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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법도 법이다 1권



악법도 법이다 1권(1화)
작가서문


제가 출간계약을 하였을 때는 시립고 시리던 겨울이 가고, 바야흐로 봄이 오던 때였습니다. 참으로 글을 쓰면서 힘든 날도 많았습니다. 누군가의 지적에 저도 모르게 어깨가 축 처지고, 또 누군가의 말에 자신감도 잃은 적이 많습니다.
그 때문에 글을 썼다 놨다를 반복하였고, 한숨도 많이 쉬었지요.
하지만 지금의 저는 이렇듯 생각합니다. 비록 지금도 미숙하지만, 그때의 지적에 그때 사람들의 말에 이렇듯 이제는, 꽤 담담해지고 굳세졌다는 것을 말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저는 아직도 많이 미숙합니다. 처음에는 ‘과연 내가 출간을 해도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보다 어떻게 독자 분들을 위해 더 재밌는 글을 쓸까. 어떻게 하면 독자 분들을 충족시켜 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아마 책을 읽으면서 한 번쯤은 생각해 보셨을 겁니다. ‘나도 이런 글을 쓰고 싶다’ ‘나도 이 사람같이 가슴에 와 닿는 글을 쓰고 싶다’라고요. 지금의 저도 언제나 그런 생각을 합니다. 그 때문에 앞으로도 더욱 노력하여 그러한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마지막으로 이 미흡하고, 많이 부족한 글을 출간해 주신 뿔미디어 출판사에 감사드리며, 개인적으로 처녀작 출판이라 흐름을 잘 잡지 못하는 저 때문에 고생이 많으셨을 기획 대리님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또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밥 한번 쏜다라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덧붙여 힘들 때, 안아 주는 초콜릿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럼 악법도 법이다. 이제 시작합니다.

-2010년 무더운 8월 어느 날 맑은 별 올림-


프롤로그


어린 남자 아이들이라면 한 번쯤은, 꿈이 뭐냐 묻는다면 검사라는 직업을 언급할 것이다. 그만큼 검사라는 직업은, 사람들에게 안정적인 직업, 혹은 좋은 직업으로 인식되어 있다.
하지만 치장되어 있는 껍질을 벗겨 보면 검사라는 직업은 그 누구라도 미간을 찌푸릴 만한 그러한 직업이다.
수없이 반복되는 범죄자들의 협박과 위협. 그리고 가족들의 안전에 대한 문제. 혹은 그 외의 것들. 이런 것들이 검사라는 직업을 괴롭힌다.
물론, 검사라는 직업이 그렇다고 하여서 나쁜 것은 아니다. 그 검사라는 직업을 쉽게 풀어 나갈지 어렵게 풀어 나갈지는 검사들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후우우.”
서울지검의 이환 검사가 자신과 마주 앉아 있는 한 사내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담배를 한 개피 꺼내 입에 물고 ‘후’ 하고 불었다.
서울지검의 이환. 그는 나름대로 검사라는 직업을 자신에게 맞게 잘 풀어 가는 인간이었다. 그가 믿고 따르는 신념은, 악법도 법이다. 라는 소크라테스가 남긴 명언이었다.
애초에 TV 속에서 등장하는 무전유죄 유전무죄. 돈 없는 이들은, 죄 없어도 유죄. 돈 있는 이들은 돈 없어도 무죄.
이런 자잘한 변명 따위는 이환 검사에게 통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정말 우리 대한민국 사회가 이렇다면 범죄자들은 애초에 아주 작은 범죄라도 저지르지 않으면 될 것이었다.
때문에, 이환 검사는 범죄자들에게 자비 따위는 베풀지 않는 냉혹한 검사였다.
흠칫.
담배를 뻐끔거리는 이환 검사와 눈을 마주친 마주 보고 있는 사내가 놀라며 고개를 푹 숙였다. 사내는 요즘 대한민국에서 악명이 자자한 흑곰파의 행동대장이었다.
그는 이제까지 셀 수도 없을 만큼, 감옥에 들락날락거린 전과가 있었다. 또한, 그 때문에 수많은 검사들을 만나 보았다.
하지만 그중 자신이 몸을 떨고 두려워하였던 검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앞에 있는 사내. 이환! 그에게는 왠지 모를 섬뜩함을 느꼈다.
그것만이 아닌, 다른 것 또한 느꼈다. 그것은 아마도 두려움일 것이었다.
치이익.
담배를 모두 피운 이환 검사가 담배를 재떨이에 비비며 마지막 남은 연기를 입안에 머금고는,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흑곰파 행동대장의 신상정보를 읽어 내려가며 읽기 시작했다.
“흑곰파의 행동대장 박하현. 나이 서른다섯. 거주지는 서울의 XX동의 XXX―XX번지…… 그리고 폭력 전과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고. 다른 조직 폭력배들과 특별히 다른 점은 여기에 기재되어 있지 않군요.”
그가 자신의 다리를 책상에 올려놓으며 검사로서 보여야 할 예의 따위는 없다는 식으로 고개를 푹 숙인 하현에게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 하현은 여전히 고개를 들지 않았고, 그 모습에 피식하고 조소를 띄운 이환이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런데 말이죠. 당신에 대해 알아보는 과정 중에서 한 가지, 조금은 특별한 점을 발견하였습니다. 당신 말입니다. 흐으음…… 당신은 아직 미혼이던데. 아내와 아이가 있더군요.?”
“……!”
이환 검사가 이번에 내뱉은 말로 인해 미동도 하지 않던 하현이 이번에는 눈을 부릅뜨며 고개를 들어 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의 행동에서 환은 필히,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이환이 알아본 바에 의하면 하현은, 외국 여자와 살고 있고, 이제 갓난아기인 아이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외국인과 함께 살고 있다고 하여서 문제 될 것은 없었다. 다만, 그 외국인 여자가 불법체류자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었다.
“이크, 이런이런, 역시 제 생각이 맞았나 보군요.”
“뭐, 뭘…… 뭘 원하시는 겁니까…….”
하현은 직감적으로 자신의 앞에 있는 이 잔인하고 냉철한 검사가 자신에게 무언가 바라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의 행동에 이환이 냉소를 지으며 책상에 올려놓았던 발을 내리며 양손을 깍지 쥐고는 그 위에 턱을 대며 말했다.
“당신의 그 잘난 큰형님이 있는 위치. 그곳이 알고 싶습니다. 위치만 말한다면 아내와 아이는 무사할 것입니다.”
“……!”
하현의 눈동자가 크게 떠졌다. 큰형님은 오랜 시간 동안 자신과 한솥밥을 먹어 온 형제와도 같았다. 헌데, 그런 사람의 위치를 말하라니. 그럴 수는 없었다.
“왜요. 말 못하겠습니까? 아아…… 그렇군요. 그렇다면 지금 당장 불법체류자 전담반에 연락을 취해야겠군요.”
이환이 수화기를 들어, 번호 하나하나를 누르기 시작했다. 번호를 누를 때마다 하현의 표정이 급속도로 일그러졌고, 막 신호음이 가려는 찰나.
하현이 결정을 내렸다.
자신의 가족을 살리기로.
“마, 마마…… 말하겠습니다.”
“아아. 그렇습니까? 이거 말하지 않아도 되는데…….”
이미 예측하고 있었던 이환이었기에 대수롭지 않게 웃어 보이며 다시 수화기를 제자리에 놓고는 하현의 입을 주시했다.
“강남의 XX모텔…… 302동에 계십니다…….”
“XX모텔이라…… 알겠습니다. 이렇게 협조해 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말로는 감사하다고 하고 있었지만 현재 그의 표정은 농락 그 자체였다. 사람의 심리를 이용해 말하지 않겠다며 굳게 다짐하는 것들도 말하게 만드는 것. 이것이 검사 이환이 가진 가장 큰 능력이라고 볼 수 있었다.
이내 수화기로 전화를 걸어, 형사들을 그쪽으로 보낸 이환이 하현이 형사들의 손에 끌려 나가자 자신도 외투를 챙겨 나갈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띵∼!
외투를 챙겨 입고, 엘리베이터를 탄 뒤 서울지검의 주차장으로 내려온 그가 자신의 차를 끌고 집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얼마 만에 집에 가는 건지 모르겠군…….”
그가 집에 못 들어간 지는 아마도 한 달은 족히 넘었을 것이다. 그간, 흑곰파 녀석들을 잡아넣느라 제대로 쉬지도 못했으니, 오늘 하루만큼은 따뜻한 물에 몸을 담글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홀가분했다.
차가 그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지하 주차장에 도착하고, 그가 차에서 내려, 막 아파트로 올라가려던 찰나였다.
어두운 지하 주차장 안을 여러 개의 구두 굽 소리가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구두 굽 소리에 무언가 불길함을 직감한 그가 다시금 빠르게 차로 향했다.
“저 새끼 잡아!”
역시나 예상이 맞았던 듯, 어느새 모습을 드러낸 검은 양복을 입은 이들이 환이 다시 차를 타기 위해 뛰어가는 모습을 보고는 자신들도 뒤따라 뛰었다.
“헉헉헉.”
급박한 상황에 차에 오른 그의 입으로 긴장 어린 숨소리가 뿜어져 나왔다. 차키를 꽂고 막 엑셀을 밟으려는 때였다.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 한 명이 쇠방망이로 강하게 운전석의 차창을 가격했다.
챙그랑.
한 번의 가격에 쩌저적 갈라진 유리는 사내가 다시 한 번 휘두른 쇠방망이에 산산조각 나 차 안으로 흩어졌다. 잔뜩 몸을 움츠려 유리를 피하던 이환은 어느새 차 문을 열고 뻗어 온 손에 끌려 주차장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크게 긴장한 탓에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으나 몸이 굼떠 좀처럼 쉽게 일어나지 못했다.
“이 새끼! 큰형님의 복수를 하겠다!”
그들은 흑곰파의 남아 있는 잔당들이었던 듯 잔뜩 열이 난 상태였다. 이내 일어나 자신을 둘러싼 잔당들을 견제하는 환은 어딘가 다쳤는지 자세가 엉거주춤했다.
애써 정신을 차리고 환은 둘러싼 자들을 살폈다. 네 명뿐이었으나 다들 체구가 건장하고 각종 무기들을 지닌 채였다. 아무리 검도와 특공무술을 배웠다지만, 실전경험이 없어 빠져나가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가까이 접근해 오던 잔당들은 한꺼번에 환을 공격해 왔다.
콰지직.
우드득.
퍽퍽.
“크으윽, 컥…… 악!”
현재 시각은 새벽 1시가 조금 늦은 시각이었다. 이 시간에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사람은 거의 없을 터. 그를 도와줄 이는 어찌 보면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였다.
“이 자식 끌어 올려!”
한참을 연장을 이용해 이환을 가격하던 사내들 중 이들을 이끌고 온 이로 보이는 이가 명령을 하자 두 명의 사내가 이환의 축 늘어진 몸을 끌어 올렸다.
“이환 검사. 나 기억하겠지?”
“크으윽…….”
놀랍게도 이제까지 인식하지 못했지만 이들을 지휘하는 이는, 얼마 전 이환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치밀함으로 인해, 가족들이 모두 도망간 흑곰파의 조직 폭력배 원이었다.
“난 너 때문에 모든 걸 잃었어…… 알아!?”
그가 이환의 턱을 손으로 강하게 움켜잡고는 자신의 얼굴을 내밀었다.
이환이 힘없는 눈을 애써 뜨며 그의 얼굴을 바라보는 듯싶더니, 이내 피떡이 된 얼굴로 실소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크, 크크큭…… 크크크큭…… 쓰레기들…… 쓰레기 녀석들…… 크크큭. 크크크큭!”
“……!”
순간적으로 그의 실소로 인해, 안 그래도 험악했던 사내들의 얼굴이 더욱더 험상궂게 굳어졌다. 또한, 이환의 턱을 잡고 있는 사내는 다른 이들보다는 몇 배는 더 얼굴이 굳어졌다.
스르르륵.
“미친 새끼.”
결국 참지 못하겠던 듯 사내가 품속에서 신문지에 쌓여 있는 것을 꺼내 들어 신문지를 벗겨 냈다. 신문지를 벗겨 내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시퍼렇게 날이 빛나는 칼이었다.
“네 녀석은 검사의 탈을 쓴 악마다. 이제 그만 죽어라.”
푹.
“꺽.”
사내가 찌른 칼이 이환의 복부를 뚫고 들어왔다. 순식간에 칼을 비트는 사내의 행동으로 인해, 비명 소리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푸슉.
그리고 칼이 뽑힘과 동시에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고, 그의 몸이 천천히 쓰러져 내리기 시작했다.
“허억허억허억…….”
이환이 쓰러짐과 동시에 사내들은 황급히 자리를 벗어났다. 조용함이 감도는 지하주차장에는 신음을 흘리는 이환만이 남았다.
‘이, 이렇게 끝나는 건가…….’
옆으로 틀어져 있던 몸을 겨우겨우 돌려 천장을 바라보게 된 이환이 떨리는 손을 비춰지는 조명 쪽으로 올렸다.
하지만 이내 곧, 그의 몸이 축 늘어지며 손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렇게, 대한민국에서 가장 냉철하였던 검사. 이환이 목숨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