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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도무문 1권(24화)
第十一章 정사쌍우(正邪雙友)(1)
먼저 반응을 보인 것은 중년인이었다.
중년인은 가만히 자신의 식탁에 놓인 술병과 요리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단지 이렇게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만으로도 객점의 분위기가 판이하게 달라졌다.
모두의 시선이 그를 향했고, 그렇게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가지각색이었다.
긴장과 적의, 경의와 존경, 그야말로 다양한 시선이 그를 향하고 있었지만 가장 특이한 시선은 바로 그의 일행들의 눈에서 보이는 황당함이었다.
중년인이 갑자기 일언반구도 없이 그들이 먹고 있는 술과 안주를 들고 벌떡 일어나니 이 어찌 황당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사형,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사제들의 말에 중년인이 빙긋이 미소를 지었다.
“자네들 것은 자네들이 따로 주문들 하시게. 이건 내가 주문한 것이 아니던가?”
중년인의 말에 그와 탁자를 공유하던 삼 인이 그야말로 황당한 표정으로 중년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삼 인을 뒤로하고 중년인은 뚜벅뚜벅 소무린과 장소팔의 탁자 앞으로 걸어와 발걸음을 멈췄다. 그와 동시에 반대편에 앉아 있던 노인 역시 천천히 자신의 술병과 안주를 들고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다시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긴장과 두려움과 적의와 공포, 중년인을 바라보는 시선과는 분명 상당한 차이가 느껴졌다.
굳이 말하자면 다소 상반된 분위기라고 할까?
제대로 된 안목을 갖춘 사람이라면 지금 이 객점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것이 바로 이 두 사람이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들 두 사람을 중심으로 객점의 분위기가 뚜렷이 나누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정사를 대표하는 두 사람, 적어도 지금 이 자리에서는 이들 두 사람이 정사를 대표하는 최고의 고수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내 중년인과 노인이 서로를 못마땅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이와 동시에 객점에 있는 사람들 역시도 마치 두 사람의 흉내라도 내듯 상대방 측을 향해 노골적으로 못마땅한 시선을 내비치고 있었다.
더더욱 껄끄러워진 객점의 분위기. 그런 상황에서 소무린이 다소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중년인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아저씨, 지금 뭐 하자는 겁니까?”
소무린의 말에 비로소 중년인이 노인과의 눈싸움을 끝내고 소무린을 바라보았다.
“이보게, 젊은이. 아무래도 자네가 주문한 음식이 나오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듯한데, 어떤가? 마침 내게 남는 음식과 술이 있으니 나랑 합석하는 것이?”
소무린이 황당한 표정으로 중년인의 일행을 확인하듯 바라보았다.
분명 일행이 있는 사람이었는데 갑자기 그 자리의 음식을 통째로 들고 와서 합석이라니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런 소무린보다도 더 황당한 사람은 바로 조금 전까지 중년인과 함께 자리에 앉아서 음식을 먹고 있던 삼 인이었다. 창졸간에 술과 음식은 물론 자신들의 일행까지 빼앗겨 버린 그들은 그야말로 멍청한 표정으로 중년인의 뒤통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순간 어느새 중년인의 뒤에 도착한 노인이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버젓이 일행이 있는 놈이 합석이라니, 아주 웃긴 놈이로군. 이보게, 젊은이. 이 힘없는 늙은이가 혼자 음식을 먹는 것이 적적해서 그러니 어떤가? 잠시나마 이 늙은이의 말벗이 되어 주지 않겠는가?”
노인의 말에 모든 사람들이 더더욱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노인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말처럼 늙은이는 맞았다.
하지만 그 얼굴의 인상만으로도 능히 만인을 제압할 만한, 아니 적어도 그 어디를 살펴보아도 그가 힘이 없어 보이지는 않았다.
더구나 이 자리에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의 정체를 알고 있었기에 노인의 이런 터무니없는 거짓말에 모두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거기에 더해서 노인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지금까지 한 번도 접하지 못했던, 아마도 노인 역시 그런 표정은 처음 지어 보는 듯 그 나름대로는 웃음이라고 생각하지만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살짝 소름이 돋게 만들기에 충분한 미소라는 것을 얼굴에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노인에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며 한마디 말을 내뱉을 자격이 있는 사람은 이 자리에서는 오직 한 명밖에는 없었다.
물론 그것은 바로 소무린의 앞에 선 중년인이었다.
“힘없는 늙은이?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쇼. 벌써 노망이라도 드셨나? 당최 무슨 말이 되는 소리를 하셔야지. 괜히 흉측한 얼굴로 술맛 떨어뜨리지 말고 어서 자리로 돌아가시오. 사람이 순서를 지켜야지, 순서를.”
노인 역시 이에 질세라 두 눈을 부라리며 중년인을 향해 말했다.
“순서? 그래 네놈은 애미, 애비도 없냐? 아니면 무공 좀 한다고 당최 눈에 뵈는 게 없어? 어디서 어른한테 그따위 말버릇이야, 말버릇이.”
두 사람의 말다툼에 비로소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소무린과 장소팔에게로 향했다.
대체 왜 두 사람이 굳이 저들과 합석을 하려는지 그 이유가 궁금했던 것이다.
예상치 않게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되자 소무린이 다소 껄끄러운 표정으로 티격태격거리는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누구 하나 쉽게 물러날 기색을 보이지 않았고, 객점의 분위기가 두 사람에 의해서 험악해지자 어쩔 수 없이 소무린은 난감한 표정으로 합석을 허락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단 두 분 모두 좌정하시지요.”
소무린의 말에 중년인이 재빨리 소무린의 옆자리를 차지했다.
다소 아쉬운 표정으로 노인이 장소팔의 옆자리에 앉았다.
우스운 일이지만 소무린이 만약 어느 한쪽의 요구만 허락했다면 객점 안에서 아마도 난리가 났을 것이다. 두 사람은 지금 객점에서 그런 존재였다.
중년인이 재빨리 소무린에게 자기소개를 했다.
“나는 황우량이라고 하네.”
이에 뒤질세라 노인이 재빨리 자신을 소개했다.
“나는 막승이라는 사람일세.”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자신의 이름을 밝히는 두 사람의 모습에 소무린이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머금었다.
“아, 네, 그러시군요. 저는 소무린이라고 합니다. 이쪽은 제 친구인 장소팔이라고 합니다.”
장소팔이 두 사람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장소팔이 다소 의외라는 표정으로 소무린을 포함 삼 인을 바라보았다.
대체로 무인이라고 하면 얼마 전 남궁현처럼 자신이 어느 문파의 누구라고 소개하는 것이 일반적인 인사였다.
당시 소무린도 자신을 천도무문의 사람이라고 밝히지 않았던가?
하지만 지금 삼 인은 서로 자신의 이름만을 밝히고 있을 뿐 사문을 밝히지 않았다.
사실 소무린을 제외한 이들 두 사람은 사문의 이름 따위의 후광은 그다지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었다.
물론 소무린은 아직까지 사문의 후광 자체가 없는 사람이었다.
무적천검 황우량, 사람들은 중년인의 이름 앞에 무적천검이라는 외호를 붙였다.
더불어 세상 사람들은 그를 정도를 대표하는 삼 인 중의 일인으로 꼽으며 정도삼천 중 검천이라고도 칭했다.
황우량이 소림의 천불과 무당의 천도에 이어 그 세 번째 말석을 차지하고 있지만 천불과 천도보다 한 연배가 낮은 까닭에 사람들이 훗날의 천하제일인을 언급할 때면 대부분 주저 없이 그를 언급하곤 했다.
더불어 그와 마주한 노인 막승 역시 결코 그에 뒤지지 않는 인물이었다.
정도에 정도삼천이 있다면 사도에는 이에 대응하는 사도사패가 있었다.
이들의 거처가 대륙의 동서남북에 각각 위치해 있었기에 흔히들 사람들은 이들을 사방사패라 칭했고, 그중 동쪽에 위치한 막승을 동패라 칭했다.
무적천검 황우량과 동패 막승은 정사를 대표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특히 인연이 깊었다.
십 년 전 섬서성의 종남산에서 벌어졌던 두 사람의 승부는 아직도 세상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정도의 명승부로 알려져 있었다.
비록 나이는 막승이 많았지만 실제로 무림에 입문한 것은 황우량이 먼저였다.
정도의 촉망받는 기재로 시작해서 황우량이 비무에서 승리하지 못한 유일한 인물이 바로 동패 막승이었다.
당시 두 사람이 승부를 내지 못했던 것은 황우량에게는 그야말로 충격이었고, 또한 치욕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무공이란 체내에 탁기(濁氣)가 쌓이기 전, 그러니까 가급적 어리 나이에 입문하면 할수록 더 높은 경지에 오르기 쉬운 법이 아니겠는가?
때문에 그날의 승부에서 황우량은 스스로 뒤늦게 무림에 뛰어든 막승과 동수를 유지한 것을 자신의 패배나 다름이 없다고 생각하며 실제로도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막승 역시 당시의 일전을 치욕이라고 생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막승과 황우량의 나이 차이는 십 년을 훌쩍 뛰어넘고 있었다.
한마디로 막승에게 황우량은 그야말로 솜털도 가시지 않은 철부지 애송이에 불과했고 그런 그와 동수를 유지한 것은 그야말로 그에게도 치욕이 아닐 수 없었던 것이다.
이후 두 사람은 다시 칠 년 후에 비무를 펼쳤으나 또다시 두 사람은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두 사람에게 있어서 두 번의 거듭된 치욕, 두 사람은 또다시 칠 년 후의 약속을 기약하고 삼 년 전 각자의 거처로 돌아갔다.
그런 두 사람이 무림첩 때문에 이렇게 우연한 기회에 서로를 마주하고 있었다.
두 차례의 치욕을 경험한 두 사람의 경쟁심은 그야말로 남달랐고, 나이를 떠나서, 그리고 정사를 떠나서 서로가 서로를 경쟁자로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오죽하면 사람들이 이들을 정사쌍우라 칭할 정도겠는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인 석상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척했다.
또한 언제나 만나면 습관처럼 으르렁대는 것이 이들의 일상이었다.
이런 이들의 으르렁거림은 오늘 이 객점의 이런 분위기를 자연스레 연출했고, 결국 작금의 사태까지 이르렀던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곳에서 유혈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이들을 벗이라 칭하는 세간의 소문도 그다지 틀린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었다.
“우선 내 잔부터 한잔 받으시게.”
황우량이 소무린에게 자신의 술잔을 내밀자 이에 뒤질세라 보란 듯이 막승 역시 소무린에게 잔을 내밀었다.
“무슨 소리, 우선 내 잔부터 먼저 받으시게.”
두 사람의 재촉에 소무린이 난감한 표정으로 번갈아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소무린의 우유부단한 태도에 황우량이 살짝 인상을 찡그리면서 말했다.
“어허, 이러다가 팔 떨어지겠네. 어서 잔 받으시게.”
막승이 살짝 비웃음을 흘리면서 말했다.
“찬물도 위아래가 있는 법, 겉만 뻔지르하게 스스로 정도라고 자칭하는 놈이 그런 상식조차 모르다니 정말 한심하군. 자자, 소형제, 저런 무식한 놈은 신경 쓰지 말고 어서 내 잔부터 받으시게.”
황우량이 들고 있던 잔을 거칠게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이 늙은이가 보자 보자 하니까 이제는 아예 막나가자는 건가? 순서를 지키라고 대체 몇 번이나 이야기해야 하는가?”
막승이 이에 뒤질세라 거칠게 잔을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이 늙은이라니, 이 늙은이라니. 어디서 배워 먹은 버르장머리야. 보자 보자 하니까 정말 네놈은 애미, 애비도 없냐?”
경박한 어투에 억지스런 말다툼, 그 어디에도 정사의 절대고수들이라 불리는 인물의 무게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야말로 황당한 표정으로 이런 두 사람의 실랑이를 바라보는 객점의 무인들, 그런 사람들의 눈 따위는 개의치 않는 듯 두 사람은 멱살잡이마저 서슴지 않고 있었다.
소무린이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면서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채 장소팔을 향해 말했다.
“참 보기 좋은 광경이네. 그렇지 않냐?”
장소팔의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황우량과 막승이 동시에 무슨 헛소리를 하느냐는 듯 소무린을 노려봤다.
이렇게 두 사람이 동시에 자신을 바라보자 소무린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어르신들, 그만들 하시고 저희들의 술잔이나 받으시지요.”
소무린이 장소팔에게 술병을 건네고 소무린 역시도 술병을 집어 들었다. 비로소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한 듯 두 사람이 멱살을 놓고 가만히 자리에 앉았다.
소무린과 장소팔의 잔을 받은 두 사람이 단숨에 술잔을 비우고 다시 잔을 소무린에게 내밀었다. 소무린이 그런 두 사람을 향해 피식 비웃음을 흘렸다.
그것은 분명 비웃음이었다.
황우량과 막승의 표정이 굳어졌다.
지금 소무린의 웃음이 비웃음이라는 것을 두 사람 역시도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다.
비단 두 사람뿐이겠는가?
이미 객점 안의 몇몇은 마치 자신이 비웃음을 당한 듯 분개하면서 검으로 손을 옮기는 인물도 있었다.
하지만 소무린은 여전히 비웃음을 흘리면서 말했다.
“어쩔 수 없는 무림인들이로군. 태산을 눈앞에 두고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다니.”
황우량과 막승이 씁쓸한 표정으로 소무린을 바라보았다.
막승이 먼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젊은 놈이 너무 안하무인이로군. 조금 전 네놈이 펼쳤던 일수는 분명 나이답지 않은 훌륭한 일수였다. 허나 고작 그것만으로 스스로를 태산이라 자처하다니. 정말 네놈의 오만방자함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조금 전의 일수, 그것은 소무린과 장소팔이 객점을 들어설 때를 말하는 것이었다.
당시 장소팔을 향해 상대가 갑자기 검을 휘두르자 소무린은 재빨리 장소팔의 한쪽 다리를 툭 건드림으로써 장소팔의 균형을 무너뜨렸던 것이었다.
그렇게 장소팔이 검을 피한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 간단하지만 민첩한 대응은 결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또한 장소팔 본인은 물론 이곳에 있는 대다수의 무림인들이, 아니 두 사람을 제외한 모두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기민한 움직임이었다.
이를 확인한 두 사람이 소무린에 대한 흥미를 가졌기에 작금의 사태가 벌어졌던 것이다.
이런 막승의 말에 동조하듯 황우량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후기지수를 만나는가 했더니 그야말로 건방이 하늘을 찌르는 놈이로구나. 내 오늘 너의 오만함을 이 자리에서 응징해 하늘 밖에 하늘이 있음을 보여 주리라.”
두 사람의 흥분으로 인해 객점의 분위기는 더욱더 살벌해지기 시작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소무린은 여전히 비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황우량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우수를 쭉 내밀었다.
본래 그가 앉아 있던 자리, 그의 사제들 옆에 남겨져 있었던 그의 검이 보이지 않는 힘에 이끌린 듯 천천히 그의 손으로 날아왔다.
이를 확인한 모두가 감탄사를 터트렸다.
막승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이에 동조하고 있었다.
“그동안 놀지만은 않은 모양이로군. 제법 괜찮은 허공섭물이야.”
막승의 칭찬에 황우량이 보란 듯이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
“어서 일어나거라.”
소무린이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건지. 이봐, 태산. 이 기회에 자네의 절대비기를 이분들에게 보여 주는 것은 어떤가?”
갑작스런 소무린의 말에 장소팔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말했다.
“잉, 나 말이야?”
소무린이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당연하지. 이 자리에서 태산이라고 불릴 인물이 너 말고 누가 있겠냐?”
막승과 황우량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장소팔을 살폈다.
아무리 살펴보아도 장소팔의 몸 어디에도 무공을 익힌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소무린이 비록 평범을 가장하고 자신의 실력을 감추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오랫동안 무림에서 잔뼈가 굵은 두 사람의 눈은 속일 수 없었다.
하지만 소무린과 동행한 장소팔은 지금 소무린의 말에 따른다면 그야말로 그들에게조차 완벽하게 본연의 실력을 감춘 절대고수라는 뜻이었다.
막승과 황우량이 믿을 수 없다는 듯 계속해서 장소팔의 곳곳을 살펴보았다.
소무린이 웃으면서 장소팔을 향해 재촉하듯 말했다.
“뭘 망설이나, 친구. 이쯤에서 감춰 둔 비기 하나 정도는 내보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나도 오랜만에 자네의 그 비기를 감상하고 싶네.”
비로소 장소팔이 소무린의 말을 이해한 듯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이곳은 장소가…….”
막승과 황우량이 흠칫 놀라는 표정으로 장소팔을 바라보았다.
‘음, 장소가 너무 협소하다는 뜻인가?’
장소팔이 주변을 빙둘러보면서 말했다.
“아무래도 이런 객점에 제대로 된 재료가 있을는지.”
그야말로 느긋하게 주변을 둘러보면서 말하는 장소팔, 그런 장소팔의 말은 마치 이곳에 자신의 제대로 된 적수가 없다고 말하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