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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라이프 1권(3화)
프롤로그(3)


다음은 타이틀이었다.
이것은 간단하게 이루어질 수 있었다.
마력은 타이틀의 효과를 하나의 마법으로 인식해서 타이틀을 선택하면 그 효과가 그대로 신체에 적용되도록 바꿔 버렸다.
그리고 다음은 스킬이었다.
스킬 역시 간단하게 적용될 수 있었다.
스킬에 대한 정보는 전부 박지민에게 와 있었고 마력은 그 스킬 정보들을 박지민의 몸에 완벽하게 각인을 시킨 후 그것의 목록들을 만들어 게임에서처럼 스킬 창을 볼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능력치, 타이틀, 스킬 창이 끝나자 마력들은 한군데에 모여 인벤토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파지지직!
공간이 뒤틀리며 기묘한 소리를 냈다.
마력은 공간을 왜곡시켜 아공간을 만듦으로써 언제든 여닫을 수 있는 인벤토리를 만들었다. 하지만 원래 레이나시스가 가지고 있던 아이템들은 당연히 없었다.
“끄으…….”
그렇게 지금까지 얻었던 레이나시스의 정보를 토대로 박지민을 구성하는 것은 끝났다.
하지만 박지민은 다른 의미로도 끝나 가는 중이었다.
지금까지의 타격을 견뎌 내지 못하고, 점점 죽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생명력 32/621.]
수치화되어 나타난 박지민의 생명력.
레이나시스의 생명력을 그대로 받았기에 매우 높은 수치였지만, 그것은 점점 줄어 가며 20대에 진입해 버렸다.
―얼마 안 남았다!
바이러스는 박지민이 죽어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박지민과 연결되어 있었기에 박지민의 생명력이 사그라지는 것도, 그리고 박지민의 생명력이 수치화 되어서 나타나는 것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더더욱 박차를 가해서 캐릭터의 경험치에 대한 정보를 쑤셔 넣었다.
그리고 레벨과 경험치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던 마력은 그 경험치를 박지민의 몸에 그대로 각인시켜 놓았다.
[생명력 : 5/621.]
“흐으…….”
그리고 그 와중에도 줄어든 생명력.
이제는 죽음이 코앞에 있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바이러스는 생명력이 5밖에 남지 않자 박차를 가해서 박지민에게 타격을 주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모니터 안의 레이나시스를 향해 평원에서 살던 늑대 한 마리가 달려들었다.
퍽! 퍽! 퍽!
늑대는 몸통박치기를 사용해 레이나시스를 공격했다. 레이나시스는 무방비 상태에서 공격을 받을 경우 공격을 한 존재를 자동적으로 반격한다는 판타지라이프의 시스템대로 들고 있는 무기를 이용해 늑대를 가격했다.
깨갱!
원래는 한 방에 죽지 않는 몬스터였으나 낮은 확률로 발동하여 기존 데미지의 2배를 입히는 크리티컬 히트가 터지는 덕분에 한 방에 죽는 늑대.
빠밤빰!
그리고 늑대를 죽임으로써 레이나시스는 0.02%의 경험치가 차고 레벨이 300이 되었다.
울려 퍼지는 레벨업 축하 소리!
그리고 레이나시스의 캐릭터 레벨이 300이 됨과 동시에 그것과 연결되어 있던 박지민 역시 레벨이 300이 되었다.
촤아아악!
박지민의 몸을 타고 흐르던 마력은 박지민의 몸에 각인시켜 놓았던 경험치가 다 차고 레벨이 오르자 생명력과 마나를 모두 회복시키는 레벨업의 특징대로 몸을 회복시키기 시작했다.
단숨에 박지민을 회복시키기 위해 움직이는 마력들!
[생명력 : 623/623.]
순식간에 박지민의 생명력은 전부 차고 죽어 가던 박지민은 완벽한 상태로 몸을 회복할 수 있었다.
삑.
그리고 박지민이 몸을 회복하는 것과 동시에 바이러스는 레이나시스의 마지막 정보인 성별과 캐릭터의 모습에 대한 것을 박지민 쪽으로 이동시켰고, 모든 정보가 박지민에게로 이동되자 자동적으로 레이나시스와 박지민의 연결이 끊기고 말았다.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접속이 종료되었습니다.]
둘의 연결이 끊기자 판타지라이프에 접속되어 있던 레이나시스는 판타지라이프 서버에서 완전히 삭제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거기에 천운이 더해졌다.
―위, 위험!
레이나시스의 모든 정보를 이동시킨 바이러스는 박지민의 몸을 한 번에 휩쓸어 버린 마력의 흐름에 의하여 커다란 타격을 입고 말았다.
―치직……감염……치직……. 마력…….
타격의 영향으로 변형된 명령이 지워지고 말았다.
―위험……. 치직…….
바이러스는 박지민과 계속 연결되어 있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을 깨닫고 황급히 박지민과의 연결을 끊어 버리고 판타지라이프 서버로 다시 피신해 버렸다.
그냥 피신한 것도 아닌, 박지민에게 쑤셔 박으려고 했던 성별과 캐릭터의 모습에 대한 정보와 박지민에게 주었던 정보 중 일부를 든 채로.
그중에는 가장 중요한 레벨에 대한 정보도 있었다.
“…….”
그리고 다시 침묵이 찾아온 방.
방금 전까지만 해도 끔찍한 비명이 들려왔던 그곳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온했다.


chapter 1(1)


“크으…….”
해가 하늘 높이 떠 있는 낮.
끔찍한 고통에 기절했던 박지민은 겨우 의식이 돌아왔다.
약간의 신음과 함께 정신을 되찾은 박지민은 일어나자마자 중얼거렸다.
“이게 무슨 냄새야?”
코를 찌르는 냄새.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난 그를 반겨 주는 것은 평생 동안 단 한 번도 맡아 보지 못했던 끔찍한 냄새였다.
쓰레기장의 냄새도 향수나 다름없다고 생각될 정도로 끔찍한 냄새. 이 세상의 모든 노폐물들을 모아서 만든 게 아닐까 싶을 정도의 냄새였다.
거기다가 그 냄새는 몸에서 나고 있었다.
“그리고 이건 또 뭐야?”
그를 두 번째로 반겨 주는 것은 반투명한 능력치 창이었다.

레벨 : ―
타이틀 : ―
생명력 : 623/623
마나 : 1,054/1,054
스태미나 : 1,600/1,600

“……이게 뭐냐?”
박지민은 혹시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닐까 의심하면서 볼을 꼬집어 보았다.
꽈악!
“악!”
느껴지는 격통.
박지민은 지금 눈앞에 보이는 것이 꿈이 아님을 깨닫고 마저 살펴보기 시작했다.

힘 : 64
지력 : 270
손재주 : 483
의지 : 354

“이거 어디서 많이 보던 숫자인데…….”
박지민은 반투명한 창에 보이는 숫자가 눈에 익은 것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잠시 고민하자 그 숫자들의 정체를 깨달았다.
“이거 레이나시스 능력치인데?”
생활 스킬들의 영향으로 인해 완성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손재주와 의지, 그리고 마법 궁수 스타일의 플레이를 해 오면서 자연스럽게 늘어난 지력. 그리고 레벨 150의 전사 유저보다도 낮은 힘 수치까지.
정확히 레이나시스의 능력치였다.
아니, 다른 게 있긴 했다.
그것은 바로 레벨이었다.
원래 공란으로 표시되어 있는 레벨란에는 300이라는 숫자가 자랑스럽게 박혀 있어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이상한 일에 정신을 차리지 못한 박지민은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하하. 내가 게임 중독 때문에 환각이 보이는구나!”
박지민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침묵한 채 다시 능력치 창을 쳐다보았다.
반투명한 능력치 창.
홀로그램으로 띄운 게 아닐까 싶은 모습이었다.
박지민은 타이틀의 글자를 눌러 보았다.

홀로 서는 자
수련 중독자
자급자족
제조 공장
정신 나간
보이지 않는 습격자
뛰어난 저격수
마법 궁수
원소의 화살을 사용하는
천상천하 유아독존
…….

“……레이나시스 타이틀이네?”
생활 관련 스킬들과 괴행으로 얻은 타이틀들, 그리고 마법 궁수 스타일로 사냥을 하면서 얻은 온갖 타이틀들이 반투명한 창에 적혀 있었다.
그는 시험 삼아 수련 중독자를 손가락으로 눌러 보았다.

[수련중독자 타이틀이 장착되었습니다.]

레벨 : ―
타이틀 : 수련 중독자
생명력 : 623/623
마나 : 1,054/1,054
스태미나 : 1,600/1,600

“허허허.”
타이틀이 장착되었다.
“내가 미쳤나 보다. 이런 걸 다 보고.”
박지민은 허탈하게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일단 지금 보이는 능력치 창은 그렇다 치고 방 안의 냄새가 너무 끔찍했기 때문이었다.
빠르게 문 앞까지 다가간 박지민은 문고리를 잡고 돌렸다.
콰드득!
“엉?”
그가 몇 년 동안 살면서 단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했던 소리가 문에서 났다.
박지민이 문고리를 살펴보니 문고리 자체가 비틀린 채 뽑혀 있었다.
“……이게 뭐냐?”
손에 들려 있는 문고리.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자기의 몫을 다하던 그것은 괴력에 의하여 비명횡사하여 시체가 되어 있었다.
박지민은 자신도 모르게 능력치 창을 쳐다보았다.
“얍.”
콰드드득!
박지민이 다시 힘을 줘서 손 안의 문고리를 쥐자 소음을 내며 찌그러졌다.
땡그랑.
두 번 죽는 수모를 맛본 문고리는 바닥에 소음을 내면서 떨어졌다.
“힘 : 64.”
그는 눈앞에 보이는 글자를 읽었다.
판타지라이프를 시작할 때 처음 주는 능력치들의 수치는 10이었다. 그리고 스킬을 수련하거나 사냥을 하면서 그 능력치들을 증가시킬 수 있었다.
“맨 처음 주는 능력치가 10이라는 것은 보통 사람의 힘을 수치로 바꾸면 10 정도라는 소리다. 그러면 64라는 것은…….”
단순히 생각해도 보통 사람의 6배의 힘.
거기다가 더더욱 놀라운 것은 박지민은 하나도 단련이 안 된 상태 그대로의 몸이었다. 즉, 단련을 해서 근육을 키운다면 더 강력해질 여지가 충분히 있다는 것이었다.
거기다가 능력치 역시 근접 계열 스킬을 수련하다 보면 오를 수 있으니, 제대로 마음먹고 수련한다면 엄청나게 강해질 수 있다는 소리였다.
단순히 계산해도 괴물이 따로 없었다.
발차기의 위력이 곰이 펀치를 내지르는 것과 같았다.
박지민은 자신의 손을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문을 향해 가볍게 주먹을 날렸다.
쾅!
나무로 만들어진 문이 부서졌다.
“허…….”
끼이이…….
충격을 받은데다가 문고리까지 뽑혀 버린 문은 비명 비슷한 소음을 내면서 열렸다.
박지민은 문에 난 흔적들을 살펴보다가 자신의 몸에서 나는 냄새를 다시 자각했다.
그리고 발걸음을 옮겨 화장실로 들어갔다.
일단 끔찍한 냄새를 없애고 생각하기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