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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법도 법이다 1권(23화)
제9장 체포. 그리고 마지막 쟉셀(4)
“으으음…….”
알론이 무거운 눈꺼풀을 겨우겨우 끌어 올렸다. 눈꺼풀을 끌어 올리고 그가 처음으로 본 것은 천장이었다.
끼이익.
“일어나셨습니까.”
그리고 곧 문이 열리며 카일이 안으로 들어왔다. 알론이 몸을 추스르며 물었다.
“제가 어째서…….”
“갑자기 쓰러지셨습니다. 자, 물이나 한잔 하시죠.”
카일이 그에게 물을 한잔 건넸고, 알론은 컵에 담긴 물을 반쯤 마셨다. 그러다 문득 레카 아카데미의 일이 생각났다.
“레카 아카데미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제 황궁 측에서 그들 모두를 후송해 갔습니다. 또 얼마 후 있을 재판에서도 저희가 우세적으로 이길 것 같다고 말하더군요.”
“다행이군요.”
“그보다 그때의…… 그 초록색의 오러는 무엇입니까?”
알론이 안도의 한숨을 쉬자, 이제까지 계속 말하고 싶었던 듯 카일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카일도 기사인지라, 그가 보인 오러 그린 소드가 궁금하였을 것이다.
“그, 글쎄요…….”
알론이 딱히 뭐라고 설명하기 애매모호했기에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그에 카일이 아쉬움의 한탄을 했다.
“역시 말씀해 주시지 않는군요. 하지만 뭐 그렇다고 뭐라고 할 마음은 없습니다. 그건 알론 경이 창안하신 거니까요.”
하지만 한탄을 하며 카일은 꼬치꼬치 묻는 식의 말은 하지 않았다. 기사 된 자로서 남이 노력으로 얻은 것을 캐물어 가면서 듣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참, 그보다 이번 레카 아카데미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자연스럽게 저희가 이곳에 온 목적인 쟉셀의 문제도 대강 해결된 것 같더군요. 황궁 측에서 레카 아카데미에 뇌물을 먹인 귀족들의 자녀들 대부분을 정학 조치 시키거나, 퇴학 조치를 시킨다고 하더군요. 또 그게 안 된다면 이제까지 조작된 시험 성적을 리셋시키고 다시 보게 할 것 같습니다. 뭐 쟉셀은 저희가 단지 혼꾸멍을 내 주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지, 다른 의도는 없었으니 그 정도로 만족해도 될 것 같습니다.”
“훗.”
“왜 웃으시죠?”
카일은 자신이 이야기를 늘어놓자 갑자기 주먹을 살짝 말아 쥔 손으로 입을 막고 웃는 알론으로 인해 고개를 갸웃했다.
“그냥 저번의 그 일 때문에. 저에게 복수를 하겠다고 난리를 치다, 제가 황궁으로 돌아간 것을 알고 지을 그의 표정이 우습군요.”
“후후후, 하긴 그때 알론 경에게 호되게 당하기는 했죠.”
카일도 그의 말에 머릿속에 쟉셀이 성을 내고 있을 모습이 생각이 난 듯 피식하고 웃어 보였다. 그리고 곧, 서로를 피식피식 바라보며 웃던 중 카일이 알론에게 손을 내밀었다.
“앞으로도 황궁에 돌아가면 커스 공작님의 보좌관으로서 잘해 봅시다.”
“네. 당연하죠.”
말을 마친 카일이 다시 웃어 보이고는 이내 쑥스러웠던 듯 빠져나갔다. 그러고는 알론도 황궁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이곳에 머문 지 어언 3주 정도가 흘렀다. 그 때문에 황궁으로 돌아간다면 밀린 업무가 산더미 같을 것이었다.
그렇게 레카 아카데미의 일이 마무리되는 듯싶었다.
제10장 범죄자의 도시(1)
레카 아카데미의 일은, 교사들이 연행된 지 두 시간이 채 되지 않아 카네시스 제국의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사람들은 명성 높고, 많은 인재가 배출된 레카 아카데미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또, 레카 아카데미의 카르 교장과 그를 비롯한 타 교사들의 죄 값에 대해 재판이 열리게 되었다.
재판을 열고, 그들에게 내려진 벌은 교사 자격증 박탈과 2년간의 징역이었다.
또한, 이 일의 핵심 인물이라고 볼 수 있는 카르 교장은 5년의 징역을 받았다.
레카 아카데미의 이들이 교사 자격증을 박탈당하게 되고, 곧바로 황궁 측에서는 실력 있는 교사들을 서른 명가량을 모았다.
또, 황제가 직접 새로이 그곳을 이끌어 갈 교장으로 칼렌 돈 라이크 후작을 추천하였고, 칼렌 돈 라이크 후작이 이제 새로운 레카 아카데미의 교장이 되었다.
대강 레카 아카데미의 일이 마쳐지고, 그다음에 한 일은 레카 아카데미에서 교사들에게 뇌물을 먹이거나, 혹은 성적표를 조작시키게 한 귀족들을 처리하는 일이었다.
이 귀족들은 물론 포튼이 건네주었던 장부로 인해 그들의 모든 이름이 만천하에 폭로되었으며 또 그중에는 레카 아카데미에서 인재라고 칭송 받았던 귀족 아이들의 부모들도 있었다.
한마디로, 그 인재라고 칭송 받았던 아이들은 단순 뒤의 권력과 배경으로 하여금 인재라는 칭호를 얻었던 것이다.
하지만 뇌물 혐의를 받게 된 귀족들에게 황궁 측에서는 1천 골드의 벌금과 비록 아이들이 행한 일이 아니지만 그의 부모들이 괘씸하여 일에 가담한 귀족 아이들의 정학 혹은 퇴학 조치를 하였다.
또한, 쟉셀은 비록 성적표 조작이 아니더라도 원체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기는 하였지만 이제까지 그가 벌인 악행과 그 외의 일들로 하여금 황궁 측과 또 그곳에서 새롭게 교장이 된 칼렌 후작은 그를 퇴학 조치 시키기로 결정지었다.
“녀석 잘 지내나 보군.”
편지봉투를 찢은 뒤, 펼쳐 읽던 알론이 편지를 모두 읽고는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편지를 보낸 이는, 다름 아닌 소년 기온이었다. 자연스럽게 기온도, 교사들의 말도 안 되는 판단 때문에 그들이 모두 잡혀 들어가자, 알론이 이 안타까운 사실을 말해 레카 아카데미에 다시 다닐 수 있게 되었다.
똑똑.
“들어오시죠.”
편지를 읽고 서랍장에 넣은 알론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시선을 문 쪽에 두었다.
끼이익.
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커스 공작이었다. 커스 공작의 얼굴은 묘한 미소가 감돌고 있었다.
“뭐하고 있나. 평민 영웅.”
“제발. 그런 식으로 부르지 말아 주시죠.”
알론이 들어오자마자 자신을 ‘평민 영웅’이라고 부르는 커스 공작으로 인해 미간을 찌푸렸다.
요즘 들어, 알론과 카일을 평민 영웅이라고 칭하는 이들이 꽤 많아졌다.
사람들이 그 둘을 그렇게 부르는 이유는, 그 둘이 평민 아이들의 잘못된 성적표를 올바르게 바꾸어 놓은 장본인들이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사람들은 그 둘이 단순 장학사 일을 하러 가였다가, 이 부정부패를 참지 못하고 행동한 용감한 두 영웅이라고 생각을 하였다.
그로 인해, 사람들은 그 둘이 두려움을 모르고 또 평민을 위하는 멋진 기사들이라고 생각했고, 자연스럽게 이런 칭호가 붙어 버린 것이다.
또 그때 알론이 보여 주었던 오러 그린 소드는 지금도 카네시스 제국의 곳곳에 퍼져 나가고 있었다.
“그것보다 무슨 일로 오신 거죠?”
커스 공작이 딱히 할 일이 없어, 자신의 방에 올 정도로 한가한 사람이 아니었기에 알론이 물었다.
“뭐 잡다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나도 일단은 바쁘니 본론부터 이야기하도록 하지. 자네나 카일이나 아마 조심해야 할 것이네.”
“……무슨 말씀이시죠?”
갑작스러운 커스 공작의 말에 알론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사실 알겠지만 자네들이 처음에 그곳에 갔던 목적은 쟉셀에게 혼구멍을 내 주기 위함이었지. 또 그곳에는 장학사의 신분으로 간 것이고, 웬만해서는 조용히 그냥 혼만 내 주고 오면 되는 것이었어. 하지만 레카 아카데미를 전체적으로 공격하고 나서부터 일이 복잡해졌네.”
커스 공작이 잠시 말을 멈춘 뒤, 곧 다시 말을 이어 갔다.
“자네들이 레카 아카데미 전체를 공격하고 난 뒤부터, 수많은 귀족들이 자네와 카일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네. 그들의 대부분이 레카 아카데미에 자신들의 아이들을 보내 놓았고, 또 성적표 조작에 가담한 이들이지. 그들은 자신들의 명성에 타격도 받았을 뿐더러, 또 고작 장학사 신분으로 그곳에 갔다가 자신들에게 피해를 입힌 자네들을 노리고 있는 것 같더군. 또 카일보다는 자네가 더욱 조심해야 하네. 일단 카일의 경우 제1기사단의 소속 기사로서 크게 그를 어떻게 하지는 못할 거네. 누군가 마음대로 제1기사단의 기사를 건드린다면 황궁 측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 하지만 자네는 다르네, 제4기사단의 기사이지. 그 어떤 귀족이라고 해도 만만히 보는 게 제4기사단 소속의 기사라는 것은 자네가 더 잘 알 것이네. 그리고 그중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쟉셀의 아버지 쟉론이네. 분명 그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네. 분명 언성이 높아지고 있는 귀족들의 가운데에 서서 일을 주도할 것으로 추정이 되고 있지.”
“일이라면…….”
“자네나, 카일을 괴롭힐 일이겠지. 어떤 식으로 나올지는 모르지만, 나도 최대한 힘을 써서 막아 보기는 할 것이네.”
커스 공작의 얼굴에 잔뜩 걱정스러움이 묻어났다. 아무리 그가 최대한 힘을 써서 막아 본다고 하더라도 한계가 있었다.
다른 여타 귀족들은 어떻게 해서든 해결할 수 있었지만 쟉론은 달랐다.
카네시스 제국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문의 가주. 그가 나서게 되면 아무리 커스 공작이라고 할지라도 막을 수 있는 길이 사라지는 것이었다.
“이크, 폐하를 뵙기로 했는데 늦었군. 아무쪼록 몸조리를 잘하는 게 좋을 거네. 난 바빠서 가 봐야겠군.”
곧 커스 공작이 자리에서 황급히 일어나 방을 빠져나갔다. 그가 빠져나가고 알론이 고민에 잠겼다.
“나와 카일 경을 노린다라.”
꽤 심각한 문제였다. 알론은 돌격적으로 모든 귀족들을 잡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열혈남아였다. 하지만 그로서도 쟉론이라는 사람은 호락호락하지가 않을 것 같았다.
커스 공작이 남기고 간 말에 대해 생각을 하던 알론이 곧 벌러덩 침대로 몸을 뉘었다. 걱정은 또 다른 걱정거리를 낳을 뿐이었다.
그러니, 그럴 시간에 차라리 잠이나 자는 것이 낫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카네시스 제국의 라이토 영지의 영주성 안으로 급히, 제국 각지에서 모인 귀족들의 마차가 도착하기 시작했고, 그들은 황급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이 황급히 움직여 도착한 곳은 영주성의 맨 꼭대기층에 위치한 회의실이었다.
그렇게 모이고 모여 한 시간 동안 모인 귀족들의 수가 열 명이 넘어갔다.
뚜벅뚜벅.
“아, 거참. 우리도 바쁜 사람인데. 그분이 없어도 우리끼리 이야기를 진행해도 되는 거 아닙니까?”
“모르는 소리입니다. 커네트 백작. 쟉론 후작께서 가담하셔야 일에 아무런 착오가 생기지 않습니다.”
커네트라는 백작의 지루함이 섞인 말투에 흰 머리카락이 길게 자란 귀족 남성이 호통을 쳤다. 그리고 곧, 그와 함께 문이 열리며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 쟉론 후작님! 오셨습니까.”
“모두들 안녕하십니까.”
쟉론 후작이 옆에 호위기사를 대동한 채 등장함과 동시에 둥그렇게 되어 있는 회의실의 탁자에 빙 둘러앉아 있던 모든 귀족들이 일제히 몸을 일으켰다.
단지, 쟉론 후작의 등장 하나만으로도 모든 귀족들이 몸을 일으킨 것으로 보아 얼마나 그가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지를 보여 주었다.
“모두들 앉으시죠.”
“아, 예.”
쟉론 후작이 회의실의 중간 부분에 앉았고, 모든 귀족들이 자리에 앉고는 시선을 그에게 두었다.
“이렇게 저를 여러분들이 불러 주신 이유가 레카 아카데미의 일 때문이라고 들었습니다. 여러분, 맞습니까?”
“예. 맞습니다.”
쟉론 후작의 말과 함께 귀족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후. 헌데, 레카 아카데미가 어쨌다는 거길래, 이 바쁜 저를 부르신 건지. 이유를 들어도 좀 되겠습니까?”
쟉론의 얼굴로 짜증스러움이 가득 묻어났다. 갑작스럽게 몇몇의 귀족들이 자신이 자리에 참석해 줄 것을 청했다. 그 때문에 하는 수 없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이곳에 참석한 것이었다.
흠칫.
모든 귀족들이 짜증스러움이 담긴 그의 표정에 흠칫하고 놀랐다. 그리고 곧 흰머리가 길게 자란 하렌 백작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쟉론 후작님도 알다시피…… 이번 레카 아카데미 때의 일 때문에 저희 측에서 얻은 피해가 큽니다. 뭐, 물질적으로 어떠한 피해가 있겠냐만은…… 명성적으로 크나큰 타격을 입었죠.”
“그래서요?”
쟉론은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상관하지 않는 듯 하렌 백작의 말에 톡 쏘듯 되물었다.
“또…… 더군다나…… 이번에…… 쟉론 후작님의 아드님도…… 그 일 때문에…… 퇴학을 당하셨다고.”
쾅!
“고작 그런 시덥잖은 일 때문에 바쁜 저를 부른 것입니까.”
어느새 이어지던 하렌 백작의 목소리가 점점 모깃소리처럼 작아졌고, 짜증을 이기지 못한 쟉론이 주먹으로 강하게 탁자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에게는 아들이 퇴학을 당하고, 명성이 깎이는 일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또 레카 아카데미의 교사들이 어찌 되던 자신은 별로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보십시오. 여러분들! 저는 바쁜 사람입니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 번을 이곳저곳 내다니는 사람이라는 말입니다. 근데 그깟 제 아들의 퇴학이 대수라는 말입니까.”
“그, 그그 아, 아드님을…… 퇴, 퇴학당하게 만든 장본인 중 한 명이…… 화, 황궁의 제4기사단 소, 소속이라고 합니다. 쟉론 후작님. 그, 그러니 아드님이나, 가문의 명성에 크나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해서.”
하렌 백작이 떨리는 목소리로 흥분 상태의 쟉론을 진정시키기 위해서인지 대충 아무 말이나 꺼냈고, 다행스럽게도 그의 말에 화를 내던 쟉론의 표정이 흥미로움으로 변했다.
“제 아들이 퇴학당하게 만든 장본인이 제4기사단의 기사란 말입니까?”
비록 현재 카네시스 제국으로 알론이나 카일의 소문이 꽤 파다하게 일어나고 있었지만 쟉론의 경우 그런 이야기는 대충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스타일이었다.
그 때문에 알론이 몇 사단 소속인지 알지 못했고, 제4기사단의 소속이라는 말에 흥미를 보이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