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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라이더 1권 (15화)
5. 미라 손가락 사탕과 수상한 반지 (2)
“타탄자야…….”
트래퍼스는 떨리는 목소리로 용탄자를 불렀다.
“넌 내 거야! 내 거라고! 마이이이이∼ 프으으으레셔스!”
용탄자는 반지관음증에 걸린 것처럼 반지를 손에 꼭 쥐고 쓰다듬으며 주위를 잔뜩 경계하며 중얼거렸다.
“타타타타타타타탄자야…… 너너너너너너 왜 그래?”
트래퍼스는 평소보다 말을 더 심하게 더듬으면서 용탄자에게 슬금슬금 다가갔다.
“이건 내 거야! 골룸! 골룸! 누구도 나한테 이 반지는 못 뺏어가! 골룸!”
“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탄자야…… 자자자자자자자자장난 그만쳐…….”
“골룸! 이 반지는 영원히 우리가 가져야 돼! 하지만 어떻게 이미 목격자가 있잖아! 골룸! 그 녀석이 반아이들한테 내가 이 반지를 가지고 있다고 떠벌리고 다닐 거야. 어떡하지? 골룸! 골룸! 간단하잖아…… 그 녀석을 죽이자! 안 돼! 우리는 살인자가 아니야! 이런 멍청한 놈, 그럼 이 반지를 뺏길 거야! 안 돼! 누구도 우리한테서 이 반지를 빼앗지는 못해! 그래, 트래퍼스를 죽이고 반지를 우리가 갖는 거야! 좋아, 어서 죽이자!”
용탄자는 반지의 제왕의 골룸으로 빙의해서 완벽하게 연기를 펼쳤다.
아주아주 안타깝게도 반지의 제왕을 보지 못한 트래퍼스는 용탄자의 연기에 깜빡 속아서 몸을 벌벌벌 떨어댔다.
“어서 죽여! 그놈이 도망쳐서 반지의 존재를 다른 도둑놈들한테 말하기 전에 어서! 그래, 골룸! 골룸! 죽이자!”
용탄자는 서서히 그리고 아주 무섭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뒤돌아 붉은 눈으로 트래퍼스를 노려봤다.
“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
트래퍼스는 엄청난 속도로 말을 쉬지 않고 더듬었다.
“골룸! 골룸! 트래퍼스…… 너는 운이 지지리도 없는 녀석이야…… 골룸! 골룸!”
용탄자는 서서히 트래퍼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트래퍼스에게 반지를 보여주며
“반지의 제왕도 안 보고 뭐했노? 진짜 미라 손가락에서 이 반지가 떨어졌는데 한 번 봐라.”
골룸처럼 트래퍼스에게 다가간 용탄자는 용탄자처럼 말하며 반지를 부들부들 떨고 있는 트래퍼스에게 보여줬다.
“뭐뭐뭐뭐뭐뭐뭐뭐뭐뭐뭐야!”
트래퍼스는 잔뜩 경계 어린 눈으로 용탄자와 용탄자가 내민 특이한 반지를 번갈아 보며 혹시 마법이 걸린 용탄자가 자기도 마법에 걸리게 하기 위해서 마법에 걸리지 않은 척 연기를 하는 건 아닌지 유심히 살폈다.
“뭐기는 진짜 미라 손가락을 대접한 답례로 내가 장난 좀 친 거지. 어서 이 반지나 봐라! 절대반지 아니니까 걱정 말고 어서! 나도 골룸 아니다! 내가 골룸처럼 못생겼나?”
“지지지지지지지지진짜 이이이이상한 바바바바반지 아니야?”
“그래, 자.”
보다 못한 용탄자는 트래퍼스의 손을 잡아 그 위에 반지를 올려놓았다.
“이이건…….”
트래퍼스는 용탄자가 찾은 반지를 처음에는 수상한 눈으로 살펴보다가 점점 호기심 어린 눈으로 뚫어져라 살펴보았다.
“뭔데?”
용탄자는 유리병에서 미라 손가락 사탕을 한 움큼 꺼내 다시 침대에 누우며 물었다.
“잠깐만…….”
트래퍼스는 책상 서랍에서 렌즈가 여러 개 달린 노움 돋보기를 꺼내 무슨 감정가처럼 반지를 구석구석 살펴댔다.
“어! 여여기 뭐뭐뭐라고 저저적혀 있다.”
노움 돋보기로 반지 안쪽을 살펴보던 트래퍼스는 반지 안쪽에 아주 자그마한 글씨로 적힌 문구를 발견했다.
“뭐라고 적혀 있는데? 오도독!”
“‘전설적인 대도가 유일하게 훔치지 못한 보물이 세상의 모든 닫힘을 열림으로 바꾸는 단검열쇠의 위치를 알려주리라.’라고 저저적혀 있어.”
“뭐라고?”
“이이이이이이이건 다단순한 반지가 아니였어! 바바바로 보물 지도야!”
트래퍼스는 흥분한 듯 말을 심하게 더듬으며 큰소리로 유레카!를 외치듯 말했다.
“무슨 보물?”
“이이이이이건 부부분명히 나나나나이팅게일의 반지가 틀림없어!”
“나이팅게일이 누군데?”
“나나나나나나나나이팅게일을 몰라?”
트래퍼스는 나이팅게일을 모르는 용탄자를 외계인 보듯 보며 황당하다는 듯이 말했다.
“나나나나이팅게일은 저저저저전설의 도둑이야! 모모모못 훔치는 보물이 없는 어어어어엄청난 능력자라구! 보보보보안이 철통같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고고고고블린 은행의 보물들을 하나도 안 남기고 가져간 싹쓸이 사건이 어어어얼마나 유명한데!”
“아, 그래? 그럼 그 반지에 적혀 있는 곳으로 가면 그 잘난 도둑놈이 평생 훔친 보물들이 가득 쌓여 있다 이거가?”
“아아아아아니.”
“그럼 뭐가 보물 지도고? 거기 적혀 있는 게 보물 지도라매?”
“여여여여여여기에는 보물보다 배배백 배! 아니, 처천 배는 좋은 물건이 어디 있는지를 마마말하고 있어!”
“그게 뭔데?”
“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
트래퍼스는 생각만 해도 흥분이 주체가 안 되는지 말을 심하게 더듬었다.
“뭐고? 빨리 말해봐라!”
“나나나나나나이팅게일의 단검열쇠!”
“단검열쇠? 그게 뭔데?”
“여여여기 반지에도 저저적혀 있듯이 닫혀 있는 모든 것을 열 수 있는 물건이야! 세계 최고의 드워프장인이 만든 보물 창고도 이 단검열쇠만 있으면 제 집 드나들 듯이 할 수 있어!”
“오∼ 꽤 좋은데?”
“그그그그그것뿐이면 고블린이 만든 만능열쇠랑 비슷비슷한 값어치를 가지겠지만 나나나나이팅게일의 열쇠는 다다다른 것도 여여여열 수 있어!”
“그게 뭔데?”
“바바바바로 내내내내면을 여여열 수 있어!”
“뭐? 내면을 연다고?”
“그그그러니까 나이팅게일의 단검열쇠는 주주주주인의 내면을 열어서 꽁꽁 숨겨놓은 재능들을 아낌없이 바바발휘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아티펙트야!”
“진짜 그런 게 존재하나?”
“나나나나이팅게일이 사라진 지 정확히 15년 뒤부터 나나나이팅게일의 단검열쇠에 대한 소문이 코볼트조합 도굴꾼 암시장에서 들려오기 시작하더니 그그그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서 많은 트래져 헌터들이 나나나이팅게일의 단검열쇠를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났는데 나나나나이팅게일의 단검열쇠를 찾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어!”
“나이팅게일의 단검열쇠가 유명한 보물이다∼ 이거제? 하긴 주인의 잠재 능력까지 해방시키는 놈이니까 비싸기도 하겠다. 그런데 니는 나이팅게일의 단검열쇠에 대해서 어떻게 그렇게 빠삭하게 아노?”
“사사사사사실은 우리 아빠도 나이팅게일의 단검열쇠를 찾아서 모험을 떠났던 트래져 헌터거든.”
“아∼ 그럼 느그 아버지는 뭐 좀 찾았나?”
“나나나나이팅게일의 단검은 못 찾았고 자자자작동도 안 되는 이이이상한 아티펙트만 찾았지.”
“트래져 헌터들이 그렇게 찾고 싶어하는 나이팅게일의 단검열쇠의 위치를 우리는 그럼 알고 있다 이거제? 그럼 거기가 어딘데?”
“으으응?”
“나이팅게일의 반지에 나이팅게일의 단검열쇠가 어디 있는지 적혀 있다매? 거기가 어딘데?”
“그그그게 그러니까…… ‘전설적인 대도가 유일하게 훔치지 못한 보물이 세상의 모든 닫힘을 열림으로 바꾸는 단검열쇠의 위치를 알려주리라.’”
“그거는 수수께기지 위치가 아니잖아.”
“아아아아마도 이 수수수수수께끼를 풀면 나이팅게일의 단검열쇠의 위치가 나오지 않을까?”
“내가 보기에는 그 수수께끼를 풀면 나이팅게일의 단검열쇠의 위치가 나오는 게 아니라 ‘낚였구나∼’라던지 ‘메롱∼’이 적혀 있는 쪽지의 위치가 나올 것 같은데.”
“아아아아니야! 이이이건 진짜 나이팅게일의 반지라구! 나나나나이팅게일을 상징하는게 바로 이 무도회 가면이라구!”
“야, 트래퍼스. 세상에는 사람을 낚는 취미에 아주아주 많은 공을 들이는 사람도 있다. 나는 어린아이의 순수한 동심을 낚으려고 호그와트 입학 통지서를 위조하는 판타지 작가도 봤다. 아나? 이것도 누가 우리를 낚으려고 나이팅게일의 반지하고 똑같이 생긴 반지를 만들어냈을 수도 있지.”
“내내내내내가 우우우리 아빠한테서 지지진짜와 가짜 구별법을 배배배배워서 알아. 이건 지지지진짜 나이팅게일의 반지라구!”
“그러면 한번 풀어봐라. ‘전설적인 대도가 유일하게 훔치지 못한 보물이 세상의 모든 닫힘을 열림으로 바꾸는 단검열쇠의 위치를 알려주리라.’이게 무슨 뜻인데?”
“그그그그그게 그러니까…….”
6. 수상한 일기장 (1)
다음 날 아침.
용탄자는 미라 손가락 사탕을 먹다가 진짜 미라 손가락을 씹은 것도 그리고 진짜 미라 손가락에서 나이팅게일의 반지를 찾은 것도 그리고 나이팅게일의 반지를 트래퍼스에게 보여준 것도 모두모두모두 후회했다.
“요요요용탄자야. 내가 네가 가가가가고 난 뒤에 고고고곰곰히 새생각해 봤는데 나이팅게일의 반지에 ‘전설적인 대도가 유일하게 훔치지 못한 보물이 세상의 모든 닫힘을 열림으로 바꾸는 단검열쇠의 위치를 알려주리라.’이렇게 적혀 있었잖아.”
용탄자는 못 들은 척 달걀 후라이를 집어먹었다.
하지만 트래퍼스는 용탄자의 생무시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우우우리는 나나나나이팅게일이 훔치는데 실패한 보보보물을 찾으면 될 것 같아. 그그그 보물을 찾으면 그 보보보물 어딘가에 나이팅게일의 단검열쇠의 위치가 적힌 보물지도가 있을 거야! 그그그그럼 도대체 전설적인 대도가 유일하게 훔치지 못한 보물이라는 게 뭘까?”
드래곤스 위장에서 아침 식사를 하던 용탄자는 안 그래도 용탄자의 이마 위에서 밤새 자다가 용탄자가 일어나자 머리 위로 올라가 아직 자고 있는 데쓰무쓰 때문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픈데 트래퍼스가 옆에 찰싹 달라붙어 아침 식사는 안 하고 나이팅게일의 단검열쇠에 관한 이야기를 귀에다 대고 따발총 쏘듯 다다다다다다 말하는 통에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고대 골렘의 뇌, 악마의 계약서, 용아족 왕의 왕관, 드래곤 장로의 창지팡이, 쟁카스의 마법서…… 우와∼ 이 나이팅게일이라는 사람 엄청난 도둑이구나!”
그렁키도 ‘나이팅게일의 비밀 창고에 있는 보물 목록’이라는 책을 소리내어 읽으며 용탄자 두통 유발에 동참했다.
“곧 수업이 시작한다구요! 어서어서!”
수업 시간에 늦으면 사형이라도 당할 듯이 닦달하는 시간표를 따라 드래곤스 왼쪽 앞발로 가는 와중에도 데쓰무쓰는 여전히 용탄자의 머리 위에서 잠을 자고 있었고 트래퍼스는 여전히 용탄자의 왼쪽 귀에 그렁키는 오른쪽 귀에 나이팅게일에 관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드디어 도착했다!”
드래곤스 왼쪽 앞발에 도착한 용탄자는 빨리 수업이 시작됐으면 했다.
나이팅게일의 두 광팬 덕분에 어제까지만 해도 받기 싫던 비행 수업이 엄청나게 기다려지는 수업이 되어 버렸다.
“다들 모였나요?”
학생들 앞에 나타난 사람은 두 발로 걸어다니는 곰처럼 우람한 해프리스 선생님이 아니라 호리호리하게 생긴 여선생님이었다.
“여러분들이 뒤에서 욕하고 저주하는 미친개 해프리스 선생님은 오늘 드래곤스의 이름에 똥칠, 먹칠을 하고도 아직 살아 있는 4학년 꼴찌들 나머지 수업 때문에 특별히 내게 햇병아리들의 수업을 맡기셨어요. 제 이름은 브리스라고 합니다.”
브리스 선생님은 차분하고 예의 바른 목소리로 자기소개를 했다.
학생들은 아주 친절한 목소리로 자기들을 햇병아리로 부르는 브리스 선생님의 말에 이게 좋은 말인지 나쁜 말인지 분간이 가지 않아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