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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라이더 1권 (19화)
7. 안개 속 마을 (2)


다행히 얼마 안 가 ‘벌꿀과 여인’이라는 까페를 찾을 수 있었다.
용탄자와 트래퍼스는 크림소다를 사들고 까페의 테라스에 앉아 마시며 멀미를 쫓아냈다.
“이이이일단 과일 가게를 차차차찾아봐야겠지? 미미미미란다가 과일 가게의 딸이라고 했으니까.”
밝은 곳은 촉촉하게 안개에 젖어 있고 어두운 곳은 축축하게 안개에 찌들어 있는 미스트베일에 들어온 용탄자는 지금이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안 갔다.
‘내가 지금 정말 미스트베일이라는 곳에 들어온 거가, 아니면 꿈을 꾸고 있는 거가…….’
안개 속 마을의 주민들이 안개 속에서 쑥! 튀어나왔다가 다시 안개 속으로 쏙! 하고 숨어 버리는 광경이 앞에 펼쳐져 있었다.
‘이게 전부 다 꿈은 아닐까? 내가 드래곤스에 입학하게 된 것도 그리고 데쓰무쓰가 내 드래곤이 되고 내가 데쓰무쓰의 드래곤 라이더가 된 것도 전부 다…….’
용탄자는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손에 쥔 크림소다 유리잔에 머리를 푹! 박고 있는 데쓰무쓰의 날개를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번 만져보았다.
“어이! 형님께서 네 크림소다 좀 먹겠다는데 뭐 불만 있어?”
당연한 일이겠지만 데쓰무쓰의 날개가 만져졌다.
당연한 일이 용탄자에게 갑자기 낯설게 느껴졌다.
데쓰무쓰의 퉁명스런 말과 붉은 눈빛까지.
‘모두 사실인가 보네? 내가 드래곤스에 입학한 것도 그리고 데쓰무쓰의 드래곤 라이더가 된 것도 그리고 나이팅게일의 단검열쇠를 찾아서 미스트베일에 온 것도.’
“타타타탄자야! 무무무슨 생각을 그렇게 고고골똘히 해?”
“아이다. 나이팅게일이 미란다를 시장에서 처음 봤다고 했으니까 아마 미스트베일 시장에 있는 과일 상점들 중에 한 곳일 거다. 다 먹고 시장으로 가보자.”
“으으응!”
데쓰무쓰와 그렁키 덕분에 잔을 눈 깜짝 할 사이에 비운 용탄자와 트래퍼스는 까페를 나와 미스트베일의 주민들에게 길을 물어물어 미스트베일 시장으로 향했다.
“여기는 괜찮네.”
“그그그러게?”
미스트베일의 시장은 다른 곳과는 다르게 안개가 없었다.
덕분에 넓직한 길을 따라 늘어선 미스트베일의 상점들이 한눈에 보였다.
“아아아안개가 어어어없어서 차차찾기 수월하겠다!”
용탄자와 트래퍼스는 장을 보러 온 사람들, 구경 나온 사람들, 자기처럼 무언가를 찾아 이 가게 저 가게 돌아다니는 사람들 사이에 섞여 돌아다니며 과일 가게를 찾기 시작했다.
미스트베일의 시장은 여타 다른 시장처럼 시끌벅적하고 활기가 넘치는 그런 곳이었다.
‘후루루루룹! 쩝쩝쩝! 냠냠냠! 우걱우걱! 어서 오세요!’
그런데 미스트베일의 시장은 다른 시장하고는 다르게 모든 가게의 문에 커다란 입이 붙어 있었다.
입이 달린 가게 문은 아주 요란하게 안개를 먹어치우다가 손님이 들어올라치면 황급히 인사를 건넸다.
시장 거리에 안개가 없는 이유가 바로 저 안개를 먹는 가게 문 때문인 모양이었다.
‘내 살다살다 물 먹는 하마는 봤어도 안개 먹는 문은 처음 보네.’
그런데 이상하게도 미스트베일 시장을 아무리 돌아다녀 봐도 과일 가게가 보이지 않았다.
“여여여여기는 과과과일 가게가 없는 모양이야.”
“분명히 시장 과일 가게에서 미란다를 만났다고 했는데…….”
“저저저저기는 왜 안개가 자자자욱할까? 호호혹시 저저기가 아아아닐까?”
트래퍼스가 가리키는 곳은 다른 가게들과는 다르게 안개에 가려져 어떤 가게인지 보이지 않았다.
용탄자와 트래퍼스는 다른 가게와는 다른 모습에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지고 황급히 뛰어갔지만 역시나 아니었다.
‘콜록콜록! 케헥∼’
시장에서 유일하게 안개를 덮고 있는 이곳은 이미 망한 지 오래인 가게였다.
먼지가 자욱하게 쌓인 가게 문은 다른 가게 문들처럼 안개를 먹어치우는 게 아니라 한 500년 산 할아버지처럼 기침을 해대며 안개를 토해내고 있었다.
“아무래도 과일 가게를 옮겼거나 아니면 그만둔 것 같다.”
“그그그럼 어떻게 차차찾지?”
“돌아다니면서 물어보는 수밖에”
미스트베일의 시장에서 미란다의 과일 가게를 찾지 못한 용탄자와 트래퍼스는 결국 미스트베일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미란다에 대해 주민들에게 물었다.
“글쎄요…….”
“미란다? 모르겠는데요.”
“미란다는 모르고 미친놈은 아는데…… 끅!”
미스트베일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붙잡고 물어보았지만 미란다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혹시 우리가 읽은 나이팅게일의 일기장…… 가짜 아이가?”
“서서서설마…….”
미스트베일의 시장에 과일 가게가 없고 미란다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자 용탄자와 트래퍼스는 우리가 누군가의 장난에 속은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자꾸 들었다.
“일단은 조금 더 사람들한테 물어보자.”
“그그그그래.”
용탄자와 트래퍼스는 끈기를 가지고 다시 사람들에게 미란다에 대해 물었다.
“어? 형들도 미란다라는 여자를 찾는 거야?”
그런데 갑자기 12살쯤 되어 보이는 꼬마가 미란다를 찾고 있는 용탄자와 트래퍼스에게 다가와 물었다.
“너도?”
“응! 그런데 미란다라는 여자 죽었데.”
“뭐라고?”
“미스트베일 시장에서 과일 가게를 운영하다가 죽었다는데? 그런데 미란다라는 여자 생긴 게 오크 같았나 봐. 결혼도 못하고 쭉 혼자서 살다가 죽는 바람에 대를 이어서 해오던 과일 가게가 새 주인을 못 만나서 문을 닫았다고 하더라구.”
“그그그럼 그그그 가가가게가?”
“미란다의 과일 가게였네.”
꼬마의 말에 용탄자와 트래퍼스는 미스트베일의 시장에서 보았던 안개가 자욱한 먼지 쌓인 가게가 생각났다.
“그런데 형들 여기 사람 아니지?”
“뭐라고? 그걸 니가 어떻게 아노?”
“척 보면 척이지! 여기 사람들은 형들처럼 안개 속에서 뭐가 튀어나올까 불안해하거나 눈을 크게 뜨고 안개에 가려진 것들을 보려고 하지 않거든.”
“그런데 니는 왜 미란다를 찾는데?”
“나? 난 미란다가 가지고 있는 삐까뻔쩍한 보물을 훔치려고!”
“과과과일 가게 주주주인이 그그그그그런 보물을 가가가지고 있을 리가 어어없잖아.”
“형들은 도둑으로서는 영∼ 꽝이구나! 난 초엘리트 도둑이라서 감이라는 게 있거든! 분명히 미란다는 내가 가지고 싶어하는 으리으리한 보물을 가지고 있어. 이 초엘리트 도둑의 말을 믿으라구! 그런데 형들은 왜 미란다를 찾는 건데?”
“우우우우우리는…… 그그그그게 그그그러니까…….”
“우리는 미란다가 가지고 있는 보물 지도 찾을라고.”
“아하∼ 그렇구나! 다행히 미란다에게서 찾는 게 겹치지는 않네!”
“그럼 행운을 빈다!”
“해해해행운을 비비빌어!”
용탄자와 트래퍼스는 꼬마에게 인사를 하고 뒤돌아가며 혹시 누가 들을까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미란다가 죽었으면 공동묘지로 가야 되는 거가?”
“그그그래야 되되될 것 같아.”
“공동묘지로 가서 무덤을 파헤쳐야 되나?”
“다행히 미스트베일 사람들은 가족이 죽으면 아주아주 습한 더기스라는 매장실에 안치시켜서 미라로 만들거든. 땅은 안 파도 돼.”
“그래? 그거 잘됐네!”
“도도도도굴꾼은 아아아안 되도 되겠다.”
용탄자와 트래퍼스는 아주 자연스럽게 꼬마가 듣지 못하도록 비밀스럽게 이야기하다 화들짝 놀라 꼬마를 쳐다봤다.
용탄자와 트래퍼스는 발소리는커녕 인기척 한 번 내지 않고 옆으로 다가온 꼬마를 수상하게 바라봤다.
“그런데 문제가 있어. 죽은 사람의 저승길 노잣돈을 훔치는 도둑들 때문에 더기스는 열쇠가 없으면 절대로 못 들어가게 되어 있어.”
꼬마는 용탄자와 트래퍼스의 눈길을 아는지 모르는지 태연하게 더기스에 관해 말했다.
“어짜피 형들하고 나는 똑같은 타켓을 가지고 있잖아. 하지만 타켓에서 얻고자 하는 건 다르고 말이야. 굳이 경쟁자가 될 필요가 있겠어? 보다시피 나…….”
꼬마는 말을 하다 갑자기 앞에 걸어가는 양복 입은 신사에게로 가더니 귀신같은 솜씨로 지갑을 빼냈다. 꼬마는 다시 용탄자와 트래퍼스에게 다가오더니 훔친 지갑을 던져 주며
“굉장한 도둑이거든!”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저저저저 녀석 왜왜왠지 수수수상해!”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저 녀석 말대로 더기스의 문이 그렇게 단단하다면 말이다. 어떻게 더기스 열쇠를 구할래?”
“그그그그렇긴 하지만…….”
용탄자와 트래퍼스는 좀 전보다 더 작은 목소리로 귓속말을 소곤소곤 주고받았다.
“그럼 동업자로 나 받아주는 거다!”
하지만 이번에도 꼬마는 둘의 비밀스런 귓속말을 놓치지 않았다.
“그래, 잘해보자!”
용탄자는 꼬마에게 악수를 청했다.
“에이∼ 남자들끼지 낯간지럽게 악수는. 자기소개나 하자구. 나는 벤자민이라고 해.”
“나는 용탄자라고 하고 얘는 트래퍼스.”
“아아아안녕!”
“그런데 형들, 내가 아는 누구하고 닮은 거 같아.”
“니가 아는 누구?”
“그게 그러니까…… 모르겠어.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확실히 누구하고 닮은 거 같아!”
“화화화확실히 수수수상한 녀녀녀석이야!”
트래퍼스는 알아듣지 못할 소리를 하는 벤자민을 경계 어린 눈으로 쳐다보며 최대한 작은 목소리로 용탄자마저도 겨우 알아들을 수 있는 귓속말을 했다.
“난 수상한 녀석이 아니라 벤자민인데……. 그리고 정말이야, 나 형들하고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 봤어. 형들하고는 다르게 엄청 강하고 능력 있는 사람들이었는데…….”
하지만 벤자민은 그 귓속말 역시 놓치지 않았다.
그냥 수상한 녀석이 아니라 귀가 엄청 밝은 수상한 녀석이었다.
“화화화확실히 수수수상한 녀녀녀석이야!”
“그래, 그렇다 치고 더기스에는 어떻게 들어갈 건데? 열쇠가 없으면 더기스로 들어갈 수 없다며?”
용탄자는 알아듣지 못할 소리를 하는 벤자민과 똑같은 소리를 하는 트래퍼스를 진정시키고 물었다.
“첫 번째, 거리를 배회하면서 자금을 확보한다. 두 번째, 베기스럼으로 향한다. 세 번째 베기스럼에서 더기스 열쇠를 구한다. 네 번째 더기스로 들어가 샤샤샥! 보물을 턴다!”
“거거거거리는 배회하면서 자자자금을 확보한다구?”
“응. 내가 좀 전에 말했잖아. 나 굉장한 도둑이라구! 사람들의 주머니가 두둑하면 도둑의 주머니도 두둑하다라는 말도 못 들어봤어? 형들은 그냥 날 따라오면서 망이나 보면 돼.”
“그래, 뭐 그건 그렇다치고 베기스럼이 뭐하는 곳인데? 그리고 어디에 있고?”
“이 형들 정말 아무것도 아는 게 없구만. 베기스럼은 미스트베일 지하 소굴에 있는 암시장이야. 베기스럼에서 구할 수 없는 물건을 없어. 거기서 더기스 열쇠를 구하면 돼.”
“그그그그런데 왜왜왜 우우우리들이 피피필요한 건데? 너너너는 구구굳이 우우우리하고 함께 하하하지 않아도 워워원하는 걸 얻을 수 있잖아.”
트래퍼스는 벤자민과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그의 정체와 의도가 의심스러워졌다.
“으으으음∼ 굉장한 도둑의 굉장한 본능이랄까? 그냥 형들을 본 순간 마음에 들었어.그래서 형들이 나한테 빚을 지게 만들려고 말이야. 그게 내 이유야!”
“우리들이 니가 예전에 봤던 두 사람하고 닮아서가?”
“응! 형들처럼 생긴 그 사람들 정말 멋지고 강력하고 좋은 사람들이었거든. 혹시 알아? 형들도 나중에 그 사람들처럼 될지?”
“좋다! 신세 좀 지자. 우리들이 니한테 지는 신세 언젠가는 꼭 갚을 테니까.”
“너너너는 미미란다에게서 보보보물을 찾고 우우우리들은 다다다단검열쇠를 위치를 차찾고! 부부탁 좀 할게.”
용탄자와 트래퍼스는 쿨하게 벤자민에게 부탁했다.
“역시 마음에 든다니까! 따라와!”
벤자민은 두 사람의 쿨한 모습에 씨익 웃으며 용탄자와 트래퍼스 앞에서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