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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스 오션 1권
비화(秘話)



카오스 오션 1권(1화)
프롤로그


한 번의 죽음 이후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
웃기게도 새로운 시선으로 보게 된 세상은 이전과는 전혀 달랐다. 정말이지 전혀 별개의 세상이었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세상에 거칠 것이 없다 생각했던 나는 변했다. 새로운 세상이 나의 쓸모없고 하찮기만 했던 자만심을 저 멀리 날려 버렸기 때문이다.
나 자신을 한없이 초라하게 만들었던 새로운 세상이었지만 운이 나쁜 편은 아닌 것 같다.
죽음 이후 얻게 된, 누군가 남긴 것인지 알 수 없는 미지의 지식이 나를 새로운 세계에 적응하도록 만들었으니 말이다.
한 가지 특별한 선물을 받았고, 그것을 발판으로 새로운 세상에 그럭저럭 맞추어 나갈 자신이 생겼다.
그렇지만 아직은 모르겠다.
나에게 주어진 것들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자신이 없으니 말이다.
두려움과 흥분이 머릿속을 맴돈다.
그리고 두렵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것이 나에게 주어진 운명이라면 가볼 것이다.
앞으로 닥쳐올 파란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1장. 탈출!(1)


사방이 산으로 빙 둘러싸여 있는 호로병 같은 계곡 속에 수용가 은밀히 감추어져 있었다.
깊은 계곡 안인데다가 잔월마저 구름에 가려져 있어 수용소는 깊은 어둠 속에 파묻혀 있었다.
바람을 따라 구름이 흘러가고 차가운 달빛이 비쳤다.
구름이 흘러가며 새어 나오는 달빛을 따라 그림자에 가려져 있던 내부의 모습이 희미하게 드러났다.
수용소 외곽에는 날카로운 철가시가 달린 철조망이 삼중으로 겹겹이 쳐져 있었고, 목조로 만들어진 막사들이 절벽 앞에 세워져 있었다.
감시하는 이들이 있을 법도 하건만 어쩐 일인지 수용소 안은 깊은 정적에 휩싸여 있다.
연병장이 드러났다.
정적의 원인은 그곳에 있었다.
흙바닥 위에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쓰러져 있었다.
모두가 죽은 자들이었다.
하나같이 가슴이 뻥 뚫린 채 널브러져 있었다.
그들이 가슴으로 쏟아낸 피로 인해 대지가 축축하게 적셔져 있었다.
죽은 지 얼마 되지 않는 듯 피 냄새도 진동했고, 사지가 제멋대로 꺾여 있는 것이 목불인견의 참상이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적어도 백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어째서 이토록 기괴한 모습으로 죽어 있는 것일까?
생존자가 전무한 수용소 안은 싸늘한 적막감만이 맴돌고 있어 누구도 이 참상에 대해 대답해 주는 이가 없었다.
탁! 타타탁!
작은 소음이 수용소의 적막감을 깨뜨렸다.
사사삭!
삼중으로 된 철조망 일부가 갈라지며 수용소 안으로 조용히 누군가 들어섰다.
파파팟!
전신을 검을 옷으로 가리고 복면을 한 인영은 죽어 있는 이들을 무시하고 빠르게 막사 뒤편으로 향했다.
막사 뒤에도 시신들이 즐비했다.
앞쪽에 있는 이들과는 달리 모두 머리가 부서진 채 죽어 있었다.
처음 수용소 안으로 들어올 때와는 달리 복면인의 눈빛에 당혹감이 스쳤다.
‘손을 쓴 자가 둘이다. 골치 아프게 됐군.’
침투하기 전에 알아낸 정보와 다른 상황이라 당혹스러웠다.
‘일단은 아이부터 구해야 한다.’
파팟!
결단은 빨랐다.
복면인은 어느새 목적지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가 향한 수용소 뒤편에 있는 거대한 절벽이었다.
‘저곳이군.’
절벽에는 아래쪽에는 시커먼 입구를 드러낸 동굴이 있었다.
‘으음, 이곳에서 뭔가를 캤었나 보군.’
광산에서나 사용할 만한 장비들이 입구에 옆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수용소에 갇혀 있던 이들이 안에서 광석을 캐내는 노역을 한 것이 틀림없었다.
‘수용소에 갇힌 이들을 다 죽인 것을 보면 찾고 있는 것을 얻은 것이 틀림없다.’
동굴 안에서 무엇을 얻었는지 모르지만, 수용된 이들을 모두 죽일 정도라면 매우 중요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놈들이 캐내려 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런 것에 신경을 쓸 때가 아니다.’
자신이 이곳으로 온 목적은 다른 것이기에 복면인은 애써 궁금증을 접었다.
사사사삭!
발걸음을 가볍게 한 복면인이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사라지자 수용소는 다시 적막감에 싸였다.
타타탁!
10여 분이 흐른 뒤 복면인은 커다란 포대를 앞으로 매고 동굴 밖으로 나왔다. 그가 매고 있는 포대 안에서 어린아이의 모습이 언뜻 보였다.
피피피피핏!
동굴을 나선 복면인을 향해 날선 파공음이 울렸다.
“헛!”
팟!
갑자기 나타난 엄밀한 공세에 헛바람을 삼킨 복면인의 신형이 꺼지듯 동굴 앞에서 사라졌다.
티티티틱!
슈아앙!
날카로운 기세가 절벽을 비롯해 대지에 박혀 든 것과 동시에 묵직한 파공음이 들렸다.
심상치 않은 파공음은 대기를 부수며 동굴 입구를 향해 몰아쳤다.
콰콰콰쾅!
포위하듯 반원을 그리며 날아든 파공음에 동굴 입구가 폭발과 함께 산산이 부셔져 나갔다.
“컥!”
답답한 신음과 함께 사라졌던 복면인이 동굴 입구에 나타났다.
타타타탁!
상처를 입은 듯 잠시 비틀거리던 복면인은 빠르게 신형을 바로 세운 후 들어왔던 곳을 향해 빠르게 달렸다.
복면인의 등 쪽에 너덜거리는 상처가 보였다. 품에 품은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돌아선 탓에 난 상처였다.
슈슈슈슈슝!
다시금 날선 파공음은 복면인을 쫓고 있었다.
복면인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암기가 날아오는 뒤를 향해 손을 뿌렸다.
퍼퍼퍼퍼펑!
폭발과 함께 반짝이는 은빛이 허공을 수놓았다.
파팟!
자신의 방어가 성공했음을 의심치 않는 복면인은 수용소 밖을 향해 빠르게 내달렸다.
부아아아앙!
묵직한 파공음이 다시금 들려왔다.
처음에는 창졸지간에 기습을 당해 공격을 허용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파공음이 들리자마자 복면인은 지체 없이 손바닥을 뻗어 땅을 가리켰다.
수인을 짚듯 그의 손가락이 기이하게 움직였다.
콰지지직!
우르르르르!
포를 뜨듯 땅거죽이 벗겨지며 치솟아 올랐다.
뒤에 몰려오는 공격을 막기 위해 복면인은 두께가 1미터가 넘어 보이는 땅거죽은 들어 올린 것이다.
퍼퍼퍼퍼펑!
폭발과 함께 흙먼지가 비산했다.
다시 구름에 가려지는 달빛으로 인해 어두워지는 계곡 안이 흙먼지로 인해 칠흑같이 변했다.
복면인의 모습도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찾아라!”
폭발이 있은 직후, 기척이 완전히 사라지자 날카로운 소리가 계곡 안을 울렸다.
파파팟!
복면인의 종적을 쫓기 위해 그림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잠시 뒤,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는 사나이가 동굴 입구에 나타났다.
“으음, 대단한 놈이다.”
그의 입에서 침입자에 대한 감탄성이 흘러나왔다.
침투가 아예 불가능하도록 수용소 바깥쪽에는 많은 병력들이 겹겹이 에워싸고 있다.
절벽 위쪽에도 많은 인원이 수용소를 감시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결계 안에서 아이를 빼내기 전까지 아무도 그 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기습에 가까운 자신들의 공격을 막아낸 후 도주했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우리와 비슷하지만 확실히 다른 능력을 사용했다. 도대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기에 그런 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 거지?’
팔방에서 날아드는 암기를 보지 않고 박살내 버렸다.
간단한 손동작만으로 몇 톤에 달하는 흙더미를 들어 올려 자신의 공격도 막았다.
미리 준비한 것이 아니라 임기응변으로 처리한 것을 볼 때 염동력을 사용하는 S급 능력자라 할지라도 어려운 일이다.
상처를 입은 채로는 절대로 빠져나갈 수 없다고 생각한 포위망을 간단히 뚫어 버렸다.
“어떤 수법인지는 모르지만 우리와 같은 능력자가 분명하다. 잘못하면 놓칠지 모르니 따라가 봐야겠군.’
사나이는 수하들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팟!
구덩이를 잠시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사나이는 곧바로 신형을 움직였다.
콰쾅!
사나이가 뒤따르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강렬한 폭발음이 울렸다.
‘이런!’
사나이가 속도를 높였다.
이상한 것을 발견한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짙은 피비린내와 함께 관목 숲 사이에 걸레처럼 널려 있는 핏빛 물체들이 보였다.
“이럴 수가!”
전신이 갈가리 찢겨 있었지만 자신의 수하라는 것을 확인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자신이 전수한 힘의 잔재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상대가 되지 못할지도 모른다고는 생각했지만 모두 일 수에 당했다.”
적은 수하들은 단 한 번의 공격으로 몰살시켰다.
자신의 힘을 일부 나누어 주었다고는 하지만 사나이로서도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놈이 쓴 수법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이 문제다.”
대기를 압축했다가 폭파시킨 것이 분명했다.
어느 정도 대기를 압축시켜야 이런 파괴력이 나타날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대가를 압축시켰다가 폭파시킨 것만은 아닐 것이다.”
강철에 비견될 정도로 단단한 육체를 가진 수하들이 갈가리 찢겨 나갔다.
이렇게 산산조작이 났다면 분명 다른 힘이 작용한 것이 틀림없었다.
“이런 능력을 사용하는 자들은 한 번도 나타난 적이 없는 도대체 어떤 놈인지 모르겠군.”
사나이의 얼굴이 심하게 굳었다.
새로운 세계를 접하고 난 뒤부터 미지의 적이 가지는 공포감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나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