”
“후우우우우∼”
기세 좋게 공기를 들이마신 그들의 입은 다른 학생들의 입처럼 마나 공기를 뿜어내는 게 아니라 미지근한 바람만 냅다 뱉어냈다.
“야, 트래퍼스. 니도 아직 폐에 아무 느낌 안 나나?”
용탄자는 불안하고 초조한 얼굴로 트래퍼스에게 물었다.
“으으으응. 호호호혹시 너도?”
트래퍼스 역시 불안하고 초조한 얼굴로 대답했다.
“…….”
용탄자는 손톱을 물어뜯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수업 시간에 잡담은 금지예요! 식인 드래곤에게 잡아먹힐 것 같은 얼굴로 암담하게 잡담을 떠드는 행위는 절대 금지죠. 보는 내가 다 꿀꿀해지는군요.”
교장 선생님은 용탄자와 트래퍼스 뒤에서 귀신처럼 스윽!하고 나타났다.
“물에 빠진 드워프마냥 헥헥대는 걸 보니 마나 공기 혼합이 잘 안 되나보죠?”
“서서서선생님, 저저저희들은 마나를 아무리 마셔도 폐가 아아아프다든지 느낌이 이이상하든지 하하질 않는데요?”
트래퍼스는 고개를 푹 숙인 채 풀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 파이어폴 혈통의 드래곤에게 선택을 받은 학생이군요. 이름이…… 그러니까…… 음…… 크래파스?”
“트트트트래퍼스예요.”
“이름이 굉장히 특이하군요. 트트트트래퍼스 군!”
“트트트트래퍼스가 아아아니라 트래퍼스예요.”
“오호∼ 말을 더듬는 습관이 있나 보군요. 트래퍼스 군! 그리고 이쪽은 용탄자 군이네요.”
엘바트론 선생님은 트래퍼스와는 달리 붉은 눈의 용탄자의 이름은 기억하고 있었다.
“케케케! 엘바트론, 이 뚱뚱한 녀석 너하고 굉장히 비슷해. 너도 딱 이렇게 뚱뚱했을 때 마나를 삼켜도 폐에 아무런 느낌이 없다고 울고불고 난리였잖아!”
교장 선생님은 또 술주정 신하고 접신을 했다.
“꿀꺽꿀꺽! 죄송해요, 제가 또 주정을 부렸나 보네요. 헐헐헐헐. 마나를 삼켰는데 폐에 아무런 느낌이 없다라…….”
교장 선생님은 병나발을 불어 술주정 신을 다시 멀리 보냈다.
“그건 두 가지 중 하나의 경우라고 볼 수가 있겠어요. 끅! 첫 번째는 폐가 워낙 튼튼해서 아무런 통증도 느끼지 못하는 경우죠. 이 경우라면 트래퍼스 군은 본인의 튼튼한 폐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거랍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몸의 모든 신경계들이 비행술과 마법에 맞춰져 있는 경우죠. 이 경우는 폐의 신경계까지 비행술과 마법에 맞춰져 그 능력이 극대화되어 있는 경우라고 할 수 있겠어요. 만약 이 경우라면 용탄자 군은 브레스를 연마하기보다는 비행술과 마법을 연마하는 것이 좋겠어요!”
교장 선생님은 두 학생의 폐의 상태를 이미 알고 있는 듯이 이야기했다.
“쳇! 이봐, 영감탱이. 그럼 지금 브레스 하나 제대로 못하는 놈을 내 드래곤 라이더로 준 거야?”
용탄자의 머리 위에 시큰둥하고 앉아 있던 데쓰무쓰는 교장 선생님에게 따지듯 말했다.
“헐헐헐헐헐. 제가 좀전에 말했잖아요. 용탄자 군은 몸의 모든 신경계들이 비행술과 마법에 극대화되어 있는 보기 드문 드래곤 라이더라고 말이에요.”
“비행술과 마법에 극대화되어 있기는…… 이 애송이는 내 날개를 움직이지도 못해!”
“그건 용탄자 군의 문제가 아니라 데쓰무쓰의 문제죠.”
“그렇지. 그래그래, 전부 다 내 잘못이지!”
“아직 옛상처가 다 아물지 않은 모양이군요, 데쓰무쓰.”
교장 선생님은 딱하다는 표정으로 데쓰무쓰를 쳐다봤다.
“어쨌든 폐에 아무런 느낌이 없다고 해서 조급해하지 마세요. 어쩌면 폐에 아무런 느낌이 없는 것이 폐가 아픈 것보다 더 좋은 징조일 수 있으니까요.”
교장 선생님은 트래퍼스와 용탄자의 어깨를 다독여 주었다.
“오늘의 수업은 여기까지예요!”
두 학생을 제외한 대부분의 학생들이 마나 공기 혼합에 성공했을 쯤 엘바트론 선생님은 수업이 끝나서 너무너무너무 기쁘다는 얼굴로 말했다.
“후우우우우우웁∼”
엘바트론 선생님의 말에 천장에 달려 있던 천장 조각상이 눈을 번쩍하고 뜨더니 입을 쩍하고 벌려 교실 안에 가득해진 마나 공기를 빨아들였다.
수업을 마치고 드래곤스 화염 주머니를 나온 용탄자와 트래퍼스는 숨을 격하게 마시고 뿜어댔더니 배가 고파져 바로 드래곤스 위장으로 향했다.
“트래퍼스, 사실은 내 브레스 뿜을 줄 알았다.”
접시 가득 미트볼 스파게티와 로스트를 담아 와 폭풍 흡입을 하던 용탄자는 갑자기 트래퍼스에게 말했다.
“저저저정말?”
“한번 보여주까?”
“으으응!”
“꺼어어어어어어어억∼”
“풉!”
용탄자의 브레스에 트래퍼스는 미트볼 스파게티 면발을 뿜었다.
“요요요용탄자야.”
“왜?”
“우우우리 밥 먹고 내 방에 놀러갈래?”
“니 방에?”
“으으응.”
“그래, 그러자. 뭐 어차피 우리 오늘은 오후 수업도 없다 아이가.”
용탄자와 트래퍼스는 식사를 마치고 트래퍼스의 방으로 갔다.
5. 미라 손가락 사탕과 수상한 반지 (1)
“야, 정리 좀 하고 살아라. 이기 뭐꼬?”
트래퍼스의 방에는 책과 여러 잡동사니들이 발 디딜 틈 없이 가득했다.
용탄자는 장애물 넘기를 하듯 훌쩍훌쩍 뛰어 그나마 깨끗한 침대로 골인했다.
“나나나름 정리한 건데…….”
트래퍼스는 아무도 없는 운동장을 거닐듯이 책과 잡동사니들이 가득한 방을 걸어다녔다.
그러다 정신없이 널려 있는 물건들 틈 속에서 무언가를 찾았다.
“찾았다.”
트래퍼스는 미라 손가락이 가득 들어 있는 유리병을 들었다.
그리고 유리병을 열어 미라 손가락을 하나 집어 씹어먹었다.
오도독! 오도독!
“야, 내가 너 D.S항공 버스 안에서 처음 봤을 때 식욕이 엄청 좋은 줄 알았지만 그 손가락이 지금 누구 조상 손가락인 줄도 모르는데!”
용탄자는 미라 손가락까지도 먹어대는 백돼지의 모습에 경악했다.
“이이이거 지지진짜 미라 손가락이 아니야. 그냥 미라 손가락처럼 생긴 사탕이야. 오도독!”
트래퍼스는 소파에 앉아서 미라 손가락을 뜯다가 용탄자에게도 하나를 던져 주었다.
“진짜가? 이게 사탕이라고?”
용탄자는 미이라 영화에서 봤던 미라의 손가락과 아주 비슷하게 생긴 미라 손가락 사탕을 이리저리 살펴보다 혀끝을 살짝 미라 손가락 사탕에 대보았다.
“어!”
그런데 정말 달달한 맛이 났다.
그리고 정말 의외로 맛이 꽤 괜찮았다.
용탄자는 처음에는 혀끝으로 할짝할짝 대다가 점점 혓바닥 전체로 춥춥거리다 트래퍼스처럼 깨물어 먹었다.
“마마맛있지?”
“오도독! 어. 보기엔 흉해도 꽤 맛있네.”
용탄자는 양손을 야구글러브처럼 모아서 트래퍼스한테 어서 미라 손가락 사탕 몇 개 더 던지라고 신호를 보냈다.
트래퍼스는 유리병에서 미라 손가락을 몇 개 더 꺼내서 용탄자의 손글러브에 던져 주었다.
“조조조심해.”
“오도독!오도독!뭐를?”
용탄자는 손에 들고 있는 미라 손가락 사탕을 입에 털어넣고 먹다 물었다.
“미미미라 손가락 사탕들 속에 가가가끔 지진짜 미라 손가락이 있기도 하거든.”
“에이, 설마…….”
미라 손가락 사탕을 다 먹은 용탄자는 다른 미라 손가락 사탕을 깨물었다. 그런데 이번 녀석은 맛이 아주 특이…… 아니, 이상했다.
“음? 오도독!”
달달하지 않고 약간 짭짤했다.
그리고 한 번 더 깨물었을 때 방부제 냄새가 입안 가득 퍼졌다.
“퉤퉤퉤!”
용탄자는 황급히 입안에 넣은 미라 손가락 사탕을 뱉어냈다.
방부제 냄새가 엄청 심하게 나고 짭짤한 것을 보니 아무래도 이건 미라 손가락 사탕이 아니라 정말 미라 손가락인 모양이었다.
“뭐뭐뭐야? 탄자 너 저저정말 미라 손가락이 걸렸구나! 키득키득!”
트래퍼스는 미라와 진한 키스를 나눈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용탄자를 보고 배를 잡고 웃었다.
“니 일부러 나한테 진짜 미라 손가락 줬제?”
“아아아니야!”
진짜 미라 손가락을 손에 들고 침대에서 일어나는 용탄자의 모습에서 왠지 모를 불길함을 느낀 트래퍼스는 손을 흔들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옛말에 좋은 건 나눠먹으라고 했다, 친구야…….”
“사사사양할게!”
트래퍼스는 소파에서 일어나 도망쳤지만 역시나 몇 걸음도 못 가 용탄자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자! 아∼ 하세요.”
“으웁!(싫어!)”
용탄자는 치과 의사가 치과 알레르기가 있는 충치 먹은 아이를 달래듯 친절한 목소리로 트래퍼스에게 입을 벌리라고 웃으며 말했다.
진짜 미라 손가락을 손에 들고 있는 용탄자의 친절한 부탁을 트래퍼스가 들어줄 리 없었다.
트래퍼스는 입술까지 안 보이게 입을 앙! 다물고 결사항전을 펼쳤다.
툭!
용탄자와 트래퍼스가 진짜 미라 손가락을 두고 치열하게 싸우고 있을 때 진짜 미라 손가락에서 무언가가 툭 떨어졌다.
“뭐지?”
“으으으으웁!(키득키득!)”
트래퍼스가 죽어도 입을 안 벌리려고 하자 간지럼 공격을 펼치던 용탄자는 툭 소리에 방바닥을 보았는데 거기에는 왠 반지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뭐지?”
용탄자는 반지를 집어들어 자세히 살펴보았다.
반지는 그냥 평범한 금반지였는데 특이한 것은 보통 다른 금반지처럼 위에 다이아몬드라던지 아니면 사파이어라던지 값비싼 보석이 박혀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갑부집 바비 인형이 쓸 법한 화려한 무도회장 가면이 반지 위에 값비싼 보석 대신 박혀 있다는 것이었다.
“헥……헥……헥…….”
용탄자의 손아귀에서 벋어난 트래퍼스는 참았던 숨을 몰아쉬었다.
“너너…… 뭐해?”
트래퍼스는 쪼그리고 앉아서 무언가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는 용탄자에게 물었지만 용탄자는 안 들리는지 대답이 없었다.
“야야, 요요용탄자…….”
트래퍼스는 왠지 무섭고 불안해져서 용탄자를 불렀다.
“이건 내 거다! 이건 내가 발견했거든. 누구도 나한테서 이건 못 뺏어가!”
용탄자는 갑자기 미친놈처럼 혼자서 중얼거렸다.
혹시…… 미라 손가락에서 떨어진 반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