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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라이더 1권 (18화)
6. 수상한 일기장 (4)


이건 그나마 견딜 만했다.
한잠 중에 배가 고파지면 촛불 하나 들고 트래퍼스와 둘이서 드래곤스 위장으로 내려가 음식을 가져오는데 까딱 잘못해서 쿨쿨 자고 있는 접시나 나이프, 포크들을 깨우면 그들은 용탄자와 트래퍼스를 죽일 듯이 달려들었다.
드래곤스 위장은 저녁 9시가 되면 문을 닫고 내일 학생들이 먹을 음식을 준비해 놓고 모두들 잠을 자는데 내일 아침이 되기 전까지는 음식을 그 누구에도 내주려 하지 않는다.
설령 그게 드래곤스 등뼈에서 책을 보다 내려온 허기진 드래곤스 학생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용탄자와 트래퍼스 덕분에 드래곤스 위장은 4일 전부터는 돌아가며 불침번을 서고 있었다.
“오늘은 기숙사에서 다리 쭉 뻗고 잘 수 있겠네.”
“그그그그래!”
용탄자와 트래퍼스는 나이팅게일의 수수께끼를 드디어 풀었음에 날 듯이 기뻐했다.
윙키버는 도대체 저 꼴찌들이 울먹이는 이유가 의심스러워 실눈으로 그들을 노려봤다.



7. 안개 속 마을 (1)


드디어 용탄자와 트래퍼스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주말이 왔다.
용탄자와 트래퍼스는 비행 코트가 아니라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드래곤스의 지하로 내려왔다.
드래곤스의 지하에는 주말에만 운영하는 99열차 정거장이 있다.
노움이 만든 99열차는 아주아주 위험천만한 지하철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승객의 안전보다는 스피드를, 쾌적함보다는 쾌감을 위해 만들어진 99열차니 당연히 위험천만할 수밖에 없었다.
딱 한 가지 99열차의 장점은 99열차 정거장이 없는 곳은 없어서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참고로 99열차는 쉬는 날 없이 운영된다.
드래곤스 지하 정거장만 예외로 주말 운영을 한다.
“어서 어서 어서 오십시오!”
드래곤스 지하 정거장에서 용탄자와 트래퍼스를 반기는 것은 노움이 아니라 노움처럼 땅딸막하게 생긴 로봇이었다.
눈에서 불이 번쩍번쩍 들어오는 노움 로봇은 드래곤스 지하 정거장 문을 열자마자 들어온 첫 손님인 용탄자와 트래퍼스에게 뻣뻣하게 허리를 굽히며 인사를 했는데 움직일 때마다 몸 여기저기서 매연 같은 스팀을 푹푹! 하고 뿜어냈다.
“어느행 99열차! 열차! 열차를 타십니까?”
노움 로봇은 유행 지난 테크노 춤을 추듯 고개를 새차게 흔들며 용탄자와 트래퍼스를 번갈아 봤다.
“우우우우린 미미미스트베일행 여여열차를 타야 돼.”
“미스트베일! 미스트베일! 미스트베일! 12클릿입니다.”
노움 로봇은 행선지를 듣더니 요금을 말하면서 입을 쩌억 벌렸다.
트래퍼스는 노움 로봇 입에 구리 주화 12개를 넣어주었다.
노움 로봇은 트래퍼스가 넣어준 12클릿을 꿀꺽하고 삼켰다.
촤르르르르륵!
구리 주화 12개가 노움 로봇의 뱃속으로 들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푹! 푹! 푸쉬! 푸쉬!
노움 로봇은 구리 주화를 잘못 삼켰는지 곧 폭발할 것처럼 몸 곳곳에서 스팀이 살벌하게 분출됐다.
“야! 니 돈 제대로 준 거 맞나? 이 자식 돈 적게 주면 폭발하는 것 아니가?”
용탄자는 노움 로봇에게서 멀찍이 떨어지며 트래퍼스에게 물었다.
“도도도도도도도도도도도돈은 마마마마마마마맞게 주주주주주주줬어!”
트래퍼스도 상당히 불안한지 말을 심하게 더듬으며 용탄자보다 더 멀찍이 도망쳤다.
띠링!
용탄자와 트래퍼스의 예상과는 달리 노움 로봇은 갑자기 스팀을 분출하는 것을 멈추고 미스트베일행 티켓 두 장을 용탄자와 트래퍼스에게 발사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이쪽! 이쪽! 이쪽! 이쪽!”
노움 로봇은 용탄자와 트래퍼스를 99열차 철로가 깔려 있는 곳으로 데려갔다.
99열차 철로는 특이하게도 바닥에 깔려 있는 게 아니라 천장에 깔려 있었다.
그리고 모양도 현실 세계의 지하철 철로라기보다는 롤러코스터 레일에 가까웠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노움 로봇은 용탄자와 트래퍼스를 99열차 철로 근처에 세워두고 멈춰 서더니 갑자기 머리에서 더듬이 같은 안테나가 돋아났다.
노움 로봇은 축쳐져 있는 안테나를 꼿꼿히 세워 어디로 신호를 쏘았다.
잠시 뒤 99열차 한 대가 도착했는데 생김새가 현실 세계의 지하철 혹은 기차와는 완전 딴판이었다.
이건 지하철, 기차가 아니라 2인용 롤러코스터였다.
“우우우우리 그그그냥 거거걸어서 갈까?”
99열차의 생김새에서 불길한 느낌을 받은 트래퍼스가 한 걸음 뒤로 백스텝을 밟으며 말했다.
“니 미스트베일 어딘 줄 아나? 그리고 표까지 이미 다 샀다 아이가.”
용탄자는 트래퍼스를 잡아 99열차 오른쪽 자리에 앉히고 도망 못 가게 안전바를 내려줬다.
“재밌겠네!”
놀이동산에 가면 롤러코스터를 제일 먼저 타는 용탄자는 기대에 찬 눈으로 왼쪽 자리에 앉아 안전바를 내렸다.
“티켓을 안전바 하단에 있는 구멍에 넣어주세요! 티켓! 티켓! 티켓!”
용탄자는 안전바 하단에 오락기 동전 구멍처럼 나 있는 티켓 구멍에 미스트베일행 티켓을 넣고 벌벌 떨고 있는 트래퍼스의 티켓도 구멍에 넣었다.
철커덕!
티켓을 넣자 99열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간다! 간다!”
“어어어어어엄마∼”
용탄자와 트래퍼스를 태운 99열차는 롤러코스터처럼 처음에는 아주 천천히 움직였다.
트래퍼스는 99열차가 회전목마처럼 천천히 움직이자 이 속도가 99열차의 최고 속도인 줄 알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뭐고? 엄청 천천히 움직이네!”
용탄자는 일부러 트래퍼스가 들으라고 큰소리로 말했다.
“그그그러게! 나난 또 엄청 빠르게 가는 줄 알고 거거거겁먹었는데.”
‘역시 롤러코스터가 처음에 천천히 가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니까. 설마 이 속도로 계속 가겠냐? 꺼벙한 자식! 켈켈켈!’
99열차의 속도에 안심하는 트래퍼스를 보면서 용탄자는 웃음을 참았다.
“응?! 뭐고 왜 계속 천천히 가노?”
용탄자는 곧 99열차가 엄청난 속도로 달릴 거라 예상했지만 99열차는 1분이 지나도 2분이 지나도 계속해서 휘전목마 속도로 달리는 둥 마는 둥 하고 있었다.
“타타탄자야, 저기 봐. 노움 톱니판이야!”
트래퍼스가 손으로 가리키는 곳에는 수백 가지 색으로 변하는 톱니바퀴인 라이트기어 수천 개가 이리 붙어서 돌다 저리 붙어서 돌다 하면서 입체적인 영상을 만들어내는 노움 톱니판이 보였다.
“오∼”
라이트기어 수천 개가 만들어내는 입체적인 영상에 용탄자는 입이 쩍 벌어졌다.
“이야∼ 노움들이 S전자에 취직하면 끝장나겠다.”
3D안경을 안 써도 3D가 되는 노움 톱니판을 용탄자는 집에 TV로 쓰고 싶어졌다.

6월 25일…… 우리들의 심장을 뛰게 할 루니 그랑프리가 시작된다! 6월25일 루니 원더러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루니 그랑프리 예선전행 티켓을 손에 거머쥐세요! 자세한 내용은 99열차정거장 노움 로봇에게 문의하세요!

용탄자와 트래퍼스가 처음 본 노움 톱니판에는 F1 그랑프리처럼 드래곤 라이더와 드래곤들이 엄청난 속도로 경주를 하면서 전투를 벌이는 영상이 나오고 광고문이 나왔다.
“우리는 언제 저렇게 날아보노…….”
“그그그러게…….”
용탄자와 트래퍼스가 노움 톱니판 속 드래곤 라이더와 드래곤들을 보면서 나오는 건 한숨밖에 없었다.

장난감에 미친 노움장인 폰폰스의 장난감 백화점이 꿈과 희망에 굶주린 여러분들을 기다립니다!

충치 먹은 이빨을 위한 데블데블 초콜릿!
녹지 않는 멜링콜링 사탕!
달콤 쌉싸름한 카라멜 맥주!
재미없고 맛없는 것 빼고 다 있는 호글릿 베이커리!
드래곤스 위장 출신의 엄선된 스태프들이 맛과 재미를 책임집니다!

99열차가 천천히 달리는 통에 용탄자와 트래퍼스는 벽에 쭈욱 붙어 있는 노움 톱니판에서 나오는 광고를 찬찬히 관람할 수 있었다.
“광고까지 틀어놓은 걸 보니까 계속 이 속도로 갈 모양이네. 이렇게 천천히 갈 거면 안전바는 뭐할라고 달아놨노?”
“우우우우리 나중에 호글릿 베이커리에 한 번 가가가보자, 요요용탄자야.”
“그래…….”
용탄자는 심드렁하게 천천히 지나가는 광고를 보면서 대답했다.
철커덕!
천천히 가던 99열차는 한 번 덜컹하더니 점점 속도가 줄었다.
“뭐고? 벌써 다온거가아아아아아아아악∼”
99열차는 속도를 천천히 줄이다 돌연 엄청난 속도로 곡선 레일을 따라 뚝! 떨어졌다.
갑작스런 속도에 그 어떤 롤러코스터도 고함 한 번 안 지르고 타는 용탄자는 목젖이 튀어나올 듯이 고함을 질렀고 트래퍼스는 게거품을 물었다.
롤러코스터가 처음에 천천히 달리는 이유가 있듯이 99열차 역시 한동안 천천히 달리는 이유가 있었다.
딩동!
엄청난 속도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오른쪽으로 꺾었다 왼쪽으로 꺾었다 하며 달리던 99열차는 미스트베일 정거장에서 정차했다.
“우웩∼”
미친듯이 달리던 99열차가 정차하자 갑자기 멀미가 심하게 나는지 용탄자는 헛구역질을 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트래퍼스가 게거품을 물고 기절해 있는 상태라 멀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거였다.
아마 트래퍼스는 백프로 토했을 것이다.
99열차의 안전바가 위로 올라가자 트래퍼스는 앞으로 고꾸라져 버렸다.
“야, 트래퍼스!”
용탄자는 트래퍼스를 질질 끌고 정거장 의자에 앉았다.
“우우우우리 도도돌아갈 때도 저저저저걸 타타타야 되는 거지…….”
깨어난 트래퍼스가 제일 처음 한 말이다.
아무래도 99열차를 다시는 타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빨리 밖으로 나가서 바람 좀 쐬자. 니 말 들으니까 멀미가 좀 심하게 난다.”
용탄자와 트래퍼스는 술이 떡이 된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미스트베일 정거장을 나섰다.
밖의 안개가 얼마나 짙은 건지 미스트베일 정거장 출구의 계단이 앞의 3계단은 보였지만 그 위로는 안개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다.
“우와∼”
안개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 정거장 출구 계단을 조심조심 걸어 올라온 용탄자와 트래퍼스는 미스트베일의 모습에 놀랐다.
아니, 정확히는 미스트베일을 뒤덮은 안개의 모습에 놀랐다.
안개는 미스트베일의 모든 것을 뒤덮어 미스트베일의 모든 것들을 그림자처럼 검고 희미하게 만들어 버렸다.
미스트베일의 무언가를 자세히 보기 위해서는 눈이 아주 나쁜 사람처럼 직접 걸어서 가까이 다가가 보는 수밖에 없었다.
“일단 우리 뭐 좀 마시자.”
“그그그래!”
멀미가 아직 다 안 가신 용탄자와 트래퍼스는 안개 속을 걸으며 까페를 찾았다.
안개 때문에 가까이에 있는 것밖에 보이지 않으니 너무나 답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