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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라이더 1권 (16화)
6. 수상한 일기장 (2)
“휴∼ 오늘은 해프리스 선생님 없으니까 욕은 안 먹겠네.”
용탄자는 해프리스 선생님이 없다는 것에 안도했지만 그 안도는 수업이 시작됨과 동시에 깊은 한숨으로 변했다.
“거기 두 학생. 이름이 뭐죠?”
브리스 선생님이 아직도 데쓰무쓰의 날개를 움직이지 못하는 용탄자와 그렁키의 날개를 노움 돋보기로 잘 들여다 보아야 움직이는 것이 보이는 정도로 미세하게 움직이는 트래퍼스에게로 가까이 다가오며 물었다.
“용탄자입니다.”
“트트트래퍼스입니다.”
브리스 선생님이 상냥한 목소리로 이름을 물어보자 용탄자와 트래퍼스는 이름을 말하며 따뜻한 격려와 친절한 설명을 기대했지만
“용탄자, 트래퍼스? 아, 생각났어요. 데커드 반의 문제아들이군요. 드래곤스에 들어온 학생들 중에 유일하게 드래곤 라이더가 될 확률이 희박한 학생들……. 걱정 말아요. 만약 드래곤 라이더가 못되더라도 유명 인사는 될 수 있을 거예요. 드래곤스 설립 이래 최초의 무능아! 기자들에게 이보다 좋은 기사거리를 없을 테니까요.”
용탄자와 트래퍼스는 상큼한 미소를 머금은 브리스 선생님의 달콤하다 못해 끔찍한 말을 들었다.
‘웃는 얼굴에 침을 뱉을 수도 없고…….’
해프리스 선생님의 호통이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왜 그러죠? 혹시 제가 말실수라도 했나요?”
브리스 선생님은 용탄자가 똥 씹은 표정을 짓자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걱정스럽게 물었다.
“…….”
“아아아아니요.”
브리스 선생님만큼이나 솔직한 용탄자가 사고 칠까 트래퍼스가 황급히 용탄자 대신에 대답했다.
“그럼 뻘짓들 계속하세요.”
브리스 선생님은 천사 같은 표정을 지으며 악마 같은 말을 하고는 수업을 재개했다.
“하아…….”
수업이 끝나고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드래곤스 위장으로 올라온 용탄자와 트래퍼스는 이틀 전 떨리는 마음으로 첫 비행 수업을 듣고 나왔을 때와 똑같이 한탄 섞인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냥 학교 때려치우고 나이팅게일의 단검열쇠나 찾으러 다닐까.”
용탄자는 애꿋은 양고기 스테이크만 포크로 푹푹 찔러댔다.
“이봐! 음식 갖고 장난치면 못 써!”
용탄자의 손에 잡혀 양고기 스테이크를 푹푹 찌르던 포크가 용탄자에게 음식 예절을 가르치려 들었다.
“알았다, 이 녀석아!”
용탄자는 양고기 스테이크를 나이프로 썰어 하나를 포크로 찍어 포크와 함께 씹었다.
“욱! 아욱! 내가 잘못했어!”
해프리스 선생님의 호통은 씹는 순간 매운맛이 화악∼ 퍼지는 아주아주 매운 고추 같았는데 브리스 선생님의 달콤끔직한 말은 사탕으로 변신한 똥이었다.
아주아주 달콤할 것 같지만 막상 맛을 보면 너무너무 끔찍하고 그 맛이 입안에서 아주 오래오래 맴도는 그런 맛.
그냥 한마디로 해프리스 선생님보다 훨씬 끔찍한 선생님이었다.
“우우우우리에게 답은 여여역시 나나나이팅게일의 단검열쇠밖에 없어!”
트래퍼스가 무슨 대단한 결심을 한 듯 포크와 나이프를 내던지듯 식탁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욱! 아욱! 욱!”
“퉤!”
양고기 스테이크, 아니, 포크를 씹던 용탄자는 포크를 접시에 뱉으며
“야야! 그냥 우리 나이팅게일의 반지 찾은 것만으로 만족하자. 그 못 훔치는 게 없는 전설의 도둑 양반이 우리처럼 자기 드래곤 날개도 못 움직이는 드래곤스 학생들이 찾을 수 있는 곳에 보물을 숨겨놓았겠나?”
“그건 그래! ‘나이팅게일의 일대기’에 이렇게 적혀 있어. ‘수많은 트래져 헌터들을 별 성과 없는 모험의 세계로 떠민 나이팅게일의 단검열쇠는 나이팅게일이 돌연 도둑질을 그만두고 자신의 모든 재능과 기술 그리고 남은 생을 모조리 쏟아부어 만든 보물 중의 보물로 나이팅게일의 단검이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생겼는지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이팅게일의 일대기’라는 책을 읽고 있던 그렁키가 용탄자가 썰어놓은 양고기 스테이크 하나를 집어먹으며 말했다.
“어이, 날개 달린 돼지! 이거 내 스테이크야!”
용탄자가 썰놓은 양고기 스테이크를 먼저 먹고 있던 데쓰무쓰가 버럭 화를 냈다.
“이게 어째서 네 거야? 이건 용탄자가 접시에 담아와서 용탄자가 나이프로 썰어놓은 양고기 스테이크지.”
“그러니까 내 스테이크지! 용탄자가 누구 드래곤 라이더인지 몰라, 앙? 저 덜떨어진 애송이는 이 데쓰무쓰 님이 데리고 있는 놈이야! 그러니까 용탄자는 물론 용탄자의 양고기 스테이크도 내 거야.”
“내가 덜떨어진 애송이면 너는 덜떨어진 오골계다 이 자식아!”
“어이, 죽고 싶어?”
“또 내 목청 구경 한 번 해볼래?”
용탄자의 말에 데쓰무쓰는 그날의 끔찍한 기억이 생생하게 살아났는지 몸을 부르르 떨며 용탄자의 손아귀에서 멀찍이 떨어졌다.
“어쨌든 나이팅게일의 단검열쇠는 포기하자. 그래 물론 찾으면 좋지. 그게 우리를 선생님들이 욕을 하사하기를 마다하지 않는 문제아에서 일류 드래곤 라이더로 만들어 줄 수도 있는데 말이야.”
“바바바바로 그그그거야! 나나나이팅게일의 단검열쇠는 우리를 드드드드래곤스의 문제아 1번, 2번에서 우우우등생 트트트래퍼스, 우우우등생 요요요용탄자로 만들어줄 수도 있어!”
“그래. 그리고 그전에 나이팅게일의 단검열쇠를 찾겠다고 돌아다니다가 비명횡사할 수도 있고!”
“다음 수업은 드래곤스 등뼈에서 하는 ‘마법의 역사’예요. 얼른얼른 식사하세요! 다음 수업 시간까지 45분 24초밖에 안 남았어요!”
용탄자와 트래퍼스는 시간표 덕분에 식사를 느긋하게 하고 다음 수업이 있는 드래곤스 등뼈로 향했다.
드래곤스 등뼈는 최근 발간된 신간에서 몇 백 년된 고서까지 다양하고 방대한 양의 책들이 가득 모여 있는 도서관이었다.
현실 세계의 도서관과는 다르게 드래곤스 등뼈 도서관은 네발로 서 있는 드래곤스의 등뼈에 지어져서 계단식으로 되어 있었다.
덕분에 책을 여러 권 찾으려면 계단을 쉼없이 오르내려야 했다.
“어서! 어서! 어서!”
늘 언제나 항상 서두르는 시간표를 따라 용탄자와 트래퍼스가 도착한 곳은 보통 교실과는 아주 다른 곳이었다.
사방이 벽 대신 못 쓰는 헌책들이 가득 쌓여 있었고 안으로 들어가 보니 강단과 학생들이 앉는 책상과 의자가 모두 헌책으로 만들어진 교실이었다.
“킁! 킁! 으∼ 책 냄새!”
용탄자는 교실 안에 진동하는 책 냄새에 눈을 찡그렸다.
살면서 맡아본 책 냄새 중 가장 지독한 냄새였다.
다량의 책 먼지와 종이 곰팡내가 가득한 곳이니 그럴 만도 했다.
“냄새!”
책 냄새가 심하기는 심한지 다른 학생들도 코를 막고 교실로 들어오거나 입으로 숨을 쉬었다.
“어머∼ 이번 신입생들은 물이 좋네!”
학생들이 자리에 앉아서 잡담을 한두 마디 나누고 있을 때쯤 학생들에게 ‘마법의 역사’ 수업을 가르칠 선생님이 들어와 강단에 올랐다.
“거기 훈남. 안녕∼ 난 제이라고 해!”
제이 선생님이 강단으로 올라와 제일 처음한 일은 학생들에게 자기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교실에 앉아 있는 남학생들을 쭈우우욱∼ 둘러보고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남학생에게 고백하듯 수줍게 인사를 하는 거였다.
물론 제이 선생님에게 지목당한 아이의 표정은 왠지 모르게 어색해졌다.
제이 선생님에게 받은 인사가 불쾌하고 싫고 공포스럽지만 안 그런 척을 해야 되니 그럴 만도…….
“아잉∼ 너어어어무해! 왜 그렇게 웃고만 있는 거야, 훈남. 어서 자기소개해 줘야지.”
더듬이처럼 쭉쭉 뻗친 머리카락과 눈을 비정상적으로 커 보이게 만드는 두꺼운 돋보기 안경을 쓰고 있어서 그런지 책을 파먹고 사는 벌레처럼 생긴 제이 선생님은 마치 미팅 자리에 나온 폭탄녀처럼 가엾은 남학생에게 추파를 던졌다.
“빨리 하지 않으면 데이트 신청할지도 몰라아앙∼”
“롤핀이라고 합니닷!”
제이 선생님의 등꼴이 오싹해지는 말에 롤핀은 자기 이름을 말했다.
실로 번개처럼 빠르고 신속한 자기소개였다.
“롤핀 학생. 여기 앞으로 와서 앉아도 돼! 우리 서로 마주 보고 앉아서 이야기를 나…… 참, 내 정신 좀 봐. 수업 시간이징∼”
제이 선생님은 미남만 보면 학생들이 지켜보는 강단에서도 수업 시간임을 잊어버리는 아주아주 특이한 선생님이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1학기 동안 여러분들과 마법의 역사에 대해 공부할 제이라고 해요. 마법의 신비로운 역사를 찾아서 우리 같이 시간 여행을 떠나 봐요!”
제이 선생님은 이제야 학생들이 보이는지 학생들에게 자기소개를 했다.
“참고로 드래곤스에서 유일하게 결혼을 아직 못…… 아니, 안 한 싱싱한 싱글녀랍니다. 저는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고 믿는 개념이 아주아주 올바르게 박힌 미모의 여자 선생님이죠. 호호호호!”
뭐가 좋은지 안 어울리게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어댔다.
“자아∼ 그럼 롤핀 학생. 우리 다른 학생들과 함께 마법의 역사에 대해 탐구해 볼까아앙∼ 덤으로 서로에 대해서도 탐구해 봐아아앙∼”
제이 선생님은 롤핀만 바라보며 수업을 시작했다.
“우리 롤핀. 마법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궁금하지, 그치? 내가 롤핀에게만 특별히 알려줄게!”
그리고 롤핀과 둘이 있는 것처럼 롤핀에게 말했다.
다른 학생들은 그저 엑스트라에 불과했다.
엑스트라들은 지금 이 순간 제이 선생님의 무한한 사랑을 받고 있는 롤핀이 아닌 것을 하늘에 감사했다.
“마법의 시작은 하늘에서 떨어진 폴린원이라는 유성이야. 유성이 왜 마법의 시작이냐구? 아주아주 먼 옛날 하늘에서 떨어진 폴린원이라는 유성은 사실 드래곤 장로 메켄타스의 알이었거든. 재밌지, 재밌지?”
“네…….”
롤핀은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겨우 대답했다.
“메켄타스의 알이 하늘에서 떨어진 곳은 아족이라는 사나운 부족이 사는 곳이었어. 하늘에서 떨어진 메켄타스의 알을 본 아족의 족장 아신은 ‘우리 부족에게 날개를 달아줄 아들이 왔구나!’라고 외치더니 그 알을 100일 동안 품에 안고 있었어. 그리고 100일만에 메켄타스가 태어났는데 메켄타스는 자신을 품어준 아족의 족장 아신을 아버지로 섬겼지. 그리고 아신에게서 지혜, 지식을 물려받았어. 그리고 덤으로 아신이 죽자 그 자리까지 물려받아 아족의 족장이 됐지. 강인하고 신성한 피를 가진 인간들의 민족 아족의 족장이 된 최초의 드래곤! 멋지지? 멋지지? 물론 우리 롤핀만큼은 아니지만∼”
“네…….”
제이 선생님의 애정으로 블링블링한 눈빛 세례에 롤핀은 점점 안색이 창백해져 갔고 다른 학생들은 서서히 졸기 시작했다.
솔솔 풍겨오는 책 냄새와 역사 수업은 졸음을 부르는 최고의 콤비네이션이었다.
“아족의 족장이 된 메켄타스는 목숨을 아끼지 않고 자신을 따르는 부족원들에게 선물을 주기로 결심했지. 잠깐 여기서 문제! 메켄타스가 부족원들에게 준 선물이 뭐어어어어게?”
“그, 글쎄요…….”
“아잉∼ 롤핀. 백치미까지 가지고 있구나. 매력적이야! 정답은 바로 드.래.곤! 메켄타스는 드래곤 소환 의식을 시전했지. 당시 아족 사람들 중 한 명이 기록한 고서는 이렇게 말해 ‘하늘에서는 유성이 비 오듯이 쏟아져 내렸고 대지는 대족장 메켄타스의 목청 소리에 바들바들 떨었더랬다’라고 말이야. 메켄타스는 부족의 아들딸들에게 드래곤의 알을 품게 했고 드래곤들이 부화했을 때는 그들을 보살피는 법을 알려줬고 드래곤들이 다 성장했을 때는 그들과 하나되어 하늘을 날고 마나를 다루는 법을 알려줬지. 정말 아신의 말대로 메켄타스는 아족의 아들딸들에게 날개를 달아줬던 거야! 정말 놀랍지 않아? 난 아직도 미스테리해! 어떻게 아신은 메켄타스가 부족을 부흥시킬 거라는 것을 알았을까? 롤핀도 궁금하지, 그치?”
“네…….”
가엾은 롤핀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