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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 여의당천 1권
탄생
천하제일 여의당천 1권(1화)
작가서문
안녕하세요. 흑신마입니다.
어느덧 글을 쓰기 시작한 지 벌써 삼 년이 흘렀고 이제 세 번째 작품을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몇 번 출판하다 보니 이제야 글에 대해서 조금씩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마치 개구리가 우물에서 나와 바다를 보는 기분입니다.
이제 좀 더 넓은 세상, 넓은 시야를 갖고 글을 쓰고 싶습니다. 넓은 시야 하니 옛날 중국의 편작이라는 명의가 생각납니다.
옛날 중국에 편작이라는 유명한 의사가 있었습니다. 그가 괵나라에 갔다가 그곳의 태자가 다 죽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래서 그곳 전의에게 이러한 약을 처방하면 나을 것이다, 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그 전의가 그 말을 믿지 않습니다. 그때 편작은 그에게 좁은 관으로 하늘을 보지 말라, 라고 이야기합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왕이 그에게 진찰을 부탁하고 편작은 20일 만에 태자를 완치시켰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마디로 시야를 넓게 가지라는 말입니다.
이것은 조각을 하는 데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훌륭한 조각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코는 될수록 크게 하고 눈은 될수록 작게 새긴다고 합니다. 코를 크게 새겨 놓으면 나중에라도 작게 고칠 수 있지만 일단 작게 새겨 놓으면 나중에 크게 고칠 수 없다고 합니다. 또한 눈은 일단 작게 새겨 놓으면 나중에라도 크게 고칠 수 있지만 일단 크게 새겨 놓으면 나중에 작게 고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합니다. 이제 넓은 눈으로 세상을 보면서 독자와 교감하는 그런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내가 독자라면 어떤 글을 좋아할까 고민한 끝에 현대를 살아가면서 쌓이는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 버리는 그런 재미있고, 통쾌한 코믹한 무협을 쓰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뿔미디어 출판사 여러분들께서 제 작품을 좋게 평가해 주셔서 끝까지 원하던 대로 충실하게 글을 쓸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뿔미디어 출판사의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을 읽어 주시는 모든 독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더욱 넓은 마음으로 독자들과 교감하며 좋을 작품을 쓸 수 있는 작가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계속해서 발전하는 작가가 되도록 넓은 마음으로 많은 격려와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흑신마 올림
제1장 도반삼양귀원술(道反三陽歸元術)(1)
사천성(四川省).
삼국시대에는 유비(劉備)가 이곳에 촉한(蜀漢)을 세웠고, 당(唐)나라 안사(安史)의 난 때는 현종(玄宗)이 이곳으로 피난해 남경(南京)이라 일컫기도 한 곳이다. 명(明)나라 때는 촉왕(蜀王)을 위해 황성(皇城)이 구축되기도 한 곳으로, 쌀, 차, 약재 등의 농산물 집산지이다. 성도에는 무후사당(武侯祠堂)과 두보초당(杜甫草堂)이 있다.
사천성으로 흘러온 장강의 본류인 금사강은 운남성으로 흐르다가 다시 굽이쳐 흐르면서 양자강(揚子江)이 된다. 사천성은 양자강 상류에 있는 성으로, 성내에 장강(長江), 민강(岷江), 가릉강(嘉陵江), 타강(陀江) 등이 흐르기 때문에 사천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사천성은 중국 서남지역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동북쪽으로는 호북성, 요하, 섬서성, 감숙성 등과 인접하고, 서남쪽으로는 서장, 운남성, 청해성, 귀주성과 인접해 있다.
사천성의 지형은 대체로 천서고원(川西高原)과 사천분지(四川盆地)로 구분되는데, 사천분지는 해발 구십에서 이백 장 정도이며 구릉과 산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사천고원은 대체로 해발 구백 장 이상이며 그 가운데 천육백 장 높이부터는 항상 눈이 쌓여 있다. 동쪽의 사천 분지는 적색 토양으로 구성되어 있어 ‘적색분지’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분지 주위에는 해발고도 구십 장에서 이백 장의 대량산(大凉山), 민산(岷山), 대파산(大巴山), 무산산(巫山山) 등의 산지와 고원이 펼쳐진다. 분지는 백육십 장 이하 높이에, 광대하고 비옥한 평원을 이루고 있어 풍부한 농산물이 생산되고 있다. 청장고원(靑藏高原) 남동쪽의 서부고원은 대부분이 해발고도 일천 장 이상이다. 산맥이나 강은 북서쪽에서 남서쪽을 향하고 있는 것이 많은데, 깎아지른 듯한 협곡을 이루기도 하고 궁가산[貢嶇山]처럼 일 년 내내 만년설에 덮인, 이천구백 장에 달하는 산도 있다.
***
“으아아앙!”
사천성의 성도(省都)는 성도(成都)다. 성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구파일방과 비교되는 독보적인 무림세가인 사천당문이 있다. 사천당문은 용독술과 암기술로 중원의 고슴도치 같은 존재로 자리 잡고 있었다. 이 거대한 가문의 심처에서 어린아이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문주님, 득남을 축하드립니다.”
“허허허!”
총관인 당인문의 축하인사에, 초로에 들어선 염소수염을 쓰다듬으며 쓴웃음을 짓는 당문의 문주 당청수였다. 문주 당청수의 나이는 쉰두 살로 슬하에 사남 삼녀를 두었다. 그런데 십 년 만에 또다시 득남을 한 것이다.
“하나를 주시니 하나를 가져가는 것인가?”
“……!”
쓴웃음을 짓던 당청수가 이내 하늘을 보며 중얼거리자 총관은 고개를 숙이며 입을 다물었다. 하늘을 보는 당청수의 눈가에 희미한 물기가 비치고 있었다.
“그래, 무림맹에서는 이번에 무엇을 보내왔는가?”
“소림의 대환단과 무당의 태청단을 보내왔습니다만 도련님께서는 드시지도 못하고 그만…….”
사천당문은 아미파, 청성파와 같이 중원의 변방인 사천성에 자리하고 있다. 또한 인근의 운남성에는 점창파가 있고, 청해성에는 곤륜파가, 감숙성에는 공동파가 있다. 또한 내륙 쪽으로 들어가면 인근인 호북성에는 무당파가, 섬서성에는 화산파와 종남파가 뒤를 받치고 있었다. 무당과 화산의 인근 성인 하남성에는 무림맹과 소림, 개방이 버티고 있다.
아미, 청성, 점창, 곤륜, 공동은 십만대산에 자리한 마교와 서장, 천축무림의 침입을 막는 중원의 울타리 역할을 하고 무당, 화산, 종남이 뒤를 받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천당문이 없이 이들 다섯 개의 문파만으로는 마교와 서장의 소뢰음사, 천축의 대뢰음사의 침입을 막기 힘들었다. 암기와 독으로 독보적인 위치에 이른 사천당문의 존재 때문에 마교와 서장, 천축이 함부로 중원을 넘보지 못하는 것이었다.
중원의 동북쪽으로는 무림 오대세가가 황실을 등에 업고 정도무림맹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당가, 청성, 아미, 점창, 곤륜, 공동이 마교와 서장, 천축을 견제하는 한 축이라면 오대세가는 사파 연합인 흑도연맹 또는 사도연맹이라 불리는 집단을 견제하는 축이다.
현 중원의 세력은 중원의 중심에 정도무림맹, 즉 소림과 개방을 축으로 구파일방 중 여덟 개 문파와 사천당문이 서쪽의 마교와 서장, 천축의 세력을 막고 있고, 동북쪽으로는 무림 오대세가가 황실의 힘을 등에 업고 사도연맹을 막고 있는 형세였다.
중원 무림에서 독과 암기는 비겁한 것으로 치부되어, 그것을 주무기로 사용하는 문파는 정도무림맹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천당문이 정도무림맹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이유는 바로 마교, 천축, 서장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였다.
사천당문은 쟁쟁한 구파일방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아미, 청성, 점창, 곤륜, 공동, 화산, 무당, 종남에 갇혀 있는 꼴이었다. 살기 위해서는 정도무림맹에 가입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흑도로 몰려서 멸문의 위기에 처하면 가장 적대적인 문파 하나를 골라 악착같이 덤벼서 반드시 멸문시킨 후 문을 닫아걸고 고슴도치처럼 안에 웅크려 버렸다. 수많은 기관진에 숨어 있는 독과 암기세례를 뚫고 당문을 공격하기란 구파에 이름을 올린 문파라 하더라도 멸문까지 각오해야 할 정도였다.
당문을 공격하다 구파 중 한 곳이라도 큰 피해를 당하면 서장과 천축무림은 물론 마교의 침입을 저지하기 힘들기 때문에 연합을 했다 해도 먼저 당문을 공격하려는 문파가 없었다. 먼저 공격하면 필시 당문이 같이 죽자는 듯 죽어라 공격해 올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정도무림맹은 마교와 서장, 천축무림이 침입할 시 적극 협조한다는 약속 하에, 암기와 독을 사용하는 가문으로는 처음으로 사천당문의 이름을 정도무림맹에 올려 주었던 것이다.
현재 마교는 천축과 서장무림과 동맹을 맺고 사도연맹과 밀약을 맺어 중원 진출을 시도하고 있었다. 때문에 당문에서는 정도무림맹을 도와 마교와 전쟁 중이었다. 마교대전이라 불리는 이 싸움에서 당문은 이미 장남을 잃었고 지금은 둘째마저 전사한 상황이었다.
“이 아이의 이름은 당천이다. 당천에게 대환단과 태청단을 주고 도반삼양귀원술(道反三陽歸元術)을 시전하라! 죽은 형의 몫을 받았으니 반드시 천하를 뒤덮고 당문을 천하제일가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헉! 도반삼양귀원술을……!”
문주 당청수의 말에 총관 당인문은 기겁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도반삼양귀원술은 도반삼양귀원공(道反三陽歸元功)과 만류귀원신공(萬流歸元神功)이란 당문의 비전 내공심법을 토대로 해서 만들어진 것으로 하늘의 도(道)를 거역하여 삼양(三陽)을 만드는 역천의 술법이었다. 도가의 도력(道力), 불가의 불력(佛力), 당가의 독력(毒力)을 삼양으로 만드는 당문의 비전술이지만,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한 불완전한 이론의 술법이기도 했다.
인간의 몸에는 하단전, 중단전, 상단전이 있다. 독력을 하단전으로, 도력을 중단전으로, 불력을 상단전으로 만들어 하나로 연결한다는 다소 황당한 술법이었다. 이런 황당한 술법에 미쳐서 모든 것을 내팽개친 사람이 전대 문주인 암제(暗帝) 당현성이었다.
“문주님! 이 술법만은 불가합니다.”
“나는 아버님을 믿는다. 전대 삼장로를 불러라. 당천을 그들에게 주어 아버님께 맡긴다. 앞으로 삼십 년 후에 도반삼양귀원술이 완성된다면 당문은 천하제일가가 되어, 마교나 무림맹 따위의 눈치를 보며 문도들을 희생시키고 피눈물을 흘리는 일은 없어질 것이다.”
도반삼양귀원술에 미친 암제는 치매에 걸렸거나 혹은 독의 부작용으로 광인이 되었을 것이란 소문과 함께 가문에서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됐다. 나도 도반삼양귀원술을 믿지 않는다. 하지만 전대 삼장로와 암제이신 아버님이라면 삼십 년 내에 천하제일인을 만들어 내실지도 모른다. 아니, 제이의 암제만 탄생하더라도 더 이상 자식과 문도들을 잃고 피눈물을 흘리지는 않을 것이다.”
총관이 반대하는 이유를 당청수가 왜 모르겠는가! 하지만 자식을 계속해서 잃는 비극을 반복할 바에야, 늦게 얻은 아이 하나 없는 셈치고 미쳐 버린 아버지에게 마지막 희망을 걸어 보려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문주님!”
“만독단, 태청단, 대환단을 준비하고 산모와 식솔들에게는 아이가 노산으로 죽었다고 알려라. 특히 산파의 입을 잘 막아라.”
당천은 그렇게 태어나자마자 사라졌다. 산파는 노산으로 인해 기절했다 일어난 대부인에게 사산이라 알리고는 영원히 모습을 감췄다.
***
궁가산.
사천성 서쪽에 있는 높이 이천팔백 장의 산이다. 대설산맥(大雪山脈)의 지붕으로, 주변에는 이천 장에서 이천삼백 장의 고봉이 이십여 개나 솟아 있다. 산 정상에는 만년설이 하얗게 뒤덮여 있어 사람의 접근을 불허하는 산으로 유명하다.
땅! 땅!
사람의 접근을 불허하는 만년빙이 뒤덮여 있는 궁가산 정상 부근의 계곡에서 망치질 소리가 들려왔다.
휘이익!
망치질하는 소리를 따라 귀신같은 신법으로 모습을 나타나는 인형들이 있었다. 당가를 떠나 전대 문주인 암제를 찾아 나선 당청수였다. 그의 뒤에는 총관 당인문이 서 있었다. 총관은 커다란 봇짐을 안고 있었다. 어린 당천이 얼지 않도록 방한에 신경을 쓴 증거였다.
“저곳인가?”
“이곳에서 부르면 지금 살아 계신 몇 안 되는 전대 장로님들인 삼장로님들이 오실 것입니다.”
궁가산에 부는 빙하의 차디찬 칼바람도 당문의 문주 당청수와 총관 당인문을 어쩌지는 못했다.
“아버님! 소자 당청수이옵니다!“
휘이익!
빙하가 갈라져 생긴 계곡을 향해 당청수가 크게 소리쳤다. 그러자 계곡 밑에서 삼 인의 인형이 새처럼 날아 올라왔다. 그 경공의 조예가 일류를 넘어선 초일류 고수라는 것을 증명하는 듯했다. 내공이 이갑자 이상이 되지 않고는 불가능한 오기조원(五氣朝元)의 경지에 이르러야 가능한 신법이었다. 평범한 어기충소로는 이토록 깊은 계곡에서 한번에 올라오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동안 평안하셨습니까.”
“총관 당인문이 인사드립니다.”
“문주님을 뵙소이다. 문주님께서 어인 일이시오.”
당청수가 먼저 인사를 건네자 깡마른 몸에 형형한 안광을 발휘하는 전대 삼장로들이 마주 인사를 하고는 용건을 물었다.
“아버님을 뵙고자 왔습니다.”
“어려우리란 것은 문주가 더 잘 알지 않소이까?”
“아마 이번만은 다를 겁니다.”
“도반삼양귀원술이 아니라면 만나긴 불가능할 것이오.”
“바로 그 도반삼양귀원술 때문에 왔습니다.”
“컥! 그럼, 저것이 아기?”
당청수의 말에 삼장로의 안색이 확 변했다. 그들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문주와 총관을 안내했다.
휘이익!
다섯 명의 고수가, 빙하가 갈라져서 생긴 만년빙하의 계곡 안으로 사라졌다.
땅! 땅!
“이곳이오.”
“아버님! 청수이옵니다.”
계곡의 아래에 위치한 얼음동굴 속에서 망치질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삼장로는 감히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동굴 밖에서 문주에게 암제가 있는 곳임을 알려 주었다. 당청수가 얼음동굴 안을 향해서 소리쳤다. 하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고, 망치질 소리만 계속 들려올 뿐이었다.
“아버님! 도반삼양귀원술을 완성할 재료와 인재를 구했습니다.”
“……!”
도반삼양귀원술이란 말이 나오자 망치질 소리가 그치고 조용한 정적이 계곡을 감돌았다.
탄생
천하제일 여의당천 1권(1화)
작가서문
안녕하세요. 흑신마입니다.
어느덧 글을 쓰기 시작한 지 벌써 삼 년이 흘렀고 이제 세 번째 작품을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몇 번 출판하다 보니 이제야 글에 대해서 조금씩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마치 개구리가 우물에서 나와 바다를 보는 기분입니다.
이제 좀 더 넓은 세상, 넓은 시야를 갖고 글을 쓰고 싶습니다. 넓은 시야 하니 옛날 중국의 편작이라는 명의가 생각납니다.
옛날 중국에 편작이라는 유명한 의사가 있었습니다. 그가 괵나라에 갔다가 그곳의 태자가 다 죽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래서 그곳 전의에게 이러한 약을 처방하면 나을 것이다, 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그 전의가 그 말을 믿지 않습니다. 그때 편작은 그에게 좁은 관으로 하늘을 보지 말라, 라고 이야기합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왕이 그에게 진찰을 부탁하고 편작은 20일 만에 태자를 완치시켰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마디로 시야를 넓게 가지라는 말입니다.
이것은 조각을 하는 데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훌륭한 조각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코는 될수록 크게 하고 눈은 될수록 작게 새긴다고 합니다. 코를 크게 새겨 놓으면 나중에라도 작게 고칠 수 있지만 일단 작게 새겨 놓으면 나중에 크게 고칠 수 없다고 합니다. 또한 눈은 일단 작게 새겨 놓으면 나중에라도 크게 고칠 수 있지만 일단 크게 새겨 놓으면 나중에 작게 고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합니다. 이제 넓은 눈으로 세상을 보면서 독자와 교감하는 그런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내가 독자라면 어떤 글을 좋아할까 고민한 끝에 현대를 살아가면서 쌓이는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 버리는 그런 재미있고, 통쾌한 코믹한 무협을 쓰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뿔미디어 출판사 여러분들께서 제 작품을 좋게 평가해 주셔서 끝까지 원하던 대로 충실하게 글을 쓸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뿔미디어 출판사의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을 읽어 주시는 모든 독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더욱 넓은 마음으로 독자들과 교감하며 좋을 작품을 쓸 수 있는 작가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계속해서 발전하는 작가가 되도록 넓은 마음으로 많은 격려와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흑신마 올림
제1장 도반삼양귀원술(道反三陽歸元術)(1)
사천성(四川省).
삼국시대에는 유비(劉備)가 이곳에 촉한(蜀漢)을 세웠고, 당(唐)나라 안사(安史)의 난 때는 현종(玄宗)이 이곳으로 피난해 남경(南京)이라 일컫기도 한 곳이다. 명(明)나라 때는 촉왕(蜀王)을 위해 황성(皇城)이 구축되기도 한 곳으로, 쌀, 차, 약재 등의 농산물 집산지이다. 성도에는 무후사당(武侯祠堂)과 두보초당(杜甫草堂)이 있다.
사천성으로 흘러온 장강의 본류인 금사강은 운남성으로 흐르다가 다시 굽이쳐 흐르면서 양자강(揚子江)이 된다. 사천성은 양자강 상류에 있는 성으로, 성내에 장강(長江), 민강(岷江), 가릉강(嘉陵江), 타강(陀江) 등이 흐르기 때문에 사천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사천성은 중국 서남지역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동북쪽으로는 호북성, 요하, 섬서성, 감숙성 등과 인접하고, 서남쪽으로는 서장, 운남성, 청해성, 귀주성과 인접해 있다.
사천성의 지형은 대체로 천서고원(川西高原)과 사천분지(四川盆地)로 구분되는데, 사천분지는 해발 구십에서 이백 장 정도이며 구릉과 산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사천고원은 대체로 해발 구백 장 이상이며 그 가운데 천육백 장 높이부터는 항상 눈이 쌓여 있다. 동쪽의 사천 분지는 적색 토양으로 구성되어 있어 ‘적색분지’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분지 주위에는 해발고도 구십 장에서 이백 장의 대량산(大凉山), 민산(岷山), 대파산(大巴山), 무산산(巫山山) 등의 산지와 고원이 펼쳐진다. 분지는 백육십 장 이하 높이에, 광대하고 비옥한 평원을 이루고 있어 풍부한 농산물이 생산되고 있다. 청장고원(靑藏高原) 남동쪽의 서부고원은 대부분이 해발고도 일천 장 이상이다. 산맥이나 강은 북서쪽에서 남서쪽을 향하고 있는 것이 많은데, 깎아지른 듯한 협곡을 이루기도 하고 궁가산[貢嶇山]처럼 일 년 내내 만년설에 덮인, 이천구백 장에 달하는 산도 있다.
***
“으아아앙!”
사천성의 성도(省都)는 성도(成都)다. 성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구파일방과 비교되는 독보적인 무림세가인 사천당문이 있다. 사천당문은 용독술과 암기술로 중원의 고슴도치 같은 존재로 자리 잡고 있었다. 이 거대한 가문의 심처에서 어린아이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문주님, 득남을 축하드립니다.”
“허허허!”
총관인 당인문의 축하인사에, 초로에 들어선 염소수염을 쓰다듬으며 쓴웃음을 짓는 당문의 문주 당청수였다. 문주 당청수의 나이는 쉰두 살로 슬하에 사남 삼녀를 두었다. 그런데 십 년 만에 또다시 득남을 한 것이다.
“하나를 주시니 하나를 가져가는 것인가?”
“……!”
쓴웃음을 짓던 당청수가 이내 하늘을 보며 중얼거리자 총관은 고개를 숙이며 입을 다물었다. 하늘을 보는 당청수의 눈가에 희미한 물기가 비치고 있었다.
“그래, 무림맹에서는 이번에 무엇을 보내왔는가?”
“소림의 대환단과 무당의 태청단을 보내왔습니다만 도련님께서는 드시지도 못하고 그만…….”
사천당문은 아미파, 청성파와 같이 중원의 변방인 사천성에 자리하고 있다. 또한 인근의 운남성에는 점창파가 있고, 청해성에는 곤륜파가, 감숙성에는 공동파가 있다. 또한 내륙 쪽으로 들어가면 인근인 호북성에는 무당파가, 섬서성에는 화산파와 종남파가 뒤를 받치고 있었다. 무당과 화산의 인근 성인 하남성에는 무림맹과 소림, 개방이 버티고 있다.
아미, 청성, 점창, 곤륜, 공동은 십만대산에 자리한 마교와 서장, 천축무림의 침입을 막는 중원의 울타리 역할을 하고 무당, 화산, 종남이 뒤를 받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천당문이 없이 이들 다섯 개의 문파만으로는 마교와 서장의 소뢰음사, 천축의 대뢰음사의 침입을 막기 힘들었다. 암기와 독으로 독보적인 위치에 이른 사천당문의 존재 때문에 마교와 서장, 천축이 함부로 중원을 넘보지 못하는 것이었다.
중원의 동북쪽으로는 무림 오대세가가 황실을 등에 업고 정도무림맹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당가, 청성, 아미, 점창, 곤륜, 공동이 마교와 서장, 천축을 견제하는 한 축이라면 오대세가는 사파 연합인 흑도연맹 또는 사도연맹이라 불리는 집단을 견제하는 축이다.
현 중원의 세력은 중원의 중심에 정도무림맹, 즉 소림과 개방을 축으로 구파일방 중 여덟 개 문파와 사천당문이 서쪽의 마교와 서장, 천축의 세력을 막고 있고, 동북쪽으로는 무림 오대세가가 황실의 힘을 등에 업고 사도연맹을 막고 있는 형세였다.
중원 무림에서 독과 암기는 비겁한 것으로 치부되어, 그것을 주무기로 사용하는 문파는 정도무림맹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천당문이 정도무림맹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이유는 바로 마교, 천축, 서장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였다.
사천당문은 쟁쟁한 구파일방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아미, 청성, 점창, 곤륜, 공동, 화산, 무당, 종남에 갇혀 있는 꼴이었다. 살기 위해서는 정도무림맹에 가입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흑도로 몰려서 멸문의 위기에 처하면 가장 적대적인 문파 하나를 골라 악착같이 덤벼서 반드시 멸문시킨 후 문을 닫아걸고 고슴도치처럼 안에 웅크려 버렸다. 수많은 기관진에 숨어 있는 독과 암기세례를 뚫고 당문을 공격하기란 구파에 이름을 올린 문파라 하더라도 멸문까지 각오해야 할 정도였다.
당문을 공격하다 구파 중 한 곳이라도 큰 피해를 당하면 서장과 천축무림은 물론 마교의 침입을 저지하기 힘들기 때문에 연합을 했다 해도 먼저 당문을 공격하려는 문파가 없었다. 먼저 공격하면 필시 당문이 같이 죽자는 듯 죽어라 공격해 올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정도무림맹은 마교와 서장, 천축무림이 침입할 시 적극 협조한다는 약속 하에, 암기와 독을 사용하는 가문으로는 처음으로 사천당문의 이름을 정도무림맹에 올려 주었던 것이다.
현재 마교는 천축과 서장무림과 동맹을 맺고 사도연맹과 밀약을 맺어 중원 진출을 시도하고 있었다. 때문에 당문에서는 정도무림맹을 도와 마교와 전쟁 중이었다. 마교대전이라 불리는 이 싸움에서 당문은 이미 장남을 잃었고 지금은 둘째마저 전사한 상황이었다.
“이 아이의 이름은 당천이다. 당천에게 대환단과 태청단을 주고 도반삼양귀원술(道反三陽歸元術)을 시전하라! 죽은 형의 몫을 받았으니 반드시 천하를 뒤덮고 당문을 천하제일가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헉! 도반삼양귀원술을……!”
문주 당청수의 말에 총관 당인문은 기겁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도반삼양귀원술은 도반삼양귀원공(道反三陽歸元功)과 만류귀원신공(萬流歸元神功)이란 당문의 비전 내공심법을 토대로 해서 만들어진 것으로 하늘의 도(道)를 거역하여 삼양(三陽)을 만드는 역천의 술법이었다. 도가의 도력(道力), 불가의 불력(佛力), 당가의 독력(毒力)을 삼양으로 만드는 당문의 비전술이지만,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한 불완전한 이론의 술법이기도 했다.
인간의 몸에는 하단전, 중단전, 상단전이 있다. 독력을 하단전으로, 도력을 중단전으로, 불력을 상단전으로 만들어 하나로 연결한다는 다소 황당한 술법이었다. 이런 황당한 술법에 미쳐서 모든 것을 내팽개친 사람이 전대 문주인 암제(暗帝) 당현성이었다.
“문주님! 이 술법만은 불가합니다.”
“나는 아버님을 믿는다. 전대 삼장로를 불러라. 당천을 그들에게 주어 아버님께 맡긴다. 앞으로 삼십 년 후에 도반삼양귀원술이 완성된다면 당문은 천하제일가가 되어, 마교나 무림맹 따위의 눈치를 보며 문도들을 희생시키고 피눈물을 흘리는 일은 없어질 것이다.”
도반삼양귀원술에 미친 암제는 치매에 걸렸거나 혹은 독의 부작용으로 광인이 되었을 것이란 소문과 함께 가문에서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됐다. 나도 도반삼양귀원술을 믿지 않는다. 하지만 전대 삼장로와 암제이신 아버님이라면 삼십 년 내에 천하제일인을 만들어 내실지도 모른다. 아니, 제이의 암제만 탄생하더라도 더 이상 자식과 문도들을 잃고 피눈물을 흘리지는 않을 것이다.”
총관이 반대하는 이유를 당청수가 왜 모르겠는가! 하지만 자식을 계속해서 잃는 비극을 반복할 바에야, 늦게 얻은 아이 하나 없는 셈치고 미쳐 버린 아버지에게 마지막 희망을 걸어 보려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문주님!”
“만독단, 태청단, 대환단을 준비하고 산모와 식솔들에게는 아이가 노산으로 죽었다고 알려라. 특히 산파의 입을 잘 막아라.”
당천은 그렇게 태어나자마자 사라졌다. 산파는 노산으로 인해 기절했다 일어난 대부인에게 사산이라 알리고는 영원히 모습을 감췄다.
***
궁가산.
사천성 서쪽에 있는 높이 이천팔백 장의 산이다. 대설산맥(大雪山脈)의 지붕으로, 주변에는 이천 장에서 이천삼백 장의 고봉이 이십여 개나 솟아 있다. 산 정상에는 만년설이 하얗게 뒤덮여 있어 사람의 접근을 불허하는 산으로 유명하다.
땅! 땅!
사람의 접근을 불허하는 만년빙이 뒤덮여 있는 궁가산 정상 부근의 계곡에서 망치질 소리가 들려왔다.
휘이익!
망치질하는 소리를 따라 귀신같은 신법으로 모습을 나타나는 인형들이 있었다. 당가를 떠나 전대 문주인 암제를 찾아 나선 당청수였다. 그의 뒤에는 총관 당인문이 서 있었다. 총관은 커다란 봇짐을 안고 있었다. 어린 당천이 얼지 않도록 방한에 신경을 쓴 증거였다.
“저곳인가?”
“이곳에서 부르면 지금 살아 계신 몇 안 되는 전대 장로님들인 삼장로님들이 오실 것입니다.”
궁가산에 부는 빙하의 차디찬 칼바람도 당문의 문주 당청수와 총관 당인문을 어쩌지는 못했다.
“아버님! 소자 당청수이옵니다!“
휘이익!
빙하가 갈라져 생긴 계곡을 향해 당청수가 크게 소리쳤다. 그러자 계곡 밑에서 삼 인의 인형이 새처럼 날아 올라왔다. 그 경공의 조예가 일류를 넘어선 초일류 고수라는 것을 증명하는 듯했다. 내공이 이갑자 이상이 되지 않고는 불가능한 오기조원(五氣朝元)의 경지에 이르러야 가능한 신법이었다. 평범한 어기충소로는 이토록 깊은 계곡에서 한번에 올라오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동안 평안하셨습니까.”
“총관 당인문이 인사드립니다.”
“문주님을 뵙소이다. 문주님께서 어인 일이시오.”
당청수가 먼저 인사를 건네자 깡마른 몸에 형형한 안광을 발휘하는 전대 삼장로들이 마주 인사를 하고는 용건을 물었다.
“아버님을 뵙고자 왔습니다.”
“어려우리란 것은 문주가 더 잘 알지 않소이까?”
“아마 이번만은 다를 겁니다.”
“도반삼양귀원술이 아니라면 만나긴 불가능할 것이오.”
“바로 그 도반삼양귀원술 때문에 왔습니다.”
“컥! 그럼, 저것이 아기?”
당청수의 말에 삼장로의 안색이 확 변했다. 그들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문주와 총관을 안내했다.
휘이익!
다섯 명의 고수가, 빙하가 갈라져서 생긴 만년빙하의 계곡 안으로 사라졌다.
땅! 땅!
“이곳이오.”
“아버님! 청수이옵니다.”
계곡의 아래에 위치한 얼음동굴 속에서 망치질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삼장로는 감히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동굴 밖에서 문주에게 암제가 있는 곳임을 알려 주었다. 당청수가 얼음동굴 안을 향해서 소리쳤다. 하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고, 망치질 소리만 계속 들려올 뿐이었다.
“아버님! 도반삼양귀원술을 완성할 재료와 인재를 구했습니다.”
“……!”
도반삼양귀원술이란 말이 나오자 망치질 소리가 그치고 조용한 정적이 계곡을 감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