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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第一章 마룡지체(魔龍之體)(3)


그것이 마도인의 숙명이었다.
조용히 이야기를 듣던 장우덕이 독고천을 지그시 노려보았다.
“네 말은 맞다. 틀린 말 하나도 없다. 그래서 기분이 나쁘군. 하지만 알았다. 넌 살수 교육에 참가하도록. 다른 두 명도 이의 있나?”
“없습니다!”
“좋아. 그럼 천선우.”
“옛!”
“넌 아무래도 덩치도 있고 마기를 풍기지 않으니, 정보 단체에 적합할 것 같다. 비마대에 자리가 있는지 알아봐 주지. 당장 임무에 투입할 수는 없겠지만, 열심히 하다 보면 알맞은 임무를 받게 될 것이다.”
“옛!”
천마신교는 강한 무력을 보유했지만, 아무래도 정보 능력은 많이 떨어지는 편이었다.
그리하여 이십 년 전부터 교주(敎主)의 명령 아래 정보 단체를 만들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비마대(飛魔隊)였다.
이십 년이 흐른 지금 천마신교는 가공할 정도의 정보력을 가지게 되었고, 그 바탕에는 비마대의 활약이 숨겨져 있었다.
뛰어난 고수들이 비마대에 투입되었고, 그들의 능력으로 천마신교의 정보력은 눈부시게 성장할 수 있던 것이다.
장우덕이 말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장소연.”
“옛!”
“넌 그 무식할 정도로 큰 도로 신나게 베어 보도록. 무력 단체로 알아봐 주도록 하겠다. 물론 무력 단체에 바로 들어가지는 못하겠지만, 하인 노릇을 하며 검진이라든지 그런 것들을 배울 것이다. 매우 힘들겠지.”
“옛!”
천마신교에는 총 네 개의 무력 단체가 있다.
그들은 무림에 자주 나타나지 않았으나 무림에 나타날 때마다 혈풍(血風)을 몰고 다녔고, 그들의 무력은 가히 경악할 만했다.
천 명의 검귀(劍鬼)들이 칼날을 가는 천마추살대(天魔追殺隊), 오백 명의 악귀(惡鬼)들이 혀를 날름거리는 역천악귀대(逆天惡鬼隊), 이백 명의 악마(惡魔)들이 화염을 뿜는 염화염왕대(炎火閻王隊), 백 명의 절대마인(絶代魔人)들이 마기를 풍기는 절대마령대(絶代魔令隊)가 바로 천마신교를 지탱하는 무력 단체들이었다.
“그럼 다들 해산. 독고천은 남도록.”
천선우와 장소연이 모습을 감추자 장우덕은 바위에 털썩 주저앉고는 독고천을 올려다보았다.
“사실 악마대는 소모품이다. 그래서 쓸모있는 녀석 몇 명을 내가 다른 곳으로 보내려 직접 교관을 맡겠다고 한 것이다. 그런데 넌 악마대에 남는다고 하였지. 악마대의 교육을 마치면 임무가 주어질 것이다. 아마 소모품으로 버려질 가능성이 큰 임무겠지. 그래도 괜찮겠나?”
“예. 아까 정통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제가 정의하는 정통은 이겁니다. 모든 것을 알고 그것들을 바탕으로 고수가 되는 것이 정통이라 생각됩니다.”
“말이 많군.”
“그렇습니까?”
장우덕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정통은 강한 게 정통이다. 강한 놈들만이 자기가 정통이라 주장할 수 있지. 그리고 행동거지와 말하는 꼬락서니를 보아하니 아주 오래 살거나 금방 죽을 놈이다, 넌.”
“왜 그런지 여쭈어 봐도 되겠습니까?”
“진짜 고수가 돼서 아주아주 오래 살거나, 이도저도 아닌 놈이 되어 금방 죽겠지. 하지만 난 너 같은 놈을 싫어하는 편은 아니야. 잘해 보도록. 내일 똑같은 시간에 보도록 하지.”
말을 마친 장우덕은 몸을 일으키더니 어슬렁거리며 모습을 감추었다.

* * *

“다들 모였나?”
장우덕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악마대원들은 모두 부동자세로 장우덕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오늘부터 암기 던지는 연습을 할 것이다. 암기란 자고로 살수에게는 생명과도 같은 것. 상대의 주의를 끌 때나 탈출할 때 암기의 유무는 생명을 좌우하기도 하지.”
장우덕이 오른손을 펼쳤다.
손바닥 위에는 검지만 한 작은 암기가 들려 있었는데, 매우 날카로워 보였다.
“이것은 아주 기본적인 암기다. 표창보다는 훨씬 가볍고, 보다시피 탄력성도 매우 뛰어나지.”
장우덕이 검지와 중지를 이용해 암기의 끝과 바닥을 짓눌렀다.
“보다시피 뾰족하지도 않다. 하지만…….”
순간, 장우덕의 손이 섬광처럼 번쩍였다.
그리고 팍, 하는 소리와 함께 거목에 암기가 깊게 박혔다.
“실력 좋은 살수는 이것만으로도 한 명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지. 각자 던져 봐라.”
악마대원들이 각자 손바닥에 암기 하나씩을 올려놓고는 나무에 던졌다.
대부분이 잘 꽂혔는데, 말 그대로 문제아 이우도가 문제였다.
“힉!”
이우도의 손을 떠난 암기가 빛을 뿜었다.
그와 함께 암기가 장우덕의 머리를 노리고 날아갔다.
장우덕은 무심한 눈빛으로 휙 암기를 잡아채더니 손아귀를 꾹 움켜쥐었다.
와지끈, 하는 소리와 함께 암기는 가루가 되어 버렸다.
“네놈이 도대체 어떻게 오백명 중에 뽑힌 거지?”
장우덕이 이죽거리자 이우도의 얼굴이 붉게 변했다. 그 모습에 장우덕은 다시 고개를 내저으며 비웃었다.
“단순히 무공 수위를 따져 이렇게 악마대로 차출하여 뽑는 놈들이 더 문제군. 항상 면마대(面魔隊) 놈들이 문제야.”
면마대는 천마신교의 은밀한 행사를 처리하는 단체 중 하나로, 외부의 일을 주로 맡는 조직이었다.
외부에서 고아들을 납치하여 천마신교의 고수로 육성하거나 혹은 쓸 만한 인재들을 섭외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게 바로 면마대의 임무인 것이다.
하지만 성격 따위는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 무공 수위로만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악마대원들은 장우덕 교관을 따라 암기를 몇 번 더 던져 보았다.
그 이후로도 한동안 장우덕 교관에게서 암기 및 은신술, 첩보술 등을 익혔으며, 그렇게 악마대원들은 살수 교육을 전원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살수 교육에서 매우 뛰어난 재능을 보인 독고천은 장우덕 교관의 추천으로 암형대의 삼급 살수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일 년이 흘렀다.



第二章 해남검법(海南劍法)(1)


청의를 말끔하게 차려입은 중년인이 의자에 앉은 채 차를 음미하고 있었다.
“흠.”
차를 홀짝이던 중년인이 겉옷을 벗어 한쪽에 던져 놓고는 거의 알몸이 된 채 침대에 몸을 던졌다.
“후우.”
중년인이 한숨을 내쉬며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푹신한 침대의 감촉을 느끼려는 듯 중년인이 침대에 얼굴을 비비적거렸다.
푸슉.
순간, 침대 바닥에서 솟아오른 검이 얼굴을 꿰뚫자 중년인의 움직임이 멎었다.
중년인의 눈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부릅떠져 있었다.
곧 침대 아래가 들썩거리더니, 한 명의 흑의인이 기어 나왔다.
“흠.”
탄성과도 같은 한숨을 짧게 내쉰 흑의인이 조심스럽게 검을 뽑아 냈다. 그런 뒤 검에 묻은 혈흔을 가져온 천으로 닦아 냈다.
이어 품 안에서 작은 병을 꺼내더니, 검지로 병 안을 휘저었다.
끈적이는 액체가 묻어 나오자 흑의인은 손가락을 중년인의 꿰뚫린 이마에 문질렀다.
그러자 새어 나오던 피가 멈췄다.
하지만 여전히 옅은 혈향이 느껴졌다.
흑의인이 킁킁거리며 주변을 살피더니, 그제야 만족한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품속을 뒤지던 흑의인이 서신 한 장을 꺼내 들었다.

박성(朴誠).
청룡문(靑龍門) 부문주.
나이 오십 세.
본 교의 산서 분타 설립의 걸림돌인 청룡문의 부문주. 무공은 대략 이류 고수로 추정. 청룡문의 제자는 이백여 명 남짓. 현재 박성은 절강성으로 휴식을 취하러 간다고 알려져 있음. 조용히 처리하고 삼 개월 이후 귀환할 것. 명령임. 임무에 필요한 전표와 자세한 정보는 봉투에 동봉되어 있음.
암형대주(暗形隊主).

흑의인이 서신을 꾸긴 다음 입으로 집어넣었다.
잠시 우물거리던 흑의인이 꿀꺽, 서신을 삼켰다.
슬쩍 밖을 내다보자 새벽이었다.
동이 트기까진 대략 한 시진 정도 남은 듯하여 상황은 여유로운 편이었다.
흑의인이 뜨거운 김이 나오는 찻잔을 만지작거리다 차를 홀짝였다.
절강성은 녹차로 유명했는데, 그중 용정(龍井)이라 불리는 녹차가 유명했다.
보통 녹차는 어린 찻잎과 싹을 채취하여 고온으로 찻잎의 푸른 잎을 죽이는, 살청(殺靑) 과정을 거친다. 거기에 절강 특유의 방식으로 녹차를 만든 것이 바로 용정차였다.
용정차는 고급에 속하는 찻잎이었으나 절강에서는 많은 용정차가 거래되고 있었기에 그리 부유하지 않은 청룡문의 부문주도 용정차를 즐길 수 있던 것이다.
차를 홀짝인 흑의인이 고개를 내저었다.
“쓰군.”
그런 뒤 조심스레 지도를 펼쳤다.
절강까지 오는 데만 족히 두 달이 걸렸다.
물론 길을 잘 모르는 탓도 있고, 사람들 눈에 띄지 않아야 했기에 그 정도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오면서 길을 잘 봐두었고 더욱 좋은 지도를 구한 덕분에 본교로 귀환하기까지는 한 달도 채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런 차에 삼 개월 이후에 복귀하라고 암형대주가 직접 서신에 적어 놓았다.
원래 살수들에게는 암살 휴가라는 것이 있었다.
항상 훈련을 반복하는 살수들은 극심한 긴장감에 의해 피곤에 절어 있기 마련이다.
특히 임무를 수행하고 나서 밀려드는 피로는 엄청나다. 그렇기에 암살 휴가라는 것이 주어지는데, 임무를 마치고 나서 약 이주 간의 휴가를 주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물론 일급 살수 이상에게만 주어지는 특혜라 할 수 있었다. 이급 살수 아래로는 암살 휴가가 아닌 일반 휴가가 주어진다.
하지만 흑의인은 그 일반 휴가조차 쓴 적이 없었다.
본래 살수에게는 긴장감도 중요하지만 휴식도 중요한 법.
중요한 순간에 몸이 제대로 따라 주지 않는다면, 결국 임무 실패와 연결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암형대주가 각별히 신경을 써 준 것이다.
흑의인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오는 데 두 달, 가는 데 약 삼 주. 한 주 정도는 무공 수련에 전념할 수 있겠군.’
기껏 휴가를 주었더니 무공 수련할 생각만 하는 흑의인을 보았다면, 암형대주는 입에 거품을 물었을 것이다.

* * *

울창한 숲 속.
커다란 바위 뒤로 폭포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절강은 넓디넓은 평야로 유명했고, 소주와 더불어 중원 이대풍도로 뽑히는 향주가 있는 유명한 성이었다.
그렇기에 늘 북적여 사람이 드문 곳은 찾기가 힘들었다.
수련을 위하여 인적이 드문 곳을 찾는 데만 이틀이 걸렸다.
한참 동안 바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은 흑의인이 고개를 내저었다.
‘역시 마공은 연성 속도도 빠르고 매우 패도적이지만, 마기가 흘러나오는 것이 단점이군.’
지금 흑의인의 몸에서는 옅은 자색의 마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무공을 익힌 무림인이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옅은 기운이었다.
흑의인은 마기가 흘러나오는 것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마도인으로서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무림에서 마도인은 배척과 시비의 대상이었다.
나중이라면 모르겠지만, 지금의 무공 수위로는 맞아 죽기 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