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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도무문 1권(25화)
第十一章 정사쌍우(正邪雙友)(2)
막승과 황우량이 다시 흠칫 놀라는 표정으로 장소팔을 바라보았다.
‘제대로 된 재료, 결국 우리로도 부족하다는 뜻인가?’
소무린이 이런 두 사람의 모습을 확인하면서 태연하게 말했다.
“야야, 목수가 연장 가리냐. 그러지 말고 일단 대충이라도 한번 해 봐라.”
장소팔은 자신을 바라보는 무수한 시선을 느끼면서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럼 그럴까?”
이에 황우량이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천천히 검을 움켜쥐고 밖으로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장소팔은 그런 그의 반대 방향인 주방으로 몸을 움직였다.
문 밖으로 향하던 황우량이 의아한 표정으로 장소팔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주방 쪽으로 다가간 장소팔이 식칼을 손에 쥐자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고작 식칼로 나를 상대하겠다는 뜻인가?’
그러나 장소팔은 그런 황우량의 망상을 깨면서 그대로 주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방을 바라보는 사람들, 소무린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 있는 황우량과 막승을 향해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뭐 하십니까? 일단 준비를 하려면 시간이 좀 걸리니 자리에 앉으시지요.”
기다렸다는 듯 딱, 딱, 딱 소리를 내면서 장소팔의 칼질 소리가 들려왔다.
‘대체 무슨 준비를 한다는 뜻인가?’
이런 생각으로 황우량과 막승이 일단 자리에 앉았다.
이각여의 시간이 지나자 비로소 장소팔이 접시 하나를 들고 주방을 빠져나왔다.
곧장 소무린 등이 앉아 있는 식탁으로 다가온 장소팔이 식탁 위에 접시를 내려놓았다.
“됐냐?”
소무린이 환한 미소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와, 이건 진짜로 지금까지 접하지 못한 최고의 비기가 아닌가?”
소무린은 이렇게 말하면서 재빨리 접시의 음식을 집어 먹기 시작했다.
황우량과 막승은 다소 허무한 표정으로 그런 소무린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소무린이 말한 장소팔의 비기라는 것이 바로 이 음식을 의미하는 것임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소무린의 행동이 괘심하게 생각되기도 했다.
하지만 비기의 구수한 향기에 이끌려 황우량과 막승도 무심결에 비기를 한 점 들어 입으로 가져갔다.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그 맛이라니?
두 사람은 정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이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황우량과 막승은 이전의 일들은 모두 잊고 다투듯 재빨리 음식을 집어 먹기 시작했다.
우연이었을까?
하필 마지막 한 점의 고기를 남겨 두고 세 사람의 젓가락이 팽팽하게 대치해 있었다.
입안에 고인 침을 삼키면서 먼저 결단을 내린 것은 소무린이었다.
소무린의 젓가락이 재빨리 고기를 향해 움직이자 황우량의 젓가락이 이를 막았고, 이를 기회로 막승이 고기를 노리자 황우량의 젓가락을 빠져나온 소무린의 젓가락이 재빨리 막승의 젓가락을 밀쳐 내면서 다시 고기를 노렸다.
이후 계속되는 삼 인의 집요한 고기 다툼, 삼 인의 젓가락의 움직임이 너무 빨라 주변의 사람들은 그 움직임을 제대로 확인할 수도 없을 지경이었다.
그렇게 고기 하나로 시작된 삼 인의 비무는 좀처럼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대체 얼마나 대단한 맛이길래.’
처음 이런 생각으로 삼 인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이제 고기가 아닌 삼 인의 승부 자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 절대고수와의 고기 싸움에서 한 치도 밀리지 않는 소무린의 움직임에 진정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삼 인은 고기 한 점을 동시에 젓가락으로 집어 들었다.
“이런 버릇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놈.”
황우량이 소무린을 나무라듯 말하자 막승이 그런 황우량을 향해 말했다.
“사돈 남 말 하고 있군. 이쯤에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늙은이에게 양보들 하시지.”
소무린이 이에 질세라 재빨리 입을 열었다.
“고기라면 한창 클 나이의 젊은이에게 양보하는 것이 인지상정이 아니겠습니까?”
소무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삼 인이 동시에 내력을 끌어올렸다.
삼 인의 내력을 이기지 못한 고기가 삼 등분으로 갈라지고, 각자가 각자의 젓가락의 고기를 아쉬운 듯 입으로 가져갔다.
장소팔은 자신이 만든 음식을 가지고 이토록 경쟁하는 삼 인의 모습을 그야말로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치열했던 음식 쟁탈전은 끝이 났다.
한 접시의 음식이 너무나 깨끗하게 세상에서 사라지자 막승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말했다.
“이 막승이 삼가 고인을 몰라보고 실례를 범했네. 과시 천하제일의 비기라 할 만하네. 자자, 사양하지 마시고 우선 내 잔이나 한잔 받으시게.”
이에 질세라 황우량이 잔을 내밀면서 말했다.
“무슨 소리, 내 잔부터 받으시게. 과연 내가 태산을 몰라봤구만. 이해하시게.”
이렇게 막승과 황우량이 다시 서로를 노려보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막승이 먼저 황우량을 향해 말했다.
“자네는 저기 저 친구에게나 술을 권하지 그러는가? 그리고 소형제, 나는 언제든지 자네의 비기를 감당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이 자리에서 밝히는 바일세.”
황우량이 버럭 화를 내면서 말했다.
“이미 늙어서 미각마저 잃어버린 늙은이가 어찌 천하제일 비기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을 수 있으리오. 제발 턱도 없는 소릴랑 하들 마시고 늙은이야말로 그냥 저 친구에게 술이나 권하시는 것이 어떨는지.”
과연 비기는 비기였다.
어느새 소무린은 그 비기에 밀려 저기 저 친구로 전락해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친구의 진가를 인정해 주는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감출 수 없었다.
천도무문, 무로써 하늘의 도를 깨우친다는 커다란 기치를 내걸었지만 그런 무문의 문주인 자신보다도 오히려 도에 가까운 사람이 바로 음식으로 경지에 이른 자신의 친구 장소팔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하는 소무린이었다.
그리고 비기에 적중당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늙은이들도 이제는 아마도 그런 자신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 접시의 음식으로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겠다라, 과연 자네다운 생각일세.”
황우량의 칭찬에 막승이 기꺼이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필시 자네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이 늙은이 역시 믿어 의심치 않는다네.”
어느새 대화는 칭찬 일색으로, 아니 칭찬을 넘어 아부 일색으로 바뀌었고, 어느새 소형제에서 자네라는 친근한 호칭으로 바뀌면서 술잔이 빠르게 오고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점소이의 바쁜 움직임과 함께 술병이 쌓여 갔고, 술자리는 그렇게 한동안 지속되고 있었다.
그야말로 흥겨운 술자리, 하지만 언제까지 계속될 수는 없었고, 지켜보던 사람들 몇몇은 지루함을 느낀 듯 이미 자신의 방으로 사라진 지 오래였다.
이미 객점 내의 살기도 많이 퇴색되어 더 이상 무의미한 서열 가르기 역시도 그다지 큰 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
하긴 정사의 절대고수라는 두 사람이 이렇듯 사이좋게 술을 주고받고 있으니 더 이상 문제가 발생할 염려는 없는 듯했다. 그렇게 사람들은 자신들이 맛보지 못했던 비기라는 것을 떠올리면서 하나둘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 뒤늦게 객점의 문이 쾅 소리를 내면서 열렸다.
뒤이어 객점 안으로 아홉 명의 사람들이 그야말로 위풍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게 객점으로 들어선 아홉 명의 사람들, 모두 하나같이 무기를 소지하고 있는 무인들이었고, 또한 하나같이 심상치 않은 기도를 내뿜고 있었다.
그 선두에 서 있는 청년이 자리에 앉으면서 점소이에게 말했다.
“방 네 개와 아홉 명분의 식사를 준비해 주게.”
청년의 말에 점소이가 난감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하지만 마침 빈방이 없습니다.”
순간 청년의 얼굴에 살기가 감돌았다.
청년은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더니 뒤따르는 수하들을 향해 말했다.
“이런, 이런, 이런, 빈방이 없다는군. 그럼 어쩔 수 없이 자네가 저기 저 쓰레기들을 좀 치우는 게 좋겠네.”
마침 객점의 일층에 남아 있는 사람의 숫자는 정확히 아홉이었다.
물론 아홉에는 소무린 등 사 인이 포함되어 있었고, 나머지 삼 인은 황우량의 세 명의 사제, 그리고 그 나머지 이 인은 막승의 수하들이었다.
이들을 확인한 청년의 수하가 난감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다.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그의 대답에 청년이 의외라는 표정으로 잔뜩 인상을 찡그리면서 그를 바라보았다.
“불가능이라니. 곽무, 자네의 입에서 정말 오랜만에 들어 보는 말이로군.”
곽무가 주변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말했다.
“이곳에는 제가 감당하지 못할 인물이 적어도 둘 이상입니다.”
청년이 진정 의외라는 듯 진지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 허름한 객점에 제왕성의 서열 삼십위에 육박하는 자네를 능가하는 고수가 있다는 말을 지금 나보고 믿으라는 말인가?”
곽무가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다.
“오공자, 믿기 힘드시겠지만 사실입니다.”
제왕성이라는 말에 비로소 흥미가 동한 듯 황우량이 술잔을 멈췄다.
“동쪽 하늘의 제왕이라 자처하는 제왕성도 이번 무림첩에 응했다는 말인가?”
막승이 피식 비웃음을 흘리면서 말했다.
“하여간 요즘은 개나 소나 제왕이니 어쩌니 나불거리는 것을 보니 정말 세상 돌아가는 꼴이 우습군.”
막승의 말에 청년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막승을 노려보았다. 이를 확인한 황우량이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노선배, 말이 너무 심하지 않소이까? 그래도 명색이 동북방의 패주라는 모용세가마저 제압하고 흑룡강, 길림, 요녕성 일대를 장악한 무리들이 아닙니까?”
기다렸다는 듯 막승이 비꼬듯 말했다.
“뭐, 나야 인정하지 않지만 정도삼천이라고 사람들이 떠받드는 자네를 쓰레기라고 칭하는 것보다는 그리 심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자리에서 일어난 청년이 흠칫 놀란 표정으로 곽무를 바라보았다.
곽무가 사실을 인정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중년인은 검각의 황우량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방금 말한 노인은 세간에 그의 벗으로 알려진 묵문의 문주이자 사파무림의 동쪽의 패왕 동패 막승이 분명합니다.”
곽무의 중얼거림을 들은 소무린이 흠칫 놀라는 시선으로 황우량을 바라보았다.
그런 그의 시선에는 애증이 교차하고 있었다. 물론 그 애증의 대상은 눈앞의 황우량이 아닌 검각의 일남일녀였다.
청년은 그런 소무린보다 더더욱 놀라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동패 막승은 하북성에서 제왕성의 진로를 막고 있는 묵문의 문주였다. 동시에 대륙 동부에서 그의 아버지와 비견되는 유일한 인물이기도 했다.
막승의 유독 험악한 인상을 제외한다면 언뜻 보기에는 마냥 평범해 보이는 사 인들, 결국 하나같이 기도를 감춘 자신을 능가하는 고수일 확률이 높다는 뜻이었다.
“허면 저들과 동석한 두 사람은?”
곽무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말했다.
“글쎄요. 저로서는?”
두 사람의 중얼거림에 막승이 피식 비웃음을 흘렸다.
물론 웃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험악한 인상이었지만 자세히 관찰한다면 어디서 본 듯한 비웃음이었다.
이내 막승이 진중한 표정으로 장소팔을 향해 말했다.
“정작 눈앞의 태산을 몰라보는 어리석음이라니, 으흠.”
막승의 말에 장소팔이 난감한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떤가? 그러지 말고 자네 오늘 이 늙은이에게 한 번 더 자네의 또 다른 비기를 구경할 수 있는 영광을 주지 않겠는가?”
막승의 말에 황우량 역시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이 황 모 역시 바라는 바일세.”
그런 두 사람을 향해 소무린이 진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무래도 오늘은 밤이 너무 늦었습니다. 더구나 십 수 년을 함께해 온 저도 이 친구의 비기를 몇 번 접하지 못했거늘 두 분의 욕심이 너무 과하신 듯합니다.”
막승과 황우량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 쩝쩝.”
너무나 아쉬워하는 막승과 황우량의 표정에 청년이 또다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참을 망설이던 청년은 천천히 소무린 등의 앞으로 다가와 정중히 포권을 취했다.
“제왕성주 왕병의 오자(五子) 왕욱이라고 합니다. 우연한 기회에 이렇듯 고인들을 뵙게 되니 실로 영광입니다.”
막승이 그런 왕욱을 향해 피식 비웃음을 흘렸다.
“쓰레기에서 고인이라, 정말 술맛 떨어지는군.”
막승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자 왕욱이 움찔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났다.
막승이 씨∼익 그를 향해 비웃음을 던지면서 장소팔을 향해 말했다.
“더 이상의 비기를 감상할 수 없다면 오늘 이 늙은이는 이쯤에서 쉬어야겠네. 그럼 내일 또 보도록 하세.”
그렇게 막승이 몸을 움직이자 한쪽 귀퉁이에 자리를 지키고 있던 그의 수하 두 명이 막승의 도를 들고 그의 뒤를 따랐다.
도신에 새겨진 금방이라도 승천할 것 같은 용의 각인을 보면서 왕욱은 그가 막승이라는 사실을 믿지 않을 수 없었다.
패왕도, 혹은 승룡도라 불리는 동쪽의 패왕 막승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의 뒤를 따르는 두 사람 역시 곽무가 상대할 수 없는 고수들이었다.
묵문의 이인자이자 한시도 막승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는다는 막승의 호위 묵문쌍도가 바로 그들이었기 때문이다.
왕욱이 멍청한 표정으로 그렇게 막승 일행을 쳐다보고 있는 동안 소무린과 장소팔, 그리고 황우량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서로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황우량은 막승이 지나간 자리를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
그런 그의 뒤를 그의 사제 삼 인이 따르고 있었다.
그들 각각의 검의 손잡이에는 검각을 상징하는 세 개의 검패가 수놓아져 있었다.
검패, 그것은 검각 제자들의 검에 새겨진 검의 문양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각각의 검패의 숫자는 곧 검각에서 그들의 위치를 나타내는 것이었다.
유소혜나 류한청의 검패는 두 개에 불과했고, 두 개의 검패를 가진 인물은 검각에 삼십여 명이나 존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왕욱의 눈에 보이는 삼검패, 그것은 검각 내에서도 오직 십 인만이 받을 수 있는 표식이었다.
사람들은 이들을 일컬어 검각십검(劍閣十劍)이라고 칭했고, 검각십검 중 황우량과 함께 움직이는 저들 삼 인을 따로 황우량과 함께 검각사천(劍閣四天)이라고 칭했다.
유독 이들을 검각사천이라 부르는 것은 이들이 다른 검각십검에 비해 출중한 무공을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단지 황우량이 이들과 함께 검각을 대표해 무림의 대소사에 모습을 드러냈기에 세인들이 그들을 그렇게 칭하는 것일 뿐이었다. 그러나 이들 역시도 결코 곽무가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사람들은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왕욱은 물론 곽무도 가늠할 수 없었지만 천하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고수들이 혀를 내두르며 칭찬할 정도의 비기를 소유한 장소팔이 그들의 뒤를 따라 이층으로 오르자 그야말로 왕욱은 그저 멍한 표정으로 장소팔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는 없었다.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무공을 익힌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더구나 수중에 어떠한 무기도 소지하지 않았고, 그의 사문에 대한 어떠한 단서도 찾을 수 없었다.
‘강호란 정말 넓구나. 반박귀진의 경지에 이른 절대고수(絶代高手)인가?’
반박귀진(返璞歸眞)이란 도가에서 유래된 말로 글자 그대로 ‘본래의 상태로 돌아가려는 것’을 의미하나 흔히 무림에서는 무공을 익힌 사람이 자신의 내공을 갈무리하여 그 흔적을 감춰 범인처럼 보이게 되는 현상을 뜻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뚫어지게 장소팔을 지켜보는 왕욱, 장소팔과 함께 이층으로 오르던 소무린이 갑자기 쓱 고개를 돌려 그런 왕욱을 향해 살며시 비웃음을 던졌다.
이를 확인한 왕욱이 잔뜩 인상을 찌푸렸다.
‘저런 빌어먹을 녀석.’
그중 유일하게 가장 만만해 보이는 소무린이 자신을 비웃고 있는 모습에 왕욱은 좀처럼 분노를 감출 수 없었다.
그러나 아마도 지금 그는 절세고수 장소팔을 믿고 까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소무린의 내공은 그야말로 일천해 보였고, 손에 보이는 굳은살은 그가 분명 검을 다루는 무림인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언젠가는 네놈의 버릇을 고쳐 줄 날이 있겠지. 남의 후광이나 빨아 먹는 쓰레기 같은 놈.’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자 이곳으로 떠날 당시 그의 아버지 왕병의 말이 떠올랐다.
“네 눈에 보이는 제왕성은 고작 세상의 일부에 불과하니라. 이번 기회에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몸으로 직접 체험해 보거라.”
이렇듯 우연한 기회에 절세고수들을 대하니 그런 아버지의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그리고 오만했던 자신의 부족함을 반성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리고 그 반성의 계기 때문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객점의 식당에서 자는 불편함 또한 감수할 수밖에는 없었다.
저들을 앞에 두고 감히 문제를 일으킬 용기가 그에게는 차마 없었기 때문이다.
제2권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