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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라이프 1권(2화)
프롤로그(2)


“흐흐흐.”
대한민국 서울.
방의 불을 전부 끈 채 컴퓨터를 보며 실실 웃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짙은 다크서클과 왜소한 몸, 170 정도의 키를 가지고 있는 남자였다. 지저분한 몰골과 피곤해 보이는 모습은 자신을 폐인이라고 광고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의 이름은 박지민.
올해 21살이 된 재수생이었다.
하지만 재수생이라는 신분에 걸맞지 않게 그는 게임에 접속하며 실실 웃고 있었다.
모니터에는 판타지라이프(Fantasy Life)의 캐릭터 선택 화면이 떠 있었고, 박지민은 자신이 5년 동안 키운 캐릭터를 보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판타지라이프(Fantasy Life).
그것은 10년 전에 나온 온라인 게임이었다.
엄청난 돈을 퍼부어 만든 대단한 그래픽.
거기에 상상을 초월하는 자유도를 가지고 있는 게임이었다.
‘폐인제조공장’이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높은 중독성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박지민이 지금 재수생이 된 것도, 그리고 재수생 신분에 게임에 빠져들어 공부를 제대로 못하게 만든 것도 판타지라이프가 매우 큰 몫을 했다.
“흐흐.”
박지민은 음침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캐릭터를 더블클릭해서 게임에 접속했다.
[레이나시스.]
그가 5년 동안 애정을 부어 키운 여성 캐릭터였다.
거기다가 판타지라이프에서 유명한 캐릭터를 말하라면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캐릭터이기도 했다.
박지민의 캐릭터가 유명해진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판타지라이프는 높은 자유도를 가지고 있었다.
셀 수도 없이 많은 스킬들과, 기존에 가지고 있던 스킬들이 어떤 행동을 통해서 합쳐지거나 분리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했다. 거기다가 캐릭터의 주요 역할을 칭하는 타이틀의 숫자도 엄청나게 많았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생성되고 있었다.
하지만 난이도도 높았다.
판타지라이프는 무언가를 만들거나 창조하는 것을 전부 구현해 놓았지만 무언가가 만들어질 확률은 높지 않았고, 또한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거기다가 몬스터들의 난이도 역시 엄청나게 높았다.
그렇기 때문에 판타지라이프는 자연스럽게 파티를 맺어 여러 명이 몬스터를 사냥하면서 레벨을 올렸고, 많은 노력이 필요한데다가 보답 받는 것도 별로 없는 생활 계열 스킬은 자연스럽게 천시되었다.
하지만 박지민은 괴짜였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그리고 그를 현실에서 아는 사람도 게임에서 아는 사람도 그를 괴짜로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을 괴짜.
그는 다른 사람들이 여럿 모여 몬스터를 사냥하며 레벨을 올릴 때 스킬들을 얻고 그것을 수련하면서 살았다. 하지만 그것은 그의 괴행의 준비단계에 불과한 것이었다.
판타지라이프에서는 생산, 창조, 잡기(雜技) 스킬들을 하나로 묶어 생활 계열 스킬이라고 부르는데 그는 접속하자마자 생활 계열 스킬에 파고들었다.
사람들은 생활 계열 스킬들만 미친 듯이 올리는 그를 처음에는 비웃었지만 그게 1년이 되고 2년이 되자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3년째 되는 때 전 서버 최고 수준의 생활 계열 스킬을 가지게 되자 감탄하며 엄지손가락을 내밀길 주저하지 않았다.
박지민이 피를 토하는 노력 끝에 전 서버 최고 수준의 생활 스킬들을 가지게 되었으니, 많은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는 서버에 대단한 아이템들이 풀리겠구나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그 기대를 산산조각 내 버렸다.
보통 생활 계열 스킬을 수련하고 생활 계열 스킬의 레벨을 높였으면 그것을 팔아서 본전을 찾을 생각을 한다. 아니면 그것을 팔아서 돈을 벌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만든 것을 단 한 번도 남에게 팔지 않았다.
5년 동안 한 번도!
생활 스킬을 한창 올리는 동안에야 박지민이 완제품 또한 생활 계열 스킬을 올리는 데에 쓰는 것을 본 사람들이 많으니 그러려니 했지만, 전 서버 최고 수준의 생활 계열 스킬을 가진 후에도 그러니 사람들이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전 서버 최고!
그 말은 그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은 최고 수준의 것이며 이름값 때문에 프리미엄이 붙는 것뿐만 아니라 딱히 광고를 하지 않아도 유명세를 떨친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돈을 갈퀴로 벌어들일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박지민은 그러지 않았다.
최고 수준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생활 계열 스킬들을 올렸고 자신이 만든 물건을 아무에게도 팔지 않았다.
누군가가 박지민에게 물은 적이 있었다.

『님. 왜 만든 거 안 파세요?』
『제가 쓸 거임.』
『썼던 거는요?』
『부숴서 재료로 씀.』
『님 돈 필요 없음?』
『있어서 뭐함.』

성능 좋기로 유명한 박지민의 아이템을 원하는 많은 사람들은 그 대화를 알고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말이야 맞다.
판타지라이프 유저들이 돈을 모으는 이유가 무엇이던가.
더 좋은 아이템을 끼고, 더 예쁜 아이템을 가지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던가.
그런데 그걸 아예 뭐든지 자기가 만들어서 끼니까 돈 쓸 데가 없긴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해가 되는 건 아니었다.
그는 사람들과 거래 자체를 아예 하질 않았기 때문이다.
팔지만 않는 게 아니다.
크게는 장비 아이템에서부터 작게는 하찮은 재료까지도 사람들과 거래를 한 적이 없었다.
생활 스킬에 쓰이는 재료들?
혼자서 그것을 모으고 다녔다.
난이도가 높아서 파티 위주로 플레이하는 판타지라이프에서 솔로 플레이를 하면서 몬스터를 죽여서 재료를 얻고 다닌 것이다.
완벽한 독불장군식의 플레이!
그 기이한 행동을 보며 사람들은 그를 판타지라이프 최고의 괴짜라 인정했다. 오죽하면 그의 기묘한 플레이에 게임 기자들이 여러 번 취재 요청을 하기까지 했을까?
몇몇 유저들은 다른 유저들과 다르게 그 혼자만 싱글 게임을 한다면서 웃기도 했다.
거기다가 괴행으로 인해 박지민은 유저들이 듣도 보도 못한 이상한 타이틀들을 거의 독점으로 얻다시피 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세 가지였다.

― 홀로 서는 자 ―
당신은 1,800일이 넘는 시간 동안 유저와 거래를 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단 한 번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몬스터를 사냥한 적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그 누구보다도 풍족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당신의 능력을 인정하여 이 타이틀을 내립니다.
생활 계열 스킬 + 1
전투 계열 스킬 + 1

― 수련 중독자 ―
당신은 스킬 수련에 중독되어 있습니다. 당신이 지금까지 얻은 경험치의 70% 이상이 스킬의 수련으로 얻은 경험치입니다. 그 노력에 찬사를 보냅니다.
모든 스킬 수련 속도 + 10%
모든 스킬 수련 경험치 + 10%

― 자급자족 ―
당신은 모든 것을 홀로 해결해 왔습니다. 당신은 판타지라이프의 어디에 떨어뜨려 놓아도 아무 문제 없이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생명력 + 10%
힘 + 30%
의지 + 30%

그의 플레이 스타일을 그대로 보여 주는 세 가지의 타이틀!
많은 유저들은 이 세 타이틀의 효과를 부러워하면서도 차마 얻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괴짜라고 불리기 전혀 부족함이 없는 짓을 하면서까지 저 타이틀들을 얻을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효과야 눈 돌아갈 정도로 대단하기야 했지만 그래 봤자 그림의 떡이었다.

『질투도 나지 않습니다.』
『저런 타이틀을 받을 자격이 충분히 있지요.』

유저들은 그렇게 말하면서 질투조차 하지 않았다.
아예 그들은 박지민을 자신과 똑같은 인간으로 생각하지도 않았다. 인간 가죽을 뒤집어쓴 채 세상에서 살아가는 미확인 생명체로 여기며 인간과는 다른 사고를 지닌 존재라고 생각하는 유저들도 있었다.
그리고 지금 유저들에게 인간과는 다른 무언가로 취급받는 괴짜는 판타지라이프에 접속했다.
“경험치도 얼마 안 남았다. 이제 곧 300이다. 흐흐흐.”
박지민은 접속하자마자 캐릭터의 경험치 창을 보면서 음침하게 웃었다.
레벨 299. 99.98%.
레벨 300까지 0.02%였다.
아무 스킬이나 수련하면 오르는 경험치였다.
레벨의 끝이 없는 판타지라이프에서 유저들이 말하는 중수의 기준이 바로 레벨이 300 이상인가 아닌가였다.
300이 넘으면 중수의 반열에 들고 300 아래면 하수, 초보 등으로 구분하였다.
그리고 지금 박지민은 자신이 중수의 반열에 들어갈 것을 생각하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는 마우스를 움직여 스킬 창을 열어 수련을 하려고 했다.
“응?”
그런데 그 순간,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판타지라이프 자체에 위화감이 드는 듯한 느낌이었다.
말로 할 수 없는 기묘한 느낌!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모니터를 잘 살펴보았다.
“어?”
그리고 그 순간 현재 접속해 있는 평원의 한쪽이 일그러져 있었다. 그래픽 자체가 진흙을 뭉개 놓은 것처럼 기묘하게 뒤틀려 있는 것이다.
그는 아무 생각 없이 그 기묘한 것을 클릭하고 말았다.
달칵.
―마력 친화력을 가진 사람을 찾았다.
그리고 그 순간, 판타지라이프 서버로 이동한 바이러스가 활동을 시작했다.
파앗!
바이러스는 자신을 인식한 사람을 향해 아까 얻게 된 기묘한 힘을 사용했다.
파지지직!
“아아아악!”
바이러스가 힘을 사용한 그 순간 발동하는 전기를 마력으로 바꾸는 마법진!
거기에 바이러스와 합쳐짐으로써 기묘하게 변해 버린 마법진은 원래는 가볍게 흔적을 남기는 것으로 끝내야 하는 마력이 박지민의 몸을 타고 흐르며 그의 몸을 망가트리기 시작했다.
“으아아아!”
박지민은 단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했던 고통에 있는 힘껏 비명을 내질렀다.
폐부 깊숙이에서 나오는 비명!
지저에서 울리는 지옥의 죄인들이 외치는 비명이 바로 저러한 것일까?
그의 비명은 정말 끔찍했다.
하지만 마력은 그의 비명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의 몸을 계속해서 망가트렸다.
―감염시킨다.
거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바이러스까지 움직이기 시작했다.
감염시키라는 명령에 따라 바이러스는 기묘한 힘을 이용해서 박지민의 머릿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다운을 시키기 위하여 판타지라이프의 모든 정보를 그의 머릿속으로 쑤셔 박기 시작했다.
“아아아악!”
판타지라이프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모든 정보들!
레벨, 몬스터, 능력치, 아이템, 스킬, 타이틀…….
그것들이 모두 그의 머릿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인간의 잠재력 때문일까?
박지민은 자유도가 높기로 유명한 판타지라이프의 엄청난 정보들을 다 수용하고도 미치지 않았다.
―더!
바이러스는 박지민을 다운시키기 위하여 레이나시스의 캐릭터 정보를 그의 머릿속에 쑤셔 박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묘한 힘에 의하여 박지민과 레이나시스 캐릭터는 연결되었다.
그때, 이변이 일어났다.
아무 생각 없이 박지민을 타고 흐르며 몸을 망가트리던 마력이 판타지라이프의 정보를 얻고 그것을 토대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몸을 망가트리던 마력이 박지민의 몸이 판타지라이프의 캐릭터와 다르자 그것에 걸맞게 변형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한참을 활동하던 마력은 바이러스가 쑤셔 넣는 정보를 인식했다.
[레이나시스.]
바이러스가 쑤셔 넣은 정보 중에는 레이나시스가 박지민이 만든 캐릭터라는 것까지 들어 있었다.
마력은 그것을 보고 레이나시스=박지민으로 인식해 버렸다.
“끄으으으…….”
그리고 그 즈음,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에 계속해서 비명을 내지르던 박지민은 마력의 흐름이 주는 고통과 바이러스가 정보를 쑤셔 넣으며 주는 고통에 결국 혼절하고 말았다.
―효과가 있다!
바이러스는 자신이 한 선택이 효과가 있음을 깨닫고 레이나시스의 정보들을 더 빠르게 집어넣었다.
그리고 마력은 박지민이 혼절해 그의 의지가 사라져 자신의 뜻대로 움직일 수 있자 더더욱 흐름을 빠르게 하며 레이나시스의 정보대로 그의 몸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적용된 것은 능력치였다.
마력은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레이나시스의 능력치를 박지민의 몸에 적용시켰다.
능력치 중 가장 먼저 적용된 것은 의지였다.
마력은 뇌로 모여 레이나시스의 능력치만큼의 의지를 가지도록 뇌를 발달시켰다.
정신력의 강화!
바이러스의 공격에 의하여 잠재능력을 발휘하고 있던 뇌였으므로 의지는 별 문제 없이 적용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그다음은 손재주.
마력 중에서도 증폭과 관련된 마력들이 움직여 박지민의 신경을 섬세하게 만들었다.
그다음은 지력이었다.
지력은 마법에 영향을 주는 능력치였다.
마력들은 지력을 느끼기 쉽도록 그의 몸을 변형시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적용된 것은 힘이었다.
마력은 신경을 섬세하게 만들자마자 온몸을 돌아다니면서 뼈를 강하게 만들고 근육을 더더욱 질기게, 그리고 더더욱 강한 힘을 낼 수 있도록 빠르게 변화시켰다.
“으으…….”
그 고통이 얼마나 심한지 박지민은 혼절해 있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신음을 내뱉을 정도였다. 만약 박지민이 깨어 있는 상태였다면 미치고 말았을 만큼 상상 이상의 고통이었다.
박지민이 혼절한 것이 전화위복이 되는 셈이었다.
거기다가 근육과 뼈가 바뀌는 과정에서 검은 노폐물들이 땀구멍을 통해 몸 밖으로 빠져나왔다.
이로써 박지민은 아기처럼 깨끗한 몸과 레이나시스가 가지고 있던 능력치를 전부 가진 초인이 된 것이다. 거기에 멈추지 않고 마력은 그것들을 전부 수치화하여 게임에서처럼 능력치 창을 볼 수 있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