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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 여의당천 1권(3화)
제1장 도반삼양귀원술(道反三陽歸元術)(3)


슉!
꽝!
꽈쾅!
암제는 당천과 즐겁게 놀면서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가끔씩 눈에 초점이 잡힐 때면 당천의 신체를 본 그의 눈에 광기가 어렸다. 그리고 농기구를 만들던 것을 때려치우고 이상한 무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럴 때면 자신의 말투를 그대로 배운 당천에게, 자신은 당현성이고 너는 당천이니 할아버지라 부르라고 가르쳤다. 하지만 당천은 제멋대로였다. 그러면 화가 난 암제는 눈동자가 다시 풀어졌고 치고받는 혈투가 벌어졌다.
암제의 손에서 검은 수강(手|)이 뻗어 나갔다. 그 수강을 이마에 얻어맞은 당천이 쭈욱 날아가 화로를 부수고, 숯과 불씨를 잔뜩 뒤집어쓴 채 동굴에 처박혔다. 동굴 여기저기 사람의 형상이 토끼 굴처럼 파여 있었다.
“으흐흐흐! 이놈이!”
휘이익!
꽝!
불길을 뒤집어쓰고 이마를 쓱쓱 문지르며 일어난 당천이 광기 어린 암제의 말투를 흉내 내며 씩 웃더니 주먹을 쥐고 돌진했다. 번개처럼 달려들었다가 암제의 빠른 신법에 번번이 허탕을 치고 얻어터지곤 했지만 당천에게는 이것이 즐거운 놀이였다.
“이 창 나 줘!”
“싫다.”
“왜?”
“활이니까.”
한바탕 육박전을 벌인 끝에 암제가 지쳐 먼저 쓰러져서 항복하면 싸움이 끝났다. 그러고 나면 나란히 누워 도란도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창인데……!”
“잘 봐!”
스르릉!
철거덕!
팅!
자리에서 일어난 암제가 은빛으로 빛나는 창을 잡더니 한 바퀴 휘 돌린 후 창날을 잡아 뺐다. 그러자 창날이 빠지면서 커다란 화살이 되었다. 그리고 날을 뺀 창대를 두 개로 나누고 하나의 창대를 내공을 이용해 활처럼 휘게 해서 창대에 숨어 있는 실을 잡아당겨 걸었다. 남은 활대를 중앙에 연결하고 돌려서 맞추자 거대한 석궁이 완성되었다. 보통 석궁보다 몇 배는 큰, 사람보다 큰 석궁이었다.
끼리리릭!
철커덕!
석궁을 완성한 암제가 창날이 달려 있는 거대한 화살을 석궁에 채우고는 내공을 이용해 조그만 손잡이를 빼서 돌리자 기관이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줄이 팽팽하게 당겨지면서 기관이 완전히 맞춰졌다.
석궁의 크기는 약 반 장 정도였지만 화살을 채우고 튀어나온 화살촉 부분까지 재면 일 장이 조금 안 되는 거대한 크기였다. 화살을 채운 뒤에는 발로 석궁의 끝을 밟고 내공을 이용해 밀면서 석궁의 뒤에 있는 손잡이를 빼서 돌리도록 만들어졌다. 발사의 원리는 일반 석궁처럼 방아쇠를 잡아당기지만 내공이 삼갑자 이상이 채워지지 않으면 발사되지 않는 궁이었다.
“와! 활이네!”
“헤헤! 천하제일궁이다.”
“왜?”
“세상에서 제일 큰 활이니까!”
“와! 제일 크니 제일 강한 활이겠네!”
“그럼, 헤헤!”
석궁을 완성하고 화살을 재운 뒤에 어깨를 으쓱하며 자랑하는 암제와 감탄하는 당천이었다.
“이리 줘 봐!”
“싫어!”
“그거 천하제일궁 아니지?”
“맞아!”
“그럼, 한번 확인해 보자!”
“싫어!”
당천은 석궁이 마음에 드는지 한 번만 달라고 졸랐고, 암제는 좋은 장난감을 주기 싫다는 듯 어린아이처럼 거절했다.
“천하제일궁 아니란 게 들통 날까 봐 겁나서 그러지?”
“아냐!”
“그럼 줘 봐!”
“자!”
결국 암제는 커다란 석궁을 당천에게 건네주었다.
슉!
“컥!”
석궁을 받은 당천은 석궁을 그대로 암제를 향해 겨누었다. 그러자 순간 암제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버렸다. 당천은 석궁의 방아쇠를 그대로 당겼다. 그러자 화살이 번개처럼 날아 암제의 몸을 꿰뚫고 석벽을 뚫고 사라졌다.
“뭐야! 안 맞았어?”
“이익! 너!”
당천은 고개를 갸웃했다. 암제의 이형환위(以形換位)의 수법은 중단전과 상단전의 무공이었다. 평소 암제의 모든 행동을 따라 하던 그였지만 무공만큼은 그대로 따라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때문에 당천은 무척 삐친 상태였다.
당천은 나중에 반드시 암제의 움직임을 배우고 말겠다고 결심했다. 이형환위, 금강부동신공, 축지경공술 등은 중단전과 상단전을 사용하는 무공으로, 깨달음이 있어야 가능한 무공이었다. 당천이 비록 상단전과 중단전이 열려 있긴 하지만 그것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깨달음이 필수인 것이다.
“나 안 가져!”
휙! 쾅!
“이놈이!”
화살이 몸을 뚫고 지나갔는데도 암제가 멀쩡한 상태로 서 있자 당천은 어리둥절하다가 곧 삐쳐서 활을 집어던졌다.
석궁이 자신을 겨누는 순간 이형환위의 수법을 본능적으로 펼치지 않았다면 암제는 이미 시체가 되어 있었을 것이다. 암제가 화가 나서 손에 검은 수강을 만드는 순간 당천이 삐친 표정으로 석궁을 바닥에 내팽개치면서 소리쳤다. 암제가 멍한 얼굴로 수강을 흐트러뜨렸다.
“왜?”
“천하제일궁이 눈앞에 있는 목표물도 못 맞히냐?”
“……?”
당천의 말에 암제는 여전히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반드시 천하제일궁을 만들고 말겠다.”
“어떻게?”
“화살에 여러 가지 장치를 달면 된다. 그것을 이용해, 피해도 못 피한 것처럼 만들면 된다.”
“그럼, 그때 받을게.”
“…….”
당천의 말에 암제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반드시 천하제일궁을 만들겠다는 말에 당천이 인심 쓰듯 말하자 암제는 무언가 손해를 보았다는 생각이 드는지 고개를 갸웃했다.
슉!
쾅!
“그만 하자.”
“왜?”
“힘들다.”
일 년이 더 지나자 암제는 이제 치고받는 육박전에서 금방 항복하게 되었다. 당천도 이제는 암제와 노는 것이 시들시들해졌다. 요즘 들어 암제의 눈동자에 초점이 잡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멍하니 생각에 잠기거나 일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때 놀자고 보채면 삼양신장(三陽神掌), 삼양지(三陽指), 삼양수(三陽手), 금룡편법(金龍鞭法), 회타연편십삼식(廻打軟鞭十三式), 만류귀종(萬流歸宗), 만천화우(滿天花雨), 추혼비접(追魂飛蝶), 연환십이참(連環十二斬), 추혼연미표(追魂燕尾杓), 배심정(背心釘), 폭우이화정(暴雨梨花釘), 폭우이화침(暴雨梨花針), 천뢰구(天雷球), 암향표(暗香飄)와 같은 무공수법을 가르치려 들었고, 잔소리가 심해졌다. 그래서 암제의 눈에 초점이 생기면 당천은 도망쳐 버리곤 했다.
“컥! 이놈이!”
슈슈슉!
“악! 비겁한 놈아!”
휘이익!
당천이 암제의 독과 대장장이 기술 이외에 배우지 못한 것이 바로 이형환위의 수법이었다. 때문에 당천은 기회만 되면 암제가 이형환위의 수법을 사용하도록 석궁을 들이댔다. 암제는 당천이 석궁을 들기만 하면 쏘기도 전에 먼저 암기를 날렸다.
“헤헤! 이놈아! 만년극음지대에서 순백색으로 변한 만년극음곤오철로 만들어진 암기다. 호신강기는 물론 그 어떤 보갑도 꿰뚫어 버리는 암기지.”
당천은 요혈은 피했지만 투골정이라는 암기에 맞아 피를 흘리며 동굴 밖으로 도망쳤다. 동굴 안에서는 행동반경이 작아서 도저히 암제의 암기를 막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암제라는 명성은 거저 얻은 것이 아니었다. 암제가 무림에서 활동할 때 그의 암기를 피할 수 있었던 자는 아무도 없었다. 싸워 보지는 못했지만 현 무림의 전설이자 신화가 된 삼존(三尊), 칠제(七帝), 구마(九魔) 등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다만 적이 동귀어진의 각오로 나온다면 무공이 약한 암제로서는 같이 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당천은 금강불괴지신에 가까운 몸이고 천년내공을 지니고 있었지만 암제의 암기에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저 요혈을 피해서 죽지 않을 정도의 부상만 입을 수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암제의 암기에 부상을 당한 곳은 순식간에 지혈이 되고 상처가 아물어 버렸다. 세 단전이 하나가 된 신비로운 현상이었다.
당천과 암제가 입은 보갑과 석궁도 극음의 정화를 지닌 만년극음곤오철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때문에 극양신공을 절정까지 연마한 사람이라야 잡을 수 있었다. 그런 극음지물도 당천에게는 무용지물이었다. 암제가 만든 자칭 천하제일궁은 그런 극음의 성질까지도 다스린 최고의 병기였다.
스슥!
슉!
“이놈아! 비겁하다.”
“뭐가, 비겁하냐! 이놈아!”
“나도 암기를 줘야 공평하지!”
당천이 몰래 동굴로 스며들어 석궁을 쏘려 하자 암제가 귀신같이 눈치 채고는 다시 암기를 발사했다. 투심정이 발사되었다가 다시 암제의 손으로 빨려 들어갔다. 당천도 암제가 제정신일 때 암기를 사용하는 법을 배웠다. 하지만 암기가 있어야 사용해 볼 것이 아닌가?
“네 것은 네가 만들어 써라!”
당천이 재빨리 동굴에서 벗어나며 소리쳤다.
“치사한 놈!”
암제는 천하제일궁을 당천에게 빼앗긴 뒤로는 절대로 자신의 물건을 그에게 주는 법이 없었다. 당천도 가끔 암기를 만들려고 했지만 실패하는 바람에 제대로 된 암기를 만들 수 없었다. 일반 철도 아니고 만년극음곤오철은 구할 수도 없는 보물이었고 녹이는 방법도 암제의 비전이 아니면 불가능한 물건이었다. 결국 당천은 암제에게 석궁을 발사해 이형환위의 수법을 알아내는 것을 포기하고 말았다.
당천의 무공은 신법과 보법이 하나 된 경공술과 암제의 모든 무공이 하나로 녹아든 격투술뿐이었다. 하단전, 중단전, 상단전이 하나가 되어서 비전내공심법이 없어도 어떤 무공이든 보기만 하면 따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따라 한 무공은 배운 무공과 같은 것이 아니라 더욱 뛰어난 당천 고유의 무공이 되었다. 장강(掌|), 권강(拳|), 지강(指|)들과 같은 암제의 뛰어난 원거리 공격무공도 당천이 따라 하면 강기로 원거리 공격을 하지 않고 빠른 신법으로 달려들어 손과 발, 그리고 손가락으로 직접 타격을 가했다. 그것이 당천에게는 더 효과적이고 상대에게 더 강한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당천이 지강이나 수강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암제를 그대로 따라 하는 습관 때문에 지강과 수강을 시전했지만 나중에는 직접 때리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알고 시전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암제는 현 무림의 최고수들이라는 삼존, 칠제, 구마 중 칠제에 속하는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하지만 암제는 순수무공으로 이름을 날린 것이 아니라 암기와 용독술로 무림의 최고봉이 되었다. 당천은 암제의 무공은 모두 이어받았지만 암기술과 용독술은 이어받지 못했다.
암기술은 먼저 암기를 가져야 했다. 원래 암제는 아무런 암기도 가지고 있지 않았고, 본능적으로 무공을 펼쳐서 암기를 날리는 기본적인 무공을 시전했다. 하지만 당천에게 천하제일궁을 빼앗긴 지금은 투심정이나 천뢰구 같은 각종 암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래도 만천화우, 천뢰구와 같은 엄청난 위력의 암기무공은 펼치지 못했다. 동굴이나 빙벽이 무너질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암기무공은 배웠지만 암기를 만드는 기술이 없기 때문에 암기무공을 펼치지 못하는 것이다. 즉 무공은 있지만 암기가 없는 것이다.
용독술은 독의 성질이나 모양 등을 체계적으로 공부해야 하는 학문이었다. 암기를 만드는 것도 눈으로 본다고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체계적으로 공부해야 하는 학문으로, 불의 성질과 철의 담금질 정도, 재료의 강도와 합금의 비율 등이 종합되어야 가능한데 치매에 걸린 암제에게서 이런 것을 배우기는 불가능했던 것이다.
당천은 삼장로들에게 받은 육갑자의 내공과 태청단, 대환단, 만독단에서 얻은 삼갑자의 내공, 만년빙벽에서 완성된 도반삼양귀원술로 얻은 총 십이갑자의 내공을 가지고 있었다. 모두 천 년이 넘는 내공이 당천의 몸속에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제와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는 이유는, 당천이 하단전에 있는 삼갑자의 내공만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단전에 하단전의 두 배인 육갑자, 상단전에는 그 배인 십이갑자의 능력이 숨어 있다. 중단전, 상단전은 내공과는 다른 개념이었지만, 당천은 육갑자의 내공과 십이갑자의 내공을 빨아들여 현재의 상단전과 중단전을 형성한 것이다.
암제의 무공이 모두 하단전의 무공을 사용하는 것이기에 당천은 삼갑자의 무공을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세 개의 단전이 모두 하나가 되어 있는 당천이기에 아무리 써도 내공은 고갈되지 않았다.
당천은 자신의 신법을 포졸신법, 격투술을 포졸신공이라 이름 지었다.



제2장 포졸이 되다(1)


“나 나갔다 올게!”
“어디 가?”
“포졸이 그렇게 무섭다며!”
“그럼! 포졸이 제일 무섭고 당과가 제일 맛있다.”
“그래서 나 포졸이 될 거야!”
“정말!”
“응!”
“그럼, 잘 갔다 와! 만약 네가 포졸이 되면 그 궁 너 줄게! 올 때 당과 꼭 사 와!”
“알았어. 약속 꼭 지켜. 그럼, 저녁에 보자!”
휘이익!
암제와 노는 것이 심심해진 당천은 세상에서 제일 무섭다는 포졸이 되기로 결심하고 세상을 향해 동굴 밖으로 나아갔다. 그의 등에는 거대한 은빛 창이 메여 있었다.
당천은 어느새 암제의 보법과 신법, 그리고 암향표의 장점을 하나로 만들어 자신만의 신법을 펼치고 있었다. 암제와 싸우면서 그의 수법을 보고 그대로 흉내 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말을 배우는 것뿐만 아니라 그의 행동까지 그대로 따라 했기 때문이다. 암제에게 더 이상 배울 것이 없자 더욱더 심심해진 그였다.
“맛있는 만두요!”
“두부 사려!”
“……!”
“와!”
궁가산에서부터 주변 수십 개의 산봉우리와 산맥을 넘어서 사천성의 성도까지 단숨에 달려왔다. 당천은 성도의 시끄러운 시장을 구경하면서 신기한 모습에 넋이 나가 두리번거렸다. 그 촌스러운 행동에 쳐다보던 사람들도 이내 그의 등에 있는 무시무시한 창을 보고는 놀라서 물러섰다. 가냘파 보이는 몸에, 거구의 장한이라야 들 수 있을 정도로 무거워 보이는 은빛 창을 메고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