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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쌍의 1권
회귀 의원
천주쌍의 1권(1화)
책을 열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하는 출판입니다.
사실 출판이라는 걸 꿈꾼 지는 어언 7년 정도 되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제 이름이 들어간 책을 출판하고 싶었거든요.
그 꿈을 이제야 이렇게 이루게 되었네요.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천주쌍의는 제가 본격적으로 연재한 네 번째 글이자, 첫 번째 출간물입니다.
아직 고쳐야 할 점도 많고, 부족한 점도 많은 미숙한 글이지만, 나름대로 노력해서 쓴 만큼 애착이 많이 가는 글이네요.
침술, 혈도, 단약, 약초학, 오금희, 편작, 화타, 꽤 많은 자료를 섭렵하고 읽었습니다.
정말로 학교 수업 듣는 것보다 더 열심히 한 적도 있는 것 같네요.
글을 쓰면서 글이 잘 풀릴 때는 기분 좋게 계속 써내려 갔고, 글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정말 울상을 지으면서 쓰기도 했습니다.
조금 과장하면, 인생이라고 말하는 희로애락을 글을 적으면서 모두 느꼈다고 할까요?
천주쌍의를 적을 때의 첫 번째 취지는 무협을 처음 접하는 분들도 읽을 수 있도록 하자는 거였습니다. 최대한 쉽게 풀어 본다고 했지만, 그 때문에 어색하거나 이상해진 부분도, 그 때문에 더 좋아진 부분도 있을 겁니다. 좀 과감하게 행했던 부분이라면 한자를 많이 넣지 않은 점이랄까요?
저는 무협을 좋아합니다. 지금까지도 쭉 그래 왔고, 앞으로도 쭉 그럴 겁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조금씩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 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많은 말을 적으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쓸 말이 많이 없네요.
마지막으로 이 글이 나오기까지 도와준 학교 친구들, 검은 날개 회원분들, 제 독자분들, 뒤에서 괴롭혀 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글이 나오는 데 많은 힘을 써 주신 우리 뿔미디어 식구분들은 찬양하옵니다. 오오∼!
여는 이야기
따악!
곰방대가 머리를 때리고 지나갔다.
코를 골며 자던 장유는 순간적으로 눈에서 별이 튀고 얼얼한 느낌에 벌떡 일어섰다.
“아악!”
하나 그가 쓰러지며 매만진 부위는 곰방대로 맞은 자리가 아니라 심장이었다.
“하윽, 아파, 아파, 하윽…… 흐윽…… 이대로 죽는 건가?”
장유가 눈에서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앞에 놓여 있는 의서(醫書)를 눈물로 적셨다.
진짜 심장을 칼로 찔린 듯이 고통을 호소하는 장유였지만, 장난치고 있다고 생각한 스승은 다시 한 번 곰방대로 그의 머리를 내리쳤다.
따악!
그러자 장유의 입에서 전혀 다른 소리가 또 흘러나왔다.
“이 삼천의 악적, 곱게 죽여라! 나는 천수의곡(天收醫谷)의 마지막 의원이자 곡주인 천명신의(天名神醫) 장유다!”
스승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장유를 지켜보다가, 미친놈을 바라보는 표정으로 바뀌더니, 곧 곰방대를 물고는 발로 장유를 질근질근 밟았다.
“쯧쯧, 미친놈, 지랄을 한다. 지랄을.”
“이 못된 악적(惡敵), 그냥 죽여라! 그냥 죽여! 고통스럽게 하지 말란 말이다. 이 마두(魔頭)야!”
스승의 발길질이 더욱 거세졌다.
“그래, 그냥 죽어라! 이놈, 그냥 죽어!”
一章 과거로 돌아오다(1)
물지게를 들었다. 거기다가 무릎을 꿇고 손까지 번쩍 쳐들고 있었다.
이 자세가 의미하는 것? 단 하나뿐이었다.
체벌!
침술학(鍼術學) 수업 시간에 졸았던 대가치고는 너무나도 큰 것이었지만, 장유가 벌인 만행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침술학 스승에게 마두라고 했을 뿐더러, 자신을 곡의 곡주라고까지 칭했다.
이런 체벌이 아니라 장로회에 불려 가서 싸대기를 왕복으로 뺨이 헐어 버릴 때까지 맞아도 할 말이 없는 죄를 저지른 것이었다. 하지만 잠꼬대였다는 걸 참작하여 이 정도에서 그쳤던 것이다.
하지만 장유에게 그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이것은 꿈인가, 아닌가?’
그것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한 것이었다.
팔이 얼얼하게 저려 오는 것으로 봐서는 꿈이 아닌 게 분명한데, 자신은 분명히 죽었지 않은가?
장유는 자신의 몸을 휙휙 둘러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물지게를 받치고 있는 자신의 팔을 쳐다보았다.
여리디 여린 일고여덟 살 소년의 팔뚝이었다. 늙은 노인의 피부, 사십 대 후반에 접어들어 검버섯이 피기 시작하고, 슬며시 주름이 생기던 피부가 말끔해졌다.
한데 자신의 심장을 찔렀던 검.
그 검이 가져다준 아릿아릿한 감각은 아직 가슴 한쪽에 남아 있었다.
장유는 그 감각을 되짚으며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다시 한 번 회상해 가기 시작했다.
해가 지려고 하는 늦은 저녁의 일이었을 것이다.
화아악!
하늘 높게 불길이 치솟았다.
전장!
아수라장!
그 위에서는 삼천(三天)의 악귀들이 무림의 마지막 희망을 짊어진 사람들 위에서 피의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아이들은 베어 버리고, 무인은 사지 근맥을 자른 뒤 단전을 부수어 버리고는 슬슬 가지고 놀다가 목을 쳐 버렸다.
아직 많은 무인이 악귀들에게 대항하고 있으나, 그 수는 처음에 비하면 현저히 적어서 바람 앞의 촛불 신세였다.
“아아…….”
장유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삼천이 중원을 정복하기 위해 의곡을 멸망시켰다. 그리고 마침내 그 야욕을 드러내 구룡성(九龍城)까지 멸망시키려 들었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천수의곡의 곡주가 된 장유는 구룡성의 무인들을 도와서 무림의 정파를 부활시킴으로써 다시 천수의곡을 부흥시키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었다.
그의 두 눈에선 눈물이 아니라 혈루(血淚)가 흘렀다.
“이대로, 이대로 무림은 끝인 것인가? 정녕 끝인 것인가?”
무림의 앞날을 걱정하는 그의 앞으로 한 자루 칼날이 날아들었다.
바람이 갈라지는 파공성 끝에 그의 목이 잘리려는 찰나!
카앙!
한 자루의 창날이 검을 차단하였고, 누군가가 그의 옷깃을 잡아 주욱 당겼다.
장유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신의 옷깃을 잡아챈 사내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유선 형님…….”
사내의 이마에는 낡아 푸른빛이 바랜 영웅건을 질끈 매었고, 의복에는 피가 낭자하였다. 머리는 거칠게 헝클어져 있으며, 수염이 무성하여 산적 두목을 연상시켰다.
사내는 그와 함께 곧잘 술을 마시곤 했던 은하환영창(銀河煥英槍) 악유선이었다.
그의 창이 바람을 가르고 공간에 녹아드는 순간, 창끝이 번쩍이며 은색 불꽃이 피어올랐다.
꽃봉오리처럼 피어오른 은색 불꽃이 보여 주는 은하환영!
은하환영창(銀河煥英槍)
은화개(銀化開)
공간에 녹아내린 창이 벼락을 부르고 대지를 찢어발겼다.
순식간에 장유를 노렸던 악귀를 포함한 세 명의 악귀가 어깨에서 피 분수를 뿜으며 나가떨어졌고, 그들의 어깨 위에서 떨어진 목 세 개가 치솟았다가 땅으로 떨어져 굴러갔다.
“넋 놓고 있지 마. 반드시 탈출한다. 탈출해서 흑룡강성에 있는 장백검문의 도움을 받아야 해. 우리 앞에서 죽어 간 수많은 정파의 기둥들, 그리고 네 환자들의 기대를 저버릴 생각이냐?”
그의 외침에 장유의 정신이 번쩍 돌아왔다.
전장에서도 자신의 일깨워 주고 챙겨 주는 고마운 사람.
“아닙니다. 반드시 살아서 그들의 기대에 부응해야겠습니다.”
그러면서 팔 안쪽에서 주섬주섬 붕대와 침을 꺼내는 장유였다.
“그래, 그런 자세다. 한데 그건 뭐냐?”
“형님의 옆구리에서 피가 흐릅니다.”
장유는 노련한 의원답게 빠르게 침으로 그의 허리 부위를 찔러 지혈하고 붕대로 둘둘 감아 간단한 응급처치를 마쳤다.
“좋아. 우리는 반드시 살아남는다.”
전장에서의 상황과는 다르게 적극적인 그의 태도에 장유는 희망을 다시 한 번 불태울 수 있었다.
그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삼천의 악귀들이 경배를 올리고, 하늘 높게 치솟았던 불마저 고개를 숙인다.
만마(萬魔)가 경배하고, 천하가 복종해야 하는 자.
기세만으로 대기가 울리며, 일 수에 산을 허물어 버릴 수 있는 거력을 가졌다고 말하는 자.
염래본마(炎來本魔).
염왕을 죽이고 지옥에서 올라온 자.
모든 마귀의 근본이 되는 자.
흔히들 천살(天殺)이라고 부르는 그가 나타났다.
그리고 세상이 뒤집혔다.
천살이 우수를 가볍게 뻗었다.
가벼운 행동이었으나 결과는 전혀 가볍지 않았다.
땅거죽이 뒤집어지며, 정파 부흥의 꿈을 가진 반룡련(反龍聯)의 동지들이 쓸려 날아갔다.
‘저들은 정파의 기둥인데……. 정파의 거목들인데…….’
그런 고수들이 천살의 손짓 한 번에 날아가는 것이다.
천살이 입을 열자 하얀 서리와 같은 안개가 흘러나오고, 무거운 중저음의 목소리가 전장을 지배했다.
“복종하라, 나에게 복종하라. 그대들에게 천살이라는 이름의, 무림인이 마음껏 활개 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주겠다.”
역천(逆天)!
다른 말로는 반역이라고도 불리우는 이름!
무림인이 마음껏 활개 칠 수 있는 세상이라면, 그 세상은 관이 없는 세상이고, 관이 없는 세상이라면 황제가 없는 세상이 아닌가!
‘그렇게 되면, 그렇게 되면…….’
세상에는 무질서가 도래할 것이다.
황실이 없고 관아가 없다면 법도가 없어진다. 법도가 없어진 세상에서 어떻게 질서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
힘이 힘을 지배하고, 더 큰 힘이 힘을 지배하는, 질서가 없어진 인세의 지옥이 펼쳐질 것이다.
그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염래본마의 앞으로 날아들었다.
“내가 그대의 야욕을 멈출 것이오. 그대는 인세에 있어서는 안 되는 지옥의 악귀이니, 내가 그대를 지옥으로 돌려보내겠소”
장삼 전체를 피로 물들이고 있으나 어깨 부분에는 선명하게 금실로 수놓아진 사자(士子), 두 글자가 새겨진 옷을 입고 있는 노인이었다. 길게 기른 수염은 명치까지 내려오고, 한 손에는 피가 묻은 청강검을 든 채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그는, 철사자(鐵士子)였다.
천살이 그를 향해 이죽거렸다.
회귀 의원
천주쌍의 1권(1화)
책을 열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하는 출판입니다.
사실 출판이라는 걸 꿈꾼 지는 어언 7년 정도 되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제 이름이 들어간 책을 출판하고 싶었거든요.
그 꿈을 이제야 이렇게 이루게 되었네요.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천주쌍의는 제가 본격적으로 연재한 네 번째 글이자, 첫 번째 출간물입니다.
아직 고쳐야 할 점도 많고, 부족한 점도 많은 미숙한 글이지만, 나름대로 노력해서 쓴 만큼 애착이 많이 가는 글이네요.
침술, 혈도, 단약, 약초학, 오금희, 편작, 화타, 꽤 많은 자료를 섭렵하고 읽었습니다.
정말로 학교 수업 듣는 것보다 더 열심히 한 적도 있는 것 같네요.
글을 쓰면서 글이 잘 풀릴 때는 기분 좋게 계속 써내려 갔고, 글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정말 울상을 지으면서 쓰기도 했습니다.
조금 과장하면, 인생이라고 말하는 희로애락을 글을 적으면서 모두 느꼈다고 할까요?
천주쌍의를 적을 때의 첫 번째 취지는 무협을 처음 접하는 분들도 읽을 수 있도록 하자는 거였습니다. 최대한 쉽게 풀어 본다고 했지만, 그 때문에 어색하거나 이상해진 부분도, 그 때문에 더 좋아진 부분도 있을 겁니다. 좀 과감하게 행했던 부분이라면 한자를 많이 넣지 않은 점이랄까요?
저는 무협을 좋아합니다. 지금까지도 쭉 그래 왔고, 앞으로도 쭉 그럴 겁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조금씩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 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많은 말을 적으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쓸 말이 많이 없네요.
마지막으로 이 글이 나오기까지 도와준 학교 친구들, 검은 날개 회원분들, 제 독자분들, 뒤에서 괴롭혀 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글이 나오는 데 많은 힘을 써 주신 우리 뿔미디어 식구분들은 찬양하옵니다. 오오∼!
여는 이야기
따악!
곰방대가 머리를 때리고 지나갔다.
코를 골며 자던 장유는 순간적으로 눈에서 별이 튀고 얼얼한 느낌에 벌떡 일어섰다.
“아악!”
하나 그가 쓰러지며 매만진 부위는 곰방대로 맞은 자리가 아니라 심장이었다.
“하윽, 아파, 아파, 하윽…… 흐윽…… 이대로 죽는 건가?”
장유가 눈에서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앞에 놓여 있는 의서(醫書)를 눈물로 적셨다.
진짜 심장을 칼로 찔린 듯이 고통을 호소하는 장유였지만, 장난치고 있다고 생각한 스승은 다시 한 번 곰방대로 그의 머리를 내리쳤다.
따악!
그러자 장유의 입에서 전혀 다른 소리가 또 흘러나왔다.
“이 삼천의 악적, 곱게 죽여라! 나는 천수의곡(天收醫谷)의 마지막 의원이자 곡주인 천명신의(天名神醫) 장유다!”
스승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장유를 지켜보다가, 미친놈을 바라보는 표정으로 바뀌더니, 곧 곰방대를 물고는 발로 장유를 질근질근 밟았다.
“쯧쯧, 미친놈, 지랄을 한다. 지랄을.”
“이 못된 악적(惡敵), 그냥 죽여라! 그냥 죽여! 고통스럽게 하지 말란 말이다. 이 마두(魔頭)야!”
스승의 발길질이 더욱 거세졌다.
“그래, 그냥 죽어라! 이놈, 그냥 죽어!”
一章 과거로 돌아오다(1)
물지게를 들었다. 거기다가 무릎을 꿇고 손까지 번쩍 쳐들고 있었다.
이 자세가 의미하는 것? 단 하나뿐이었다.
체벌!
침술학(鍼術學) 수업 시간에 졸았던 대가치고는 너무나도 큰 것이었지만, 장유가 벌인 만행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침술학 스승에게 마두라고 했을 뿐더러, 자신을 곡의 곡주라고까지 칭했다.
이런 체벌이 아니라 장로회에 불려 가서 싸대기를 왕복으로 뺨이 헐어 버릴 때까지 맞아도 할 말이 없는 죄를 저지른 것이었다. 하지만 잠꼬대였다는 걸 참작하여 이 정도에서 그쳤던 것이다.
하지만 장유에게 그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이것은 꿈인가, 아닌가?’
그것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한 것이었다.
팔이 얼얼하게 저려 오는 것으로 봐서는 꿈이 아닌 게 분명한데, 자신은 분명히 죽었지 않은가?
장유는 자신의 몸을 휙휙 둘러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물지게를 받치고 있는 자신의 팔을 쳐다보았다.
여리디 여린 일고여덟 살 소년의 팔뚝이었다. 늙은 노인의 피부, 사십 대 후반에 접어들어 검버섯이 피기 시작하고, 슬며시 주름이 생기던 피부가 말끔해졌다.
한데 자신의 심장을 찔렀던 검.
그 검이 가져다준 아릿아릿한 감각은 아직 가슴 한쪽에 남아 있었다.
장유는 그 감각을 되짚으며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다시 한 번 회상해 가기 시작했다.
해가 지려고 하는 늦은 저녁의 일이었을 것이다.
화아악!
하늘 높게 불길이 치솟았다.
전장!
아수라장!
그 위에서는 삼천(三天)의 악귀들이 무림의 마지막 희망을 짊어진 사람들 위에서 피의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아이들은 베어 버리고, 무인은 사지 근맥을 자른 뒤 단전을 부수어 버리고는 슬슬 가지고 놀다가 목을 쳐 버렸다.
아직 많은 무인이 악귀들에게 대항하고 있으나, 그 수는 처음에 비하면 현저히 적어서 바람 앞의 촛불 신세였다.
“아아…….”
장유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삼천이 중원을 정복하기 위해 의곡을 멸망시켰다. 그리고 마침내 그 야욕을 드러내 구룡성(九龍城)까지 멸망시키려 들었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천수의곡의 곡주가 된 장유는 구룡성의 무인들을 도와서 무림의 정파를 부활시킴으로써 다시 천수의곡을 부흥시키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었다.
그의 두 눈에선 눈물이 아니라 혈루(血淚)가 흘렀다.
“이대로, 이대로 무림은 끝인 것인가? 정녕 끝인 것인가?”
무림의 앞날을 걱정하는 그의 앞으로 한 자루 칼날이 날아들었다.
바람이 갈라지는 파공성 끝에 그의 목이 잘리려는 찰나!
카앙!
한 자루의 창날이 검을 차단하였고, 누군가가 그의 옷깃을 잡아 주욱 당겼다.
장유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신의 옷깃을 잡아챈 사내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유선 형님…….”
사내의 이마에는 낡아 푸른빛이 바랜 영웅건을 질끈 매었고, 의복에는 피가 낭자하였다. 머리는 거칠게 헝클어져 있으며, 수염이 무성하여 산적 두목을 연상시켰다.
사내는 그와 함께 곧잘 술을 마시곤 했던 은하환영창(銀河煥英槍) 악유선이었다.
그의 창이 바람을 가르고 공간에 녹아드는 순간, 창끝이 번쩍이며 은색 불꽃이 피어올랐다.
꽃봉오리처럼 피어오른 은색 불꽃이 보여 주는 은하환영!
은하환영창(銀河煥英槍)
은화개(銀化開)
공간에 녹아내린 창이 벼락을 부르고 대지를 찢어발겼다.
순식간에 장유를 노렸던 악귀를 포함한 세 명의 악귀가 어깨에서 피 분수를 뿜으며 나가떨어졌고, 그들의 어깨 위에서 떨어진 목 세 개가 치솟았다가 땅으로 떨어져 굴러갔다.
“넋 놓고 있지 마. 반드시 탈출한다. 탈출해서 흑룡강성에 있는 장백검문의 도움을 받아야 해. 우리 앞에서 죽어 간 수많은 정파의 기둥들, 그리고 네 환자들의 기대를 저버릴 생각이냐?”
그의 외침에 장유의 정신이 번쩍 돌아왔다.
전장에서도 자신의 일깨워 주고 챙겨 주는 고마운 사람.
“아닙니다. 반드시 살아서 그들의 기대에 부응해야겠습니다.”
그러면서 팔 안쪽에서 주섬주섬 붕대와 침을 꺼내는 장유였다.
“그래, 그런 자세다. 한데 그건 뭐냐?”
“형님의 옆구리에서 피가 흐릅니다.”
장유는 노련한 의원답게 빠르게 침으로 그의 허리 부위를 찔러 지혈하고 붕대로 둘둘 감아 간단한 응급처치를 마쳤다.
“좋아. 우리는 반드시 살아남는다.”
전장에서의 상황과는 다르게 적극적인 그의 태도에 장유는 희망을 다시 한 번 불태울 수 있었다.
그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삼천의 악귀들이 경배를 올리고, 하늘 높게 치솟았던 불마저 고개를 숙인다.
만마(萬魔)가 경배하고, 천하가 복종해야 하는 자.
기세만으로 대기가 울리며, 일 수에 산을 허물어 버릴 수 있는 거력을 가졌다고 말하는 자.
염래본마(炎來本魔).
염왕을 죽이고 지옥에서 올라온 자.
모든 마귀의 근본이 되는 자.
흔히들 천살(天殺)이라고 부르는 그가 나타났다.
그리고 세상이 뒤집혔다.
천살이 우수를 가볍게 뻗었다.
가벼운 행동이었으나 결과는 전혀 가볍지 않았다.
땅거죽이 뒤집어지며, 정파 부흥의 꿈을 가진 반룡련(反龍聯)의 동지들이 쓸려 날아갔다.
‘저들은 정파의 기둥인데……. 정파의 거목들인데…….’
그런 고수들이 천살의 손짓 한 번에 날아가는 것이다.
천살이 입을 열자 하얀 서리와 같은 안개가 흘러나오고, 무거운 중저음의 목소리가 전장을 지배했다.
“복종하라, 나에게 복종하라. 그대들에게 천살이라는 이름의, 무림인이 마음껏 활개 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주겠다.”
역천(逆天)!
다른 말로는 반역이라고도 불리우는 이름!
무림인이 마음껏 활개 칠 수 있는 세상이라면, 그 세상은 관이 없는 세상이고, 관이 없는 세상이라면 황제가 없는 세상이 아닌가!
‘그렇게 되면, 그렇게 되면…….’
세상에는 무질서가 도래할 것이다.
황실이 없고 관아가 없다면 법도가 없어진다. 법도가 없어진 세상에서 어떻게 질서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
힘이 힘을 지배하고, 더 큰 힘이 힘을 지배하는, 질서가 없어진 인세의 지옥이 펼쳐질 것이다.
그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염래본마의 앞으로 날아들었다.
“내가 그대의 야욕을 멈출 것이오. 그대는 인세에 있어서는 안 되는 지옥의 악귀이니, 내가 그대를 지옥으로 돌려보내겠소”
장삼 전체를 피로 물들이고 있으나 어깨 부분에는 선명하게 금실로 수놓아진 사자(士子), 두 글자가 새겨진 옷을 입고 있는 노인이었다. 길게 기른 수염은 명치까지 내려오고, 한 손에는 피가 묻은 청강검을 든 채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그는, 철사자(鐵士子)였다.
천살이 그를 향해 이죽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