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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법도 법이다 1권(24화)
제10장 범죄자의 도시(2)
자신의 아들 쟉셀이 누구던가. 카네시스 제국을 이렇듯 부흥시킨 제5대 가문 중 하나의 차기 가주였다. 헌데, 그런 차기 가주가 고작 제4기사단의 기사단원으로 하여금 퇴학을 당하고, 또 그 제4기사단원이 가문의 이름에 먹칠을 시켰다라?
쟉론에게는 오랜만에 들려오는 흥미로운 소리였다.
“흐음…… 대충 더 들어 보도록 하죠.”
쟉론의 표정이 한결 풀어졌고, 곧 그가 의자에 다시 앉자 이 자리에 참석해 있는 귀족들이 모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곧 다시 하렌이 말을 이어 나갔다.
“그, 그자는 제4기사단 소속으로 알론 더 프레인이라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또 최초의 오, 오러 그린 소드라는 것을 사용한 사람이라고 하더군요.”
“오러 그린 소드요?”
“네. 그가 얼마 전 있었던 레카 아카데미에서의 카르 경과의 충돌에서 초록색의 오러를 뿜어냈다고 합니다.”
“호오.”
쟉론도 검에 어느 정도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었기에 흥미로움이 더욱더 배가 되어 가는 것을 느꼈다.
“저희는 그 건방진 알론 더 프레인이라는 사람에게 저희들의 무서움을 보여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지금 현재, 아마 제국에서 이름 좀 알려졌다고 해서 기고만장하며, 우리들을 비웃고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쟉론이 귀를 경청하며 들어 주자, 하렌이 흥이 난 듯 목소리에 힘을 담아 말했고, 곧 쟉론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좋습니다. 좋아요. 그 말씀은 즉, 이곳에 모인 사람들이 모두 그때 레카 아카데미의 일의 주동자들을 처리하기 위해 모인 것이군요?”
끄덕끄덕.
모두가 말없이 그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뚜렷이 그들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서 생각해 놓으신 바는 있으신 겁니까?”
“…….”
쟉론의 재차 묻는 물음에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아무리 이들이 카네시스 제국의 귀족들이라고 하더라도 막상 황궁의 기사에게 딱히 어떻게 손을 댈지에 대해서 막막한 것은 당연한 사실이었다.
“제게 좋은 수가 하나 있습니다. 쟉론 후작님.”
그때, 제일 후석진 자리에 앉아 있던 이제 스물 초반이나 되었을 법한 한 사내가 손을 들었다.
“로랜스! 자네가 감히 무엄하게!”
로랜스. 그는 몰락한 가문의 젊은 가주였다. 그의 어머니는 창녀였으며, 또 그의 아버지는 술에 쩔어 살았던 귀족이었다.
그런 귀족답지 않은 삶을 살았던 그가 나서려 하자, 옆의 한 귀족이 막으려 했다. 하지만 곧, 쟉론이 손을 들어 그를 제지했다.
“감사합니다. 쟉론 후작님.”
“자네가 말하는 좋은 수가 뭔가?”
“혹시 크레토 도시라고 들어 보셨습니까?”
“……!”
“크, 크레토 도시!”
수군수군.
“크레토 도시라면…… 그 범죄자들의 도시인 곳이잖아.”
크레토 도시라는 곳이 로랜스의 입에서 거론되자 귀족들의 대부분이 속닥거리기 시작했다.
크레토 도시. 그곳은 제국 중 카네시스 제국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하나의 범죄자들의 수용소 같은 곳이었다.
이곳에서는 범죄를 저지르면 벌을 받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힘이 있는 자가 곧 법이 되고, 그 때문에 약자가 범죄자가 된다. 한마디로 힘 있는 자에게 약한 자는 처벌을 받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형식이었지만, 이곳에서만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크레토 도시는 완전한 자유 도시라고 볼 수 있었다.
도시의 치안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기사들이나, 혹은 병사들은 그들과 결탁하여 생활하고 있었고, 이름 높은 그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귀족들은 나 몰라라 하고 있는 실정인 그런 곳이었다.
“크레토 도시라. 그곳이 어떤 곳인지는 잘 알고 있을 터인데. 그곳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낸 이유가 뭐지?”
“크레토 도시는 모두들 알다시피 카네시스 제국의 모든 흉악범죄자들이 모인 곳이며, 하루에도 수십, 수백 건의 범죄 행위가 이뤄지는 곳이죠. 또 그곳은 들어가면 살아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인 곳입니다. 무질서한 도시가 그곳이니, 사람 하나 죽는다고 해도 모를 정도이죠.”
“흐으음.”
“그곳에 그들을 보내는 것입니다. 현재 지금 그들은 ‘평민 영웅’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기뻐 날뛰고 있을 겁니다. 또 자신들은 정의이다. 곧 법이다 하면서 범죄자들을 보면 참지 못할 겁니다. 그런 그들이 크레토 도시로 간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결국엔 충돌을 하게 되겠지.”
“후후, 예리하시군요. 맞습니다. 결국 충돌이 일어날 것이고, 살인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그들의 손에 결국 그들은 빈껍데기인 평민 영웅인 채로 목숨을 잃을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이것이 바로 손 놓고 코 푸는 격 아니겠습니까?”
처음 로랜스를 못마땅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주위의 귀족들이 그의 기발한 발상에 이채를 띄우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고, 쟉론도 그 방법에 대해 꽤 만족한 듯 고개를 주억였다.
“괜찮은 방법이군, 훌륭한 발상이야. 그렇다면 내가 황궁 측에 손을 써 알론 더 프레인이라는 자를 그곳으로 보내도록 하지. 하지만 단 한 가지. 내가 그곳에 힘을 써서 보낼 이는, 단 한 명인 알론 더 프레인이라는 사람뿐이네. 그럼 그렇게들 아시고, 모두들 일어나도록 하죠.”
쟉론은 언제나 바쁜 몸이었기에 대충 결정이 나자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고는 먼저 그곳을 빠져나갔다. 재빨리 빠져나온 그는 그대로 마차에 자신의 호위기사 크렌과 함께 올랐다.
다그닥다그닥.
그들이 오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차가 출발하기 시작했고, 쟉론은 피곤함에 잠시라도 눈을 붙이려는 듯 눈을 감으려 했다.
하지만 들려온 호위기사 크렌의 목소리에 눈을 떠야만 했다.
“쟉론 후작님. 알론이라는 사람만 그곳 크레토 도시에 보내는 이유가 있는 건가요?”
“아아. 이유라…… 있지. 그 사람은 제4기사단의 소속기사이며, 또 요즘 유명하다고 방금 전, 귀족나부랭이들이 말했었지. 난 단지 재밌을 것 같을 뿐이네. 그 기사가 과연 그곳 크레토 도시에 가서 좌절을 할지, 아니면 디딤돌을 밟고 일어나 발악을 할지, 정말 궁금해. 그러기 위해서는 아무도 자신이 알지 못하는 곳에 홀로 가는 것이 아주 좋거든, 크큭.”
쟉론은 들려온 크렌의 목소리에 생각 외로 꽤 순순히 대답해 주었다. 사실 쟉론에게 있어 크렌은 둘도 없는 친구였다.
크렌. 그는 아직 서른이 채 되지 않은 나이이다. 하지만 그 실력은 소드 마스터로 현재의 카네시스 제국에서의 최연소 소드 마스터이다. 그런 그가 쟉론과 붙어 있는 이유는, 단지 쟉론에게 충성을 결심했고, 또 그에 곁에 있기로 다짐을 했기 때문이다.
“재미라…… 그렇군요.”
피는 속일 수 없다고 쟉셀의 아버지인 쟉론 역시 재밌는 것이라면 사족을 못 썼다. 그 때문에 자신의 아들의 퇴학 문제가 아니라, 오로지 자신의 재미를 위해 알론만을 그곳에 보내겠다고 선포를 하고는 나온 것이다.
“자, 그럼 난 이제 한숨 붙이겠네.”
말을 마친 쟉론이 곧 눈을 감았고, 잠시 그런 그를 바라보던 크렌이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창밖은 달리는 말로 인해 풍경이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제11장 범죄자의 도시. 크레토로 가다(1)
황궁의 정중앙 황제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 곳의 바로 옆에 하나의 공고문이 붙었다. 그 공고문에 적힌 것을 본 사람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고, 곧 멀리서 한 사내가 뛰어왔다.
“이, 이건.”
뛰어온 사내는 다름 아닌 알론이었다. 알론은 동상의 바로 옆에 자신에 대한 공고문이 붙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이곳에 온 것이었다.
―크레토 도시의 강제발령
황궁 일동: 우리 황궁 측에서는 하루가 지날수록 썩어 들어가는 크레토 도시로 인해, 그곳에 발령 받을 자를 한 사람 뽑았다. 그는 그곳에서 기사단장 직을 맡게 될 것이다.
그는 정의감이 하늘을 찌르고, 또 그의 용맹함은 사람들에게 감탄사를 만들어 내니, 우리는 그를 적임자라 여겨 그를 뽑았다. 우리는 그가 기사단장으로서 훌륭한 면모를 보여 주리라 믿는다.
강제발령 명단자: 황궁 제4기사단 크로스트 기사단 소속 알론 더 프레인.
“이, 이게 무슨.”
공고문을 읽은 알론의 두 눈이 땡그래졌다. 갑작스럽게 크레토 도시라는 곳으로 강제발령이라니? 믿을 수가 없었다.
그가 거칠게 공고문을 떼어 놓고는 그대로 커스 공작의 사무실로 향했다.
벌컥.
“커스 공작님! 대체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평소의 그라면 노크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갑작스러운 강제발령 명령 때문에 노크마저 잊었다.
“일단 좀 앉게나.”
커스 공작이 기다리고 있었던 듯 안경을 벗으며 얼굴을 한껏 부비고는 피곤함을 역력히 드러냈다.
“내 생각에는…… 쟉론이나, 아니면 레카 아카데미 때의 일 때문에 앙심을 품은 귀족들이 이런 상황을 만든 것 같네.”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도시로 강제발령 받는 것이 대체 어째서 그들이 벌인 일이라는 겁니까.”
크레토 도시에 대해 알고 있지 않은 알론으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째서 다른 도시로의 강제발령이 그들이 벌인 일이라는 말인가.
“자네 혹시…… 크레토 도시에 알고 있는 바가 없는 건가?”
알론의 행동에 혹시나 하는 물음으로 커스 공작이 물었고, 알론이 곧 고개를 끄덕였다.
“허…… 자네 인생 헛살았나 보군. 크레토 도시. 다른 이름으로는 범죄자의 도시이네. 하루에 몇 건의 범죄가 일어나는지도 모르며 또 그곳의 범죄자들은 모두 흉악범들이라고 할 수 있지. 더군다나 법을 지켜야 하는 이들이 그런 그들과 어울리고 있는 도시이니…… 멀쩡한 사람이 발을 붙이고는 멀쩡히 나오기 힘든 곳이네. 그런 곳에 자네와 같은 법에 어긋나는 행동을 보면 참지 못하는 사람이 가게 된다면 어떻게 될 것 같나?”
“……그쪽에서는 그것을 노린 것이군요.”
“이제야 좀 알아듣는군. 자네가 크레토 도시로 가게 된다면 충돌을 피할 수 없는 것이네. 더군다나 자네는 내가 그곳에서의 행동은 조심하는 게 좋을 거다. 라고 말해도 들을 사람이 아니지 않은가.”
“…….”
알론이 그의 말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신이 누구던가. 범죄를 보면 참지 못하고 달려가는 그런 사람이었다.
어떻게 보면 정의의 사도 같았지만, 절대 아니었다. 자신은 오로지 자신의 신념만을 따르는 것이었고, 상대가 누구라도 달려들 뿐이었다.
그런 자신이 과연 그곳에 가게 된다면 참을 수 있을 것인가? 절대 아니었다.
이곳저곳 달려들 것이었고, 또 그런 자신이었기에 크레토 도시로 간다면 충돌은 당연한 것. 사지 멀쩡히 돌아올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로 말이다.
“저는 어떻게 해야 좋겠습니까. 커스 공작님.”
알론이 커스 공작과 눈을 맞췄다. 이미 황궁에서 결정된 사항이었고, 또 자신은 강제발령을 받은 상태이다. 그 때문에 어떠한 이유가 있더라도 크레토 도시로 가야만 했다.
“후우…… 내 말 가슴에 잘 새겨 두도록 하게. 자네는 자네가 믿는 악법도 법이다라는 신념만을 믿고 따라가게. 그것이 가장 자네다운 것이고, 자네다운 길일 테니. 무슨 말인지 잘 알겠나?”
“훗. 그 말은 그곳의 범죄자들에게 모두 심판을 내리라는 말입니까?”
커스 공작의 말에 알론이 자신도 모르게 실소를 머금었다. 하지만 농담스럽게 내뱉은 그의 말에 커스 공작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자네에게 내 보좌관으로서 명령을 하나 내리지. 그곳은 썩어 빠진 도시. 버려진 사람들이 존재하는 곳이네. 그곳에 가 자네가 심판을 내리게. 아직까지 세상에는 자네와 같은 굳은 의지의 사람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법이란 것을 모르는 그들에게 법이 어떠한 것인지를 보여 주게. 잘 알겠나?”
커스 공작의 말에 알론이 조금은 황당해져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커스 공작의 말을 들어 보면 그곳에서 이렇듯 행동하면 목숨이 날아가기 십상이다. 이것은 한마디로 지금 커스 공작이 자신의 죽음을 부추기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곧 알론은 커스 공작의 눈빛에서 무언가를 보았고, 그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커스 공작은 자신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었다. 그곳에서 절대 기죽지 말고, 또 자신이란 사람을 그들에게 보여 줄 것이며, 그들에게 법의 철퇴를 내리고 무사히 돌아오라는 그런 메시지를 말이다.
“카네시스!”
그의 뜻을 이해한 알론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가슴에 주먹을 말아 쥔 손을 올리고 외쳤다. 그에 커스 공작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난 자네가 잘 해내리라고 믿네. 그들에게 황궁의 기사가 어떤 사람인지, 또 얼마나 법이란 것이 무서운 것인지를 보여 주고 다시 돌아오게.”
“카네시스!”
알론이 또 한 번 가슴에 손을 얹고는 외쳤고, 곧 눈을 맞추어 웃어 준 알론이 상체를 숙여 보이고는 그곳을 빠져나왔다.
사무실을 빠져나온 알론은 빠르게 자신의 방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커스 공작 때문에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그가 곧 방의 앞에 서 문을 열려는 때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알론 경.”
“아아…… 카일 경 아니십니까.”
그를 부른 이는 다름 아닌, 레카 아카데미 때 함께 일을 추진하였던 사람인 카일이었다. 카일의 표정은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이번에…… 크레토 도시로…… 강제발령이 나셨다고요.”
아마 카일로서는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을 것이고, 또 알론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것이다. 정작 일을 함께 했음에도 쟉론이나, 다른 여타의 귀족들은 자신에게는 아무런 해도 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알론에게 가해진 것은 너무나 참혹한 것이었다.
“아, 네…… 저 잘 다녀오도록 하겠습니다.”
카일의 미안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에 알론이 일부러 담담한 척 목소리에 힘을 주어 말했다. 그에 카일이 피식하고 웃어 버렸다.
“무사히 잘 다녀오시죠. 또 돌아오시면 함께 커스 공작. 그 노인네의 수발이나 들어 주는 겁니다.”
“네. 그동안 커스 공작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알론과 카일이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리고 곧 카일이 돌아갔고, 알론이 방 안으로 들어갔다.
“잘 다녀오십시오. 알론 경.”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던 카일이 문득 뒤를 돌아 알론이 있던 자리를 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