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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라이프 1권
스페셜 라이프 1권(1화)
프롤로그(1)
“흠……. 어떻게 한다…….”
대한민국의 서울.
호텔에서 머물고 있는 외국인 노인은 창밖을 바라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8시라 그런지 창밖으로 보이는 야경은 매우 아름다웠다. 밖에는 수많은 불빛과 하늘을 찌를 듯한 고층건물들, 그리고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
하지만 노인의 눈에는 그 무엇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여기는 마력 친화력이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할 텐데…….”
마력 친화력.
보통 사람들에게는 매우 생소한 단어였다.
하지만 노인에게 있어선, 그리고 세계에 몇 남지 않은 마법사들에게 있어선 평생을 머릿속에 담아 두고 살아가야 하는 단어였다.
마력 친화력은 마법을 사용할 때 필요한 마력에 대한 친화력을 뜻하는 것인데, 현재 지구는 오염이 될 대로 되어 마력이 희박해진데다가 사람들이 환경에 맞춰 몸이 진화됨으로써 마력 친화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기가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옛날의 마법사들은 평생 수련을 하다가 자신의 입맛대로 제자를 골라서 자신의 마법들을 전수하면 그만이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지금의 마법사들은 마법을 어느 정도 익혔다 싶으면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제자를 찾아야만 했다. 그나마도 평생 세계를 돌아다님에도 불구하고 찾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하여 맥이 끊기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그리고 지금 창밖을 보며 중얼거리는 노인, 슈베르트 스미스는 그렇게 제자를 찾아 헤매는 마법사들 중 하나였다.
마법진을 이용한 마법으로 마법사들 사이에서 이름을 날린 그는 서양 전역을 돌아다녀도 찾을 수 없자 동양으로 오게 된 것이다.
동양행을 전해 들은 동료 마법사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동양 원숭이? 그 녀석들이 위대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재능이 있기나 해?』
『백인들도 많은데 왜 황인종들을?』
『아무리 마력 친화력을 가진 사람이 없다 쳐도 그렇지, 그건 좀 아닌 것 같네.』
“쯧! 백인우월주의에 빠진 멍청이들!”
슈베르트는 그들을 생각하며 비웃음을 띠었다.
슈베르트가 알고 지내던 마법사들은 전부 백인이 아니면 가르치지 않겠다면서 황인, 흑인들은 쳐다보지도 않은 것이다. 멍청하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세상이 어느 때인데 인종 차별을 해? 거기다가 옛날처럼 아무나 골라잡을 수 있는 시대인 줄 아나? 머리가 그렇게 굳어 있으니 마법 실력이 그따위들이지!”
슈베르트는 호텔 밖을 걸어 다니고 있는 이들을 계속 쳐다보았다.
‘쯧. 백인 외에 마법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소리지. 동양의 무인들이 마력과 비슷한 기(氣)라는 것을 사용한다는 것도 모르나?’
그는 자신이 비행기를 타는 날 헛수고를 한다면서 자신을 비웃던 마법사들을 떠올렸다.
‘멍청한 것들! 아주 대단한 놈을 물어서 눈앞에 보여 주마! 그때도 어디 같은 말을 할 수 있나 보자고!’
마법사들 사이에서도 속이 좁기로 유명한 그는 마법사들의 표정을 뇌리에 똑똑히 각인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눈에 더더욱 힘을 주었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마력 친화력을 가진 사람이 갑자기 생겨나는 것도 아니었다.
“하아…….”
슈베르트는 폐부 깊숙이 한숨을 쉬며 옷을 대충 갈아입고 방 밖으로 나섰다. 무언가를 먹으면서 기분이라도 전환하기 위해서였다.
“자기야! 이거 받아!”
“응? 뭔데? 어, 어머! 명품백!”
슈베르트가 방 밖으로 나서자마자 들리는 소리.
고개를 돌려 보니 커플 둘이서 염장을 지르고 있었다.
‘에잉! 누구는 제자 찾느라 이 나이까지 여자도 못 만나고 살았구만!’
꼴도 보기 싫었다.
“이 비싼걸……!”
“별로 비싸지도 않더구만.”
“에에? 이거 147만 원짜리 아냐?”
“내가 IT 회사 사장 아들이잖아. 그 정도는 돈도 아니지!”
점입가경이었다.
염장에다가 돈지랄이 더해졌다.
슈베르트는 저 둘에게 가벼운 저주를 걸어 버릴까 고민까지 하게 되었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 놓고 그런 유치한 짓을 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그냥 발걸음을 재촉했다.
‘IT 회사 사장 아들이라니. 아비가 벌어 놓은 걸 마치 제 것처럼 말하는구나!’
속으로 혀를 차며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가는 슈베르트.
그런데 순간 그의 머릿속에 번개같이 스치고 지나가는 단어가 있었다.
‘잠깐. IT?’
IT라는 단어가 그에게 엄청난 아이디어를 주고 만 것이었다.
정보통신 기술의 약자인 IT.
그리고 정보통신 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이던가?
‘인터넷! 홈페이지!’
마법사들 대부분이 변화를 거부한다.
전통을 고수한다는 둥 헛소리를 하면서 생활도 옛날처럼 하는 마법사들도 있었고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과학 기술에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슈베르트는 달랐다.
그는 머리가 상당히 깨어 있는 마법사였다.
인터넷도 가끔씩 하는 편인데다가 핸드폰도 항상 최신형으로 가지고 다녔다.
‘왜 돌아다니면서 해야 돼? 그냥 홈페이지로 모집하면 되는 거 아냐!’
슈베르트는 자신을 평생 동안 괴롭히던 제자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는 기쁨에 젖었다.
“으하하하하!”
슈베르트는 체통도 잊어버리고 크게 웃어 버리고 말았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드는 거야! 내가 만들어 놓은 마법진들을 이용한다면 홈페이지를 통해서 마력 친화력을 가진 사람을 찾아낼 수 있어!’
그는 마법진의 달인이었다.
개발한 마법진들만 수백 개가 넘고, 그것들 하나하나가 비기라고 말하기 전혀 부족함이 없는 것들이었다.
‘그래. 홈페이지를 만들자. 일단 그림파일들에 마법진들을 그려 놓는 거야. 마법진 몇 개를 그려 놓고…… 아냐. 마력 친화력이 있는지만 확인하면 되는 거 아니겠어? 그렇다면…….’
뛰어난 두뇌를 가지고 있는 슈베르트의 머릿속에는 어느새 홈페이지에 새겨 놓을 마법진들이 결정되었다.
전기를 마력으로 바꾸는 마법진.
시각적 인식과 함께 다른 마법진을 발동시키는 마법진.
마력 친화력을 지녀 마법을 발동하게 만든 존재에게 흔적을 남겨 놓는 추적 마법진.
세 개 정도만 해 놓으면 되기 때문에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하하하하! 난 천재야, 천재!”
슈베르트는 17년 만에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크게 웃었다.
* * *
“아오! 빌어먹을 물가 같으니!”
시계가 새벽 3시를 가리키고 있는 시간.
작은 자취방 안에서 한 남자가 분통을 터트리고 있었다.
남자의 이름은 이지승.
그리고 또 다른 이름은 수라(修羅).
대한민국 최강이자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는 해커였다.
이지승은 잠깐 군것질을 하기 위해 천 원을 챙겨서 편의점에 찾아갔다가 분통을 터트리는 중이었다.
평소 밥 이외의 다른 것은 잘 먹지 않아서 군것질이 매우 오래간만이다 보니 현 물가가 얼마나 껑충 뛰었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 했다.
딱 그의 입맛에 맞는 것들은 전부 천 원 초과.
결국 껌이나 한 통 사서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거기다가 그를 더더욱 분통 터지게 하는 것은 껌마저도 자신의 취향의 제품은 천 원이 넘었다는 사실이었다.
“빌어먹을! 내 원한은 무겁다!”
껌을 짭짭 소리를 내면서 씹는 이지승은 누가 봐도 무서운 모습은 아니었다. 하지만 쉬지도 않고 키보드를 움직이는 그의 손과, 컴퓨터에 띄워져 있는 프로그램은 정말로 공포스러운 것이었다.
“자. 마지막 명령을 입력하면 끝이다. 흐흐흐.”
이지승은 컴퓨터에 떠 있는 프로그램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지금 컴퓨터에 띄워져 있는 프로그램은 그의 가장 친한 친구가 선물로 보내 준 프로그램이었다. 이것은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는 정말로 놀라운 프로그램이었다.
거기에 이지승의 세계 BEST 5 안에 들어가는 컴퓨터 바이러스를 만드는 실력까지 더해져 괴물이 만들어지고 말았다.
“자. 명령은…… 정부 사이트를…… 무차별적으로 감염시켜라…….”
그는 그렇게 입력하고 엔터를 치려다가 순간 멈칫했다.
그냥 정부 사이트라고만 하면 너무 범위가 넓었다.
물가 때문에 화가 나서 대한민국 정부 사이트를 맛이 가게 만들려고 한 것이지, 다른 나라까지 감염시킬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그의 생각은 변했다.
‘알 게 뭐야! 어차피 걸리지도 않을 텐데!’
지금 만들어 낸 바이러스는 온 세계 인터넷을 전부 돌아다니면서 흔적을 완벽하게 지워 낼 것이었다. 거기다가 인공지능이 더해져서 온갖 함정들을 뿌려 대고, 점점 진화까지 하면서 자신의 행적을 완벽하게 지울 것이었다.
바이러스를 만든 사람을 잡아낼 확률은 0%였다.
세계 최강의 해커가 와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탁.
가볍게 누른 엔터.
그리고 엔터를 누름과 동시에 바이러스는 인터넷 속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이제 바이러스는 세계를 빙빙 돌면서 흔적을 완전히 지우고 정부 사이트들을 무차별적으로 감염시켜 버리고 말리라.
‘히히히. 기분 좋다.’
이지승은 다음 날에 일어날 혼란을 생각하며 히죽 웃었다.
* * *
―세계 곳곳을 돌아다녀라. 정부 사이트를 무차별적으로 감염시켜라. 곳곳에 함정 프로그램을 뿌려 놓아라.
이지승이 만들어 낸 바이러스는 입력해 놓은 명령대로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때로는 흔적을 남기고 때로는 흔적을 완벽하게 지웠다. 그리고 입력한 대로 함정 프로그램들을 뿌려 자신을 추적할 사람들이 낭패를 보도록 만들었다.
거기에 인터넷을 돌아다니면서 얻어 낸 기존의 바이러스들을 함정 프로그램에 더하기까지 했다.
―앞으로 하나.
바이러스는 공격을 시작하기 전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은 홈페이지 하나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것은 바이러스로선 불행이었다. 또한 정부 사이트를 공격하려 했던 이지승에게도 불행이었고, 제자를 찾기 위해 낑낑대며 홈페이지를 만들었던 슈베르트 스미스에게도 불행이었다.
―치……치직…….
바이러스가 들어간 곳은 하필 슈베르트가 완성한 홈페이지였다.
마력 친화력을 가진 사람을 찾기 위하여 혼신의 힘을 다해서 만든 홈페이지에는 그가 새겨 놓은 마법진들이 있었고, 바이러스는 그 마법진의 힘에 의하여 변형되기 시작했다.
어째서 이런 문제가 일어났느냐?
그것은 슈베르트가 새겨 놓은 마법진 중 시각적 인식을 조건으로 발동하는 마법진 때문이었다.
시각적 인식을 조건으로 발동하는 그 마법진은 확고하게 마법진 전체를 인식했을 때 발동하는 것이었는데, 마력 친화력을 가지지 못한 사람은 그것 전체를 절대로 인식할 수 없었다. 거기다가 인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지능을 가지지 못하거나 지능이 매우 낮다면 역시 발동하지 않았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불행히도 프로그램이었고 지능까지 가지고 있었다. 그 때문에 시각적 인식을 조건으로 발동하는 마법진이 발동하여 바이러스가 위치해 있는 곳 근처의 전기를 마력으로 바꿔 바이러스에 흔적을 남기게 되었다.
그 충격에 의하여 바이러스는 변형되어 버리고 그와 함께 슈베르트가 홈페이지에 힘들게 그려 놓은 마법진들 역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치직……를…… 무차별적…… 감염…….
마력의 힘을 받은 바이러스는 기묘한 힘을 가지며 점점 변형되었다. 프로그램에 인공지능, 그리고 마법의 힘이 더해져 기묘한 존재가 되어 버린 것이다.
하지만 변화는 끝나지 않았다.
이지승이 입력해 놓은 정보마저도 기묘하게 변이되기 시작했다.
―마력 친화력…… 치직……. 감염…….
슈베르트가 마법진을 그리면서 계속 했던 생각.
그것이 마법진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가고 말았고, 그것이 기묘하게 변형되며 지워진 명령과 합쳐지기 시작했다.
―마력 친화력을 가진 사람을 찾아 감염시켜라.
이윽고 슈베르트도, 이지승도 바라지 않았던 최악의 결과가 나오고 말았다. 이지승은 정부 사이트를 맛이 가게 만들기 위하여 바이러스가 감염되면 서버를 다운시키도록 만들었다.
그런데 목표가 서버가 아니라 인간이 된다면?
그야말로 끔찍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가 바이러스는 현재 변형되어 마력을 가지고 있는 존재가 되지 않았던가! 인간에게 충분히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가야 할 곳은?
바이러스는 이동해야 할 곳에 대한 명령이 지워지자 고민했다.
―정해진 곳이 없다. 그렇다면 가장 가까운 곳으로 이동한다.
바이러스는 나름대로 판단을 하고 이동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