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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쌍의 1권(2화)
一章 과거로 돌아오다(2)
“고작 그대가? 그대 혼자서 말인가?”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또 한 명의 고수가 피풍의를 펄럭이며 철장을 들고 그들 옆에 내려섰다.
“나 또한 오늘 이 자리에서 뼈를 묻을 것이오.”
붉은 피풍의를 입고 강철 같은 두 주먹을 내세우며 내려선 노인은 적룡문(赤龍門)의 권군(拳君)이었다.
“토룡 나부랭이가 나서는데, 나라고 그냥 있을 수 있나. 흘흘.”
적룡을 토룡 취급하며 쌍검을 늘어뜨린 채 걸어오는 노파는 백화문(百花門)의 개화노란(開花老蘭)이었다.
“클클, 오늘 웬 개새끼들이 이리 많누…….”
전투 중에도 술을 마시며 개 타령을 하는 월검문(月劍門)의 전대 문주 쾌검백광(快劍白光)이었다.
“선배님들이 나선다니, 저도 나서지 않을 수가 없지요.”
장유의 옆에 서 있던 악유선이 피로 번들거리는 자신의 창을 고쳐 잡으며 은하환영창의 기수식을 취한다.
“클클. 후배, 그러다가 죽어도 모르네.”
쾌검백광의 말에 악유선은 장유를 한번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털털하게 웃어 버렸다.
“하핫! 죽는 게 두려웠다면 지금까지 무인으로 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것보다 장유, 자네는 빨리 도망가게.”
장유의 눈에 정파의 운명을 짊어진 다섯 명의 절대자가 들어왔다.
이들이 진정 정파의 거목이자 거인들이리라.
지금 이곳에서 정파의 운명이 갈라질 것이다.
생(生)일 것이냐?
사(死)일 것이냐?
이들 사이에 자신이 서 있다는데 기분이 좋았는지 장유는 히죽히죽 웃으며 침과 붕대를 꺼내 들었다.
“형님, 저는 비록 무공은 지(知)의 수준이지만 거들겠습니다.”
무공의 경지를 나누는 입(入), 지(知), 벽(碧), 탄(誕), 로(路), 성(成), 완(完), 탈(脫).
그중 지(知)라고 하면 이제 갓 이류를 내다보는 수준이니, 그가 이런 엄청난 전투를 견뎌 낼 리가 없었다.
“저는 의원입니다. 지금부터 의원이 해야 하는 일을 할 것입니다. 조금이라도 다치신다면 저에게 와서 치료를 받아 주십시오. 당장에 죽게는 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무림의 운명이 건 전투가 시작되었다.
악유선의 창이 쭈욱 뻗어 나갔다.
번쩍번쩍 피어오르는 은색 불 줄기, 그리고 그 사이를 월검문의 보법 광류도(光流道)가 파고들며 쾌검백광의 성명절기 백광출(白光出)을 날렸다.
천살은 그 강맹한 공격을 힐끗 쳐다보더니, 좌수와 우수를 교차시켜 쌍장을 날려 공격을 막았다.
백광출과 은하환영창을 막기 위해 쌍장이 멈칫한 순간, 적룡문의 쌍룡교(雙龍嬌)의 권력이 천살을 향해 날아들었다.
화악!
천살의 옆으로 불길이 치솟으며 쌍룡교의 강력한 권경이 불에 타 사라지고, 불길은 악귀의 모양으로 천살을 휘감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철사자가 소리를 치며 검을 쭈욱 내뻗었다.
“염왕옥혼이로군! 내 꼭 염왕옥혼에 한칼을 넣어 주고 싶었지, 차핫! 검선지우(劍仙之雨)!”
철사자의 검에서 피어오른 새하얀 기운은 하늘에서 비가 떨어지듯이 펼쳐지면서 천살의 몸을 휘감은 악귀 모양의 불꽃을 수십 갈래로 내리쳤다.
악귀의 불꽃에서는 순간 팔 모양의 불꽃이 솟아오르며 검선지우의 빗줄기를 손으로 휘저어 날려 버렸다.
그에 대응하여 철사자는 검지와 중지를 세우고, 소지와 약지를 엄지로 그려진 형태의 검결지를 취하고는 염왕옥혼의 팔을 그대로 잘라 버렸다.
염왕옥혼의 팔이 잘리자, 순간 멈칫한 천살의 가슴에 적룡문의 절기가 꽂혀 들어갔다.
등룡락(登龍落)!
적룡문의 절기인 등룡락이 허공에서 내리찍듯이 천살의 가슴에 꽂히고, 염왕옥혼에서 솟아오른 불꽃에 권군의 피부가 녹아내렸다.
“이런 잡것이…….”
천살의 입에서 피가 흘러내리며 쌍욕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 순간…….
염왕옥혼이 소리치며 울었다.
크허허헝!
검붉은 불길이 하늘을 뚫을 듯이 치솟고, 대기가 공명하며 기세만으로 대지가 찢어발겨졌다.
속살을 드러낸 대지의 아래에서 시뻘건 불기둥이 올라오며 마침내 염왕이 현신했다.
염왕옥혼(炎王玉魂)
마중극마(魔中極魔)
거대한 불기둥이 완벽하게 악귀의 모습을 이루고, 등에서는 날개처럼 네 줄기의 불기둥이 치밀어 올랐다. 그리고 마침내 불길은 타오르는 것을 그만두고 모습을 변형시켜 갔다.
적옥을 다듬어 만든 듯한 악귀의 조각이 천살의 위에서 형상을 이루었다.
애초에 하반신이 없는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하반신이 완벽하게 만들어지지 않은 것인지, 천살의 등에서 튀어나온 그것은 마치 사람의 상반신처럼 보였다. 그것은 상반신에 비해 너무도 커다란 팔을 휘두르며 오연하게 서 있었다.
놈의 눈길이 향하는 곳에서는 불길이 치솟고, 사나운 기세가 전장을 지배했다.
“다 죽여주마.”
천살의 입에서 스산한 목소리가 울리는 순간,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기세가 다섯 명을 짓눌렀다.
천살의 공간 밖에 있던 장유로서는 다행이었지만, 그 범위 안에 자리하고 있던 다섯 고수들에게는 참으로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크흑! 이 정도의 기세라니!”
창을 잡은 악유선의 두 팔이 부들부들 떨려 왔다.
온몸으로 느껴지는 기세의 중압감.
그로 인해 생기는 두려움.
이것이 천살이었다.
“이대로 무림은 끝인 것인가…….”
권군의 입에서마저 절망적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토룡은 벌써부터 포기하는구나. 본녀는 그럴 수 없는 것이 유감이다. 본녀의 손에 쌍검이 들려 있는 한은 천살을 막을 것이야.”
“나 또한 한칼 보태겠소이다.”
“아직 술이 남아 있는 이상, 끝난 건 아니지. 클클!”
남은 셋은 저 거대한 기세를 마주하고 있으면서도 투기(鬪氣)를 풀지 않고 있었다.
정파의 미래가 걸린 일이니만큼, 단지 기세에 눌려서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들의 그런 모습을 통해 힘을 얻은 악유선과 권군도 자세를 고쳐 잡았다.
그런 다섯 명을 흥미롭게 바라보던 천살이 기세를 천천히 안으로 갈무리하였다.
하나 중압감이 사라졌다고 하여 그가 약해진 것은 아니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알고 있는 다섯 고수는 침음을 삼켰다.
중압감이 사라지자 장유가 침과 붕대, 약초를 맨손으로 짓이겨 들고는 권군을 향해 다가갔다.
“상처가 심합니다.”
쌍룡교를 천살의 가슴에 꽂아 넣는 순간에 권군의 두 주먹이 녹아내리며 화상을 입었다.
불에 댄 상처는 바람이 통하면 순식간에 곪기 시작하면서 진물이 흘러내렸다.
“후배님은 뒤로 물러나시게.”
권군이 다가오는 장유를 향해 말했다. 하지만 장유는 그 나름의 생각이 있었다.
“저는 의원입니다. 그것도 정파의 일원입니다. 저는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침 끝에 약초 짓이긴 물을 바른 장유는 일곱 개의 침을 권군의 팔에 놓았다. 얇은 세침인지라 일곱 개의 침은 수월하게 권군의 피부를 파고들었고, 곧이어 세침이 근육과 혈맥 속으로 완전히 파고들어 보이지 않게 되었다.
지켜보던 권군은 신기하다는 듯이 손을 이리저리 움직여 보았다.
“염왕옥혼의 불꽃으로 들어온 마기는 정제할 수 없지만, 움직이기에는 한결 수월하실 겁니다.”
확실히 그러했다.
아직 아릿아릿한 통증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손가락이 녹아내려 엉겨 붙어 움직일 수 없었던 조금 전에 비하면 훨씬 수월했다.
“고맙네.”
권군은 장유를 향해 포권을 취해 보였고, 장유도 그에게 포권을 취해 보인 후 뒤로 물러섰다.
이들은 무림의 절대자들이었다. 장유로서는 이들 절대자들의 싸움을 감히 감당할 수 있을 리 없었다.
“클클클, 재롱을 피워 보거라, 정파의 잡것들아…….”
천살이 팔을 스윽 하고 움직이자 염왕옥혼의 팔도 함께 움직였다.
그리고 천살이 바닥을 내리치는 순간, 쾌검백광이 입에 머금은 술을 화살처럼 다섯 줄기로 뿜어냈다.
주전(酒箭)
물과 불은 상극이다.
액체와 불이 상극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지만 독한 술의 경우에는 불이 잘 붙었다.
주광개도 그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하나, 주광개가 날린 주전은 단순한 주전이 아니라 강기로 다듬어진 주전이었다. 염왕옥혼의 팔에 주전이 박살 나는 순간, 주전은 강기를 머금은 술 방울로 변해 사방으로 비산되었다.
마치 당문의 만천화우를 술로 펼치는 형세였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와 같은 그의 공세를 피할 수 없어 보였으나, 천살의 대응은 의외로 단순했다.
염왕옥혼의 등 뒤에서 펄럭이는 날개가 넓게 펼쳐지더니 주전의 방울을 모두 증발시켜 버렸다.
그리고 날개가 거두어지는 순간, 염왕옥혼의 손가락이 주욱 늘어나더니 쾌검백광의 가슴을 꿰뚫어 버렸다.
치료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서 사라지는 쾌검백광의 모습에, 분개한 철사자가 허공에 ‘군자’라는 글자를 연달아 적으며 강환을 뿌렸다.
강환이 연이어 염왕옥혼을 때렸으나, 마치 꽃송이가 불에 타 사라지는 것처럼 강환이 맥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천살이 검을 휘두르는 순간!
퍼석!
천살의 검은 분명 철사자를 베기에는 먼 거리에 있었지만, 장포 잘리는 소리가 들리며 철사자의 가슴에 길게 검상이 나타났다.
심장을 직격으로 지나간 검상이었다.
“공간절(空簡絶), 이미 탈(脫)을 넘어…… 쿨럭…….”
철사자는 하려던 말을 끝까지 하지 못한 채 수십 평생을 놓지 않았던 검을 손에서 떨어뜨리며 숨이 끊어졌다.
“본좌는 모든 마의 종주이며 지존이고, 군림하는 자이다. 항복하라, 그리하면 무림인의 천국인 곳에서 영생을 누리리라.”
철사자의 목숨이 끊어진 것을 확인한 천살이 오연히 말했다.
하나 남아 있는 자들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는 소리였다.
개화노란의 우검이 다섯 줄기로 갈라졌다.
순식간에 늘어난 검영!
다섯 개의 검영은 자색 검강을 머금은 채 바람을 그리듯이 회전하며 천살의 등을 노리고 들어갔다.
뒤로 젖혀진 좌검은 둥글게 회전하며 한 송이의 연꽃을 화려하게 그려 갔다.
백화문에서 자랑하는 앙복련홍(仰覆蓮紅)이었다.
구구구구!
대기와 함께한 검강의 울림에 천살의 등이 갈라질 듯한 찰나, 염왕옥혼의 날개에서 눈부신 빛이 터져 나오더니 개화노란의 몸에 불길이 일었다.
그리고 천살이 입을 열었다.
“이제 두 녀석…….”
순식간에 불길이 꺼지며 개화노란의 타다 남은 옷자락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천살의 눈에 장유가 들어왔다.
“아니, 세 녀석 남았군.”
염래본마 천살의 손에서 검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