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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마스터 1(2화)
1. 현실(2)


그로 인해 학생의 3분의 1이 오후 내내 잠에 빠져 버렸고, 잠을 잤던 학생들 대부분은 혼자 집에 갈 수 없을 정도로 정신이 몽롱한 상태였다. 그것을 괴이하게 여긴 교장이 그날 학생들이 먹었던 급식을 검사하고 급식에 수면제가 들어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경찰까지 불러서 수사를 의뢰했었다.
하지만 결국 범인은 잡히지 않았고, 나중에는 뉴스 보도까지 되었었다.
「급식에 수면제가?!」라는 제목의 기사로 말이다.
2046년 엽기 사건 BEST 10에까지 들어가서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던 그 사건.
그 미궁에 빠진 엽기 사건이 바로 현성이 한 짓이었다니!
그리고 두 번째 테러. 양호실 비료 투척 사건.
현성과 제헌이 고등학교 1학년일 때 일어난 사건이었다.
겨울 방학 직전, 애들이 다 풀어져 있던 시기.
그때 일이 터졌다.
양호실 가득 뿌려져 있는 비료.
그 때문에 양호실은 때 아닌 대청소를 하게 되었고, 며칠 동안은 비료 냄새 때문에 아무도 양호실에 잠을 자러 가지 않았다.
급식에 수면제를 투하하는 엽기 사건이 벌어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벌어진 사건이라서 동일인물이 그랬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다시 경찰의 수사가 벌어졌으나, 이번에도 역시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그리고…… 이것 역시 뉴스에 실리는 영광을 얻게 되었었다.
「양호실에 비료를 칠하다니!」라는 사람 낚기에 너무나도 알맞은 제목으로.
마지막으로 세 번째 테러. 화장실 비눗물 코팅 사건.
상상을 초월하는 피해가 일어났던 사건이다.
3학년 겨울, 졸업식 하기 대략 5~7주 정도 전에 일어났던 사건.
누군가가 전 학년, 전 건물의 화장실 바닥을 비눗물로 코팅해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것 때문에 수십 명이 다쳐서 병원으로 가야 했고, 양호실 비료 투척 사건이 벌어진 지 2년 만에 다시 경찰이 수사를 했다.
그리고…… 역시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범인이 잡히지 않은 것도 짜증나 죽을 지경인데, 경찰이 왔다 간 지 정확히 13일 후에 또 화장실 바닥이 비눗물 코팅이 되어서 수십 명이 다쳐서 병원 신세를 졌었다.
그 덕분에 한동안 화장실에서 미끄러지지 않게 주의하라는 교내 방송이 실시됐고, 수시로 화장실이나 계단, 오르막길, 내리막길에서 미끄러지지 않게 주의하라는 가정 통신문을 배부했다.
경찰까지 재수사를 했으나 범인은 끝내 잡히지 않았다.
그렇게 전설로 남아 버린 사건들.
그 모두가 현성이 한 짓이었다니!
“니가 그걸 다 했다고?!”
눈이 튀어나올 것만 같은 얼굴!
현성은 자신에게 얼굴을 들이미는 제헌을 보면서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래. 내가 다 했지.”
현성의 확답에 제헌은 할 말을 잃었다.
평소에 알고 있던 것과는 너무나도 다른 표정을 짓고 있는 현성.
지금 웃고 있는 현성의 얼굴에는 사악함이 똘똘 뭉쳐 있었다.
“그 새끼들 한 번만 걸리면 다 끝이다…….”
제헌은 마치 마왕이 자신의 앞에서 미소를 짓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 새끼, 사악한 건 알고 있었는데…… 이 정도일 줄이야.’
오싹―
과거에도 제헌은 현성의 사악함을 몇 번 경험해 보기는 했었다.
중학교 때 타당하지 않은 이유를 가지고 자신들에게 시비를 걸던 양아치들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치밀한 함정을 파서 학생부실로 끌려가게 한 일이라든가, 근거 없는 소문을 흘려서 매장을 시켜 버린다든가 하는 것들.
물론 그때는 아, 이 녀석 꽤 사악한 놈이구나. 하지만 자신을 건드리는 놈이 아니면 복수하지 않는 것 같으니 그나마 다행이네. 거기다가 별로 엄청 심하게 복수하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생각하고 넘어갔었다.
하지만…… 문전 고등학교 전설의 3대 테러 사건의 주범이 바로 현성이었다니!
“너 대체 왜 그런 짓을 한 거냐?”
제헌은 경악한 표정으로 현성에게 물었다.
그리고…… 현성은 별것 아닌 일을 말하는 것처럼 제헌에게 툭 하고 내뱉었다.
“나한테 시비 거는 양아치한테 복수하려고.”
겨우 그 이유 하나 때문에?!
입에서 샤우트가 나가려는 것을 간신히 막은 제헌은 질린 얼굴로 현성에게 다시 물었다.
“양아치한테 복수하려고 그런 엄청난 일을 벌였다고?”
“어. 그게 아니면 무슨 이유겠냐. 나 모르냐? 나는 받은 만큼만 돌려주는 놈이야. 받은 만큼만.”
1차 테러, 수면제 투하 사건은 학교 수업 중지에다가 학생들 집단 패닉 사태까지 벌어졌었다.
2차 테러, 양호실 비료 투척 사건은 반(反)사회적인 언행을 보이던 학생 전원이 경찰서에 끌려가서 조사를 받았다.
3차 테러, 화장실 비눗물 코팅 사건은 정말 엄청나게 많은 숫자의 학생들이 다쳤다.
그런데 그 이유가 단지 양아치에 대한 복수?
“그놈들이 나 먼저 건드렸거든.”
현성은 의문스러운 얼굴로 쳐다보는 제헌을 보고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사실 현성도 그런 일을 벌일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양아치 서넛이 계속해서 시비를 걸어서 너무나 열이 받았었다.
수업 중에 뒤에서 지우개 조각이 날아오는 것은 기본이요, 자고 있는데 누가 뒤통수를 치질 않나, 운동장 한가운데를 지나가는데 자신을 고의적으로 노린 것이 분명한 축구공이나 농구공이 날아오지를 않나…….
결국 짜증이 폭발한 현성은 상상을 초월하는 테러를 벌인 것이다.
1차 테러, 수면제 투하 사건.
급식실에 음식을 몰래 훔쳐보러 온 척 들어가서 재빠르게 수면제들을 음식들에 집어넣고 나왔다.
그리고 그 후, 애들 전체가 수면 상태에 빠져 있을 때 양아치들에 대한 복수극을 시작했다.
학교에서 음식을 만드는 곳은 한 곳이었기 때문에 선생까지도 깡그리 당한 상태!
양아치들이 전부 잠에 빠져 있을 때 몰래 녀석들의 가방에 가짜 피를 잔뜩 부어 넣고, 옷 주머니에 쪽지를 하나씩 집어넣었다.
‘말하면 뿌린다.’
그 쪽지를 넣어 놓은 다음에 가지고 온 드라이버로 그놈들의 책상 나사만을 전부 빼 놓았다. 하지만 그 녀석들의 자리만 해 놓으면 그 녀석들과 관계가 있는 사람이 의심받을 것이 뻔하기 때문에 경찰들과 선생들을 교란하기 위해서 행실이 그다지 좋지 않은 녀석들 열 명 정도의 책상에도 역시 그 짓을 했다. 그리고 신발에 압정을 집어넣고, 그 후에 그 녀석들의 바지를 벗긴 다음에 그것을 사진으로 찍고, 다시 바지를 입히는 것으로. 모두 완료.
물론 그 녀석들이 깨어나자마자 혼비백산했음은 말을 하지 않아도 알리라.
하지만 쪽팔려서 자신들이 그렇게 당했다는 것을 말은 못하고…….
거기다가 쪽팔리지 않는다고 해도 각자의 주머니에 들어 있는 자신의 대물(大物)과 소물(小物)이 덜렁덜렁거리고 있는 사진 때문에 절대 말을 할 수는 없었다. 말을 했다가는 바로 그 사진들이 사방으로 퍼져 나가게 될 테니까.
그리고 그 녀석들은 자신에게 원한이 있는 사람이 한 짓으로 여겨 한동안 몸을 사리면서 학교생활을 했다.
2차 테러, 양호실 비료 투척 사건.
슬슬 양아치들이 다시 움직이려고 하자 다시 일을 벌였다.
그 사건 이후 양아치들은 다시 몸을 사렸다.
그렇게 두 번에 걸친 테러로 양아치들의 시달림에서 벗어나 조용히 학교생활을 하나 했었다.
하지만 운명은 현성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으니.
3학년 여름방학이 끝나고 현성의 반에 전학생 한 명이 왔는데, 그 녀석은 전에 다니던 학교의 일짱이라고 불리던 놈이었다.
그 녀석이 전학을 오면서 원래 있던 일짱과 싸우고, 결국 이겨서 학교를 재패하게 되는데…….
그 덕분에 양아치들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허구한 날 학교 내에서 쌈박질이 벌어지게 되었다. 그 때문에 학생들은 몸을 사리고 쥐 죽은 듯이 학교를 다닐 수밖에 없었다.
이때 일이 터졌다.
그 일짱이란 놈이 만만해 보이는 현성을 건드린 것이다.
마침 현성과 같은 반이었기에 현성에게 틈만 나면 시비를 걸었고, 현성은 결국 다시 짜증이 폭발해서 일을 벌인 것이다.
단 한 명을 노린 테러!
하지만 인명 피해는 상상을 초월했다.
일반인이라면 수십 명이 다쳤을 때 그만뒀을 것이다.
하지만 현성은 그 일짱 녀석이 걸리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재차 화장실 전부를 비눗물로 코팅하는 테러를 다시 시작했고, 결국 일짱도 현성의 집요함에 무릎을 꿇었다. 전치 2주의 부상을 입은 것이다.
“흐흐흐…….”
현성은 그때를 생각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제헌은 현성의 미소를 보면서 몸을 떨었다.
진정한 마왕의 미소.
자신의 모습을 절대 드러내지 않고 음험하게 뒤에서 공작을 해서 결국 목표에게 복수를 하는, 진정한 마왕!
“야, 술 그만 마시고 다른 곳이나 가자.”
제헌은 어색하게 웃으면서 현성에게 말했다.
때로는 진실도 모르는 편이 좋을 수도 있는 법이니!
오히려 진실을 안 것이 모르는 것만 못하지 않은가!
평소에는 그냥 사악하고 뒤끝 있는 놈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진실을 알고 나니 무서워 죽을 것만 같다.
제헌의 머릿속에 전에 있었던 각종 자잘한 일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현성의 실내화를 숨겼던 일, 음식을 빼앗아 먹었던 일, 현성이네 집에 있는 컴퓨터에 바이러스를 먹게 했던 사건…….
그것들이 제헌으로 하여금 어색한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그리고 제헌이 그렇게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 상념에 빠져 있는 사이 현성은 먹이를 노리는 뱀이 소리 없이 기어가는 것과 같이, 제헌이 절대 눈치 못 챌 움직임으로 카운터까지 나가서 제헌을 손가락질하면서 ‘저기 있는 녀석이 다 낼 거예요. 못 내겠다고 하면 몸으로 때우라고 하세요’라고 속삭이고는 재빨리 호프집을 나왔다.
“후우.”
현성은 하얀 입김을 한번 만들어 보고는 손가락으로 천천히 초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열일곱, 열여덟, 열아홉…… 스물하나, 스물둘…….
쾅!
“야 이 새끼야! 네놈은 더치페이라는 것도 모르냐?!”
정확히 22초!
계산을 다 하고 나온 제헌이 문을 부술 듯이 열고 나와서 현성의 멱살을 잡고 소리쳤다.
“내 별명 까먹었냐?”
하지만 현성은 그런 제헌의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유로운 얼굴로 말했고, 제헌은 이를 빠드득 갈면서 현성의 고등학교 때 별명을 입에 담았다.
“스틸……!”
현성의 고등학교 때 별명!
스틸!
결코 자신의 돈으로 사먹지 않는다!
샤프심이 부족하면 다른 애들 것을 빌린다!
샤프와 볼펜이 없다면 다른 애들한테서 슬쩍한다!
교과서를 누가 훔쳐갔다면 나도 다른 애들 것을 훔친다!
피도 눈물도 없는 놈!
그것이 바로 현성이었다.
“됐다……. 내가 뭘 말하랴. 우리 집이나 가자…….”
제헌은 힘없이 현성의 멱살을 풀고 터덜터덜 걸어가기 시작했다.
현성은 씨익 웃으면서 제헌의 뒤를 따라갔다.



2. Another Life(1)


“오오, 언제 봐도 대단하단 말이야. 집이 어떻게 이렇게 으리으리할 수가 있냐?”
현성은 오오, 하고 탄성을 내지르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중앙에 있는 샹들리에.
바닥에 쫙 깔려 있는 대리석.
드라마에 나오는 부잣집 저택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언제 와도 적응이 되지가 않아, 이 으리으리함은.”
현성은 탄성을 내지르면서 중얼거렸다.
화려한 장식.
엄청나게 넓은 집.
서울에 있는 어떤 집이 이렇게 으리으리하고 넓을까?
“야, 오늘은 내 동생이 방학을 맞아 집에 잠깐 돌아왔거든. 그러니까 내 방에 가서 그냥 TV나 보자고.”
제헌은 탄성을 내지르는 현성의 팔을 잡아끌고 가면서 의도적으로 크게 소리쳤다.
하지만 현성은 끌려가면서도 계속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탄성을 내질렀고, 그런 현성을 보면서 제헌은 골치가 아프다는 듯이 후우 하고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쾅!
방에 도착하자 제헌은 현성을 재빨리 방에 밀어 넣고 주변을 두리번거리고는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뒤 문을 잠그고 들어갔다.
첩보원을 연상시키는 움직임.
현성은 제헌의 행동에 피식 하고 실소를 흘리면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