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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第一章 마룡지체(魔龍之體)(2)


“그건 뭐냐?”
“도입니다!”
“눈까지 병신은 아니다. 도라는 건 당연히 알고 있다. 한데 여기가 살수 집단이라는 것은 알고 있는 거냐?”
“예, 알고 있습니다!”
중년인이 이죽거렸다.
“본 교에는 세 개의 살수 집단이 있다. 그중 악마대는 병신들의 집합소라고 들었다. 살수 교육조차 받지 못한 애송이 병신들이라고 알고 있지. 난 살수가 뭔지도 모르면서 살수하겠다고 난리치는 놈들을 수도 없이 보았고, 죽어서 팔만 오거나 다리만 오는 경우도 수도 없이 보았다. 그런데 지금 그런 판국에 멍청이같이 커다란 도를 가져온 것인가?”
“제 생명입니다!”
그 순간, 갑자기 중년인의 손이 번쩍하더니, 어느샌가 도를 들고 있었다.
소녀는 경악했다.
“죽어라. 네 생명인 도를 빼앗겼으니 죽어야지.”
중년인의 비꼬는 말투에 소녀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중년인이 도를 거칠게 내던지자 소녀가 급히 도를 낚아챘다.
“난 장우덕 교관이다. 교육 기간에는 내 말이 곧 법이고, 내가 곧 신이다.”
장우덕이 냉정하게 말하며 주위를 훑자 한 명이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넌 뭐야?”
“네, 네?”
“넌 뭐냐고 물었다.”
“이, 이우도입니다!”
“왜 떨고 있나? 춥나?”
이우도가 고개를 내젓자 장우덕이 발로 낭심을 걷어찼다.
“크흑.”
이우도가 낭심을 부여잡으며 신음을 내뱉었다.
장우덕이 거칠게 말했다.
“내가 물으면 입으로 대답해라. 마지막이다. 한 번만 더 고개를 내젓다간 목을 뽑아 주마. 춥나?”
“으으, 아, 아닙니다!”
“좋다. 마지막으로 묻겠다. 나에게 배울 것이냐, 아니면 죽을 것이냐.”
“배우겠습니다!”
우렁찬 목소리에 장우덕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 교육은 쉽지 않다. 죽을 수도 있다. 좋은 곳에 묻어 줄 테니 걱정 말고 죽도록. 내일 묘시(卯時)에 이곳에 집합할 수 있도록. 오늘은 해산!”

* * *

“모두 집합했나?”
“예!”
장우덕이 악마대원들을 훑었다. 살기 어린 눈빛에 모두들 식은땀을 흘렸다.
“오늘은 살수가 무엇인지 배울 것이다. 거기 너, 나와.”
이우도가 당황하며 앞으로 나왔다.
“이 병신은 천마신교에서 십 년이란 세월 동안 무공을 익히고도 이 지경이다. 하지만 난 이놈을 진정한 살수로 만들 수 있다. 내 말을 믿을 수 있겠는가?”
“…….”
“정확히 일 년 후, 이놈을 진정한 살수로 만들어 주마. 들어가.”
이우도가 주춤거리며 제자리로 들어갔다.
장우덕이 우렁차게 말했다.
“살수는 사람을 죽이는 자들이다! 그냥 죽이는 것이 아니라 아무런 소리소문 없이 죽여야 하지! 흔적도 없어야 한다. 정체가 들켜서도 아니 된다. 정면 대결을 펼쳐서도 아니 된다. 어때, 간단하지 않나?”
“왜 정면 대결을 펼치면 안 됩니까?”
“이름.”
“천선우입니다.”
“아, 네놈이 그놈이군. 두 개의 심법을 가지고 있다는 놈. 맞나?”
“예, 맞습니다.”
천선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장우덕이 인상을 찌푸렸다.
“패기가 없다. 다시!”
“맞습니다!”
“난 정파 놈들을 좋아하지 않아. 협의? 공명? 다 좋다 이거야. 난 단지 그놈들이 정파라서 싫어할 뿐이지. 그리고 네놈의 단전에서 흐르는 정파 냄새는 내가 싫어하는 것 중 하나지. 쓰레기 냄새보다 말이야.”
천선우의 이마가 꿈틀거리자 장우덕이 가까이 얼굴을 들이댔다.
“왜 그런가?”
“아닙니다!”
“화나나?”
“아닙니다!”
“화가 나면 나보다 강해지면 되지 않나. 본 교는 약육강식의 율법을 따르고 있지. 나보다 강해져라. 그럼 나 같은 병신쯤은 얼마든지 짓밟을 수 있을 테니까.”
장우덕이 말을 이었다.
“정면 대결을 하며 밑바닥까지 싸우다 보면 본 교의 무공을 쓰게 되겠지. 그럼 본 교 출신이라는 것을 만천하에 알리는 것밖에 더 되나? 정면 대결을 해야 할 정도로 최악의 상황이라면 그곳에서 죽는 게 더 낫다. 이미 살수라는 이름이 아까우니까 말이야.”
“옛!”
문득 장우덕이 한쪽 나무를 가리켰다.
“저 나무에 살수가 있다고 하면 믿겠나? 아무도 안 믿겠지? 그런데 정말로 살수가 나무에 있으면 어쩔 거지? 그럼 이미 목숨은 날아간 건데?”
장우덕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무에서 복면인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악마대원들은 경악했다.
“이 녀석은 암형대(暗形隊)의 일급 살수다.”
천마신교에는 세 개의 살수 단체가 있다. 외총관을 호위하는 악마대, 내총관을 호위하는 추마대(追魔隊), 그리고 교주 직할대 암형대가 바로 그들이었다.
암형대의 살수들은 신상이 알려져 있지 않으며, 어떤 고수라도 능히 죽일 수 있는 실력을 지녔다.
본래 살수들이란 은신에 능하고 인내심이 강하며 암기술에 능했다.
많은 고수들이 살수에게 암습을 당해 세상을 등졌고, 그중에는 이름을 떨치던 절정고수들도 있었다.
정파에서는 공명정대하지 못한 암습을 지양하지만, 사파에서는 암습이야말로 효율적인 살인이라며 지향하고 추천까지 하는 추세였다.
복면인이 다시 모습을 감추었다.
악마대원들이 멍하니 입을 벌렸다.
장우덕이 이죽거렸다.
“병신 같은 놈들. 네놈들 뒤에 있다.”
악마대원들이 급히 뒤를 돌아보자 복면인이 재차 모습을 감추었다.
장우덕이 고개를 내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암형대의 일급 살수는 눈앞에서도 모습을 감출 수 있는 은신의 대가다. 대낮에도 모습을 감출 수 있도록 훈련받았고 일류 고수 정도는 정면 대결로도 처리할 수 있지. 네놈들이나 추마대 놈들처럼 살수 교육도 먼저 받지 않고 급조된 놈들과는 차원이 다른 녀석들이라 할 수 있다.”
장우덕이 터벅터벅 걸어가더니 나무 앞에 멈춰 섰다.
“난 이곳에서 일각여간 눈을 감고 있을 것이다. 그동안 알아서 숨어라. 제일 먼저 찾아내는 다섯 놈은 내가 직접 반 죽여 버릴 테니 그렇게 알아 두도록.”
장우덕이 눈을 감자 악마대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대나무 한쪽을 든 채 냇가로 첨벙 뛰어드는 놈부터, 나무 위로 올라가는 놈, 모래 안으로 들어가는 놈까지 별의별 놈들이 다 있었다.
하지만 천선우는 느긋이 장우덕의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터벅터벅.
천선우가 슬쩍 옆을 흘겨보자 한 흑의 소년과 허공에서 눈이 마주쳤다.
“천선우다. 넌?”
“독고천(獨孤穿).”
두 소년은 터벅터벅 연무장 밖으로 걸어 나갔다.
한자리에 숨어 있다가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소녀는 조용히 고민하다가 뛰쳐나왔다.
소녀는 이내 소년들의 뒤를 쫓아서 모습을 감추었다.

일각이 지났다.
“너!”
장우덕의 품에서 표창이 날아갔다.
팍, 하는 소리와 나무 뒤에 있던 소년이 오줌을 지리며 나왔다.
“너!”
장우덕이 바위를 내던지자 냇가에 숨어 있던 소년이 코피를 터뜨리며 걸어 나왔다.
“너! 너! 너!”
장우덕의 손짓 하나하나에 결국 일곱 명의 악마대원이 저마다 상처를 입은 채 모습을 드러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멀리서 세 명이 걸어오고 있었다.
장우덕이 이죽거렸다.
“빨리 안 튀어오나!”
세 명이 부리나케 뛰어왔다.
장우덕이 웃었다.
“이름.”
“독고천입니다.”
“천선우입니다.”
“장소연(張蘇聯)입니다.”
“좋다. 너희 세 명에게는 오후에 휴식 시간을 갖게 해 주도록 하지. 내가 원하던 것은…… 뭐냐?”
독고천이 손을 들자 장우덕이 고개를 끄덕였다.
“휴식 시간이 뭐가 좋습니까?”
“무슨 소리지?”
“다른 사람들이 강해지고 있을 때 뒤에서 쉬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 좋다고 인심 쓰는 척하시는 겁니까?”
“흠, 이름이 독고천이라고 했나?”
“예.”
장우덕이 독고천을 쳐다보았다.
“네놈이 그 무공귀신이라는 놈이군. 무공에 미쳐서 밥 먹는 것도, 잠자는 시간도 아까워한다는 그 무공에 미친놈. 맞나?”
“미친놈이 아니라 마도인(魔道人)입니다.”
“마도인이 뭔지 알고 하는 소리인가?”
“마도인이란 자기가 옳다 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행하고 힘이 곧 율법임을 따르는 것이라 알고 있습니다.”
“그 옳다고 행하는 것이 설사 악행이라도 말인가?”
“본 교가 언제부터 착한 일을 했습니까.”
“크하하, 맞지. 본 교는 절대로 착한 일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나쁜 놈들이라 불리면 몰라도. 그래, 그것이 바로 마도인의 기본 도리다. 오랜만에 괜찮은 놈을 가르칠 수 있게 되었군. 독고천!”
“예.”
“왜 숨지 않고 멀리 있었나?”
“그것이 들키지 않는 최고의 방법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맞다. 들키지 않으려면 기본적으로 거리가 있어야 한다. 진정한 고수들은 살기에 매우 예민하거든. 아주 쥐똥만 한 살기라도 포착하는 것이 고수다.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뭐 하나. 검의 예기, 사람의 열기, 무공의 살기 등이 고수에게 포착되는 순간, 살수는 죽는다. 들키지 않을 만한 거리를 포착하는 것이 살수의 기본이다. 그런 다음에 관찰을 하는 것이지. 목표가 언제 밥을 먹는지, 언제 변소에 가는지, 언제 자는지. 말 그대로 언제! 즉, 시간이야말로 살수에게 생명과도 같은 것이다.”
장우덕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석양이 내리고 있었다.
“오늘은 이만 해산. 처음이니 처벌은 봐주도록 하지. 내일 똑같은 시간에 모인다. 독고천을 비롯한 두 명은 남도록.”
악마대원들이 해산하자 장내에는 독고천과 천선우, 장소연만이 남았다.
장우덕이 입을 열었다.
“너희 세 놈, 아니, 두 놈과 한 년은 의외로 괜찮은 행동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내가 볼 때 너희 세 녀석은 살수 교육에 맞지 않는다고 본다. 특히 넌 그만한 멍청이 같은 도를 들고 살수 교육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그리고 너는 몸집이 너무 크다. 살수는 몸집이 커서는 불리하지. 그런데다 살수보다는 정통에 어울리는 것 같군. 내가 외총관님에게 말해 놓을 테니 조만간 소속이 바뀔 것이다.”
그 말에 천선우와 장소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옛!”
하지만 독고천이 단호한 태도로 말을 했다.
“전 여기 남고 싶습니다.”
“왜지?”
“마도인이 되고 싶습니다.”
“마도인이 되는 것과 살수 교육은 상관이 없다고 보는데?”
“마도인이 되기 위해선 살수 교육을 반드시 받아야 합니다. 마도인이 된다면 강호에 나가서 이리저리 암습을 당할 일이 잦을 텐데, 살수의 마음을 모르고 어찌 암습에 대비한다는 말씀이십니까.”
천마신교의 고수들은 암습 및 시비의 대상이 되기 쉬웠다. 아무래도 마공을 익히게 되면 몸에서 자색 마기(魔氣)가 은은히 흘러나오게 된다.
진정한 마공의 고수라면 좌중을 압도할 정도의 엄청난 마기 탓에 건드릴 엄두도 나지 않고, 고수들 스스로 마기를 감출 수도 있다.
하지만 마공을 막 익히거나 절정의 벽을 넘기지 못한 마인에게서 희미하게 흘러나오는 마기는 오히려 시비의 대상이 되기 쉬웠다.
천마신교는 분명 강대했고 단일 세력으로는 최강이다. 하지만 정도인들의 수가 더욱 많을 뿐이었다.
특히 명문정파가 자리 잡고 있는, 대표적으로 섬서성 부근에서는 마기를 뿌리는 마인들은 거리조차 못 다닐 지경이었다.
천마신교와의 다툼을 두려워하긴 하지만 마인들이 힘주고 다니는 꼴은 보기 싫어하는 정파인들의 얄팍한 자존심이었다.
하여 직접적인 대결은 피했지만, 혼자 다닐 경우 야유를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마인들은 홀로 다니는 행동은 자제해 왔다.
또한 천마신교 총타가 있는 십만대산(十萬大山) 밖으로도 잘 나가지 않게 되었다.
천마신교는 절대적인 율법에 따르기 때문에 다른 정파나 사파의 제자들에 비해 자유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