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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얼스 1권(25화)
10장. 척살(2)
“뭐가 말입니까?”
“잘 생각해 봐. 나도 병사들 가족들에게 치료제를 챙겨 주고 싶지는 않아. 하지만 우리가 영주를 치는데 있어 그건 필수적인 일이야. 몬데릭 영주가 아무리 썩었어도 우리 같은 일반 유저와 주민들이 영주를 치는 행위는 정당성이 없어. 영주를 치는데 성공했어도 그 후에 병사들이 우리를 공격하거나 재수 없으면 영주가 그놈들을 풀어 줄 수도 있어. 그러면 우리가 영주를 치는 것을 방해할 것이 분명하지. 그걸 막기 위해서 병사들을 우리편으로 만들어야 하고 그 방법은 바로 병사들의 가족들을 챙기는 거다. 이제 좀 알겠냐?”
“할 수 없이 도와줘야겠군요. 그럼 가도록 하죠.”
카일러의 장황한 설명에 웨드도 마지못해 동의했다.
카일러와 웨드는 치료제를 들고 직접 찾아갔다. 물론 한밤중이었다. 낮에 움직이면 몬데릭 영주에게 들킬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똑똑.
문을 두드리자 집 안에 있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목소리만 들어도 나이가 어린 남자아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치료제를 가져왔단다. 문 좀 열어 주겠니?”
“치, 치료제요? 하지만 안 돼요. 엄마가 모르는 사람이 문 열어 달라고 해도 함부로 열어 주면 안 된다고 했어요.”
처음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꼬마가 그러는 것도 당연한 것이었다. 낯선 사람이 문을 열어 달라는데 ‘아이고, 반갑습니다. 들어오시죠.’라고 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이래 가지고 오늘 밤 안에 다 전달할 수 있겠습니까?”
웨드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흐음… 그렇다면 다른 방법을 써 보도록 하자.”
“그러면 내가 치료제를 여기 두고 갈 테니까 나중에 가져가렴. 잘 있어라. 가자.”
그러자 잠시 뒤 문이 열렸다. 어린 꼬마였다. 꼬마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런데 그때 복면을 쓴 남자 두 명이 꼬마의 앞에 나타났다.
“꼬마야, 엄마 어디 계시니?”
“허, 헉! 살려 주세요.”
“우리는 그저 치료제를 전달해 주려 왔을 뿐이야. 잠깐이면 된다.”
카일러와 웨드는 무작정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딱 보기에도 상당히 아파 보이는 여자가 있었다.
“누구시죠?”
그 여자가 갑자기 집 안에 들어온 카일러와 웨드를 경계의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저희는 치료제를 드리러 온 사람입니다. 여기 아주머니 몫으로 치료제를 두고 가겠습니다.”
“그게 치료제인 걸 어떻게 알죠? 혹시 독이라도 탄 거 아닌가요?”
“치료제가 맞습니다. 믿으셔도 됩니다.”
“복면 쓰고 들어오신 분을 어떻게 믿죠? 치료제 가격이 싼 것도 아닌데… 설마?”
“지금 생각하시는 게 맞을 겁니다. 그리고 못 믿겠으면 드시지 마세요. 저희는 가 보겠습니다.”
그렇게 카일러와 웨드는 유유히 그곳을 빠져나왔다.
“웨드, 서두르자. 날이 밝기 전에 끝내야 된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카일러와 웨드는 밤새 병사들의 가족들 집으로 찾아갔다. 도시인만큼 병사수가 1천 명은 족히 넘었다.
덕분에 모든 집을 다 돌았을 때 카일러와 웨드의 허리는 끓어지기 일보 직전까지 되었다.
“크… 이거 현실 같은 게임이 좋은 면만 있는 게 아니군.”
“그러게 말입니다.”
“그, 그래도 효과가 있겠지?”
“끄으… 그럴 겁니다, 카일러 님.”
카일러와 웨드는 시간을 확인하니 로그아웃하기에는 애매하고 그냥 있자니 몸이 너무 피곤했기에 접속 상태에서 잠을 청하기로 했다.
몇 시간 뒤. 카일러와 웨드는 무거운 눈꺼풀을 치켜뜨고 서둘러 훈련 장소로 향했다.
그곳에는 장정들이 미리 나와 연습을 하고 있었다.
“웨드, 루스턴이 오늘 오는 거 맞지?”
“맞습니다. 제가 여기서 저 골목만 쳐다보겠습니다. 오면 바로 알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웨드는 바위 위로 올라가 폼을 있는 대로 잡으며 마치 해적이라도 되는 듯이 먼 곳을 바라보았다.
카일러는 그 모습이 꼴 사나웠으나 지금은 그런 걸 걸고 넘어질 때가 아니었다. 장정들을 돌아보고 입을 열었다.
“오늘은 정예 부대 50명을 선발하도록 하겠다. 토너먼트 방식으로 대련을 하여 마지막으로 남는 50명이 정예 부대가 되는 것이며 내가 정예 부대로 선발된 자들 중 가장 실력이 뛰어난 자를 부대장으로 임명할 것이다.”
카일러의 말에 장정들의 눈이 활활 타올랐다.
“자, 그럼 시작하도록.”
그렇게 400명의 장정들이 토너먼트 방식으로 대련을 시작했다.
장정들의 실력을 보니 월등한 자는 아주 월등하지만 대부분 수준이 미흡했다.
‘이래 가지고는 희생이 클 텐데… 역시 며칠 가지고는 무리인가.’
일반 병사만큼은 아니어도 비슷한 수준으로 훈련시키려면 적어도 한 달은 훈련시켜야 한다. 그런데 며칠밖에 되지 않았으니 미흡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없다. 가능한 빨리 영주를 쳐야 한다. 영주가 만약 이 광경을 보기라도 한다면 무슨 수를 쓰더라도 막으려 들겠지. 그러면 끝장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갑옷도 없는 장정들이 실력도 턱없이 부족하다면 기사들에게 순식간에 도륙당할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그것을 뻔히 알고 있어도 그것을 막을 수 있는 뾰족한 수가 없었다.
그저 출정하기 전까지 가능한 많이 훈련시켜 훌륭한 병사로 키워 내는 방법밖에 없었다.
시간이 흘러 마침내 50여 명의 정예병이 선발되었다.
“대장님. 부대장은 누가 됩니까?”
“난 정예 부대의 부대장으로 저 녀석으로 하겠다.”
카일러가 가리킨 장정은 카일러와 처음 대련했던 체격이 큰 장정이었다.
‘공격 하나하나가 위력이 있고, 속도 역시 뒤처지지 않는다. 부대장으로 적합하다.’
다른 장정들도 동의하는 눈치였다.
“자네 이름이 뭔가?”
“발론이라고 합니다.”
“발론을 부대장으로 임명하겠다. 만약 이의 제기를 할 사람이 있으면 부담없이 말하라.”
그러자 두 명의 장정이 이의 제기를 했다. 키가 큰 장정과 작은 장정이었다. 특이한 체격 때문에 카일러가 익히 기억하고 있던 장정이었다.
“자네들 이름이 뭐지?”
“칼른이라고 합니다.”
“켈크라고 합니다.”
키가 큰 장정과 작은 장정이 차례대로 말했다.
“좋아, 그러면 너희들은 제외한 장정들에게 묻겠다. 가장 많은 장정이 선택한 자를 부대장으로 임명하겠다.”
“자, 부대장으로 적합하다 생각하는 사람이 호명되면 너희들은 앞으로 나와 서 있고 나머지는 뒤로 가 앉아라. 그럼 발론부터 시작하겠다.”
발론, 칼른, 켈크 순서대로 호명했다. 결과는 발론 180명, 칼른 120명, 켈크 97명이었다.
“너희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발론을 부대장으로 임명하겠다.”
“알겠습니다!”
“오늘 무기가 도착할 것이다. 오늘 최종적으로 훈련하고 내일 드디어 몬데릭 영주와 그 수하들을 칠 것이다!”
“우워어어어어!”
장정들의 사기는 충만했다. 하지만 선발된 50명을 제외하고는 사기와 상반되게 실력이 너무나 미흡했다.
‘성공할 수 있을려나.’
그런데 그때 웨드가 소리쳤다.
“카일러 님! 루스턴이 오고 있습니다.”
“드디어 왔군! 장정들이여, 드디어 무기가 왔다!”
“우워어어어어!”
잠시 뒤 루스턴이 카일러 앞에 왔다.
“왔구나.”
“당연하지. 이 몸이…….”
“일단 내 검이나 내놓고 얘기하실까?”
카일러가 루스턴에게 어쩔 수 없이 슬러크이 검을 맞겼다. 그 때문에 내심 찝찝했었다.
“쳇, 여기 있다.”
“오오! 확실히 슬러크의 검이 맞군!”
카일러는 슬러크의 검을 아이템 창에 잘 보관했다.
“자, 그럼 무기를 살펴볼까.”
강화된 철 검
타입:한 손 검
공격력:5(+2) 공격 속도:5
내구도:2(+3) 무게:4 레벨 제한:1
*슬란 마을의 대장장이 토르가 심열을 기울여 수리한 덕분에 검의 공격력이 상향되었습니다.
‘대박이다!’
사실 어쩔 수 없이 수리를 맞기기는 했지만 무기의 본래 성능의 회복을 위한 것이었지 강화까지 될 줄은 몰랐다.
그런데 토르가 심열을 기울여 수리를 해 무기의 본래 성능이 회복된 것은 물론이고 강화까지 되었다.
덕분에 공격력과 내구도가 상향되어 각각 7, 5. 그런데…….
“돈은 받는다든?”
“아니, 그냥 해 준다고 하더라고.”
‘휴, 다행이군.’
카일러는 무기 성능이 향상된 것보다 돈 굳은 것이 더 기뻤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무기들이 카일러가 쓸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무기 수리나 맡길 걸 그랬나.’
“아, 그런데 카일러. 토르 아저씨가 이것 좀 전해 달라고 하더라고.”
루스턴이 건넨 것을 보고 카일러의 눈이 눈부시게 빛이 났다.
그것은 다름 아닌 무기와 방패, 그리고 편지였다. 카일러는 당연하다는 듯이 무기부터 살폈다.
반짝이는 검
타입:한 손 검
공격력:29 공격 속도:5
내구도:19 무게:9 레벨 제한:9
‘눈물이 앞을 가리는군. 레벨 9 때 끼는 장비의 공격력이 보통 23인데… 29씩이나 된다. 게다가 다른 장검의 무게가 13정도 되는 것에 비해 가벼운 편에 속한다.’
카일러는 검을 잘 챙겨 들고 방패도 살펴보았다.
단단한 방패
타입:방패
방어력:13
내구도:20 무게:10 레벨 제한:9
“흠흠.”
토르에게 받은 무기와 방패 덕분에 춤이라도 덩실덩실 추고 싶었지만 그저 생각으로 끝냈다. 그리고 뒤늦게 편지 봉투를 살펴봤다. 하나는 볼보크 장로가 하나는 말라크가 보낸 편지였다. 장로가 보낸 편지부터 읽어 보았다.
난 볼보크 장로네. 비록 자네를 볼 수는 없었지만 자네 친구를 본 것만으로도 반가웠네.
그런데 자네가 위험한 일을 하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네. 마음 같아서는 말리고 싶지만 자네가 옳은 일을 하는 것이라 판단이 되니 굳이 말리지는 않겠네.
자네가 보낸 친구의 부탁대로 토르가 모든 무기를 수리했다네. 토르가 잠도 마다하며 수리한 것이라 걸작이 나왔지. 그리고 한 손 검 갯수에 맞춰 방패도 보냈네. 부디 도움이 됐으면 하네.
우리 슬란 마을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자네를 도운 것이니 부디 성공하길 바라네.
‘방패까지 보내다니… NPC와 친밀도가 높으면 이래서 좋은 것이군.’
카일러는 친밀도의 중요성을 새삼 깊이 깨달았다.
이번에는 말라크가 보낸 편지를 훑어보았다.
안녕, 카일러. 네가 그런 위험한 일까지 결심했다니 넌 정말 대단한 것 같아.
어쨌거나 성공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내가 저번에 동물 해체하는 방법을 못 가르쳐 준 거 미안해.
대신 내가 그림으로 설명해 놓은 것을 첨부했어. 도움이 될 거야. 행운을 빌어.
‘말라크 자식. 저번에 가르쳐 달라고 할 때는 싫다고 하더니 뒷북 치기는.’
카일러는 말라크가 첨부한 설명서를 펼쳐 봤다. 그러자 비유가 약한 사람은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잔인한 그림들이 보였다.
몰래 엿보고 있던 루스턴이 헛구역질을 했다.
“욱… 저렇게 잔인한 인간이었다니…….”
“토할려면 저리 가서 해라.”
카일러의 말에 루스턴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나무 밑에 가서 실례를 했다.
‘어쨌거나 도움이 많이 되겠군.’
카일러는 설명서를 잘 보관해 두었다.
“웨드.”
“네, 카일러 님.”
“장정들에게 무기를 배분해 줘. 한 손 검을 쓰는 사람들에게는 방패도 주도록 해.”
“알겠습니다.”
웨드가 장정들에게 무기를 나눠 주는 사이 카일러가 루스턴에게 영주의 동태를 살피기 위해 정찰을 시켰다.
“정찰이라고?”
“그래.”
“하, 하지만…….”
“그럼 놀게? 닥치고 갔다 와라.”
“아, 알았어.”
루스턴은 마지못해 정찰을 하러 갔다.
잠시 뒤 웨드가 무기 배급을 끝마쳤다.
“카일러 님, 무기 배급을 끝냈습니다.”
“좋아. 자, 다들 들어라! 오늘 훈련이 마지막 훈련이다. 최선을 다해 하도록 하라!”
“우워어어어어!”
카일러는 미리 생각해 둔 작전을 병사들이 습득하도록 훈련시켰다.
그리고 여태까지 일대일 대련만 했던 것과는 다르게 협동하여 진형을 갖추고 싸우는 훈련도 시켰다.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만약 실패하면… 뉴 얼스를 접어야 할지도 모른다.’
실패를 한다는 것은 장정들뿐만 아니라 그 식속들 역시 몰살당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뿐만 아니라 몬데릭 영주가 슬덴브르크 국왕에게 카일러와 웨드에 대해 보고한다면 영원한 카오틱 유저가 되는 것이다.
비단 카오틱 유저가 되는 것에 대한 걱정 때문만은 아니었다.
자신이 살던 곳에서 자신이 이루지 못했던 것을 이루고 싶었다. 부조리함이 없는 세계. 카일러는 제2의 고향 뉴 얼스를 그런 세상으로 만들고 싶었다.
<『뉴얼스』 제2권에서 계속>