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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법도 법이다 1권(25화)
제11장 범죄자의 도시. 크레토로 가다(2)


3일이 흘렀다. 알론이 황궁에서 돌아다닐 때마다 모든 이들의 표정에 생긴 것은 안쓰러움이었다. 그만큼 크레토 도시라는 곳이 보여 주는 이름이 무거운 것을 뜻하였다.
하지만 알론은 그런 그들의 시선과는 다르게 꽤 가벼운 마음으로 그곳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자신이 그곳에 가게 되는 직위는 기사단장이었다. 아마도 자신보고 그곳에 가서 기사들을 이끌며 어느 정도 범죄자들을 통제하라는 것 같기도 하였지만, 또 어떻게 보면 더욱 힘들게 된 것이었다. 기사단장은 기사단원들을 모두 통솔하여야 했다. 또 그가 지휘를 하여 치안과 안전을 지켜야 하였는데, 사람들의 말을 들어 보면 그곳의 기사들이나 병사들의 대부분이 썩은 사과와도 같았기에 자신의 지휘에 콧방귀를 낄 것이 분명하였다.
“거기 가서 몸조심하고, 또 괜히 나서지 말고 알았지?”
“내가 알아서 한다니까. 거참.”
알론이 오늘 하루 열 번도 넘게 했던 말을 반복한 한스를 보며 너털스럽게 웃어 버렸다. 하지만 그의 웃음과는 다르게 한스의 얼굴에는 진심 어린 걱정이 가득해 보였다.
오늘이 바로, 알론이 크레토 도시로 가는 날이었다. 강제발령이었기에 찍소리도 못하는 건 당연 사실이었고, 알론으로서는 찍소리를 할 마음도 별로 없었다.
자신이 가서 바로잡아 주리라. 그는 마음을 굳혔다. 비록 자신이 무너질지는 모르지만, 또 혹여 크레토 도시에서 잘못되어 생이 끝날지도 모르지만 그 썩어 빠진 곳을 힘 닿는 데까지 정화시키리라고 그는 생각했다.
“후우우.”
방으로 돌아오자 짐 꾸러미가 그를 반겨 주었다. 짐 꾸러미라고 해 봤자 별것 없었다. 러닝 몇 개에 편한 바지 몇 개. 또 돈 몇 푼.
그곳에 가는 데 필요한 것은 이게 전부였다. 일단, 강제발령이기는 했지만 자신은 기사단장으로 가는 것이었기에 그곳에 가면 잠자리나, 먹을 것 그 외 등등의 일들은 대강 해결될 것이었다.
짐 꾸러미를 들고 나와 그가 황궁을 빠져나왔다. 황궁의 거대한 그 문을 열고 나오자 기다리고 있었던 제4기사단원들의 정렬되어 있는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다.
“잘 다녀오게.”
“감사합니다. 제이온 단장님.”
“잘 다녀와. 알론.”
“잘 다녀오십시오.”
“몸조리 잘해.”
알론. 그는 비록 지금은 변화된 면모를 보여 주고 있었지만 예전에는 정말 황궁 내에서 차이기도 많이 차였고, 무시도 많이 받았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대부분 ‘아, 이 사람은 착한 사람이다. 이 사람은, 곁에 두면 좋은 사람이다’라고 인식되어 있었다.
또 그건, 제4기사단원들이 느끼는 바가 더 많았고, 그 때문에 알론을 좋아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들로서는 그런 낭떠러지 같은 곳에 가는 알론이 안쓰럽고, 또 소중한 친구 하나를 보내는 것 같아 씁쓸할 뿐이었다.
단원들 한 명 한 명과 인사를 나눈 알론이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마차를 향해 걸어갔다. 그래도 오늘 하루 자신을 위해 마련된 삐까번쩍한 마차였다.
자신이 어느새 새로운 몸으로 환생한지 꽤 시간이 지난 것 같다.
겪은 일이 별로 없는 것 같기는 했지만, 또 어떻게 보면 많았다.
처음 착했던 성격의 알론 더 프레인이라는 사람에서, 변화된 알론의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 주었고, 또 그 때문에 커스 공작과의 트러블이 있었다.
그러다 커스 공작에게 뜻하지 않게 보좌관 제의를 받아 임시지만 일했었고, 그 때문에 이제껏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신개념 마약의 성분을 축출하는 방법도 알아냈으며, 또 한 아카데미로 가 썩어 빠진 아카데미 전체를 뒤바꿔 놓았다.
자신은 자신이 할 수 있는 한때 검사였던 사람으로서의 길을 탄탄히 걷고 있다고 그는 자부하였다.
또 예전의 그 마음가짐을 지금도 이어 가고 있다고 말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범죄를 처단하고, 범죄를 저지른 이가, 그 어떤 이라고 할지라도 물러섬 없이 용맹하게 맞서 싸운다.
그는 이제껏 단 한 번도 어긋나지 않고 이렇듯 행동한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 누가, 처음 커스 공작에게 꼬박꼬박 덤벼들었을 것이고, 또 그 누가 아카데미 전체를 뒤집어 놓을 생각을 했겠는가. 그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비록 지금은 그때의 그 일로 인해, 이렇듯 크레토 도시라는 범죄자의 도시로 가게 되는 것이었지만 그곳에서도 그는 자신의 검사로서의 길을 그곳에서도 걷겠노라 다짐했다.
곧 마차에 그가 올랐다. 제4기사단의 단원들이 곧 가슴 쪽에 손을 올려 외쳤다.
“카네시스!”
그와 함께 마차가 출발했다. 알론은 자신에게 경례를 취해 보이는 그들을 뒤로한 채 말이 울음소리를 내며 출발하는 것을 느꼈고, 곧 마차는 크레토 도시를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하루가 지났다. 크레토 도시는 카네시스 제국의 남쪽의 구석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그 때문에 가는 데에만 3일이 조금 넘는 시간이 들었다.
4일 정도의 시간 동안 마차를 타고 달리자, 그제야 마부가 말을 세워 놓고 말했다.
“기사님. 저곳이 바로 크레토 도시입니다.”
알론이 마부의 목소리에 짐을 들고 마차에서 내렸다. 하지만 알론이 마차에서 내린 곳은 크레토 도시와 500m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곳이었다.
“죄송하지만 저곳까지는 데려다 드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마부가 저곳에 대한 무성한 소문을 들었기에 겁에 질린 듯 말했다. 그에 알론이 고개를 저으며, 품속에서 은화 하나를 꺼내 주었다.
“괜찮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이만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아이구…… 감사합니다.”
마부는 자신이 온전히 데려다주지 못했음에도 자신에게 팁이랍시고 은화 하나를 건네는 그로 인해 어쩔 줄을 몰라 하며 받아 들었고, 곧 다시 마차가 출발했다.
마차가 출발하고 그가 다시 크레토 도시로 시선을 옮겼다.
크레토 도시는 사실상, 보이지 않았다. 7m 정도 높게 올라온 벽들이 크레토 도시 자체를 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아 놓은 건가?”
알론이 높디높게 솟은 벽들을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크레토 도시는 범죄자의 도시. 그 때문에 시민들의 대부분이 범죄자라고 말할 만도 하다. 하지만 그중 아주 소수이겠지만 범죄자가 아닌, 선량한 이들도 있을 터였다.
하지만 그런 그들까지 외부로의 통행을 금지한다는 것은 도시의 높은 이들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알론의 생각이었다.
그가 자신의 짐 꾸러미를 어깨 너머로 넘기고는 왼손으로 짐 꾸러미에 나 있는 끈을 잡은 채, 크레토 도시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별로 걷지 않은 것 같았지만 알론. 그도 그대로 긴장하고 있었던 마음 때문인지, 한순간에 크레토 도시의 거대한 문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단단하고, 두꺼운 나무로 만든 듯 보이는 문은 얼마나 통행이 힘든지를 보여 주는 것이었다.
알론이 곧 그런 거대한 문을 두들기기 위해 손을 뒤로 젖히려 했다. 그 순간 착 가라앉고 어두침침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흐흐, 자네가 이번에 새로 온 기사단장인가 보구만?”
“아, 네.”
알론이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시선을 돌리자, 나무 문의 구석 쪽에 사람 머리 하나 겨우 들어갈 수 있을 크기의 사각형의 공간이 들어왔다. 노인의 머리는 그곳에서 삐져나와 알론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도 외부의 사람이 들어오려 할 때, 확인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듯싶었다.
“잠깐만 기다리게. 곧 열어 주지.”
흰 수염이 지저분하게 자라고, 또 퀭한 눈의 그 노인은 그에게 무언가 증명할 만한 것도 요구하지 않은 채, 들이밀었던 얼굴을 다시 넣었다.
그리고 약 3분 정도가 지났을까. 거대한 나무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쿠구구구.
열리는 소리부터가 남달랐다. 문이 열리고, 알론이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꽤 큰 키의 노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자자, 어서 들어오더라고.”
노인이 손을 휘휘 저으며 들어올 것을 청했고, 알론이 들어오자 그 거대 문이 저절로 닫혔다. 아마도 꽤 고위급의 마법사가 마법을 걸어 놓은 것으로 추정되었다.
“자, 우리 즐겁고 활기찬 도시! 크레토 도시에 온 걸 환영하네. 젊은이. 인생을 즐기게나. 으흐흐흐!”
노인이 어처구니없게도 기쁜 목소리로 말했고, 알론이 그의 말에 시선을 앞쪽으로 돌렸다. 그리고 그와 함께, 알론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다 쓰러질 것 같은 허름한 건물들. 그리고 주위를 활보하는 좋지 못한 인상의 사람들과 길거리의 여자로 보이는 윤락녀들.
상상했던 대로이기는 했지만, 막상 와 보니 눈이 찌푸려졌다.
“자자, 이제 내 임무는 끝났으니 가 볼까∼.”
노인은 알론이 오면 문을 열어 주기로 한 사람인 듯 곧 뒷짐을 진 채 사라졌다. 그가 사라지고, 알론이 깊은 심호흡을 한번 쉬었다.
“자, 들어가 볼까. 레한이라는 사람을 찾으라고 했지?”
알론은 커스 공작이 자신이 이곳에 오기 전 말해 주었던 레한이라는 사람을 찾기로 했다. 하지만 과연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흔쾌히 답해 줄지 의문이 들었다.
막 그가 시장으로 보이는 곳에 발을 들이려는 때였다. 북적한 사람들의 기분 나쁜 시선의 틈사이로 갑자기 작은 키의 어린아이로 추정되는 사람이 그의 오른쪽 주머니에 걸려 있는 돈이 들어 있는 주머니를 들고 도망가기 시작했다.
“아아, 초반부터 이러기냐.”
알론이 잠시 그 자리에 멀뚱멀뚱 서서 한숨을 길게 내뱉었다. 들어온 지 이제 5분이 채 지나지 않았다. 헌데, 들어오자마자 이런 일이 터지다니……. 한숨을 쉬던 그가 곧, 어린아이를 뒤쫓기 위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어린아이는 빨랐다. 아니, 무척 빨랐다. 알론이 꽤 벅차게 쫓아갈 정도였다. 아이는 골목길로 들어가 그대로 이리저리 누비며 도망을 갔다.
딱 보아도 꽤 능숙하게 이런 일을 많이 해 본 것을 알 수 있는 실력이었다.
그리고 곧, 도망을 치던 어린아이가 결국 막 다른 길에 다다르고 말았다.
“잡았다. 요녀.”
휙!
“……!”
아이가 몸을 돌린 순간 알론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단지 키가 작은 남자였던 것이었다. 남자의 얼굴은 비열하기 그지없었다.
“카악 퉤! 빠르군.”
“뭐, 뭐.”
때래래랙.
드르르륵.
알론이 당황함에 뭐라 말하려던 때였다. 그의 뒤에서 쇠파이프가 바닥을 긁는 소리와 알 수 없는 연장들이 바닥을 구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불길함을 느낀 알론이 뒤를 돌아봤다.
뒤를 돌아본 순간 그를 맞이해 준 것은 길을 막고 서 있는 열댓 명이 넘어 보이는 연장을 든 험상궂게 생긴 사람들이었다.
“여어∼ 평민 영웅이라고 했던가? 클클, 반갑군.”
맨 중앙의 이 사람들을 이끈 사람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마치 친한 친구를 만난 듯 웃어 보이며 손을 흔들었다.
하지만 곧 웃던 그의 표정이 싸늘히 변했다.
“이곳에 왔으니, 신고식을 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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