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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마스터 1권
수능 마스터 1(1화)
프롤로그
하늘에 닿을 듯 높게 쌓여 있는 유저들의 시체.
그것을 밟고 오만한 표정으로 세상을 내려다보는 남자.
그 남자를 둘러싸고 있는 양쪽의 대군.
왼쪽의 군대는 은빛의 갑옷을.
오른쪽의 군대는 금빛의 갑옷을.
하늘에는 색색의 로브를 입은 마법사들이 떠 있었다.
성벽에는 활을 한곳에 겨누고 있는 궁수들이 있었다.
그런 그들의 사이에서 적의를 한 몸에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두렵지도 않은지 미소를 지으며 모두를 둘러보았다.
은빛의 군대를 쳐다보았다.
금빛의 군대를 쳐다보았다.
하늘에 떠 있는 마법사들을 쳐다보았다.
자신에게 활을 겨누고 있는 궁수들을 쳐다보았다.
“나와 싸울 자가 있는가?”
남자는 웃으며 모두에게 말했다.
시체를 밟으며 모두에게 조용히 말하는 남자.
모두가 그 남자의 말에 숨을 죽였다.
그 많은 사람들 중 단 한 명도 남자를 향해서 당당하게 나서지 못했다.
“당신은…… 대체 무슨 목적을 가지고 온 겁니까?”
은빛의 군대의 맨 앞에 서 있던 자가 용기를 내서 남자를 향해 말을 걸었다.
하지만 남자는 씨익 웃을 뿐, 아무 말이 없었다.
은빛의 갑주를 입은 한 기사가 발끈해 검을 뽑아 남자에게 달려 나가려고 했지만, 방금 전에 말을 한 사내에게 막혔다. 사내가 다시 남자에게 물었다.
“대체 어떤 목적인 겁니까? 설마 당신 혼자 이 두 길드를 상대하려고 하는 겁니까?”
남자는 그의 말을 듣고는 음침한 미소를 지었다.
“나 홀로 너희에게 도전을 신청한다.”
침묵이 감돌던 공간은 남자의 말과 함께 놀람과 경악으로 가득 찼다.
“너는 누구냐!”
누군가가 남자에게 소리쳤다.
남자는 음침한 웃음을 지으며 조용히 말했다.
“내가 누군지 알아서 뭐하게?”
남자의 조롱.
전쟁터는 분노로 술렁였다.
“네가 누군지 알아야 네놈이 어떤 목적으로 여기 왔는지 알 수 있을 것 아니냐?!”
금색의 군대의 맨 앞에 있는 사람이 소리쳤다.
그러자 남자는 소리친 사람의 얼굴을 슬쩍 보고는 말했다.
“너, 수능은 보고 찌질대는 거냐?”
말을 던졌던 사내는 조롱에 흥분하며 검을 뽑고는 남자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저놈 죽여 버려!”
그 순간, 남자의 로브가 펄럭였다.
“너희는 나에게 다가오지 못한다.”
화르륵!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남자를 중심으로 퍼지는 화마(火魔). 돌진하려던 사람들은 불의 벽에 가로막혀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너희는 여기서 다 죽는다.”
화르륵!
남자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불은 더욱 거세게 타올랐다.
“네, 네놈은 대체 누구냐!”
누군가 거대한 불을 보고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남자는 소리 지른 이를 쳐다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블랙스타.”
1. 현실(1)
수험번호 1738263
성명 박현성(朴玄星)
주민등록번호 341225 - 30XXXXX
출신고교(반 또는 졸업년도) 문전 고등학교 (0005)
……
언어 영역/등급 3
수리 영역(나형)/등급 6
외국어(영어)영역/등급 4
……
사회탐구영역
윤리/등급 5
한국 근현대사/등급 5
법과사회/등급 3
경제/등급 4
……
제2외국어/한문영역
일본어/등급 2
“젠장…… 죽어 버릴까…….”
한 남자가 호프집에서 안주를 씹으면서 중얼거렸다.
“야 이 새끼야, 겨우 그 점수 가지고 뭘 그래? 나는 전부 9밖에 없구만.”
그리고 그런 남자를 위로하는 한 남자.
푸념을 내뱉는 남자의 평범한 외모와는 달리 위로하는 남자는 상당한 미남자였다.
지나가면서도 한 번쯤 눈이 갈 정도의 멋진 외모.
모델이라고 해도 단숨에 믿어 버릴 얼굴이었다.
거기다가 키는 어떤가?
어림짐작해 보아도 대충 185cm 이상으로 보인다.
“야 이 새끼야, 너는 수시 붙어서 수능 전부 9로 깐 거잖아. 지금 그걸 위로라고 하고 자빠졌냐?”
평범한 외모를 가진 남자는 자신을 위로해 주는 남자에게 욕설을 내뱉었다.
지금 안주를 생사대적처럼 씹어 먹고 있는 남자의 이름은 박현성(朴玄聖).
검은 별이라는 뜻의 이름. 항상 존재는 드러나지 않지만 모든 이들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가 되라는 뜻에서 작명소 5곳에 돈을 처부어서 지은 이름.
하지만 시험 결과는 이름의 뜻과 너무 잘 맞아서 탈이었다.
in서울과는 너무나도 먼 결과!
안습이라는 단어와 너무나 잘 맞는 상황.
정말 보면 볼수록 안구에 습기가 차는 점수였다.
정말 검은 별처럼 눈에 띄지 않는 시험점수.
평범하다 못해 미칠 것 같은 시험점수.
“하하하…… 야 인마, 술이나 먹자.”
잘생긴 외모의 남자는 현성의 욕에 머리를 긁적이면서 컵에 맥주를 가득 따라서 원샷 했다.
“김제헌. 나 술 못 먹는 거 알고 그 소리하는 거냐?”
현성의 앞에 있는 남자의 이름은 김제헌.
중1때부터 현성과 친하게 지내 온 현성의 베스트 프렌드이자, 현재 현성에게 남은 유일한 친구였다.
“쩝…… 다른 애들이 지금 네 모습 봤다면 미친 듯이 웃었을 텐데 말이지…….”
제헌은 성인이 다 되도록 술 한 모금 입에 댄 적도 없고, 댈 생각도 없는 자신의 친구를 보면서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술 못 먹겠다고 호프집에서 콜라 시켜 먹는 놈은 이놈밖에 없을 텐데 말이지…….’
아까 현성은 호프집에서 술 먹기 싫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맥주 두 병을 시키려는 제헌의 말을 잘라 먹고 주문할 메뉴를 콜라 두 병, 맥주 한 병으로 바꾸어 버리고 안주를 화려하게 시켰다.
물론 제헌은 현성을 말렸다.
‘술 한번 먹어 봐야 한다, 대학 가서 매일매일 술 먹는다고.’
이렇게 말이다.
하지만 현성은 한 마디로 제헌의 말문을 막아 버렸다.
‘나 대학 못 가거든?’
짧고 굵은 단 한 마디.
제헌은 결국 현성에게 술을 먹이지 못했다.
GG 선언을 하고 결국 현성은 콜라와 함께 오징어 안주를, 제헌은 맥주를 원샷 하게 되었다.
“그놈들 얘기하지 마. 그 더러운 놈들…….”
현성은 제헌의 말에 인상을 잔뜩 찌푸리면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짜증, 증오심, 분노 등이 다 담겨 있는 말투.
빠드득!
현성은 친구라고 불렸던 놈들을 생각하면서 이를 갈았다.
중, 고등학교 때 사귀었던 친구 12명.
그중 지금까지 친구로 남아 있는 녀석은 김제헌 한 명이다.
수능이 끝나고 졸업식을 하자마자 약속이라도 한 듯이 전부 연락을 뚝 끊어 버리는 놈들.
문자를 보내면 맛있게 씹어 먹고, 전화를 하면 매번 얼버무리면서 뚝 끊어 버린다.
결국 그 말인즉슨…… 등을 돌렸다는 말이었다.
‘더러운 놈들!’
고등학교 친구가 평생을 간다는 말이 있다.
야간자율학습, 통칭 야자를 하는 학교가 많았을 때에는 하루의 대부분을 학교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친구들과도 오래 이야기하고, 오래 만나고…….
그것 때문에 고등학교 친구가 평생을 간다는 말이 나왔다.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고등학교 친구라면, 평생을 같이 간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터.
하지만 2048년 현재에는 야간자율학습이 전부 폐지된 상태.
그냥 학생들은 수업만 하고 집에만 가면 되는 것이다.
빠드득!
현성은 재차 이를 갈았다.
사교성이 별로 없어서 친구가 별로 없는 놈들이 현성의 친구였다.
현성은 사교성이 좋다고 하기엔 좀 소극적이었기에 그들하고 어울려 다녔고, 점심때 밥도 같이 먹고, 쉬는 시간에 같은 화제로 즐겁게 얘기도 하고…… 그렇게 매일매일 함께했었다.
그렇게 함께하면서 그들과의 우정이 변치 않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그렇게 믿은 결과가 이런 결과다.
“야 인마, 그놈들은 어차피 학교생활이 외롭지 않기만을 바라고 같이 다닐 애를 찾는 놈들이었어. 학창생활 끝나면 친구고 자시고 평생 볼일 없다고 말하고는 잠적할 놈들이었다고. 너도 마음속으로 짐작하고 있지 않았냐. 그런 놈들 때문에 스트레스 쌓지 마라, 인마.”
제헌은 이를 갈며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현성에게 동정을 담아서 말했다.
‘에휴…… 불쌍한 놈…… 그러게 왜 그딴 놈들을 친구라고 그렇게나 믿고…….’
제헌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현성이 데리고 다니는 녀석들은 전부 다 성격이 가지각색인 놈들이었다.
나대는 놈, 말이 없는 놈, 성격이 이상한 놈, 멋 부리는 놈, 다른 애들한테 너무 매달리는 놈, 분위기 파악 못하는 놈 등등…….
하지만 그 녀석들의 공통점이 있었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별로 좋아하지 않을 성격이라는 것이다.
즉, 약간 사교성이 부족한 녀석들.
양아치들이 많은 반이라면 바로 왕따가 될 녀석들.
전부 그런 녀석들뿐이었다.
하지만 현성은 사교성이 없는 녀석들을 오히려 더 신뢰로 대했다. 사교성이 없는 녀석들이니만큼 친구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지만 말이다.
오히려 양아치들이 친구들을 배신하지 않는다.
통칭 속된 말로 ‘찐따’라고 불리는 놈들은 왜 그렇게 불리는지 아는가?
친구를 못 사귀어서?
그렇다.
친구를 못 사귀기 때문에 찐따라고 불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못 사귀느냐?
찐따라고 한다면 소극적이고 말도 잘 못하고…….
그런 것이 일반인이 생각하는 찐따다.
하지만 실제로는 다르다.
일단 여러 가지 유형이 있는데, 친구를 돈에 연관 지어 보거나 친구를 유희를 위한 존재로 본다거나…… 이런 놈들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유형이 바로 현성의 친구 놈들이었다.
그들은 고등학교생활이 쓸쓸하지 않기 위한 목적으로 현성과 다른 애들한테 붙어 다닌 것이었고, 졸업하자마자 필요성을 못 느껴 가차 없이 버린 것이다.
그런데 정말 짜증나는 것은, 제대로 버린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즉, 완벽한 절교가 아니라, 그냥 연락이 끊기는 정도로 해 둔다는 것이다.
평소에는 연락도 하지 않다가 필요할 때 이용하겠다는 심보가 아닌가?
필요하지 않을 때에는 그냥 묻어 두고 연락도 하지 않고 있다가 술을 마신다거나 뭐 밥을 사 줄 사람이 필요하다거나…… 그럴 때만 친구라는 이름으로 불러서 이용하겠다는 말!
그런 쓰레기 같은 놈들을 사귄 현성이 그저 불쌍할 따름인 것이다.
“그 새끼들, 만나면 죽었다. 처절한 복수를 해 주마.”
으드득!
현성은 이를 갈면서 악에 찬 듯, 독기가 잔뜩 서려 있는 말을 내뱉었다.
눈에는 귀화(鬼火)가 이글거리고 있었고, 주먹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이빨은 그놈들을 씹어서 먹을 듯이 계속 빠드득 빠드득 소리나게 갈고 있었다.
“야 인마, 싸움도 못하는 놈이 뭔 복수를 해…….”
제헌은 난감한 표정으로 현성을 말렸다.
제헌이 알기로는 현성은 싸움을 정말 못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양아치 한 명이 현성에게 시비를 건 적이 있었는데, 현성은 양아치에게 욕을 한 후에 화장실에 가서 1:1로 싸웠다.
그리고…… 죽도록 맞았다.
그런데 그 이후에도 현성은 분한 마음이라든가 자신의 나약함에 대한 통탄이라든가…… 그런 것은 전혀 들지 않는지 체육시간에도 그냥 앉아서 소설을 보거나 누워 있었고, 통학 때 외에는 걷는 것조차도 귀찮아했다.
즉, 완벽한 운동부족.
그런 녀석이 복수를 하겠다니…… 당연히 말려야 하는 것이다.
“패는 것만이 복수는 아니다. 급식 수면제 투하 사건, 양호실 비료 투척 사건, 화장실 비눗물 코팅 사건…… 알지? 그거 내가 한 짓이다. 전부 다…….”
하지만 제헌의 충고를 듣고는 씨익 웃으면서 말하는 현성!
그리고 그것을 들은 제헌은 경악했다.
급식 수면제 투하 사건!
양호실 비료 투척 사건!
화장실 비눗물 코팅 사건!
통칭 문전 고등학교 3대 테러라 불리는 공포의 사건.
첫 번째 테러. 급식 수면제 투하 사건.
현성과 제헌이 고등학교 1학년일 때 벌어진 사건이었다.
급식으로 카레가 나오는 날 누군가가 카레에 대량의 수면제를 푼 것이다.
거기다가 무슨 목적인지는 몰라도 다른 식재료에도 대량으로 수면제를 풀어 버렸다.
그것도 엄청나게 강력한 수면제를!
수능 마스터 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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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닿을 듯 높게 쌓여 있는 유저들의 시체.
그것을 밟고 오만한 표정으로 세상을 내려다보는 남자.
그 남자를 둘러싸고 있는 양쪽의 대군.
왼쪽의 군대는 은빛의 갑옷을.
오른쪽의 군대는 금빛의 갑옷을.
하늘에는 색색의 로브를 입은 마법사들이 떠 있었다.
성벽에는 활을 한곳에 겨누고 있는 궁수들이 있었다.
그런 그들의 사이에서 적의를 한 몸에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두렵지도 않은지 미소를 지으며 모두를 둘러보았다.
은빛의 군대를 쳐다보았다.
금빛의 군대를 쳐다보았다.
하늘에 떠 있는 마법사들을 쳐다보았다.
자신에게 활을 겨누고 있는 궁수들을 쳐다보았다.
“나와 싸울 자가 있는가?”
남자는 웃으며 모두에게 말했다.
시체를 밟으며 모두에게 조용히 말하는 남자.
모두가 그 남자의 말에 숨을 죽였다.
그 많은 사람들 중 단 한 명도 남자를 향해서 당당하게 나서지 못했다.
“당신은…… 대체 무슨 목적을 가지고 온 겁니까?”
은빛의 군대의 맨 앞에 서 있던 자가 용기를 내서 남자를 향해 말을 걸었다.
하지만 남자는 씨익 웃을 뿐, 아무 말이 없었다.
은빛의 갑주를 입은 한 기사가 발끈해 검을 뽑아 남자에게 달려 나가려고 했지만, 방금 전에 말을 한 사내에게 막혔다. 사내가 다시 남자에게 물었다.
“대체 어떤 목적인 겁니까? 설마 당신 혼자 이 두 길드를 상대하려고 하는 겁니까?”
남자는 그의 말을 듣고는 음침한 미소를 지었다.
“나 홀로 너희에게 도전을 신청한다.”
침묵이 감돌던 공간은 남자의 말과 함께 놀람과 경악으로 가득 찼다.
“너는 누구냐!”
누군가가 남자에게 소리쳤다.
남자는 음침한 웃음을 지으며 조용히 말했다.
“내가 누군지 알아서 뭐하게?”
남자의 조롱.
전쟁터는 분노로 술렁였다.
“네가 누군지 알아야 네놈이 어떤 목적으로 여기 왔는지 알 수 있을 것 아니냐?!”
금색의 군대의 맨 앞에 있는 사람이 소리쳤다.
그러자 남자는 소리친 사람의 얼굴을 슬쩍 보고는 말했다.
“너, 수능은 보고 찌질대는 거냐?”
말을 던졌던 사내는 조롱에 흥분하며 검을 뽑고는 남자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저놈 죽여 버려!”
그 순간, 남자의 로브가 펄럭였다.
“너희는 나에게 다가오지 못한다.”
화르륵!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남자를 중심으로 퍼지는 화마(火魔). 돌진하려던 사람들은 불의 벽에 가로막혀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너희는 여기서 다 죽는다.”
화르륵!
남자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불은 더욱 거세게 타올랐다.
“네, 네놈은 대체 누구냐!”
누군가 거대한 불을 보고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남자는 소리 지른 이를 쳐다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블랙스타.”
1. 현실(1)
수험번호 1738263
성명 박현성(朴玄星)
주민등록번호 341225 - 30XXXXX
출신고교(반 또는 졸업년도) 문전 고등학교 (0005)
……
언어 영역/등급 3
수리 영역(나형)/등급 6
외국어(영어)영역/등급 4
……
사회탐구영역
윤리/등급 5
한국 근현대사/등급 5
법과사회/등급 3
경제/등급 4
……
제2외국어/한문영역
일본어/등급 2
“젠장…… 죽어 버릴까…….”
한 남자가 호프집에서 안주를 씹으면서 중얼거렸다.
“야 이 새끼야, 겨우 그 점수 가지고 뭘 그래? 나는 전부 9밖에 없구만.”
그리고 그런 남자를 위로하는 한 남자.
푸념을 내뱉는 남자의 평범한 외모와는 달리 위로하는 남자는 상당한 미남자였다.
지나가면서도 한 번쯤 눈이 갈 정도의 멋진 외모.
모델이라고 해도 단숨에 믿어 버릴 얼굴이었다.
거기다가 키는 어떤가?
어림짐작해 보아도 대충 185cm 이상으로 보인다.
“야 이 새끼야, 너는 수시 붙어서 수능 전부 9로 깐 거잖아. 지금 그걸 위로라고 하고 자빠졌냐?”
평범한 외모를 가진 남자는 자신을 위로해 주는 남자에게 욕설을 내뱉었다.
지금 안주를 생사대적처럼 씹어 먹고 있는 남자의 이름은 박현성(朴玄聖).
검은 별이라는 뜻의 이름. 항상 존재는 드러나지 않지만 모든 이들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가 되라는 뜻에서 작명소 5곳에 돈을 처부어서 지은 이름.
하지만 시험 결과는 이름의 뜻과 너무 잘 맞아서 탈이었다.
in서울과는 너무나도 먼 결과!
안습이라는 단어와 너무나 잘 맞는 상황.
정말 보면 볼수록 안구에 습기가 차는 점수였다.
정말 검은 별처럼 눈에 띄지 않는 시험점수.
평범하다 못해 미칠 것 같은 시험점수.
“하하하…… 야 인마, 술이나 먹자.”
잘생긴 외모의 남자는 현성의 욕에 머리를 긁적이면서 컵에 맥주를 가득 따라서 원샷 했다.
“김제헌. 나 술 못 먹는 거 알고 그 소리하는 거냐?”
현성의 앞에 있는 남자의 이름은 김제헌.
중1때부터 현성과 친하게 지내 온 현성의 베스트 프렌드이자, 현재 현성에게 남은 유일한 친구였다.
“쩝…… 다른 애들이 지금 네 모습 봤다면 미친 듯이 웃었을 텐데 말이지…….”
제헌은 성인이 다 되도록 술 한 모금 입에 댄 적도 없고, 댈 생각도 없는 자신의 친구를 보면서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술 못 먹겠다고 호프집에서 콜라 시켜 먹는 놈은 이놈밖에 없을 텐데 말이지…….’
아까 현성은 호프집에서 술 먹기 싫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맥주 두 병을 시키려는 제헌의 말을 잘라 먹고 주문할 메뉴를 콜라 두 병, 맥주 한 병으로 바꾸어 버리고 안주를 화려하게 시켰다.
물론 제헌은 현성을 말렸다.
‘술 한번 먹어 봐야 한다, 대학 가서 매일매일 술 먹는다고.’
이렇게 말이다.
하지만 현성은 한 마디로 제헌의 말문을 막아 버렸다.
‘나 대학 못 가거든?’
짧고 굵은 단 한 마디.
제헌은 결국 현성에게 술을 먹이지 못했다.
GG 선언을 하고 결국 현성은 콜라와 함께 오징어 안주를, 제헌은 맥주를 원샷 하게 되었다.
“그놈들 얘기하지 마. 그 더러운 놈들…….”
현성은 제헌의 말에 인상을 잔뜩 찌푸리면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짜증, 증오심, 분노 등이 다 담겨 있는 말투.
빠드득!
현성은 친구라고 불렸던 놈들을 생각하면서 이를 갈았다.
중, 고등학교 때 사귀었던 친구 12명.
그중 지금까지 친구로 남아 있는 녀석은 김제헌 한 명이다.
수능이 끝나고 졸업식을 하자마자 약속이라도 한 듯이 전부 연락을 뚝 끊어 버리는 놈들.
문자를 보내면 맛있게 씹어 먹고, 전화를 하면 매번 얼버무리면서 뚝 끊어 버린다.
결국 그 말인즉슨…… 등을 돌렸다는 말이었다.
‘더러운 놈들!’
고등학교 친구가 평생을 간다는 말이 있다.
야간자율학습, 통칭 야자를 하는 학교가 많았을 때에는 하루의 대부분을 학교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친구들과도 오래 이야기하고, 오래 만나고…….
그것 때문에 고등학교 친구가 평생을 간다는 말이 나왔다.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고등학교 친구라면, 평생을 같이 간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터.
하지만 2048년 현재에는 야간자율학습이 전부 폐지된 상태.
그냥 학생들은 수업만 하고 집에만 가면 되는 것이다.
빠드득!
현성은 재차 이를 갈았다.
사교성이 별로 없어서 친구가 별로 없는 놈들이 현성의 친구였다.
현성은 사교성이 좋다고 하기엔 좀 소극적이었기에 그들하고 어울려 다녔고, 점심때 밥도 같이 먹고, 쉬는 시간에 같은 화제로 즐겁게 얘기도 하고…… 그렇게 매일매일 함께했었다.
그렇게 함께하면서 그들과의 우정이 변치 않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그렇게 믿은 결과가 이런 결과다.
“야 인마, 그놈들은 어차피 학교생활이 외롭지 않기만을 바라고 같이 다닐 애를 찾는 놈들이었어. 학창생활 끝나면 친구고 자시고 평생 볼일 없다고 말하고는 잠적할 놈들이었다고. 너도 마음속으로 짐작하고 있지 않았냐. 그런 놈들 때문에 스트레스 쌓지 마라, 인마.”
제헌은 이를 갈며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현성에게 동정을 담아서 말했다.
‘에휴…… 불쌍한 놈…… 그러게 왜 그딴 놈들을 친구라고 그렇게나 믿고…….’
제헌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현성이 데리고 다니는 녀석들은 전부 다 성격이 가지각색인 놈들이었다.
나대는 놈, 말이 없는 놈, 성격이 이상한 놈, 멋 부리는 놈, 다른 애들한테 너무 매달리는 놈, 분위기 파악 못하는 놈 등등…….
하지만 그 녀석들의 공통점이 있었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별로 좋아하지 않을 성격이라는 것이다.
즉, 약간 사교성이 부족한 녀석들.
양아치들이 많은 반이라면 바로 왕따가 될 녀석들.
전부 그런 녀석들뿐이었다.
하지만 현성은 사교성이 없는 녀석들을 오히려 더 신뢰로 대했다. 사교성이 없는 녀석들이니만큼 친구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지만 말이다.
오히려 양아치들이 친구들을 배신하지 않는다.
통칭 속된 말로 ‘찐따’라고 불리는 놈들은 왜 그렇게 불리는지 아는가?
친구를 못 사귀어서?
그렇다.
친구를 못 사귀기 때문에 찐따라고 불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못 사귀느냐?
찐따라고 한다면 소극적이고 말도 잘 못하고…….
그런 것이 일반인이 생각하는 찐따다.
하지만 실제로는 다르다.
일단 여러 가지 유형이 있는데, 친구를 돈에 연관 지어 보거나 친구를 유희를 위한 존재로 본다거나…… 이런 놈들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유형이 바로 현성의 친구 놈들이었다.
그들은 고등학교생활이 쓸쓸하지 않기 위한 목적으로 현성과 다른 애들한테 붙어 다닌 것이었고, 졸업하자마자 필요성을 못 느껴 가차 없이 버린 것이다.
그런데 정말 짜증나는 것은, 제대로 버린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즉, 완벽한 절교가 아니라, 그냥 연락이 끊기는 정도로 해 둔다는 것이다.
평소에는 연락도 하지 않다가 필요할 때 이용하겠다는 심보가 아닌가?
필요하지 않을 때에는 그냥 묻어 두고 연락도 하지 않고 있다가 술을 마신다거나 뭐 밥을 사 줄 사람이 필요하다거나…… 그럴 때만 친구라는 이름으로 불러서 이용하겠다는 말!
그런 쓰레기 같은 놈들을 사귄 현성이 그저 불쌍할 따름인 것이다.
“그 새끼들, 만나면 죽었다. 처절한 복수를 해 주마.”
으드득!
현성은 이를 갈면서 악에 찬 듯, 독기가 잔뜩 서려 있는 말을 내뱉었다.
눈에는 귀화(鬼火)가 이글거리고 있었고, 주먹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이빨은 그놈들을 씹어서 먹을 듯이 계속 빠드득 빠드득 소리나게 갈고 있었다.
“야 인마, 싸움도 못하는 놈이 뭔 복수를 해…….”
제헌은 난감한 표정으로 현성을 말렸다.
제헌이 알기로는 현성은 싸움을 정말 못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양아치 한 명이 현성에게 시비를 건 적이 있었는데, 현성은 양아치에게 욕을 한 후에 화장실에 가서 1:1로 싸웠다.
그리고…… 죽도록 맞았다.
그런데 그 이후에도 현성은 분한 마음이라든가 자신의 나약함에 대한 통탄이라든가…… 그런 것은 전혀 들지 않는지 체육시간에도 그냥 앉아서 소설을 보거나 누워 있었고, 통학 때 외에는 걷는 것조차도 귀찮아했다.
즉, 완벽한 운동부족.
그런 녀석이 복수를 하겠다니…… 당연히 말려야 하는 것이다.
“패는 것만이 복수는 아니다. 급식 수면제 투하 사건, 양호실 비료 투척 사건, 화장실 비눗물 코팅 사건…… 알지? 그거 내가 한 짓이다. 전부 다…….”
하지만 제헌의 충고를 듣고는 씨익 웃으면서 말하는 현성!
그리고 그것을 들은 제헌은 경악했다.
급식 수면제 투하 사건!
양호실 비료 투척 사건!
화장실 비눗물 코팅 사건!
통칭 문전 고등학교 3대 테러라 불리는 공포의 사건.
첫 번째 테러. 급식 수면제 투하 사건.
현성과 제헌이 고등학교 1학년일 때 벌어진 사건이었다.
급식으로 카레가 나오는 날 누군가가 카레에 대량의 수면제를 푼 것이다.
거기다가 무슨 목적인지는 몰라도 다른 식재료에도 대량으로 수면제를 풀어 버렸다.
그것도 엄청나게 강력한 수면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