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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 여의당천 1권(2화)
제1장 도반삼양귀원술(道反三陽歸元術)(2)


“뭐라고 했느냐?”
잠시 후 긴 머리카락을 땅에 끌며 벌거숭이에 가까운 괴인이 동굴 안에서 나타났다. 바로 암제 당현성이었다. 암제의 눈은 광기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제 아들 당천이라고 합니다. 여기 재료인 대환단, 태청단, 만독단이 있습니다.”
당청수의 부친 암제는 도반삼양귀원술을 연구하다가 주화입마에 빠졌는지, 아니면 치매 때문인지 그만 광인이 되어 버렸다. 그런 암제가, 비록 눈에 광기가 어려 있긴 하지만 제정신으로 말을 하자 당청수의 얼굴에는 희색이 만연했다. 삼장로도 처음 보는 암제의 멀쩡한 모습에 경악한 모습이었다. 당청수는 총관에게서 아기와 세 개의 환이 들어 있는 보갑을 받아 암제에게 올렸다.
“크흐흐흐! 드디어 도반삼양귀원술을 시전할 수 있게 되었다!”
“경하드리옵니다.”
깡마른 몸매의 암제가 잠들어 있는 아기와 재료를 번갈아 보면서 마귀 울음소리와 함께 광기가 묻어나는 음성으로 소리쳤다. 당천은 수혈을 짚였는지 곤히 잠들어 있었다. 삼장로와 당청수, 그리고 당인문이 동시에 암제에 경하를 드렸다.
당청수와 당인문은 당천과 무림지보라 불리는 대환단과 태청단, 그리고 당문의 보물인 만독단을 가지고 암제를 찾아왔을 때만 해도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치매에 걸린 암제에게 예의를 갖추고 난 후 당천을 전대 삼장로들에게 위임해 기를 생각이었던 것이다.
“크하하하! 삼십 년이 지나면 당문에서 천하제일인이 나오게 될 것이다. 도반삼양귀원술로 탄생한 자를 누가 당할 수 있단 말이냐! 앞으로 삼십 년 동안 이곳에의 출입을 금한다. 가거라!”
“예, 아버님!”
휘이익!
암제의 명령에 당청수와 당인문은 어기충소의 신법으로 허공에 날아올랐다. 그리고 빙벽을 박차며 곧 계곡을 빠져나갔다. 이제 삼십 년 동안은 아무도 이곳을 찾지 않을 것이다.
“준비하거라!”
“예!”
당청수와 당인문이 사라지자 암제가 삼장로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도저히 광인으로는 볼 수 없는 모습과 행동이었다. 그런 암제의 행동에 삼장로의 얼굴에는 걱정스러운 표정이 떠올랐다.
삼장로는 전대 가주인 암제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은둔생활을 해야 했다. 도반삼양귀원술을 시술하기 위해서는 소림의 달마심공, 무당의 태극심공, 당문의 만류귀원신공을 연마해야 했다. 모두 도반삼양귀원술을 완성하기 위한 준비 단계였는데, 달마심공이나 태극심공은 내공심법이라기보다는 불가의 깨달음을 위한 불법과 도가의 가르침을 담은 철학이라 할 수 있었다. 때문에 누구나 그 비전을 알 수 있도록 달마조사록과 장삼봉 조사록에 적혀 있었다. 하지만 소림과 무당의 비전 내공심법이 없이는 그저 명언에 불과할 뿐이라 두 장로는 태극권과 달마권이란 외권만을 수련했을 뿐이었다. 때문에 도반삼양귀원술을 시도할 수조차 없는 상태였다.
그러나 그들은 걱정하지 않았다. 암제가 치매에 걸린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일시적으로 정신을 차렸다지만 하루 이틀이면 다시 광인으로 돌아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의 예상과는 달리, 암제는 도반삼양귀원술을 시전할 아이를 데려왔다는 소리에 갑자기 광기 어린 집착을 보이며 치매마저 극복했다. 백 일 동안, 암제는 도반삼양귀원술을 받아들일 만한 신체를 만들기 위해 아이에게 소림의 벌모세수와 비슷한 시술을 펼쳤다. 그동안 삼장로들은 돌아가면서 아이의 몸에 내공을 퍼부어야 했다.
“시작하라!”
“끙!”
암제의 광기 어린 눈빛에 두 장로는 차마 자신들이 태극심공과 달마심공을 익히지 못했다고 말할 수 없었다. 말하는 순간 자신들은 물론 어린 당천까지 무사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삼장로는 암제의 말에 이마의 땀을 훔치며 품에서 만독단, 태청단, 대환단을 꺼냈다.
스륵!
꿀꺽!
당천은 만년설로 만든 빙관 안에 누워 있었다. 빙관 속에는 검은 물이 가득 차 있었다. 암제가 있는 곳은 만년설로 뒤덮인 궁가산 정상이 보이는 계곡의 동굴이었다. 동굴에는 커다란 대장간을 연상케 할 정도로 많은 화로와 기구가 즐비했다. 도반삼양귀원술을 완성한 후 치매에 걸린 암제는 이곳에 당문의 대장간보다 큰 시설을 만들고 무언가를 만들며 은거했다. 어릴 적 장래희망이 대장장이였다고 전해지는 암제가 어릴 적 꿈을 치매에 걸려서 이룬 것이다.
츠즈즈즉!
삼장로 중 막내가 만독단을 먹인 후 당천의 배에 손바닥을 대고 정좌하고 앉아 만류귀원신공을 운행했다. 백 일 내내 아이의 몸에 퍼부은 내공이 바로 당문비전인 만류귀원신공이었다. 더구나 백 일 동안 암제가 만든 비전의 약물인 구천현녀탕(九天玄女湯) 안에서 자란 아이였다. 만년설연과 설삼, 수많은 극독을 배합한 당문비전의 약물에서 단련된 아이였다. 만독단은 만 명을 죽일 정도의 극독이지만 만류귀원신공과 구천현녀탕에 들어 있으면 죽을 염려는 없었다. 하지만 구천현녀탕을 벗어나거나 만류귀원신공을 멈추면 몸이 그대로 녹아 없어질 정도의 극독이었다. 아이가 살아날 방법은 도반삼양귀원술이 성공하거나, 대환단과 태청단의 약효가 극독을 중화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다음!”
“꿀꺽!”
타다다닥!
삼장로 중 둘째는 막내가 했던 것처럼 아이의 아혈을 눌러 태청단을 먹인 뒤 무당의 태극권을 응용해 전신 혈도를 치기 시작했다. 그의 이마와 등에는 땀이 흥건했다. 내공의 고수인 그가 극도로 긴장했다는 증거였다. 태극심공을 깨닫지 못했으니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방법은 태극의 원리로 만들었다는 태극권을 응용해 아이의 전신혈도를 두드리는 방법뿐! 둘째는 태청단이 만독단의 독을 중화하기를 바랄 뿐이었다.
“다음!”
“꿀꺽!”
타다다닥!
첫째도 둘째처럼 당천에게 대환단을 먹인 뒤 달마권으로 아이의 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전신의 내공을 돋우어 모든 혈도를 치자, 둘째처럼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전신 내공을 모두 쏟아 부은 삼장로들은 뒤로 물러서서 당천이 죽지 않기만을 바랐다.
츠즈즈!
잠시 후 구천현녀탕이 사라지며 아이의 몸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아이의 몸에서 검고, 희고, 푸른색의 연기가 흘러나와 주위를 감싸고 돌기 시작했다.
스르륵!
잠시 후 연기가 사라지고 아이가 빙관에 가라앉자 암제는 아이를 안아 들어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삼장로는 가슴이 철렁했다. 광기 어린 암제의 눈동자가 풀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도반삼양귀원술이 실패해서 치매기가 돌아왔다.’
삼장로는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똑같은 생각을 떠올렸다.
“모두 따라와라!”
“휴!”
하지만 아직은 아닌 모양이었다. 암제는 아이를 안고 동굴 밖으로 몸을 날렸다. 삼장로는 남은 내공을 쥐어짜고 선천진기까지 동원해 암제를 쫓아 경공술을 시전했다.
휘이잉!
궁가산에 이런 곳도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안 삼장로였다. 매서운 찬바람에 내공이 삼화취정의 단계를 지난 삼장로의 몸을 얼리고 있었다. 선천진기까지 끌어다 쓰지 않았다면 벌써 얼어 죽었을 것이다. 삼장로는 죽을 맛이었다. 빨리 이곳을 벗어나 운기를 하지 않는다면 ‘목내이(木乃伊)’처럼 말라 죽을 것이다.
“만년극음지대다. 삼양이 일원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극음을 만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일양이면 몰라도 삼양이면 이처럼 거대한 만년극음지대에서 최소한 이십 년은 극음과 어울려 중화되어야 일원으로 돌아간다.”
츠즈즈즉!
암제는 당천을 극음지대의 시퍼런 얼음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자 아이는 바로 얼음으로 뒤덮여 버렸다.
“삼양이 이루어지지 않았단 말인가? 얼음이 녹아야 정상인데……?”
암제의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던 삼장로의 안색이 시커멓게 변했다. 태극심공과 달마심공을 완성하지 못했으니 당연한 결과인 것이다.
“아직 어린아이라 그런가? 모두 아이에게 내공을 더해서 삼양의 기운을 북돋아 주어라!”
“헉!”
투두둑!
암제의 명령이 떨어지자, 지은 죄가 있는 삼장로는 몸에서 만독단처럼 생긴 극독을 꺼내 삼켰다. 그리고 전신혈도 여러 곳에 침을 찔러 넣었다. 몸속 모든 잠력과 세맥에 잠들어 있는 내공까지 격발시키기 위해서였다. 비록 시전 후에는 모든 내공을 잃어버리겠지만 선천진기를 조금이라도 간직한다면 살 수는 있을 것이다.
“커헉!”
삼장로는 자신들이 가진 최고의 극양신공으로 모든 내공을 아이에게 불어넣었다. 당문은 독뿐만이 아니라 암기도 다뤘다. 암기를 다루기 위해서는 철과 불을 다루기 위한 극양신공이 필수이기에 삼장로 모두 극양신공 한 가지는 익히고 있었다. 극양신공으로 얼어붙은 당천을 살리기 위해서였지만, 순간 뭔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그들은 깨달았다. 마치 내공을 바다에 붓는 느낌이었다.
삼장로는 이갑자에 해당하는 자신들의 모든 내공과 잠력, 심지어 선천진기까지 모조리 빨리고 말았다. 몸이 비틀어 말라 버리며 목내이처럼 변했을 때 그들은 암제의 목소리를 들었다.
“실패인가?”
“켁!”
암제의 마지막 말에 삼장로는 끝까지 부여잡고 있던 이승의 끈을 놓아 버리며 무너져 내렸다.
“내가 여기 왜 있지?”
암제의 광기 어린 눈동자가 풀려 있었다. 암제가 입에서 침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헤헤! 가서 빨리 호미 만들어야지!”
휘이익!
아이처럼 헤헤거리던 암제가 번개처럼 산을 내려갔다. 암제가 떠난 자리에는 목내이처럼 말라서 얼어 버린 삼장로와 얼음 속에 들어 있는 어린 아기 당천이 있을 뿐이었다.
번쩍!
꽈르르르릉!
밤이 되자 바람이 불면서 검은 먹구름이 끼더니 높은 하늘에서 번개가 치기 시작했다.
우르르릉!
요란한 굉음에 궁가산 여기저기서 산사태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번쩍!
꽈르르르릉!
번개가 번쩍하더니 무너져 내린 바위가 얼음 속에 갇힌 당천의 머리 위로 정확하게 떨어졌다.
쿵! 쿵!
그러자 멈추었던 당천의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츠즈즈즉!
심장이 뛰자 당천의 하단전에서 검은 기운이, 가슴에서 흰 기운이, 머리에서 푸른 기운이 솟아나 얼음을 녹이기 시작했다.
휘리리리잉!
투두두둑.
얼음이 녹자 삼장로의 시신은 가루가 되어 바람에 날려 가고, 주변에는 얼음이 녹아 커다란 연못이 만들어졌다. 그 연못 위에 당천이 떠 있었다. 세 가지 색의 기운이 당천의 몸을 휘돌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당천의 뼈마디가 우두둑 소리를 내더니 피부가 허물을 벗었다. 허물이 벗겨진 당천의 몸은 어느새 크게 성장해 있었다.
휘이이잉!
바람이 불고 눈이 오기를 반복하며 어느새 이십 년의 시간이 흘렀다. 당천은 허물을 스무 번이나 벗어서 완전한 성인의 모습이 되어 있었다. 얼음처럼 투명하고 매끈한 피부에, 군살 하나 없는 완벽한 육체와 미모를 가지고 있었다. 울퉁불퉁한 근육질이 아닌 빙기옥골이라, 여장을 하면 천하제일미녀라 불릴 만한 중성적인 외모였다.
“으아아앙!”
그러던 어느 날, 당천은 잠에서 깨어나 큰소리로 울음을 터뜨렸다. 태어나서 두 번째 소리 내어 울음을 터뜨리는 당천이었다.
벌떡!
슈우우욱!
울던 당천이 벌떡 일어나자 그의 몸이 허공으로 붕 떠올랐다.
슈우우욱!
당천은 울음을 그치고 재미있는지 방긋방긋 웃으면서 허공으로 솟구치는 것을 즐겼다. 허공으로 솟구친 당천이 아래로 내려올 때는 바람의 영향으로 산 밑으로 향하고 있었다.
슉!
쿵!
“으아아앙!”
땅! 땅!
그러다가 암제가 대장간으로 만들어 살고 있는 계곡으로 떨어졌지만 바닥만 박살 나고 당천은 멀쩡했다. 하지만 입에서 피를 토해 내며, 큰 충격으로 내상이라도 입었는지 울음을 터뜨렸다. 우는 사이에 피가 멎고 내상이 치유됐는지 당천은 곧 울음을 그치고 망치 소리에 호기심을 나타냈다.
계곡 안 동굴에서 들려오는 망치질 소리에 당천은 붕붕 날아서 동굴을 찾아 들어갔다. 걷는 것인지 기는 것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움직임이었다. 그는 몸의 모든 부분을 사용하면서 벼룩처럼 튀어서 동굴을 찾아서 들어갔다.
쿵! 쿵!
“이놈아! 동굴 무너진다.”
“으아아앙!”
암제는 어떤 놈이 동굴 천장을 무너뜨릴 듯이 처박자 버럭 소리를 질렀다. 처음 보는 자가 들어오는데도 태연하게 소리치는 것이, 도저히 정상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당천이 놀라서 울음을 터뜨렸다.
“이놈아! 울면 포졸이 잡아간다.”
“잡아간다.”
꿈쩍도 않고 일하던 암제가 울음소리에 손을 멈추고는 어쩔 줄 몰라 했다. 암제는 당천이 울음을 그치지 않자 울고 있는 그에게로 다가갔다. 눈동자가 풀린 암제가 아이를 달래듯이 말했다. 그러자 당천이 울음을 그치며 호기심을 나타내며 암제의 말을 따라 했다.
“그래, 이놈아!”
“이놈아!”
“따라 하지 마!”
“마!”
“……!”
도반삼양귀원술이 성공하면 인간의 능력을 벗어난 능력을 얻게 된다고 암제는 자신했었다. 도반삼양귀원술이 성공한 것인지 당천은 처음 듣는 사람의 말을 금방 따라 했다.
당천은 처음 듣는 말이 신기한지, 암제의 말을 계속 따라 했다. 암제도 당천이 따라 하는 것이 재미있는지 더 이상 대장장이 일을 하지 않고 그와 함께 계속해서 유치한 말 따라 하기 놀이를 즐겼다.

***

“현성아! 뭐 만드는 거야?”
“활!”
당천이 암제를 만난 지도 일 년이 넘었다. 그동안 당천은 암제에게서 말을 배웠다. 당천은 아무것도 배우지 않아서, 암제는 치매에 걸렸기에 둘 다 어린아이와 같은 정신수준을 가지고 있었다. 두 사람은 수준이 딱 맞아서 매일 치고받고 뒹굴며 하루하루를 재미있게 보내고 있었다.
“활은 무슨! 창 같다, 이놈아!”
“이놈이! 현성아나 이놈아라 부르지 말랬지. 할아버지라고 불러라!”
“이놈아! 시끄러!”
“이놈이!”
“이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