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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라이더 1권 (17화)
6. 수상한 일기장 (3)
“메켄타스가 아신의 예언대로 아족의 아들딸들에게 날개를 달아줬을 때 아족은 용아족이 됐지. 메켄타스에게서 드래곤의 가르침을 받은 아족의 전사들이 바로 최초의 드래곤 라이더들이야! 마법의 시작을 알려주겠다고 말해놓고 왜 용아족에 대해서 설명하는지 궁금하지, 그치?”
“네…….”
“바로 용아족의 시작이 바로 마법의 시작이거든! 하늘에서 드래곤들이 아족의 땅으로 떨어지기 전에는 마법은 없었어. 용아족들이 드래곤을 타고 하늘을 날고 드래곤의 마나로 마법을 부리기 시작하면서 그 마법을 연구하는 자들이 생겨났고 마나가 담긴 물건들, 그러니까 아티펙트들이 생겨났거든.”
제이 선생님이 마법의 시작에 대해서 말을 마쳤을 때 롤핀은 기절해 있었고 다른 학생들은 대부분 침을 질질 흘리며 코를 골고 있었다.
마법의 역사 수업 시간은 한 학생의 희생으로 모두가 잡담하고 잠자기 좋은 수업 시간이 되었다.
“저기, 우리 반 꼴지들 온다!”
드래곤스의 1학기가 한 달 반 정도가 흘러가고 있을 때 용탄자와 트래퍼스는 반 아이들 사이에서 꽤 유명 인사가 되어 있었다.
목요일, 금요일날 밤늦게까지 진행되는 반 수업이 몇 주간 진행되었을 때 다른 데커드 반 학생들은 이제 땅에서 조금씩 떠올라 비행을 시작했지만 용탄자와 트래퍼스는 여전히 자기 드래곤의 날개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덕분에 반 수업이 시작되면 끝날 때까지 해프리스 선생님에게 고막이 나갈 정도로 호되게 야단을 맞아야 했다.
“야! 그래도 우리반 아이들인데 꼴지라고 놀리면 어떡하니?”
‘어떻게 아직까지도 저 모양 저 꼴일까?’라고 말하는 듯한 얼굴로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는 윙키버는 데커드 반에서 제일 빨리 비행을 배우고 있는 우등생 중 우등생으로 데커드 반의 반장으로 뽑혔다.
“힘내! 너희들도 곧 날 수 있을 거야!”
‘아직까지 드래곤스에 남아 있는 게 용하다, 바보들!’이라고 말하는 듯한 얼굴로 윙키버는 용탄자와 트래퍼스를 볼 때마다 위로했다.
용탄자가 눈에 불을 켜고 나이팅게일의 단검열쇠를 찾게 된 이유가 바로 마음에도 없는 위로로 사람을 무시하는 저 윙키버 때문이었다.
“야야! 저기 스컹커들이야!”
용탄자와 트래퍼스는 한 달 반 사이에 ‘스컹커’라는 별명도 얻었다.
용탄자와 트래퍼스가 ‘스컹커’라는 별명을 얻게 된 사건은 2주 전의 브레스 수업 시간 때 일어났다.
모두들 이제 화염 브레스를 배우고 있을 때였다.
여전히 마나 공기 혼합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용탄자와 트래퍼스가 마나 공기 대신 큰소리로 트림을 뿜었는데 그 소리가 얼마나 큰지 데커드 반 학생들은 물론 매커드 반 학생들까지 용탄자와 트래퍼스의 트림 소리에 놀라 쳐다봤다.
“오우∼ 축하해 줘야 할지 아니면 격려해 줘야 할지 모르겠군요. 방금 톡시드 브레스를 쓴 건지 아니면 단순히 트림을 한 건지 분간이 안 가서 말이죠. 만약 방금 지독한 냄새로 적들을 질식사시키는 톡시드 브레스를 쓴 거라면 엄청 잘한 거예요. 브레스 대회에서 제게 처음이자 마지막 패배를 안겨줬던 스컹커 선수가 쓴 브레스가 바로 톡시드 브레스거든요. 냄새가 얼마나 지독하던지 저는 그 자리에서 기절했답니다. 꿀꺽꿀꺽!”
교장 선생님의 축하도 아니고 격려도 아닌 이 말 덕분에 용탄자와 트래퍼스는 신입생들 사이에서 스컹커로 불리게 되었다.
“요우∼ 스컹커들 안녕!”
드래곤스 등뼈에 보관되어 있는 나이팅게일에 관한 책들을 모조리 읽으며 나이팅게일이 훔치지 못한 단 한 가지 물건의 단서를 찾다가 밤을 꼴딱 새고 부스스한 얼굴로 책 곰팡내가 나는 교실로 들어온 용탄자와 트래퍼스는 반 아이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아아아안녕…….”
트래퍼스는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환호해 주는 반 아이들에게 인사를 하며 용탄자와 함께 맨 구석자리에 앉았다.
“하아…… 우리가 아직 안 본 책이 남아 있나?”
“모모모르겠어…….”
용탄자와 트래퍼스는 책상에 엎드려 다크서클이 짙게 깔린 눈으로 서로를 쳐다보며 세상 다 산 사람처럼 말했다.
“나이팅게일이 훔치지 못한 물건이라는 게 도대체 뭐고? 환장하겠네…….”
“나나나는 미미미칠 것 같아…….”
제이 선생님이 강단에서 수업을 진행했지만 용탄자와 트래퍼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쿨쿨 잠을 잤다.
어차피 제이 선생님이 바라보는 곳은 딱 한 곳밖에 없었기 때문에…….
“재밌지? 그치그치, 롤핀!”
“네…….”
마법의 역사 시간에 잠을 자거나 잡담하고 노는 동급생들을 위해 본의 아니게 희생하게 된 우리의 가엾은 롤핀…….
수업이 시작되고 얼마나 지났을까
툭!
“크으응! 음?”
무언가가 용탄자 머리를 툭! 하고 때리며 떨어져 내려 용탄자는 코를 골다 말고 고개를 들었다.
용탄자의 입에서는 침 한 줄기가 질질 흘러내렸고 책상은 용탄자가 자면서 흘린 침으로 침범벅이 되어 있었다.
용탄자는 잠 중에서 최고로 달콤하다는 수업 시간에 몰래몰래 자는 쪽잠에서 막 일어난 터라 어리벙벙한 상태였다.
“쓰으읍!”
용탄자는 침을 흘리며 주위를 살폈다.
“우리 롤핀! 왜 이렇게 창백해? 어디 아파? 제이가 호∼ 해줄까?”
“괘괜찮습니다.”
제이 선생님과 롤핀 학생의 무섭고 끔찍한 로맨스가 계속되고 있는 걸로 봐서 아직 수업 시간인 게 분명했다.
용탄자는 침을 후루루루릅!하고 삼키고는 다시 책상에 엎드리려 했다.
“음?”
그런데 침 범벅된 책상에 왠 낡은 가죽으로 된 책 한 권이 떨어져 있었다. 용탄자는 위를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교실의 헌책 벽 위에서 떨어진 것 같았다.
“음…….”
그런데 떨어진 헌책은 너무나 낡고 허름했다.
용탄자는 다시 잘려다 머리를 때린 헌책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헌책의 낡은 가죽 표지에 묻은 침을 슥슥 닦아냈다.
용탄자는 늘 이 교실을 만드는데 쓰인 헌책에는 무엇이 적혀 있는지 궁금했었다.
용탄자는 헌책의 페이지를 아무렇게 넘기다 한번 읽어보았다.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난 곳은 미스트베일의 시장 그 어딘가에서였다.
나는 미스트베일의 지하 수로에 사는 장물아비에게 훔친 보물을 처리하고 나와 안개가 자욱하게 깔린 미스트베일의 거리를 걷다가 시장으로 흘러온 것까지는 기억이 나지만 그다음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왜냐면 그녀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녀를 본 순간 주위의 풍경, 나를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 마법같이 사라지고 그녀만 보였다.
나의 마음을 훔쳐간 그녀는 어디서 살까? 이름이 뭘까? 그리고 뭘 좋아할까?
“뭐고? 연애일기가?”
용탄자는 심드렁하게 다시 페이지를 아무렇게 넘겼다.
그리고 다시 읽었다.
“내가 원하는 건 당신이 훔쳐온 이딴 보물이 아니에요.”
내가 그녀에게 보물을 건넬 때마다 그녀에게 들었던 말이다.
그녀가 원하는 건 도대체 뭘까?
그녀의 마음을 훔치기 위해서 도대체 무엇을 훔쳐와야 할까?
미스트베일 과일 상인의 딸 미란다의 마음을 훔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당신이 훔쳐온 이딴 보물? 이 양반도 도둑이었나 보네.”
용탄자는 최근 한 달 반 동안 한 도둑에 관한 책을 신물이 나게 읽었던 터라 페이지를 신경질적으로 마구마구 넘겼다.
그래도 결말은 궁금했는지 마지막 페이지를 읽었다.
고대 골렘의 뇌, 악마의 계약서, 용아족 왕의 왕관, 드래곤 장로의 창지팡이, 쟁카스의 마법서 외 다수의 보물들을 훔친 나를 세상 사람들은 못 훔치는 게 없는 전설적인 도둑이라 칭했다.
하지만 그들은 알까?
이 세상에 보물이란 보물은 모두 훔친 내가 한 여인의 마음을 훔치지 못해 쩔쩔 매고 있다는 것을…….
“고대 골렘의 뇌, 악마의 계약서, 용아족 왕의 왕관, 드래곤 장로의 창지팡이, 쟁카스의 마법서를 훔친 사람이라면…….”
용탄자는 일기장에 적혀 있는 한탄 섞인 글에 아직 잠에 취해 몽롱한 눈이 번쩍 떠졌다.
그랬다!
이건 어느 좀도둑의 사랑 일기장이 아니라 바로 나이팅게일의 일기장이었던 것이다.용탄자는 좀 전과는 달리 일기장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나는 미란다에게 세상의 진귀한 보물들을 선물했지만 미란다는 나에게 마음을 주지 않았다. 나는 끝내 미란다의 마음을 훔치지 못했다.
세상의 모든 것을 열 수 있는 보물이 존재할까?
심지어 사람의 닫힌 마음의 문까지 열 수 있는 그런 보물이 세상에 존재할까?
없다…….
세상의 모든 보물을 알고 있고 훔쳐 본 내가 모르는 보물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못 여는 자물쇠가 없고 못 훔치는 것이 없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도둑이 만든 그런 보물은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뭐고? 그럼 나이팅게일이 단검열쇠를 만든 이유가 미란다라는 여자 때문이가? 미란다의 마음을 훔치려고?”
나이팅게일의 일기장에는 나이팅게일이 미란다라는 여인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리고 그녀의 마음을 훔치려고 얼마나 애를 썼는지 그리고 왜 단검열쇠를 만들었는지가 적혀 있었다.
“잠깐! 나이팅게일은 미란다의 마음을 훔치지 못해서 단검열쇠를 만들었지? 그럼 전설적인 대도가 유일하게 훔치지 못한 보물이라는 게 혹시 미란다의 마음?”
용탄자는 황급히 옆에서 코를 드렁드렁 골면서 자고 있는 트래퍼스는 깨웠다.
“수수수업 끝났어?”
트래퍼스는 수업이 끝난 줄 알고 일어나려 했다.
“잠꼬대하지 말고 이거나 읽어봐라! 빨리!”
용탄자는 일어서려는 트래퍼스를 다시 자리에 앉히고 나이팅게일의 일기장을 건넸다.
“뭐뭐뭔데?”
트래퍼스는 용탄자가 황급히 건네는 나이팅게일의 일기장을 받아 펼치고 눈을 비비며 읽었다.
눈을 반만 뜬 채로 읽는 둥 마는 둥 하던 트래퍼스는 나이팅게일의 일기장을 읽으면서 눈이 조금씩 커졌고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가 빨라졌다.
“우우우우우리가 드드디어 찾았어!”
마침내 나이팅게일의 일기장을 다 읽은 트래퍼스는 유레카!를 외치듯 큰소리로 외쳤다.
학생들은 트래퍼스가 잠꼬대를 한다고 생각했는지 심드렁하게 한 번 쳐다보고는 말았다.
윙키버만 의심스럽다는 눈으로 트래퍼스를 한동안 노려보았을 뿐.
“저저저전설적인 대도가 유일하게 훔치지 못한 보물이라는 게 미미미미란다의 마음이었어! 미미미란다를 찾으면 나이팅게일의 단검열쇠의 위치를 알 수 있을 거야!”
“그래. 빨리 나이팅게일의 단검열쇠 찾아서 꼴찌 졸업 좀 해보자.”
“그그런데 이이거 나나나이팅게일의 일기장은 어어어디서 찾았어?”
“그거?내가 자고 있는데 뭐가 툭! 머리를 때리길래 보니까 이거드라. 아무래도 이 헌책벽 꼭대기에 있었던 모양이다.”
“나나나나이팅게일의 일기장이 드래곤스 등뼈 헌책 교실에 이이이있을 줄 사사상상도 못했어!”
“그래. 그동안 괜히 드래곤스 등뼈에서 살다시피 했네…….”
요 며칠간 용탄자와 트래퍼스는 기숙사에 들어가지 않고 드래곤스 등뼈에서 나이팅게일의 반지에 적혀 있는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책에 파묻혀 살았다.
원래 책을 좋아하는 트래퍼스와는 달리 책과 그리 친한 편이 아닌 용탄자는 그동안 나이팅게일의 관한 책을 찾으러 드래곤스 등뼈 계단을 오르내리며 계단 층층이 줄 서 있는 키다리 책장들을 이 잡듯이 뒤진 것을 생각하면 정말 치가 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