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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신교 1권


1화
서(序)


사람이 사는 곳은 언제고 싸움이 일어난다.
싸움이 일어나면 사람이 다치고 죽어 나갔다.
그리고 싸움을 잘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장대한 근골과 타고난 근력을 지닌 거한들이 우두머리가 되어 갔고, 그들의 외공(外功)은 시대를 풍미했다.
시간이 지나 사람들은 토납법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숨을 내쉬고 내뱉는 행위로, 대자연의 기운을 빌려 몸을 건강하게 하는 것이었다.
사람마다 혈도라는 것이 존재했는데, 그 혈도를 이용하여 무형의 기운을 사용했다.
처음에는 대자연의 기를 빌려서 몸을 건강하게 했다.
그러던 중 항아리 같이 생긴 단전(丹田)이란 것을 발견하였다.
단전은 아랫배 부근에 있었으며, 장기(臟器)가 아니었다.
몸 안에서 흘러 다니던 대자연의 기운이 조금씩 단전이라는 곳에 스며드는 것을 발견했고, 그곳에 무형의 기운인 기(氣)라는 것을 쌓아 나갔다.
토납법을 통해 기는 단전에 쌓였고, 단전에 쌓인 기는 사람을 건강하게 해 주며 근력을 강화시켜 주었다.
그러한 기운을 내공(內功)이라 불렀다.
토납법을 익힌 자들이 늘어 감으로써 장대한 기골만을 자랑하던 거한들은 한 명씩 무너졌고, 토납법에 숙련되어 있는 자들의 시대가 펼쳤다.
그리고 그 토납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꾸준히 발전시켰다. 그것이 심법(心法)이 되었다.
모든 이들의 토납법은 서로 같지 않았는데, 그것들이 쌓이고 쌓여 각자 독보적인 심법을 발전시키게 되었다.
어떤 심법은 평온한 이들에게 맞았고, 어떤 심법은 급한 성격의 소유자들에게 맞았다.
그리고 심법을 익힌 자들이 많아지면서 후세에 전해 주기 위하여 그것을 종이에 적는 자들도 생겨났다.
자신의 후세만을 위한 것이기에 어려운 말로 배배 꼬아 암호처럼 만들어 놓았고, 그것을 익히고 있는 자만이 알고 있는 특유의 방법을 알아야만 했다.
그것이 구결(口訣)이 되었다.
심법을 오랜 기간 익힌 자들 중에서 몇 명이 단전에 쌓인 기를 배출하는 방법을 깨달았다.
그것을 무형지기(無形之氣)라 불렀고, 그것으로 사람을 해칠 수 있었고 바위도 부술 수 있었다.
어떤 이들은 그 기운을 자신들의 무기에서 뿜어내 사람을 해치거나 나무를 베거나 바위를 부쉈다.
검에서 나왔으면 검기(劍氣)라 불렀고, 도에서 나왔으면 도기(刀氣)라 불렀다.
무형지기를 쓸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극소수의 그들은 사람들의 우두머리가 되었고, 세력을 키워 문파(門派)라는 것을 세웠다.
그리고 그 문파라는 것들이 모여 또 다른 하나의 세계를 만들었다.
그곳을 세인들은 강호무림이라 불렀다.



第一章 마룡지체(魔龍之體)(1)


“몇 명의 아이들이 준비되었는가?”
“준비했던 천 명의 아이 중 이미 절반이 내공을 익히는 과정에서 떨어져 나갔고, 현재 오백여 명이 남아서 수련 중에 있습니다. 열 명은 악마대(惡魔隊)로 뽑혀 정식 입교 과정을 밟을 예정이며, 나머지는 중원 각지의 분타에 보내져 본 교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새파랗게 젊은 청년은 고급스러워 보이는 흑의를 입은 채 허리춤에는 얄팍한 검을 매고 있었다.
얼굴은 기생오라비처럼 매끈하게 생겼고, 몸은 서생처럼 문약해 보였다. 하지만 그의 몸에서는 자색(紫色)의 마기(魔氣)가 넘실거려 괴기했다.
그는 천마신교(天魔神敎)의 부교주(副敎主) 악마패왕(惡魔覇王) 추영독(秋英篤)이었다.
강호팔대고수(江湖八代高手)!
약육강식의 무림을 오시할 수 있는 여덟 명의 절대자를 사람들은 강호팔대고수라 칭했다.
강호팔대고수가 손을 휘두르면 태산이 무너지고, 발을 구르면 땅이 갈라진다 했다.
그들은 모두 온몸의 뼈가 무공을 펼치기에 가장 최적의 모양으로 바뀐다는 환골탈태(換骨奪胎)를 비롯해 내공을 쓰고 또 써도 절대로 마르지 않는다는 대해단전(大海丹田)을 가졌으며, 젊은이의 그것처럼 탱탱한 피부와 몸을 가지게 되는 반로환동(反老換童)을 경험했다 한다.
강호팔대고수는 정파의 절대자였으며, 사파에도 이와 같은 절대자들이 존재했다.
그들을 절대오마(絶代五魔)라 칭했는데, 악마패왕 추영독이 절대오마 중 한자리를 꿰차고 있는 절대고수였다.
탁자에 올려놓은 찻잔을 만지작거리던 추영독이 말했다.
“그놈들 중 특이한 놈은 없나?”
“현재 세 명 정도가 특이한 성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내놈 둘에 한 명은 계집인데, 사내놈 중 한 명은 마룡지체(魔龍之體)를 타고났습니다. 수하들도 납치 후에 알아낸 것이라 뒤늦게 보고가 되었습니다. 나머지 사내놈은 도가의 심법을 익히고 있었기에 본 교의 악마혈천심법(惡魔血天心法)을 억지로 익히게 하였는데, 우습게도 두 개의 심법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타고나면서 많은 것들이 정해진다.
눈의 모양, 코의 크기 등 신체적인 조건부터 이름 등 사회적인 조건까지가 정해지는 것이다.
그밖에도 특별한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체질이다.
세상에는 무공을 익히기에 특출 난 체질들이 있는데, 태양지체(太陽之體), 태음지체(太陰之體), 구음절맥(九陰絶脈), 구양절맥(九陽絶脈) 등이 있다.
태양지체는 양기가 넘치는 체질이라 양강무공을 익히는 데 뛰어난 재질을 보였으며, 태음지체는 음기가 가득 찬 음공을, 구음절맥은 여자한테만 나타나는 체질로서 단기간에 절정고수가 될 수 있지만 단명한다고 전해진다.
그밖에도 특별한 체질들이 있지만 이것들은 무공을 익히는 자들에게 영약과도 같은 도움이 될 뿐이지, 보통 세인들의 삶에는 큰 지장이 없었다.
아무래도 그런 체질을 타고나는 사람은 흔치 않았으니 말이다.
“마룡지체?”
추영독의 되물음에 부복해 있던 흑의인이 말을 이었다.
“예. 마룡지체를 타고나게 되면 역혈(逆穴)이 중심인 마공을 익히기에 최적의 신체 조건을 갖추게 됩니다. 한마디로 이 녀석은 마공을 위해 태어난 녀석이라 볼 수 있습니다.”
마공은 패도적이고 강함을 자랑했지만 역혈, 즉 혈도를 거꾸로 사용하는 무공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까닭에 혈도에 부담을 주게 되어 마공을 익힌 고수들은 단명을 하는 경우가 잦았다.
마룡지체를 지닌 이는 혈도의 길이 모두 반대로 되어 있는데, 오히려 그것이 마공을 익히기에 최적의 신체 조건이 되었다.
마룡지체로서 처음 강호에 모습을 드러낸 이는 정도(正道)를 걷고 있던 인물이었다.
그는 정파의 정심한 무공들을 익혀 어느 정도 대성에 이르게 되자 급사했다.
혈도지로가 반대인 상태에서 정도의 무공을 구결대로 운용하다 보니 혈도가 터져 죽고 만 것이었다.
그의 갑작스런 죽음에 사망 원인을 알아내기 위하여 시신을 살펴보았는데, 그제야 그의 혈도지로(穴道之路)가 반대로 이어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계집은 도에 흥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검이나 편 등 많은 무기들을 추천해 주었지만 오직 도, 그것도 사 척 이상의 도에만 관심을 주고 있다고 합니다. 땅에 질질 끌면서까지 도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고 합니다. 또 검이나 편 등의 무기들을 들었을 때의 무공 실력은 너무 형편이 없어서 교관들도 그냥 묵인할 정도입니다.”
추영독은 설명을 들으며 세 명의 얼굴이 그려져 있는 초상화를 훑어보았다.
한 명은 매우 날카로운 눈매가 인상적이었고, 한명은 기생오라비같이 생긴 놈이라 마음에 들지 않았다.
소녀는 나이에 안 맞게 너무 표독하게 생겨서 혀를 찼다.
조용히 초상화를 훑어보던 추영독이 이죽거렸다.
“마공을 익히기에 최적인 놈과 이도저도 아닌 놈, 그리고 도(刀)에 미친 년이라…… 재미있군.”
과연 어떤 모습으로 자라날지 절로 기대가 되었다.

그리고, 십 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 * *

“앞으로 네 녀석들은 악마대의 일원이 되어 마인으로서의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악마대는 살수 집단이기도 하지만 정보 집단인 동시에 외총관님을 호위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나는 악마대의 대주(隊主) 옥진관(玉鎭管)이다. 외총관님에게 항상 충성을 다짐하고 목숨을 바칠 수 있도록.”
“존명!”
우렁찬 목소리가 장내를 가득 메웠다.
그에 악마대주 옥진관 옆에 서 있던 중년인이 실실 웃었다.
“허허, 나한테 충성을 다하면 되나. 옥 대주, 우리는 교주님에게 충성을 다해야지.”
“옛!”
“악마대의 일원이 된 것을 환영하네. 다들 본좌를 호위하는 임무와 함께 본 교의 행사에 방해가 되는 자들을 처리하는 임무를 맡게 될 걸세. 물론 그전에 살수 교육을 받아야겠지.”
“예. 장우덕(裝優悳) 교관을 준비시켜 놓았습니다, 외총관님.”
“장우덕 교관이 아직도 은퇴하지 않았나?”
“예. 이번이 현역으로서는 마지막 교육일 거라 생각됩니다. 원래 은퇴를 하려 했지만 외총관님의 호위대인 악마대가 결성된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발 벗고 나섰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들으니 기분이 좋아지는군. 차나 한잔하러 가세.”
외총관과 악마대주가 모습을 감추자 연무장 구석에서 왜소한 몸집의 중년인이 어슬렁거리며 걸어왔다.
얼굴은 매우 앳돼 보였고, 체구는 검이라도 휘두를 수 있을지 의심이 갈 정도로 얄팍했다.
악마대원들이 조용히 중년인을 바라보았다.
어슬렁거리던 중년인이 왼팔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그러자 빈소매만 펄럭거릴 뿐, 그는 놀랍게도 왼손이 없었다.
“난 보다시피 병신이다. 병신인 나에게 살수 교육을 받을 놈 있나?”
“…….”
“받을 놈 있나!”
“예, 있습니다!”
순간, 중년인이 성큼성큼 다가왔다.
“누가 말했나?”
살기 어린 눈빛으로 악마대원들을 훑어보는 시선에 아이들은 침을 삼키며 부동자세를 유지했다.
“누가 말했나!”
“접니다!”
“이름.”
“진추입니다!”
“이놈 말고 또 없나?”
중년인이 이번엔 흑의를 입고 있는 소녀 앞에 멈춰 섰다.
소녀의 등에는 자그마치 사 척이 넘는 도가 메여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